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레이디스
퍼트리샤 하이스미스 지음, 김선형 옮김 / 북하우스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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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 작은 남자는 느린 눈빛, 그리고 허연 이마와 매끈한 턱 사이에 이상하게 누워 있는 코와 입을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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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밝은 밤
최은영 지음 / 문학동네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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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 속 밥풀처럼, 모두가 개어져서 하나의 대접 안에 들어 있는 것 같았다

모두가 살고자 연고도 없는 그곳으로 모인 것이었다.

긍정적으로 생각하라는 거야. 과거는 끝난 일이야. 자꾸 들여다봐서 뭐해. 미래를 바라봐야지

고양이 중에서도 결코 인간의 무릎에 앉지 않고, 인간에게 치대지 않는 고양이라고 해야 할까

나는 알았다. 내가 오래도록 그 순간을 기다렸다는 사실을, 그리고 다시는 그런 순간이 오지 않으리라는 사실을 말이다.

충분했으므로. 더이상 바랄 수 없었으므로.

나는 머릿속에 동그라미 하나를 그리고 그 안에 평범이라는 단어를 적었다

다른 사람들과 다르지 않은 삶, 두드러지지 않은 삶, 눈에 띄지 않는 삶, 그래서 어떤 이야깃거리도 되지 않고, 평가나 단죄를 받지 않고 따돌림을 당하지 않아도 되는 삶.

‘아직’ 알리지 못했다기보다는 ‘영원히’ 알리지 않을 계획이겠지.

"착하게 살아라, 말 곱게 해라, 울지 마라, 말대답하지 마라, 화내지 마라, 싸우지 마라. 귀에 딱지가 앉도록 그런 얘길 들어서 난 내가 화가 나도 슬퍼도 죄책감이 들어. 감정이 소화가 안 되니까 쓰레기 던지듯이 마음에 던져버리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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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밝은 밤
최은영 지음 / 문학동네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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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할머니가 겪었을 이야기 피난속에 굶주림에 살아야 했던
어머니들의 아야기
강아지 봄이를 두고 눈물로 파난길에 올라야 했던 그 글에서..
고아가 돠어 얇디 얇은 옷을 걸친 아이에게
옷을 입하고 목도리를 둘러주곤 꼭 잡는 그 손을 떼고 또 떼는
글에서 그 장면이 그려져 목놓아 울었다.
처음 알게된 이작가.. 다른 책도 읽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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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2-24 10: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12-24 11: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eBook] 인간 짐승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15
에밀 졸라 지음, 이철의 옮김 / 문학동네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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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투에 눈이 멀어 순간 인간 짐승이 되어 스스로를 파멸시켜가는 인간들과 내재해 있기에 짐승이 된
아니 될수 밖에 없는 인간 짐승의 내면을 열차와 열차역이라는 배경으로 쓴 책
뭐 말해 무엇하랴 졸라의 책인데 그것만으로도 읽을 가치는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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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정 집 여자애가 개나 말보다 못한 취급을 받던 시절에.

증조부가 가장 최악이었던 순간마다. 그래도 너희 아버지는 나를 구했어. 그래도 너희 아버지는 나를 구했어.

내레 다음 생에선 네 딸로 태어날 테니. 네 딸로 다시 태어나서 에미일 때 못다 해준 걸 마저 해줄 테니. 그때 만나자. 그때 다시 만나자.

백정의 딸인 것보다도 더 위험한 상황에 처한 존재라고.

나도 데리고 가라. 그녀의 치마를 꼭 붙들고 있던 엄마의 손가락 하나하나를 떼어내던 그녀의 마음은 어떤 것이었을까. 그때 증조모는 고작 열일곱 살이었다.

증조모의 침묵은, 그 마음은 할머니에게도 스며들었다.

백정의 자식이라는 말에 그애의 존재를 구겨 넣을 수는 없었던 것이다

백정이라는 표식 때문에 길을 지나갈 때면 언제나, 어김없이 조롱당하고 위협당하는 나이, 엄마를 버려야 하는 나이, 엄마의 임종조차 지키지 못하고 멀리서 소식을 들어야 하는 나이. 그렇지만 증조모의 열일곱은 그런 나이였다.

증조모가 할머니를 보며 엄마라고 불렀을 때, 할머니는 고조모가 증조모에게 했다는 말을 떠올렸다. 기래, 가라. 내레 다음 생에선 네 딸로 태어날 테니. 그때 만나자. 그때 다시 만나자.
"얘야…… 우린 그렇게 다시 만났던 거야."

삼 년이 지난 뒤 둘은 귀에 화살이 꽂히고 다리는 부러진 채로 새남터에 끌려가서 같이 처형당했다.

일어난 일을 평가하지 말고 저항하지 말고 그대로 받아들이라고 했다. 그게 사는 법이라고

네가 자꾸 나한테 뭘 해주면, 내가 되돌려줄 게 없어서 문제가 생겨."

사람이 사람을 기억하는 일, 이 세상에 머물다 사라진 누군가를 기억한다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지 알 수 없었다

새비 아주머니의 무릎을 베고 따뜻한 햇볕을 받으며 잠들 때의 평화로움을 할머니는 기억했다.

어떤 경우에도 자신을 속이지 않는 재능. 부당한 일은 부당한 일로, 슬픈 일은 슬픈 일로, 외로운 마음은 외로운 마음으로 느끼는 재능.

미웠다. 밉다 밉다 다 밉다보니, 아무리 사정이 있어도 자식에게 한 발짝도 먼저 다가가지 않는 할머니도 미워졌다.

인간은 그들이 잠시 우주에 머물렀다는 사실조차도 기억되지 못하는 종족이 된다. 우주는 그들을 기억할 수 있는 마음이 없는 곳이 된다. 그것이 우리의 최종 결말이다.

세상 어느 누구도 나만큼 나를 잔인하게 대할 수는 없었다. 그래서 쉬웠을지도 모르겠다. 나를 함부로 대하는 사람들을 용인하는 일이.

할머니가 베고 누운 새비 아주머니의 치마에서는 계절의 냄새가 났다. 쑥 냄새, 미나리 냄새, 수박 냄새, 마른 고추 냄새, 불을 피운 부뚜막 냄새

그녀의 어머니는 그녀에게 어떤 일이 일어나든 빠르게 포기하고 체념하는 게 사는 법이라고 가르쳤다.

진짜 천함은 인간을 그런 식으로 천하다고 말하는 바로 그 입에 있다고 했다.

마음 다 감추고 사느라 얼마나 서럽구 외로웠어. 아즈마이가 다 안다. 아즈마이한테는 영옥이가 딸이나 진배없다이. 오늘은 마음껏 울고 훌훌 털어버리라우.

할머니는 외롭지 않을까. 할머니는 대체 누구에게 의지하고 사는 걸까

네가 내 친구여서 고마워. 나는 그 말 한마디를 소리 내어 하지 못했다

"앞으로 남은 인생이 헤어짐의 연속이라고 생각하면 벅차

나에게 이야기를 해주고 나를 웃게 해주고 말이 통하는 대화 상대가 되기를 원했을 것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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