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인간 짐승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15
에밀 졸라 지음, 이철의 옮김 / 문학동네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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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삶에 대한 근심에서도 완전히 벗어나 이제껏 경험해보지 못한 강렬한 밀도로 삶을 영위하는 듯했지만 다른 것들에 대해서는 깡그리 흥미를 잃어 예전에 머리가 돌 정도로 격분했던 걱정거리 중 어느 것 하나도 이제는 더이상 그를 흔들어놓지 못했다

그들 부부가 함께하는 삶은 서로에게 얽매인 두 존재의 강요된 접촉에 지나지 않아서 그들은 몇 날 며칠을 한마디도 하지 않고 지냈으며, 그 사건 이후로 서로에게 무관심하고 고독한 이방인처럼 그저 곁을 스치며 오고갈 뿐이었다.

살인의 고백, 피에 굶주린 육식동물이 되어 밖으로 나갔던 일. 그때 그는 제정신이 아니었다.

빈사 상태의 몸을 이끌고 간신히 제집을 찾아오는 개처럼 본능이 그를 그리로 이끌었을 것이다.

유일한 포만감의 원천으로서 그의 전부가 되었으며 그는 거기에서만 행복감을 맛보았다

구멍 깊숙이 뭔가 축축한 것, 물렁물렁하고 역겨운 것이 만져진 듯한 느낌이 들면서 그는 공포감에 사로잡혔다

이제 정신이 돌아오자 자신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벌어졌던 일들에 어안이 벙벙했다.

지난밤 자기를 덮쳤던 그 끔찍한 죄악에서, 그 숙명적인 죄악에서 영영 벗어날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면서 감정이 복받쳐오른 그도 눈물을 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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