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책] 인간 짐승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15
에밀 졸라 지음, 이철의 옮김 / 문학동네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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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투에 눈이 멀어 순간 인간 짐승이 되어 스스로를 파멸시켜가는 인간들과 내재해 있기에 짐승이 된
아니 될수 밖에 없는 인간 짐승의 내면을 열차와 열차역이라는 배경으로 쓴 책
뭐 말해 무엇하랴 졸라의 책인데 그것만으로도 읽을 가치는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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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정 집 여자애가 개나 말보다 못한 취급을 받던 시절에.

증조부가 가장 최악이었던 순간마다. 그래도 너희 아버지는 나를 구했어. 그래도 너희 아버지는 나를 구했어.

내레 다음 생에선 네 딸로 태어날 테니. 네 딸로 다시 태어나서 에미일 때 못다 해준 걸 마저 해줄 테니. 그때 만나자. 그때 다시 만나자.

백정의 딸인 것보다도 더 위험한 상황에 처한 존재라고.

나도 데리고 가라. 그녀의 치마를 꼭 붙들고 있던 엄마의 손가락 하나하나를 떼어내던 그녀의 마음은 어떤 것이었을까. 그때 증조모는 고작 열일곱 살이었다.

증조모의 침묵은, 그 마음은 할머니에게도 스며들었다.

백정의 자식이라는 말에 그애의 존재를 구겨 넣을 수는 없었던 것이다

백정이라는 표식 때문에 길을 지나갈 때면 언제나, 어김없이 조롱당하고 위협당하는 나이, 엄마를 버려야 하는 나이, 엄마의 임종조차 지키지 못하고 멀리서 소식을 들어야 하는 나이. 그렇지만 증조모의 열일곱은 그런 나이였다.

증조모가 할머니를 보며 엄마라고 불렀을 때, 할머니는 고조모가 증조모에게 했다는 말을 떠올렸다. 기래, 가라. 내레 다음 생에선 네 딸로 태어날 테니. 그때 만나자. 그때 다시 만나자.
"얘야…… 우린 그렇게 다시 만났던 거야."

삼 년이 지난 뒤 둘은 귀에 화살이 꽂히고 다리는 부러진 채로 새남터에 끌려가서 같이 처형당했다.

일어난 일을 평가하지 말고 저항하지 말고 그대로 받아들이라고 했다. 그게 사는 법이라고

네가 자꾸 나한테 뭘 해주면, 내가 되돌려줄 게 없어서 문제가 생겨."

사람이 사람을 기억하는 일, 이 세상에 머물다 사라진 누군가를 기억한다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지 알 수 없었다

새비 아주머니의 무릎을 베고 따뜻한 햇볕을 받으며 잠들 때의 평화로움을 할머니는 기억했다.

어떤 경우에도 자신을 속이지 않는 재능. 부당한 일은 부당한 일로, 슬픈 일은 슬픈 일로, 외로운 마음은 외로운 마음으로 느끼는 재능.

미웠다. 밉다 밉다 다 밉다보니, 아무리 사정이 있어도 자식에게 한 발짝도 먼저 다가가지 않는 할머니도 미워졌다.

인간은 그들이 잠시 우주에 머물렀다는 사실조차도 기억되지 못하는 종족이 된다. 우주는 그들을 기억할 수 있는 마음이 없는 곳이 된다. 그것이 우리의 최종 결말이다.

세상 어느 누구도 나만큼 나를 잔인하게 대할 수는 없었다. 그래서 쉬웠을지도 모르겠다. 나를 함부로 대하는 사람들을 용인하는 일이.

할머니가 베고 누운 새비 아주머니의 치마에서는 계절의 냄새가 났다. 쑥 냄새, 미나리 냄새, 수박 냄새, 마른 고추 냄새, 불을 피운 부뚜막 냄새

그녀의 어머니는 그녀에게 어떤 일이 일어나든 빠르게 포기하고 체념하는 게 사는 법이라고 가르쳤다.

진짜 천함은 인간을 그런 식으로 천하다고 말하는 바로 그 입에 있다고 했다.

마음 다 감추고 사느라 얼마나 서럽구 외로웠어. 아즈마이가 다 안다. 아즈마이한테는 영옥이가 딸이나 진배없다이. 오늘은 마음껏 울고 훌훌 털어버리라우.

할머니는 외롭지 않을까. 할머니는 대체 누구에게 의지하고 사는 걸까

네가 내 친구여서 고마워. 나는 그 말 한마디를 소리 내어 하지 못했다

"앞으로 남은 인생이 헤어짐의 연속이라고 생각하면 벅차

나에게 이야기를 해주고 나를 웃게 해주고 말이 통하는 대화 상대가 되기를 원했을 것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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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난다는 우리의 꿈

자기와 함께 있으면 이제 기대할 게 아무것도 없다는 사실 말이야. 내일도 어제와 같을 거야, 늘 똑같은 권태, 늘 똑같은 고통……

떠난다는 우리의 꿈, 저멀리 미국에 가서 부자가 되고 행복해지겠다는 그 희망, 온전히 자기한테 달려 있는 그 지극한 행복이 이젠 불가능해졌잖아, 자기가 하지 못했으니까…… 오! 자기를 탓하는 게 아냐.

지금 우리 둘의 미래는 가로막혀 있잖아, 우린 더 멀리 갈 수 없잖아

사랑을 위해 태어난 여자인 그녀의 무의식 깊은 곳은 오로지 그 열망뿐이었다. 걸림돌이므로 치워야 하는 것이다

그와 함께 있는 것 자체가 치명적인 위험을 끊임없이 동반하는 일이라는 사실은 알지 못한 채 자신이 느끼는 까닭 모를 본능적인 두려움을 머지않아 닥칠 그와의 결별에 대한 예감 때문인 것으로 풀이했다

사랑은 그 끝에 죽음이 기다리며, 더 완벽하게 소유하기 위해서는 절멸시켜야 한다.

그렇게 두 살인은 서로 만났다. 한 살인은 다른 살인의 논리적인 귀결이 아니던가?

사람은 피와 신경의 충동 때문에, 옛날 옛적 서로 투쟁했던 기억의 잔존 때문에, 살아남아야 한다는 절박감과 강해졌다는 기쁨 때문에 살인을 하는 것이다

그는 사람을 죽였고, 그 끔찍한 살해의 독배를 벌컥벌컥 배가 터지도록 들이켜고 대취해버린 것이다

나서지 않고 얌전하게 구는 편이, 붕괴의 조짐을 보이며 저물어가는 이 사회를 어깻죽지로 지탱하는 편이 그나마 상책이다.

한 줌의 검은 재처럼 휩쓸려나가 소멸하는 것이 제정 체제의 정해진 운명이라면, 이 증거물을 인멸해봤자, 이 행동으로 양심에 가책의 짐을 지워봤자 무슨 소용이 있단 말인가?

정의를 추구한다는 말은, 진실이란 원래 가시덤불에 철두철미하게 가려져 있기 마련인데, 그렇게 보면 하나의 사탕발림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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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밝은 밤
최은영 지음 / 문학동네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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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가 왜 욕이 됐을까."

나는 마음이 없는 사람으로 살고, 마음이 햇볕에 잘 마르면 부드럽고 좋은 향기가 나는 마음을 다시 가슴에 넣고 새롭게 시작할 수 있겠지.

나는 말을 잃은 채로 해의 일주를 지켜봤다. 해가 하늘 높은 곳으로 올라가 더이상 보이지 않을 때까

나는 희령을 여름 냄새로 기억한다.

할머니의 밥은 맛이 있었다. 할머니와 함께 먹는 밥은 맛이 있었다.

"그냥

나는 우리 사이의 난감함, 어색함, 어려움이 나쁘지 않았고 그런 감정들의 바닥에 깔린 엷디엷은 우애가 신기했다.

"보고 싶은 사람이지 뭐."

마음의 보호대 같은 것이 부러진 기분이었다. 덜 느낄 수 있도록 고안된 장치가 사라진 것 같았다.

가깝고 끈끈해서 속까지 다 보여주고 서로에게 치대는 사이가 아니었으면 했다

"보고 싶지."

비가 내리던 날 공기 중에 퍼지던 먼지 냄새

할머니와 헤어지면서 나는 바닥에 주저앉아 울었다. 할머니와 정이 들어서이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앞으로 할머니를 못 볼지도 모른다는 예감

마음이라는 것이 꺼내볼 수 있는 몸속 장기라면, 가끔 가슴에 손을 넣어 꺼내서 따뜻한 물로 씻어주고 싶었다. 깨끗하게 씻어서 수건으로 물기를 닦고 해가 잘 들고 바람이 잘 통하는 곳에 널어놓고 싶었다.

재촉한다고 해서 달라지는 건 없잖아. 아무도 겨울 밭을 억지로 갈진 않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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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인간 짐승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15
에밀 졸라 지음, 이철의 옮김 / 문학동네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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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삶에 대한 근심에서도 완전히 벗어나 이제껏 경험해보지 못한 강렬한 밀도로 삶을 영위하는 듯했지만 다른 것들에 대해서는 깡그리 흥미를 잃어 예전에 머리가 돌 정도로 격분했던 걱정거리 중 어느 것 하나도 이제는 더이상 그를 흔들어놓지 못했다

그들 부부가 함께하는 삶은 서로에게 얽매인 두 존재의 강요된 접촉에 지나지 않아서 그들은 몇 날 며칠을 한마디도 하지 않고 지냈으며, 그 사건 이후로 서로에게 무관심하고 고독한 이방인처럼 그저 곁을 스치며 오고갈 뿐이었다.

살인의 고백, 피에 굶주린 육식동물이 되어 밖으로 나갔던 일. 그때 그는 제정신이 아니었다.

빈사 상태의 몸을 이끌고 간신히 제집을 찾아오는 개처럼 본능이 그를 그리로 이끌었을 것이다.

유일한 포만감의 원천으로서 그의 전부가 되었으며 그는 거기에서만 행복감을 맛보았다

구멍 깊숙이 뭔가 축축한 것, 물렁물렁하고 역겨운 것이 만져진 듯한 느낌이 들면서 그는 공포감에 사로잡혔다

이제 정신이 돌아오자 자신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벌어졌던 일들에 어안이 벙벙했다.

지난밤 자기를 덮쳤던 그 끔찍한 죄악에서, 그 숙명적인 죄악에서 영영 벗어날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면서 감정이 복받쳐오른 그도 눈물을 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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