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미국의 목가 1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17
필립 로스 지음, 정영목 옮김 / 문학동네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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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버린 집의 잡석 더미 안에서 시체로 발견된 젊은 남자는 다음날 한때 컬럼비아 대학 학생이었으며, 폭력적인 반전시위의 베테랑이며, ‘민주사회를 위한 학생들’의 급진적 분파의 구성원인 것으로 밝혀진다

햄린의 가게를 날려버린 것도 다이너마이트가 채워진 파이프였다. 죽은 아이는 새로운 폭탄의 재료들을 섞다가 뭔가를 잘못해서 타운하우스를 날려버린 것이다. 처음에는 햄린의 가게, 이번에는 그애 자신. 그애는 실제로 해냈다

저녁 식탁에서 이기적인 어머니와 아버지와 그들의 부르주아 생활을 격렬하게 비난하며 자신의 투쟁 동기라고 선언했던 것과 다르지 않다. "체제를 바꾸고, 현재 경제적으로나 정치적으로나 아무런 권한이 없는 90퍼센트의 민중에게 권력을 주려고."

세계가 지켜보고 있음에도 자신에게 일어나고 있는 일에 전혀 영향을 받지 않는, 존재의 사슬 가운데 하나의 고리에 불과한 듯했다. 비명도 꿈틀거림도 없었다. 불길 한가운데에는 그의 고요함뿐이었다. 카메라에 비친 누구에게도 고통은 보이지 않았다

실종자의 부모가 사실은 바로 자신처럼 허우적거리고 있다는 것, 말이 되지 않는 이유들 속에서 밤이나 낮이나 허우적거리고 있다는 것을 안다.

스위드가 서서히 불안해진 것, 서서히 겁을 먹게 된 것은 메리가 이제 두려워하기보다는 호기심을 느낀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놓아둔다. 그것이 텔레비전에 중계되기를바라는 것이다.그들의 도덕성은 어디로 간 것일까? 촬영을 하고 있는 텔레비전 촬영팀의 도덕성은 어떻게 된 것일까?…

그의 딸은 그중 어느 하나와도 상관이 없었다. 내가 어떻게 아느냐고? 돈이 아니까. 돈이 확실하게 알고 있으니까

명상의 종僕인 듯, 자기 자신을 잊은 채 고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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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미국의 목가 1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17
필립 로스 지음, 정영목 옮김 / 문학동네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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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보브 부인은 우리 어머니처럼 깔끔한 주부였고, 흠 잡을 데 없는 예의와 아름다운 외모를 갖춘 여자였다.

자녀를 중심으로 한 위대한 가정 사업에서 해방되는 꿈은 꾸어본 적이 없는 그 시대의 많은 여자들 가운데 한 명이었다

이 아버지들에게는 모든 일이 떨쳐낼 수 없는 의무이며, 옳은 길과 그른 길만 있지 그 중간은 없다.

이들은 에너지는 무제한이지만 능력은 제한된 남자들이며, 쉽게 친해지고 쉽게 지겨워하는 남자들이며,무조건 중단 없는 전진이 삶에서 가장 중요한 남자들이다.

묵직한 앞치마를 두르고 갈고리와 막대기로 무장한 야만적인 노동자들은 거센 폭풍을 뚫고 나아가도록 내몰리는 동물들처럼 열두 시간 2교대로 짐을 잔뜩 실은 수레를 끌거나 밀고, 물에 흠뻑 젖은 가죽을 짜거나 널었다.

아버지는 해병대 소령으로, 한때 퍼듀 대학에서 풋볼팀 감독을 맡은 적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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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사볼타 사건의 진실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64
에두아르도 멘도사 지음, 권미선 옮김 / 민음사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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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몸을 실타래처럼 웅크리고 길섶에 쭈그리고 앉은 채, 엄습하는 추위와 두려움에 벌벌 떨면서 시뻘겋게 충혈된 눈이 지평선 너머 희미한 빛에 익숙해질 때까지 기다렸다.

훌리안은 얼굴이 새하얗게 질려 그 뒤를 따라 나왔다. 간수들이 곧 비참하게 끝날 그의 운명을 알고 상처를 치료해 주지 않았는지, 그는 두 눈이 푹 꺼진 채 비틀거리며 걸어 나왔다.

나중에 바스케스 반장이 사볼타 사건 관련 파일들을 재검토하고 자신을 먼 곳으로 이임시킨 복잡한 연관 관계를 추적하면서 이 이상한 인물을 떠올려 찾아왔을 때는 일 년이란 세월이 훌쩍 지난 뒤였다.

"이 강물처럼 모두 제 갈 길로 흘러가는 겁니다. 우리의 삶도 조용히 물 흐르는 대로 흘러가지요."

마리아 로사는 결혼 생활에 만족하지만 예전에 목격한 사건의 충격을 잊지 못했다. 부친의 극적인 죽음과 르프랭스에게 닥친 위험이 아직 어리기만 한 그녀의 영혼에 지우기 힘든 상처로 남았던 것이다

마리아 로사는 갑작스러운 수줍음에 온몸이 얼어붙어, 남편이 강압적인 눈길을 보낼 때까지 무리 속에 파묻힌 채 꼼짝도 하지 않았다.

내가 모든 것을 마음대로 결정할 수 있는 존재라고 해도 그들만큼은 절대 다른 사람들과 바꾸지 않을 생각이었다

나는 역방향으로 앉아 있었기 때문에 아까부터 줄곧 우리 뒤를 따라오는 자동차가 있다는 것을 알았다. 처음에는 별다르게 생각하지 않아 아무에게도 얘기하지 않았다.

나는 클로버와 이름 모를 풀들, 작은 덤불로 뒤덮인 그곳의 경치에 흠뻑 젖어 들었다. 평평하고 널찍한 곳이었으며, 한쪽 가장자리에는 차갑고 맑고 맛 좋은 샘물이 솟아오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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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사볼타 사건의 진실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64
에두아르도 멘도사 지음, 권미선 옮김 / 민음사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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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삶은 범죄로 점철되어 빠져나갈 출구 하나 없는 밑바닥 인생으로, 독거미의 거미줄에 걸린 듯 역경이 미로처럼 얽히고설켜 있었다

그곳은 이 세상에서 가장 비천하고 나쁜 것으로 타락한 음탕한 곳이었다. 어쩌면 나는 그때 이미 훗날의 고통을 예견했는지도 모르겠다

나는 가난을 증오했고, 나 자신을 증오했고, 그 계약에 나를 참여시킨 코르타바녜스를 증오했고, 사볼타 회사와 특히 그녀를 증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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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바다여, 바다여 2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36
아이리스 머독 지음, 최옥영 옮김 / 민음사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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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기 뒤의 평화, 절망적이면서도 고요한 애도의 시기였다.

실제로는 공포와 독소로 가득 차 있었다. 나는 진정으로 제임스가 가기를 원했다. 그의 모습을 보거나, 그와 함께 있거나, 보이지 않아도 참견하는 그의 존재를 느낄 때마다 매우 고통스러웠다.

내가 하틀리를 구해 내겠다는 생각을 포기하지 않았다고 여전히 의심했는지도 모르지만 결국 나를 영원히 감시하지는 못할 것이다.

‘절벽’ 위를 산책하거나 민의 다리에 서 있거나 탑에 기어올라갔다. 마치 자기가 걸어 다닌 거리를 측량하는 것 같았다.

지금 눈에 보이듯이 내가 그 집을 똑똑히 기억하고 자세히 기록할 수 있는 것은 바로 그것들이 슬픔의 이미지를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즐거움을 줄 수도 있었을 것들이 나에게는 그렇지 못했다

그녀의 고통은 너무나 순간적이며, 만일 내가 그녀의 동정을 조금이라도 구하면 그것은 당장에라도 소유욕으로 변할 수 있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다.

타이터스의 죽음에 대한 책임이 너무나 크게 내 마음을 사로잡고 있었다. 나는 그에게 한 번도 바다에 대한 위험을 경고해 주지 않았다. 왜 그러지 않았을까?허세 때문이었다

강한 바닷물이 밀려오면 계단도 ‘절벽’만큼 위험했다. 나는 타이터스를 위해서 바다를살펴보지 않았다.

내게 보여 준 젊음과 힘과 날렵함에 대해 자부심과 대리 만족을 느끼고 어리석게 행동함으로써 허세를 부렸다.

타이터스를 잃었다는 고통과 내 인생의 가장 큰 축복이었을지도 모르는 타이터스를 잃었다는 슬픔이 너무 커서 이제 벤이 살인자라는 강박관념도 희미해졌다.

새로운 슬픔의 양상이 나에게 나타났다. 내가 하틀리의 자식을 죽였고, 함부로 그녀의 인생에 침입하여그녀의 축복을 빼앗았다.

그리하여 기다리고, 지켜보고, 깊이 숙고하고, 슬퍼하며 리지와 나는 시골 마을을 산책했다.

나의 몰락에 대한 공포의 순간에 그들이 증인으로 있는 것을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인간의 마음은 구체적인 불행을 직관하면 그쪽으로 빨리 달려간다.

그녀의 마음속에 있는, 파괴의 현장에 남은 잔해이자 시체 같은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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