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이 밝기 전에, 이 강이 첫 햇살을 받고 깨어나기 전에 우린 당신을 옛 동료들의 손이 전혀 닿지않는 곳으로 데려가서 당신의 아무런 자취도 남지 않도록 해 줄 수 있소,
전 제 과거의 삶에 쇠사슬처럼 묶여 있습니다. 전 지금 그것을 혐오하고 싫어하지만 버리고 떠날 수는 없습니다. 돌아서기에는 너무나 멀리 온 것임에 틀림없어요…………
보잘것없지만 내 인생 전부를 바쳐 나 자신을 위해 꾸려 놓은집으로 말이에요.
저 앞을 보세요, 아가씨. 저 시커먼 강물을보세요. 저 같은 여자가 걱정해 주거나 슬퍼해 줄 사람하나 없이 저 강물 속에 뛰어드는 이야기를 얼마나 읽어 보셨나요? 지금부터 몇 년 후가 될지, 아님 단 몇달 후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저도 결국에는 그렇게 되고 말 거예요."
그는 사람이라기보다는 차라리 무덤에서 막나온 축축한 모습으로 악령의 괴롭힘을 받는 어떤 소름 끼치는 유령에 더 가까웠다.
실제로 그랬다. 자신의 중요한 계획이 좌절된 데 대한 굴욕감, 낯선 자들과 감히 내통한 계집에 대한 증오심, 자기를 넘겨 주기를 거부한 그녀의 진실성에 대한완전한 불신,
싸익스에게 복수를 못 하게 된 극심한 실망감, 경찰에 발각되고 파멸하여 죽게 될 것에 대한 두려움, 그리고 이 모든 것으로 인해 불붙은 격렬하고 금찍한 분노. 이런 격정적인 생각들이 서로 꼬리를 물고빠르게 끊임없이 소용돌이치면서 페이긴의 머릿속을스쳐 지나갔으며, 그러는 동안 마음속에서는 온갖 시악한 생각들과 세상에서 가장 음험한 결심들이 꿈틀꿈틀 똬리를 틀었다.
혼잡한 도시 위에 밝고 빛나는 찬란함을 뿌리기 시작했다. 값비싼 색유리 창이든 종이로 메꾼 창문이든 대성당의 둥근 지붕이든 썩어 가는 지붕 틈새든 태양은똑같이 햇살을 비추었다. 태양은 살해당한 여자가 쓰러져 있는 방도 밝게 비추었다.
달리고, 때로는 심사가 이상하게 뒤틀려 달팽이 같은속도로 늑장을 부리거나 아니면 아예 멈춰 서서는 생나무 울타리를 지팡이로 하릴없이 후려치면서 나아갔다.
그는 한없이 먼 거리를 헤매고 다녔지만 여전히 똑같은 장소로 돌아와 있었다. 아침과 정오가 지나고 이제 날이 저무는 중이었지만 그는 여전히 이리저리, 오락가락, 빙글빙글 맴돌았고, 여전히 똑같은 자리를 배회하고 있었다.
시골 사람들은 이런저런 친근한 농담들을 늘어놓기 시작했는데, 농담은 그가 저녁 식사를마칠 때까지 수그러들지 않았다. 식사를 마친 그는 자신의 보물 상자를 열고는 교묘한 수완으로 그 유쾌한분위기를 영업에 활용하기 시작했다.
그 옷자락이 나뭇잎에 스치는 소리가 들리고, 불어오는 바람결마다 그녀가 마지막으로 내지른 낮은 비명 소리가 실려 왔다.
신의 섭리가 잠자고 있음에 틀림없다는식으로 이야기해서는 안 되리라. 고통스러운 공포로가득 찬 그 기나긴 일 분 동안에는 수백 번의 격렬한죽음이 깃들어 있었다.
그가 지나가던 들판에 하룻밤 몸을 누일 만한 헛간이 하나 있었다. 문 앞에 포플러 나무가 세 그루 서 있었는데, 나무들 때문에 안은 매우 어두웠고, 바람이 나무들 사이로 음울하게 울부짖으며 신음 소리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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