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책] 밝은 밤
최은영 지음 / 문학동네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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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가 왜 욕이 됐을까."

나는 마음이 없는 사람으로 살고, 마음이 햇볕에 잘 마르면 부드럽고 좋은 향기가 나는 마음을 다시 가슴에 넣고 새롭게 시작할 수 있겠지.

나는 말을 잃은 채로 해의 일주를 지켜봤다. 해가 하늘 높은 곳으로 올라가 더이상 보이지 않을 때까

나는 희령을 여름 냄새로 기억한다.

할머니의 밥은 맛이 있었다. 할머니와 함께 먹는 밥은 맛이 있었다.

"그냥

나는 우리 사이의 난감함, 어색함, 어려움이 나쁘지 않았고 그런 감정들의 바닥에 깔린 엷디엷은 우애가 신기했다.

"보고 싶은 사람이지 뭐."

마음의 보호대 같은 것이 부러진 기분이었다. 덜 느낄 수 있도록 고안된 장치가 사라진 것 같았다.

가깝고 끈끈해서 속까지 다 보여주고 서로에게 치대는 사이가 아니었으면 했다

"보고 싶지."

비가 내리던 날 공기 중에 퍼지던 먼지 냄새

할머니와 헤어지면서 나는 바닥에 주저앉아 울었다. 할머니와 정이 들어서이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앞으로 할머니를 못 볼지도 모른다는 예감

마음이라는 것이 꺼내볼 수 있는 몸속 장기라면, 가끔 가슴에 손을 넣어 꺼내서 따뜻한 물로 씻어주고 싶었다. 깨끗하게 씻어서 수건으로 물기를 닦고 해가 잘 들고 바람이 잘 통하는 곳에 널어놓고 싶었다.

재촉한다고 해서 달라지는 건 없잖아. 아무도 겨울 밭을 억지로 갈진 않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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