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난다는 우리의 꿈

자기와 함께 있으면 이제 기대할 게 아무것도 없다는 사실 말이야. 내일도 어제와 같을 거야, 늘 똑같은 권태, 늘 똑같은 고통……

떠난다는 우리의 꿈, 저멀리 미국에 가서 부자가 되고 행복해지겠다는 그 희망, 온전히 자기한테 달려 있는 그 지극한 행복이 이젠 불가능해졌잖아, 자기가 하지 못했으니까…… 오! 자기를 탓하는 게 아냐.

지금 우리 둘의 미래는 가로막혀 있잖아, 우린 더 멀리 갈 수 없잖아

사랑을 위해 태어난 여자인 그녀의 무의식 깊은 곳은 오로지 그 열망뿐이었다. 걸림돌이므로 치워야 하는 것이다

그와 함께 있는 것 자체가 치명적인 위험을 끊임없이 동반하는 일이라는 사실은 알지 못한 채 자신이 느끼는 까닭 모를 본능적인 두려움을 머지않아 닥칠 그와의 결별에 대한 예감 때문인 것으로 풀이했다

사랑은 그 끝에 죽음이 기다리며, 더 완벽하게 소유하기 위해서는 절멸시켜야 한다.

그렇게 두 살인은 서로 만났다. 한 살인은 다른 살인의 논리적인 귀결이 아니던가?

사람은 피와 신경의 충동 때문에, 옛날 옛적 서로 투쟁했던 기억의 잔존 때문에, 살아남아야 한다는 절박감과 강해졌다는 기쁨 때문에 살인을 하는 것이다

그는 사람을 죽였고, 그 끔찍한 살해의 독배를 벌컥벌컥 배가 터지도록 들이켜고 대취해버린 것이다

나서지 않고 얌전하게 구는 편이, 붕괴의 조짐을 보이며 저물어가는 이 사회를 어깻죽지로 지탱하는 편이 그나마 상책이다.

한 줌의 검은 재처럼 휩쓸려나가 소멸하는 것이 제정 체제의 정해진 운명이라면, 이 증거물을 인멸해봤자, 이 행동으로 양심에 가책의 짐을 지워봤자 무슨 소용이 있단 말인가?

정의를 추구한다는 말은, 진실이란 원래 가시덤불에 철두철미하게 가려져 있기 마련인데, 그렇게 보면 하나의 사탕발림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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