굿바이, 콜럼버스
필립 로스 지음, 정영목 옮김 / 문학동네 / 2014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나는 그녀와 유대인 문제로 농담을 하는 모험을 한 것이 어리석은 일이었음을 깨달았다. "성전에서 적극적으로 활동하시죠, 그렇죠?" 나는 내가 끌어모을 수 있는 모든 관심을 모아서 물었다.

파팀킨 부인은 나를 보았다. 나는 동의하는 것과 하지 않는 것 가운데 어느 쪽이 예의에 맞는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

꼭대기 층에는 창문들이 열려 있었고, 이제는 삐걱거리는 긴 층계를 딛고 거리까지 내려올 수 없는 아주 늙은 사람들이 앉혀놓은 자리에 그대로 앉아 있었다.

검둥이들 다음에는 누가 올까? 누가 남을까? 아무도 남지 않겠지, 나는 생각했다.

이 거리는 언젠가 텅 비고, 우리 모두 오렌지 산맥 꼭대기로 옮겨가겠지. 그러면 죽은 자들도 관 안에서 널을 차대는 일을 그만두지 않을까?

아하, 그로스먼을 잡으려는 음모로군. 나와 파팀킨 씨가 함께. 나는 내 힘닿는 대로 공모의 웃음을 지어 보였다.

그의 입에서 나온 몇 마디 말이 그가 자신과 가족을 위해 구축한 삶 앞에서 느끼는 만족과 놀라움을 모두 전달하지 못한다는 것만은 분명히 알 수 있었다.

그들의 운명은 그들을 무너뜨려 하나로 만들었다.

나는 나 자신에게 메스를 들이대는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두 손을 울타리 안에서 꿈틀거려 코가 아주 작은 수사슴이 내 생각들을 핥아 없애도록 내버려두었다.

해리엇은 그녀가 아주 아름다우며그녀야말로 신부가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자 불편한 침묵이 깔렸다. 우리 모두 그럼 신랑은 누가 되어야 할까 하는 생각을 했다.

말이, 어떤 말이든, 무슨 작용을 할지 몰라 두려웠기 때문이다.

우리는 초조하지는 않지만 설레는 마음으로 이 담쟁이가 덮인 담장 안의 기쁨을 떠나 세상으로 걸어들어갑니다

그 기억은 우리 삶의 근본은 아니라 해도, 우리 삶과 늘 함께할 것입니다

우리는 우리 자신을 그대에게, 세상에게 바치며, ‘삶’을 찾아 그대에게로 간다.

굿바이, 적과 백의 엠블럼, 굿바이, 콜럼버스…… 굿바이, 콜럼버스…… 굿바이……"

3인치의 힐에 자신의 발을 희생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도 론의 결혼식을 기억할 것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전자책] 포트노이의 불평
필립 로스 / 문학동네 / 2023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너는 이리로 가고 나는 저리로 가고?좋아, 이번에는 네가 이리로 가고나는 저리로 가고?됐군, 이제 저 여자가 저쪽으로 내려가고, 나는 이쪽으로 올라가고, 너는 이 위에서 반쯤 돌고……하는 식이었죠, 선생님.

하지만 누가 품격을 원한데요! 나는 더리얼 매코이를 원한다고요! 파란 파카를 입고 빨간 귀마개를 하고 크고 하얀 장갑을 낀 미스 아메리카를. 스케이트를 탄 미스 아메리카를!

여자 자신이 난폭해질 거라는 걸. 웃음이 폭력적인 히스테리로 폭발해버릴 거라는 걸. 그뒤에 무슨 재앙이 뒤따를지 하느님만 아실 따름이었습니다. 에디 웨이트커스!*

멍키의 출신 배경을 이루는 미국 노동계급이 자행한, 또 그들이 당한 잔혹행위와 테러의 역사 전체를 읽을지도 모릅니다.

쉽게 가자. 나는 생각했습니다. 계속 쉽게 가자.

교육적이고, 정신을 향상시킬 수 있어야 해. 아, 내가 무슨 꿈을 꾸는지 분명히 아시겠죠? 교재요?W. E. B. 듀보이스의 『흑인의 영혼』. 『분노의 포도』. 『미국의 비극』. 내가 좋아하는 셔우드 앤더슨의 책 『가난한 백인』(나는 그 제목이 멍키의 관심을 자극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습니다).

멍청한이방인 여자를 구원하는 것. 그 여자에게서 그녀가 속한 족속의 무지를 없애는 것. 이 냉혹한 억압자의 딸이 고난과 억압을 공부하는 사람이 되게 하는 것.

무슨 행산데? 도대체 우리가 어디를 간다고 생각하는 거야? 지저분한 영화라도 찍으러 가는 줄 아는 거야?

네 눈알이 벌써 내잘못된 점들을 하나하나 찾아내고 있어! 그렇지 않아도 불안정한데, 불안정이 내 문제의 전부인데, 너는 내가 입을 여는 순간부터 얼굴 전체가 그 표정이야.

"이건 연애가 아닐지도 몰라. 이런 걸 바로 실수라고 부르는 건지도 모르지. 어쩌면 우리는 서로 좋은 마음으로 각자 갈 길을 가는 게 좋을지도 몰라."

"왜 이 사람과 계속 만나는 걸까? 야수가 되어버린 이 여자와! 이 상스럽고, 고통받고 있고, 자기혐오에 시달리고, 어리둥절해하고, 어찌할 바를 모르고, 정체성이 없고

늘 기억 하나만 건너가면 혹독한 자기비판이 나오죠.

조롱하고 모욕하고 비난했고, 그 끔찍하게 옹색한 사람들과 주먹다짐을 했고, 그들이 사랑하는 아이크**를 문맹에다 정치적으로 보나 도덕적으로 보나 얼간이 같은 인간이라고 불렀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전자책] 포트노이의 불평
필립 로스 / 문학동네 / 2023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어마나." 누가 소리칩니다. "보험쟁이가 나타났다!" 그러면 아이들도 숨으려고 달아나요.아이들마저도.

어디 한번 말해봐라, 이 깜둥이들의 운명이 나아질 희망을 어디서 찾아야 하는 거냐? 생명보험의 중요성도 이해 못하면서 도대체 어떻게 삶을 향상시키겠다는 거야?

그 틀니, 밤새도록 화장실의 유리잔 속에 들어앉아 변기를 보고 미소 짓는 그 틀니가 지금 나, 그의 사랑하는 아들, 그의 살과 피, 절대 머리에 비를 맞을 일이 없는 귀여운 아들을 보고 미소 짓고 있습니다.

나는 갑자기 슬픔에 사로잡힙니다. 나는 말하고 싶습니다.아버지, 잡는 법이 틀렸어요. 하지만 울음이 터져나올 것 같아, 또는 아버지가 울 것 같아 말하지 못합니다

뭔가를 이룩할 수 있는 사람, 사실은 자신이 지나치게 훌륭한 건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스스로 인정할 수밖에 없었던 사람은 어머니였습니다.

또한 뒤쪽 빨랫줄에 빨래를 너는 건물의 다른 모든 여자들에게 전화해?마음이 넓어지는 날에는 심지어 꼭대기 층에 사는 이혼한 이방인한테도 전화해줬죠?서두르라고, 빨래를 걷으라고, 우리 집 유리창에 비 한 방울이 떨어졌다고 말해주곤 했습니다

그 에너지! 그 철저함! 무슨 실수가 있나 보려고 어머니는 내 덧셈을 확인하곤 했습니다. 구멍이 있나 보려고 내 양말을 확인하고, 때가 있나 보려고 손톱, 목, 그리고 내 몸의 모든 갈라진 곳과 주름 잡힌 곳을 확인했습니다.

물이 흘러내리는 단단한 몸통이 못처럼 내리꽂히는 순수한 마지막 햇빛을 받아 빛납니다. 그 햇빛은 답답한 뉴저지 내륙?나는 그곳에서 벗어나 있지만?에서 몰려와, 내 어깨를 지나, 아버지에게 꽂히고 있습니다.

"정상적으로 먹지."
"당신은 돼지처럼 먹어요. 아무도 당신한테 그 얘기를 안 해서 그렇지."
"아, 가끔 보면 당신은 말을 참 곱게 해. 알고 있어?"

그 미남은 축구팀 주장인데, 지금은, 소피의 말을 인용하자면, "뉴욕에서 가장 큰 겨자회사 사장"이라더군요. "나는 네 아버지가 아니라 그 사람하고 결혼할 수도 있었어." 어머니는 나한테 그렇게 털어놓았습니다.

왜 이 여자는 자기 어린 아들이 얼마나 여리고 예민한지 눈치를 못 채는 걸까요. 내 수치심에는 그렇게 둔감하면서, 어떻게 내 가장 깊은 욕망들에는 그렇게 정확하게 주파수를 맞추고 있느냐고요!

놀라운 광경이 내 눈에는 은은하게 빛을 발하는 젤리 속에 복숭아들이 떠 있는 것에 맞먹는 기적으로 보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전자책] 네메시스
필립 로스 지음, 정영목 옮김 / 문학동네 / 2023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도시 전체에서 거의 마흔 건이 발병한 독립기념일**이 되어서야 석간신문 1면에 "보건국장 부모들에게 폴리오 경보 발령"이라는 기사가 등장했는데, 이 기사는 보건국장 닥터 윌리엄 키텔이 부모들에게 아이들을 면밀히 관찰하여 두통, 인후통, 구토, 목의 경직, 관절통, 열 같은 증상이 나타날 경우 의사와 상담하라고 주의를 주었다고 보도했다.

미국 북서부 여러 주에 폴리오가 유행해 2만 7천 건 이상 발병하고 6천 명이 사망했다. 뉴어크에서는 1360건이 발병하여 363명이 사망했다.

병 때문에 우리 동네 부모들은 상당한 불안에 사로잡혔고, 그 바람에 여름 몇 달 동안 학교에 가지 않고 하루종일 또 긴 어스름녘까지 밖에서 놀 수 있던 아이들의 마음의 평화도 깨지고 말았다

폴리오를 심하게 앓고 난 뒤의 무서운 결과에 대한 걱정은 이 병을 치료할 약이나 면역력을 줄 백신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 때문에 더 심해졌다.

전국의 상점과 사무실과 학교 복도의 벽에는 "당신도 도울 수 있습니다!"와 "함께 폴리오와 싸웁시다!"라고 적힌 포스터가 붙었다.

발병하고 나서 한 달이 되자?보건국에서 유행병이라고 인정을 하기도 전에?방역 부서가 도시의 골목을 배회하는 엄청난 수의 고양이를 조직적으로 박멸하는 일에 나서기 시작했지만, 이런 고양이들이 길들여진 집고양이보다 폴리오와 더 관련이 있는지 없는지 아무도 알지 못했다.

병들어 보이거나 폴리오의 분명한 증상 가운데 어느 하나라도 호소하는 사람과는 거리를 두어야 했다.

?우리는 땀에 흠뻑 젖은 폴로셔츠와 냄새나는 스니커즈 차림으로 익살을 떨고 떠들어댔으며, 우리의 부주의 때문에 우리 가운데 한 사람이 평생 철폐에 속박되고 몸이 가장 두려워하는 공포가 현실이 되는 운명에 처할 수도 있다는 걱정 같은 것은 하지도 않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전자책] 울분
필립 로스 지음, 정영목 옮김 / 문학동네 / 2023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정당하지 않았어. 사과하마. 계속 네 아버지와 살게, 마커스, 무슨 고생을 하더라도."

어머니의 말을 듣는 순간 나는 영원히 양육을 받고자 하는 욕구밖에 없는 아주 작은 생물체로 줄어들었는데, 다시 평소의 나로 돌아올 시간이 필요했다.

네 할아버지와 네 아버지와 네 사촌들과 같은 메스너가 되지 않으려고, 평생 정육점에서 일하는 걸 하지 않으려고 여기 있는 거야. 면도날로 두 손목을 그은 여자아이와 문제를 일으키려고 여기 있는 게 아니야."

마키, 나는 네 아버지와 계속 살게. 대신 걷잡을 수 없이 빠져서 헤어나올 방법을 못 찾기 전에 그 아가씨를 포기해달라고 부탁하마. 너와 서로 약속을 하고 싶어.

그거면 돼. 그걸로 충분해. 충분해야 돼. 아마 그래야 할 거야. 나머지는 다 사라질 수 있어. 우리 셋은 한 번도 게토 사람들처럼 산 적이 없고 앞으로도 그렇게 살지 않을 거야. 우리는 미국 사람이야. 네가 원하는 누구하고나 데이트하고, 원하는 누구하고나 결혼해. 네가 고르는 누구하고나 네가 하고 싶은 대로 해. 그 사람이 자기 목숨을 끝내려고 자기 몸에 면도날을 대지만 않았다면 말이야.

각자의 집안에서 벌어지는 일의 진실은 절대 알 수가 없어. 애가 빗나가면 먼저 그 가족을 봐야 해. 그렇지만, 그 아가씨한테는 동정심이 생기는구나

그 아가씨를 위해 그 아가씨의 인생이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되지 않기를 기도해. 하지만 너는 내 외아들이고 내 유일한 자식이야. 내가 책임질 사람은 그 아가씨가 아니라 너야. 관계를 완전히 단절해야 해. 다른 데서 여자친구를 찾아야 해."

네 앞에서 울고 네가 그 아가씨 눈물을 보더라도, 너는 마음을 안 바꿀 거지? 아주 눈물이 많은 아가씨야. 딱 보는 순간 알 수 있어. 안에 온통 눈물이야

"히스테리에 걸린 비명과 맞설 수 있겠어? 일이 그렇게 되더라도? 필사적인 호소에 맞설 수 있겠어? 고통을 겪는 사람이 너한테 자기가 원하는 거, 하지만 너는 줄 수 없는 걸 간청하고 또 간청할 때 외면할 수 있겠어?

메스너는 단지 정육점을 하는 사람들 집안이 아니야. 소리 지르는 사람들 집안이고, 비명을 지르는 사람들 집안이고, 발을 구르고 벽에 머리를 찧는 사람들 집안이야. 이제 갑자기 네 아버지도 다른 메스너들처럼 나빠졌어.

이런 요구를 하는 건 내가 아니야.인생이 요구하는 거야. 안 그러면 너는 네 감정에 쓸려가버릴 거야. 바다로 쓸려나가 두 번 다시 눈에 띄지 않을 거야

감정은 인생에서 가장 큰 문제가 될 수 있어. 감정은 가장 무시무시한 속임수를 쓸 수 있거든.

그때 캠퍼스로 떠난 올리비아는 다시 내 삶에 초대되지 않을 터였다. 내가 어머니와 한 약속을 그대로 지킨다면.

간헐적으로, 그에 대한 답으로, 그애의 선율에 실린 듯한 경쾌한 목소리가 들렸다. "허공에 화살을 쏘았다네. 화살은 어딘지 모를 땅으로 떨어졌다네.

나도 어머니를 속일 수 없고. 나는 걸려들었어…… 어머니와 절대 깰 수 없는 약속을 해버렸어. 하지만 그 약속을 지키려면 나는 부서지고 말 거야!"

올리비아는 어머니가 나에게 경고하던 바로 그런 종류의 행동을 한 것이다. 따라서 나는 운이 좋은 것이다, 그렇지 않은가? 자살을 하는 여자친구에게서 벗어난 것이다, 그렇지 않은가? 그랬다. 그리고 이렇게 참담했던 적도 없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