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루시 골트 이야기
윌리엄 트레버, 정영목 / 한겨레출판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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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에서 신비를 벗겨내면 서 있는목재만 남는다. 바다에서 신비를 벗겨내면 짠물만남는다.

그녀는 창가 의자에 자리 잡고 앉아 수국의어둑한 푸른빛을 물끄러미 내다본다.
진입로는 어슬어슬해져 나무들의 윤곽이 하늘을 배경으로또렷하다.
매일 저녁 이 시간이면 그러듯 떼까마귀들이 내려와 풀밭을 헤저으며,
하루가 희미해지는 것을 지켜보는 동안 그녀의 벗이 되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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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비아 플라스의 일기
실비아 플라스 지음, 김선형 옮김 / 문예출판사 / 200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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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이 사라지면 삶도 죽는다.
그러나 매 순간 인생을 새로 시작할 수는 없으니, 기왕 죽어버린 시간들로 판단하는 수밖에없다. 이건 마치 물에 밀려 흘러가는 모래와 같다.
헤어날 가망이라곤 처음부터 아예 없었다.
소설 한 편, 그림 한 점이 어느 정도 과거의 감회를 불러일으킬 수 있을지 몰라도, 그것으론 충분치가 못하다,
아니 턱없이 모자란다.
실존하는 것은 현재뿐인데, 벌써부터 나는 수백 년 세월의 무게에 짓눌려 숨이 막힌다.
백 년 전에도 어느 여자아이가 지금 나처럼 살아 있었겠지.
그러다 죽어갔으리라. 지금은 내가 현재다.
하지만 나는, 시간이 흐르면 나 또한 사라지리라는 것을 안다.
절정에 이르는 찰나, 태어나자마자 사라지는 찬란한 섬광, 쉼없이 물에 밀려 흘러가는 모래. 그렇지만 나는죽고 싶지가 않은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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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루시 골트 이야기
윌리엄 트레버, 정영목 / 한겨레출판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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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누구에게도 자신을 괴롭히는 혼란을 절대 이야기하지 않았다.
어머니에게도, 고용주에게도, 일하는 동안 지나가다 걸음을
멈추고 말을 거는 누구에게도. 그는 이런 은밀한방식으로 살면서, 그에게 달라붙어 그를 괴롭히는 현실에서는 개 세 마리에게 독을 먹인 것보다
끔찍한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고 자신을 다독였다.
하지만 다시, 그리고 또다시, 아이의 주검이있었다. - P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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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 - 코펜하겐 삼부작 제2권 암실문고
토베 디틀레우센 지음, 서제인 옮김 / 을유문화사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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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태어난 이곳에서 결코 도망칠 수 없을 거라는 두려움에 사로잡힌다.
문득 이곳이 참을 수 없게 느껴지고, 이곳의 모든 기억들이 어둠과 슬픔으로 다가온다.
여기서 사는 한, 나는 외롭고 이름 없는 삶을 살아갈 운명에 처해 있다.
세계는 내 어떤 부분도 인정해 주지 않고, 내가 모서리 하나를 겨우붙잡을 때마다 내 손아귀를 슬쩍 빠져나간다.
사람들은죽고, 그들 머리 위의 건물들은 헐려 나간다.
세계는 끊임없이 변하고 있다.
지속되는 건 오직 내 어린 시절의세계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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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 코펜하겐 삼부작 제1권 암실문고
토베 디틀레우센 지음, 서제인 옮김 / 을유문화사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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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하나의 구멍을 메우자마자 또 어딘가에 다른 구멍이 생긴다. 그러는 동안 나는 점점 연약해지고 더 민감해진다.
나는다시 어머니에게 말해 보지만,
어머니는 고소하다는 듯대답한다.
"그래, 그래, 그냥 밖으로 나가서 낯선 사람들을 상대해 볼 때까지만 기다려 봐라."

내 어린 시절의 마지막 봄은 춥고 바람이 세게 분다.
먼지 같은 맛이 나고, 고통스러운 출발과 변화의 냄새가난다.
학교에서는 모두가 시험과 견진 성사를 준비하는 데 몰두하고 있지만, 나는 거기서 아무런 의미도 찾지 못한다.
낯선 사람을 위해 집을 청소하거나 설거지를 하는 데 중학교 졸업장은 필요 없고, 견진 성사는밝고 안전하고 행복해 보이는 내 어린 시절 위에 세워질 묘비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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