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인종차별주의자라면 당신이 항상 인종차별주의자였다는 뜻이다
그것은 낙인인데, 심지어 사실도 아니다. 그런데도 그는 지금 평온하다
당신이 인종차별주의자라면 당신이 항상 인종차별주의자였다는 뜻이다. 갑자기 당신의 전 생애가 인종차별주의로 얼룩지는 것이다.
나는 그를 이처럼 평온하게 만들 수 있고, 그는 나를 이처럼 평온하게 해줄 수 있다
그녀의 수업에는 추종자들이 있는데, 인문학자족은 그녀의 추종자들을 일종의 유행 현상으로 보고 경멸한다.
때때로 그녀는 자신이 밀란 쿤데라를 배신하고 있다고 느끼기까지 한다. 그래서 혼자 있을 때면 조용히 심안으로 쿤데라를 떠올리며 그에게 말을 걸고 용서를 구한다.
대부분의 사람이 그런 선택을 할 수 있을 만큼 돈이 넉넉하지 않고 근거 있는 추측을 할 수 있을 만큼 교육을 받지 못하는 현실, 즉 시장에 대해 정통하지 못하다는 현실을 그가 잘 모른다고. 그녀는 그에게 해석해준다
지적이고 자신감 넘치고 박식하고 세상 물정에 밝은 남자와 저녁식사를 하는 것이 기쁘기 때문이다.
"너무 구시대적이잖아. 완전 시몬 드 보부아르 패러디야"라고 말했다는 걸 전해듣기도 했다.
그 여자는, 보부아르가 사르트르 때문에 신념을 저버렸다고, 대단히 지적인 여성이었지만 결국 사르트르의 노예가 되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이미 충분히 그녀를 멸시하고 있고, 사람들이 그녀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잘 아는 것처럼 보이며, 언제나 그녀의 동기와 목적에 의혹의 시선을 던지기 때문이다.
도와주는 사람도 없고 집과 모국에서도 벗어나 완전히 혼자다. 타향살이. 자유롭기는 하나 대개는 몹시 쓸쓸한 타향살이. 야심만만하다고? 공교롭게도 그녀가 철저히 독립적인 저 페미니스트들을 모두 합쳐놓은 것보다도 야망이 큰 건 사실이다.
"뭐, 그 여자를 추종하는 학생들이 생겨난 건 당연히 그 여자의 상호텍스트적 매력 때문이지. 그 여자와 현상학의 관계 말이야. 그 여자대단한 현상학자거든
결국 인식의 문제다. 그들이 빈정대는 투로 ‘같잖은 프랑스적 아우라’라고 부르는 것을 남자 종신교수들에게 휘두르고 있다는 것이 델핀에 대한 그들의 시선이다
그럼에도 그녀는 그 결사대의 환심을 사고자 하는 유혹을, 그들에게 자신도 프랑스적 아우라를싫어한다는 것을 분명히 하고 싶은 유혹을 느낀다.
난 가문에서 당연한 것으로 여겨지는 통념을 벗어나 스스로를 세워나갈 거야. 너무도 당연시되는, 한계까지 치닫는 열정적인 주관주의, 절정에 이른 개인주의에 맞서 싸울 거야.
그들은 다른 사람들이 델핀을 싫어하는 바로 그 이유 때문에 델핀을 좋아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델핀은그들이 못 견디게 싫다. 어쩌다 그녀는 이렇게중간에 끼어버렸을까?
야망. 모험. 매혹. 미국으로 건너가는 것에의 매혹. 우월 의식. 떠남이라는 행위에서 오는 우월 의식. 언젠가 다시 고국으로 돌아가는 기쁨을 위해, 야망을 이루고 의기양양하게 고향으로 돌아가는 기쁨을 위해 떠나왔는데. 언젠가 고향으로 돌아갔을 때 그런 말을 듣고 싶어서 떠나왔는데. 무슨 말을 듣고 싶었느냐고? "그애가 해냈어. 그애가 해냈다고. 그런 일을 해냈으니 앞으로 걘 뭐든 해낼 수 있을 거야
그런 모든 가문들, 모두가 똑같이 생각하고, 똑같이 생겼으며, 숨막힐 듯 답답한 똑같은 가치들과 숨막힐 듯 답답한 똑같은 종교적 규칙을 공유하는 순혈의 오래된 지방귀족들을 몹시 증오했다
그의 눈을 보지 않으려고 눈을 뜨면, 이번에는 그녀가 저지른 일과 거기 쏟아질 조롱들이 눈에 비친다. 눈을 뜨면 자신의 치욕이, 눈을 감으면 그가 산산조각 나는 모습이 아른거려서, 밤새 그녀는 고통이라는 진자에 이리저리 흔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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