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책 도서관전쟁 1
아리카와 히로 지음, 권미량 옮김, 아다바나 스쿠모 그림 / 대원씨아이(단행본)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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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도서관 혁명'을 마지막으로 완결이 났을 도서관 시리즈가 '여러가지 어른들의 사정'으로 인하여 출판된 것이 외전격인 별책 도서관 전쟁(別冊図書館戦争)이다. 제목부터가 외전이라고 광고하고 있는데다 작가 역시 "본편과는 관련이 없는 스핀오프 작품이기 때문에 무시하셔도 괜찮습니다."라고 말하고 있어 외전격의 이야기 정도만을 기대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모두 읽고 난 지금 나는 여러분께 이 책을 "도서관 전쟁 시리즈를 읽었다면 꼭 읽어야 할 필독서"라고 말해주고 싶다.


 '도서관 시리즈'는 7월 한 달 가량 내 마음을 가져간 작품이고, 그만큼 빠져들어 재미있게 읽었지만, 사실 마무리는 '도서관 혁명'의 감상에도 적었듯이 대단히 아쉬웠다. 급하게 막을 내려버린 마무리에 실망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그런 아쉬움은 이 '별책 도서관 전쟁'에서 완벽하게 해소된다. 깔끔한 마무리는 물론, 못 다한 이쿠와 도조의 결혼 생활, 본편에서 회수되지 못했던 시바사키와 테즈카의 사랑 이야기 등이 펼쳐져 작가의 말과는 다르게 도서관 시리즈의 독자라면 필수로 읽고 넘어가야 할 책임에 틀림없다.


 본편에서 보여주었던 아리카와 히로(有川浩) 작가의 유쾌한 필력은 여전하다. 그러나 정말 의외였던 것은 본편에 비해 수위가 상당히 높다는 것. 1권의 목차에는 <만지고 싶고 만져줬으면 싶은 2월>이라던지, <눌러 참는 목소리> 등의 소제목과 그에 따른 약간은 야한 에피소드도 등장한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성인물은 아니고, 약간의 수위 덕분인지 더욱 생생한 이야기 진행이 펼쳐지지 않았나 싶다.


 2권의 마지막이자 도서관 시리즈의 진정한 완결이라고 할 수 있는 <등을 맞댄 두 사람>은 대단히 인상적이었다. 도서관 시리즈 전체를 통틀어서 가장 잔인하다고 볼 수 있는 잔혹한 사건이 펼쳐져 스릴이 넘치기도 했거니와, 본편에서 회수되지 못했었던 시바사키와 테즈카의 사랑이 이루어지는 이야기이기도 했다. 어떤 의미로는 이쿠와 도조 커플보다도 훨씬 빙빙 돌아가 버린 두 사람 때문에 속이 터질 지경이었다. 그리고 진정한 마무리를 읽고 나서는 넘쳐오르는 행복감에 대단히 만족했다. 사실 건배 장면정도로 마무리 하려고 했었던 작가였지만, "뒤끝이 너무 찝찝하다"며 라스트까지 행복한 묘사를 해달라는 남편의 요구에 이러한 완결이 되었다고 한다. 남편분께 감사하고 또 감사할 따름이다.


 작가 스스로 말했듯이 양화대와의 직접적인 싸움은 없지만, 외전격의 책임에도 이 작품 속에는 여전히 미디어 검열에 대한 사회비판이 녹아들어가 있다. 그런 면에서는 이쿠와 도조 커플의 사랑 이야기가 주로 들어가 있는 1권보다, 주변 인물들의 이야기가 들어가 있는 2권이 훨씬 재미있었고 시사점도 많았다.


 2권의 시작인 <만약 타임머신이 있다면>에서 펼쳐진 오가타 부대장의 이야기는 훌륭하다. 원래 양화대원이었던 오가타는 강제 미디어 검열법인 양화법에 대해서 제대로 알고 있었던 것이 없었다. 그저 '거북한 부서에 배속되었다'는 정도의 안일한 생각을 가지고 상관의 명령에 따라 수동적으로 책을 몰수하고 다녔다. 그러나 그는 어떠한 사건으로 인하여 결국 소중한 사람을 잃고 도서대원이 된다. 나는 오가타의 모습에서 '검열법에 대한 무관심한 국민'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자유를 침해하는 법륭에 대해서 무관심한 결과 소중한 것을 잃게 되는 오가타의 모습이 결코 낯설지 않다. 이러한 모습을 통하여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역설적으로 검열법에 모두가 관심을 가지고 대응해야 소중한 것을 지킬 수 있다는 교훈이 아닐까.


 유쾌함과 재미는 잃지 않으면서 오히려 이야기의 구조는 본편보다도 훌륭한 부분이 있었다. 이야기만 보자면 외전이 아니라 오히려 본편의 연장선이라고 봐야 할 정도로 완성도가 높은 별책이라 읽고 난 후의 만족감이 대단했다. 도서관 시리즈 본편의 마지막인 도서관 혁명에서 아쉬움을 느낀 독자분이시라면 꼭 별책까지 읽어보기를 권한다.


 시리즈를 모두 읽은 지금에서야 살짝 언급하지만, 지금까지 도서관 시리즈의 표지를 장식했었던 아다바나 스쿠모 작가의 일러스트가 너무나 좋았다. 매 권의 이야기를 읽고 나면 표지에 모든 이야기가 담겨있다는 것을 깨닫고 다시 한번 표지를 살펴보게 된다. 아리카와 히로 작가뿐 아니라 일러스트레이터인 아다바나 스쿠모 작가의 팬이 되어버릴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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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든 슬럼버 - 영화 <골든슬럼버> 원작 소설 Isaka Kotaro Collection
이사카 고타로 지음, 김소영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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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2008년 서점대상 1위에 오른 이사카 코타로(伊坂幸太郎) 작가의 대표작인 골든 슬럼버(ゴールデンスランバー)는 과연 서점대상다운 가독성과 재미가 있었다. 거대한 존재, 혹은 집단에 의해 세워진 철저한 계획에 의하여 난데없이 한순간 총리 암살범으로 몰려 군중과 경찰로부터 숨고 도망치는 3일을 마치 영화를 보는 것처럼 그려낸다.


 그러나 개인적으로는 대단히 아쉬운 작품이 아닐 수 없었다. 막히는 부분 없이 읽히고 나름대로 재미는 있던 작품이지만, 생생한 추격전이라기에는 스릴과 액션, 그리고 세상에 쫓기는 주인공의 참담한 심정이 충분히 묘사되지 않는다. 오히려 이 작품은 그런 스릴을 담은 서스펜스라기보다 세상에 쫓기는 와중에도 결국에는 '신뢰와 믿음'의 힘. 여러사람의 도움으로 어려움을 헤쳐나간다는 일본 소설의 흔한 주제를 담아 놓은 따뜻한 대중 소설이라고 하는 게 옳겠다.


 누명을 뒤집어 쓰고 쫓기는 주인공의 모습을 '케네디 대통령 암살 사건'과의 비유를 통하여 미디어와 공권력에 대한 사회비판을 녹여냈지만, 그마저 충분하지 못하다. 당연하다시피 주인공이 위험할때마다 친구, 혹은 상사, 또는 옛 여자친구 심지어는 연쇄살인범까지 그를 도와주지만 결국 누명을 벗지는 못한다. 사회를 뒤집거나, 맞서 싸우는 등의 거대한 이야기를 보여주지는 못하는 마무리가 안타깝다.


 지루하지 않게 읽을 수 있는 재미는 있지만, 특별히 깊게 마음에 와닿지는 않던 작품. 그 정도의 감상만이 느껴졌다. 서점대상에 8번이나 랭크된 이사카 코타로 작가의 작품 중 유일하게 서점대상 1위를 차지한 소설이라 놀랄만한 스릴을 보여주는 서스펜스나 사회비판적 이야기를 기대했으나 다소 아쉽게 느껴진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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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 혁명 - 라이트 노벨 라이트 노벨 도서관 시리즈
아리카와 히로 지음, 민용식 옮김, 아다바나 스쿠모 그림 / 대원씨아이(단행본)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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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요 한달동안 숨가쁘게 읽어 내려갔던 도서관 시리즈가 결국에는 완결권에 이르렀다. 외전격인 '별책 도서관 전쟁'이 두권 남아있기는 하지만, 외전은 외전일 뿐이기에 실질적으로 이야기는 시리즈의 네번째 권인 이 도서관 혁명(図書館革命)에서 마무리된다.


 유명 작가의 작품과 똑같은 방법으로 침입하여 원자력 발전소를 습격한 테러리스트. 그리고 이어지는 미디어 검열의 강화와 작가에 대한 탄압. 그 탄압에 맞서 작가를 보호하는 도서대와 작가를 확보하려는 양화대의 싸움은 더욱 격해진다. 날라오는 총탄에 맞서 작가를 지켜내며 한편으로는 국가에 맞서 고소하여 대중의 관심을 모아 정치적으로 맞서 이전보다 스릴과 액션이 넘치는 서스펜스가 펼쳐진다.


 '미디어 검열의 비판'을 현실로 이끌어내는 아리카와 히로(有川浩) 작가의 테크닉에 정말 놀랐다. 주인공인 이쿠는 작가인 토우마에게 묻는다. "토우마 선생님은 미디어 양화법이 생기기 전부터 소설을 쓰셨죠? 양화법이 성립되기 전에는 자유로이 쓰실 수 있었나요?" 하지만 기대와는 다르게 토우마 작가는 고개를 내젓는다. '검열이 생기기 전과 별로 바뀌지 않았다.'라고. 이어서 그는 검열이 없던 시절에도 사회의 규제에 눈치를 보며 단어 하나 하나를 조심스럽게 적어야 했다고 말한다. 아리카와 히로 작가는 "검열이 없던 시절"을 언급함으로서 지금 현대 사회에서 악의없이 일어나고있는 규제와 검열에 대해 비판한다.


 '작품에서 등장하는 방법으로 나라를 뒤흔든 테러리스트. 원인이 되었을지도 모르는 작가에 대한 검열을 해야하는가?'


 이번 작품의 주제는 위의 질문 하나로 축약될 듯 하다. 이에 대해 작품 속에서는 '국가가 위험하니 검열은 당연하다'라는 반응 역시 존재한다. (실제로 이럴리는 없지만)이에 대해 도서관 전쟁 속의 일본은 '미디어 양화법'을 강화하고 작가에 대한 검열을 실시해 마침내 헌법으로 규정된 '표현의 자유'를 건들이고 만다.


 작가에 대한 검열은 헌법을 침범한다는 점. 테러의 원인이 유명작에 있다는 것이 명확하지 않다는 점. 무엇보다 테러리스트가 따라할만한 유명작이었다면 국가에서 미리 대비를 했어야한다는 점 등으로 반박이 가능하지만, 그렇다고 할지라도 "국가의 위험" 앞에서는 어떠한 논리가 무색해지는 것도 사실이다. 이에 대한 이야기가 이 작품 속에서는 명백히 한쪽에 편향되어 진행되지만, 그렇다고 쉽게 결론내릴 일은 아닐 것이다.


 단순히 도서관과 양화대의 충돌이 주가 되던 이전 권들과 다르게 국제도서관연맹(International Federation for Library & Information Assocation) 등 국제적인 도서관과의 연계를 다루어 표현의 자유를 억압당하는 사건을 통해 도서관이 추구하는 '자유'가 세계적인 추세와 민주주의 사회 체제속에서 어떠한 역할을 하는지 보여준다. 그러나 이러한 좋은 시도와는 달리 다소 한계점이라고 느껴졌던 것은 작가가 일본의 상황을 지나치게 특수화 했다는 것. 가상의 세계관이기는 하지만, 일본 내의 상황을 국제적인 문제로 만들어 세계가 일본을 탄압하여 검열을 불식시킨다는 식의 결말은 허술하게 느껴진다.


 사회비판을 빼놓지 않으면서도 여전한 유쾌한 재미를 안겨준 도서관 혁명이지만, '마무리'로서는 다소 회의적이다. 물론 너무나 재미있게 읽어온 작품이기에 마무리되어 아쉽다는 감정도 있었지만, '마무리'로서 부족함도 확실히 다가왔다. 이야기적으로는 미디어 검열을 무너뜨리고 사회 개혁을 이루는 이야기 정도를 예상했는데, 사회 개혁은 커녕 도서대와 양화대의 싸움이 그대로 남은 미완성 상태로 끝나버린 이야기에 대한 아쉬움이 컸다. 물론 독서 인생에서도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만한 훌륭한 작품이었지만, 그렇기에 더욱 급하게 막을 내려버린 마무리가 안타깝다. 


 이 도서관 시리즈를 통해 아리카와 히로(有川浩)는 내게 가장 유쾌한 작가로 자리매김했다. 날카로운 사회 비판의 요소가 담겨있기에 자칫하면 무겁게 진행될 수 있는 이야기였지만 그녀의 글에는 소리내어 웃음을 터트릴 수밖에 없었다. 또한 개성적이고 매력적인 등장인물들은 말해 무엇할까. 그러면서도 그 유쾌함 속에 무게와 비판을 빼놓지 않는다. 그녀의 첫인상은 순진하고 바보같지만, 실은 노련한 '양의 탈을 쓴 늑대'같았다.


 라이트(Light)노벨 속에 헤비(Heavy)함을 담아놓은 '사쿠라다 리셋'이나 '그러나 죄인은 용과 춤춘다' 등의 작품에 대한 사랑은 각별하지만, 설마 이렇게 유쾌한 등장인물들과 밝은 이야기. 라이트노벨의 장점을 그대로 가져오면서 사회비판을 담아낸 작품이라니. 일반 소설로도 서점대상에 여러번 올랐지만 아리카와 히로 작가는 여전히 자신을 '라이트노벨 작가'라고 자칭한다. 멋지다. 그녀의 다른 작품들이 더욱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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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 위기 - 라이트 노벨 라이트 노벨 도서관 시리즈
아리카와 히로 지음, 민용식 옮김 / 대원씨아이(만화)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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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리카와 히로(有川浩)의 대표작. 도서관 시리즈가 어느새 마지막을 향해 달려간다. 외전 두 권을 포함하더라도 여섯 권 중 벌써 반을 읽은 셈이니 아쉬운 감정이 솟아오른다. 작가의 유쾌한 필력이 그려나가는 도서대원들의 좌충우돌한 이야기에 소리 내어 웃고 그 가벼운 이야기의 이면에 담겨있는 사랑과 감동. 그리고 강제 미디어 검열법을 두고 항쟁하는 도서관의 모습에서 드러나는 사회 비판이 이루 말할 수 없이 훌륭한 작품이다. 그러나 그만큼 몰입하여 재미있게 읽고 있는 책이기에, 더없이 사랑하는 책이기에 더욱이 바판을 빼놓을 수는 없다.


 평소처럼 주인공인 이쿠의 주변에서 일어나는 가볍고 유쾌한 이야기들로 시작하는 도서관 시리즈는 어느새 자연스럽게 항쟁의 중심으로 옮겨가 총탄이 날아다니고 피가 튀는 전장의 모습을 그려낸다. 사법 제도가 존재하는 민주주의 국가 내부에서 일어나는 도서대와 양화대의 전쟁. 미디어 검열에 대한 이념의 충돌은 손에 땀을 쥐게 만든다.


 그러나 '도서관 전쟁'이라는 제목이 표현하는 이 세계관 자체가 이 작품의 가장 큰 약점이자 커다란 모순으로 다가온다. 사법 제도는 그대로 살아있으면서 법률과 절차를 무시하고 통과된 미디어 검열법, 그리고 그에 대항하기 위하여 역시나 좋을 대로 통과되어버린 도서관법 또한 모순적이지만, 직접 총탄이 오고가는 전쟁 상황으로 들어가면 비약은 더욱 심해진다. 서로 '사상자는 내지 않는다'는 관례를 가지고 있기에 저격을 망설이고, 도서관 내부에 침투한 적군을 포로로 잡았음에도 '병원에서 치료를 받게 하면 양화대가 알아서 회수해 갈 것이다'라는 등 특공대가 조직되어 강도 높은 훈련을 받는 비장함 속에 허술함이 담겨있어 아쉬움을 남긴다. 이 모순점은 1권이었던 '도서관 전쟁'부터 계속해서 지적해왔는데, 3권인 도서관 위기(図書館危機)역시 이를 해소하지는 못한다.


 도서관 위기에서 주인고인 이쿠와 주변 인물들은 도서관 내부의 치한문제로 골치를 썩인다. 그리고 치한을 잡기 위하여 그들은 미인인 시바사키와 이쿠를 미끼로 삼는 '미끼 수사'를 계획한다. 법률에는 분명히 미끼 수사를 금지하는 조항이 있지만, 이 소설 속의 가상 법률인 도서관법 제4장에는 '시행령으로 보칙된 수사관에 대해 도서관에 관한 문제에 한해 이들을 인정한다.'라는 대단히 포괄적이고 애매한 법률이 존재한다. 이것은 다시 말하자면 '도서관 내부에서 일어나는 일이라면 아무래도 좋다.'라고 확대해석이 가능한 애매하고, 포괄적이며, 말도 안 되는 법률인 것이다. 실제로 "미끼 수사는 법률위반이야!"라고 외치는 범인에게 "그건 경찰의 경우지. 도서대에서는 뭐든 다 되는걸."이라고 대답하는 내용이 등장한다. 아무리 정의를 위해서라지만, 법률의 취약점을 파고드는 그릇된 방법으로 해결해도 되는 것일까? 2권이었던 '도서관 내란'에서 안겨준 '그릇된 방법'에 대한 시사점과 교훈에 정확히 위배되는 일이 아닌가. 이런 모순점은 단순히 치한 문제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금칙어에 대한 재판이나 도서대와 양화대의 직접적인 전투에서는 더욱 심화된다. 미디어 양화법으로 제정된 금칙어에 대해 소송을 걸어 한 잡지의 출판에만 예외로 한다던지, 도서대와 양화대의 전투 시작시간을 현에서 정해준다던지... 애초에 이런 허술한 법률로 검열이 유지될 수 있는 것일까? 사회 비판과 읽는 재미를 위한 작품의 가장 큰 요소가 가장 치명적인 약점으로 돌아오다니. 실로 아이러니한 일이다.


 그것에 더해 이 '도서관 전쟁' 시리즈에서는 너무 한쪽의 의견에만 치중되어 있다는 느낌도 받는다. 이 작품에는 그 가벼움과 유쾌함과는 상반되게도 '미디어 검열'에 대한 직설적이고 무거운 사회 비판이 깔려있다. 이는 곧 작품 자체의 주제의식이자 작가가 독자에게 말하고자 하는 바일 것이다. 나 역시 이 작품의 그런 면에서 많은 공감과 시사점을 얻었으나 이 작품은 조금 한쪽에만 치우쳐있는 경향이 있다. 작가가 독자에게 무언가를 전달하려는 말은 별 수 없이 작가의 개인적 사상과 의지가 들어갈 수밖에 없다. 그러나 그렇다 할지라고 작가라면 독자가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할 수 있게끔 객관적인 요소를 집어넣어 중립적인 태도를 지켜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실제로는 어렵다고 할지라도 작가는 중립적인 태도를 지키기 위해서 노력해야한다. 그러나 이 작품은 너무 '미디어 양화법'으로 대표되는 미디어 검열을 비판하고, 그들의 악독한 행위(침략과 약탈) 등을 강조한다. 그런 부정적인 면을 그린다고 할지라도 미디어 검열법의 긍정적인 면과 필요성을 어느 정도 담아냈어야 하지 않을까?


 "계급장을 결정할 때 의장에 카밀레를 넣기로 정한 사람도 사령관님이다. 카밀레의 꽃말을 알고 있나."

 "아니요."

 이쿠가 알고 있는 카모마일ㅡ카밀레는 마거릿을 닮은 하얗고 귀여운 꽃으로. 허브나 아로마의 대표격. 사과 비슷한 달콤한 향기가 나고 허브티를 끓이면 초심자에게 잘 맞는 부드러운 맛이 난다.

 "수줍음이나 첫사랑?"

 카밀레의 사랑스러운 꽃 모양에 어울릴 법한 말들을 아무렇게나 말해본 이쿠에게 도조는 진지한 얼굴로 대답했다.

 "'고난 속의 힘'."

 가슴을 꿰뚫린 듯 일순 숨이 멎었다.

 그것은ㅡ대체 그 얼마나 도서대의 결의에 어울리는 말인가.


 이러한 (작품이 끝날 때까지 해소될 수 없는)모순점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 책을 너무나 사랑한다. 책을 읽으면서 소리 내어 웃을 수 있는 유쾌함을 받은 것은 오랜만이고, 그 유쾌함 속에서 우러나오는 깊은 감동은 가슴을 뒤흔든다. 이번 이야기의 주인공은 1권부터 강력한 카리스마를 뽐내던 이나미네 사령관이 아닐까 싶다. '히노의 악몽' 사건에서 한쪽 다리와 아내를 잃어버리고 도서대를 조직한 장본인. 그리고 그 아내가 좋아하던 꽃인 카밀레. 그 꽃말을 들었을 때 주인공인 이쿠는 물론 나 역시 전율과 같은 감동을 받으며 등줄기가 곧게 펴졌다. 그리고 이번 사건을 통해 이루어지는 마무리는 아쉬움과 여운을 안겨준다. 항상 가장 뒤편에 있던 등장인물임에도 그 누구보다 영향력이 강했다.


 더욱이 그 속에 담겨있는 사회 비판은 어떤가. 이번 이야기에서 작가는 약자를 골라 끔찍한 짓을 저지르는 치한을 규탄하기도 하고 무분별한 금칙어의 선정을 비판하기도 한다. 그 무엇보다도 이번 이야기에서 가장 중요했던 것은 도서대와 양화대의 전쟁을 통하여 이루어낸 '무저항주의'에 대한 논의이다.


 이바라키 현에서 미디어 양화법을 비판하는 미술작품이 최우수 작품으로 선정된다. 이에 이바라키 현에서는 미술전에 양화대원들이 침투해 미술작품을 손상시키는 것에 대비하여 특수부대에 지원을 요청한다. 이바라키 현립도서관의 방위대를 쓰지 않고 어째서 특수부대에서 지원을 나가야하는지 의문인 상태로 이바라키 현에 도착해보니 그곳에는 무저항주의 시민단체가 도서관의 상층부를 장악하고 있었다.


 이를 통해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전쟁이 시작된 오래 전부터 지금까지 해결되지 않은(애초에 정답이 존재하지 않는) 항쟁과 테러리즘에 대한 고민과도 맞닿아있다. 비폭력인가, 폭력인가. 폭력이라면 사물에 대한 폭력인가, 사람에 대한 폭력인가, 집단에 대한 폭력인가. 물론 이는 답이 존재하지 않는다. 작가는 작품에서 '무저항주의는 숭고하지만, 무저항이 통할 때에나 가능한 일이다.'라고 말하지만 우리나라 광복에 가장 큰 힘이 되었던 무저항운동. 3.1운동의 역사와 힘. 세계에 끼친 영향력을 알고 있는 우리로서는 쉽게 대답할 일이 아니다. 그러나 적이 우리를 유린하고자 총과 칼로 무장하고 들이닥치는데 무작정 생각 없이 무저항운동을 펼친다면 그것은 분명 미련한 짓일 것이다. 무저항운동인 이 '도서관 전쟁'처럼 대다수의 국민이 무관심한 세상이 아니라, 다수의 사람들이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대응할 수 있을 때. 모두가 힘을 합쳐야 가능한 것이며, 그것을 무작정 지지하는 사상은 어리석을 뿐이라는 것이 작가가 말하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이번 이야기에도 역시 '무저항주의 시민단체의 흑막' 등에서 드러나는 작가의 치우친 의견 표현은 다소 아쉽기도 했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이만큼 유쾌한 작품 뒤에서 드러나는 본질에 대한 질문과 시사점은 이루 말할 수 없이 깊다. 감탄하고 싶을 정도로 깊고, 아름다운 작품임에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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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호로 역 다다 심부름집 - 제135회 나오키 상 수상작
미우라 시온 지음, 권남희 옮김 / 들녘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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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에는 최고의 대중문학 작가에게 주어지는 상이 두 가지 존재한다. 하나는 일본 최고의 대중문학상인 나오키상이고 다른 하나는 서점 직원들이 직접 투표하여 매년 '가장 팔고 싶은 책'을 뽑는 서점대상이다. 전자는 소설가와 평론가들이 평가하는 만큼 대중문학상이라고 하더라도 문학성이 평가 기준에 포함되고 후자는 일본 전국의 서점 직원들이 직접 뽑는 만큼 실용성과 대중성이 우선시된다. 이 두 상을 모두 차지한 미우라 시온(三浦しをん) 작가는 그만큼 대중성과 문학성을 동시에 높이 평가받고 있는 작가라고 할 수 있겠다. 2012년 서점대상 수상작. 열정과 감동을 안겨주었던 역작 '배를 엮다'를 읽고 미루아 시온 작가에게 빠져들었으니 이번에는 제135회 나오키상을 수상한 마호로 역 다다 심부름집(まほろ駅前多田便利軒)을 읽어 볼 차례이다.


 "하지만 아직 누군가를 사랑할 기회는 있어. 네가 받지 못했던 걸 네가 원하는 모습 그대로 새롭게 누군가한테 줄 수 있다고. 아직 그 기회는 남아 있어."


 마호로 역 다다 심부름집에는 지역 밀착형 심부름집을 하고 있는 '다다'라는 주인공이 등장한다. 아들인척하고 할머니의 문병가기, 창고 정리 및 정원 청소하기, 고양이 사료주기, 버스 운행시간 체크하기 등 평소와 같은 잡일을 하고 있던 다다의 앞에 '교텐'이라는 고등학교 동창이 나타나 '갈 곳이 없다'며 떡하니 심부름집에 들어앉는다. 그리고 소심하고 침착하지만 오지랖은 넓은 다다와 이성보다 직감적으로 움직이는 괴짜 교텐의 심부름집 이야기가 펼쳐진다.


 이런 녀석이었구나. 제멋대로 말하고, 남이고 자신이고 아무래도 좋다는 듯 행동하지만. 사실은 누구보다 따뜻한 마음을 가슴속 깊이 감춰두고 있었어.


 심부름집을 운영하며 착실하게 밑바닥 인생을 살고 있는 주인공의 옆을 은근슬쩍 차지해버리는 친구. 그리고 그 친구와 여러 가지 사건을 해결하며 삶과 교훈을 배워나가는 이야기. 이 마호로 역 다다 심부름집 역시 그런 흔한 힐링 소설의 유형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적어도 '배를 엮다'에서 빛났던 독창성이 보이지 않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여타 다른 힐링 소설들과 조금 달랐던 것은 주인공과 친구의 어두운 과거, 그리고 사건에 연루되는 주변 인물들의 범상치 않은 모습에 있다. 착실하게 공부하여 그럭저럭 괜찮은 회사에서 근무하던 다다가 아내와 이혼 후 심부름집을 운영하는 모습에서 우리는 밑바닥 인생을 살펴보게 된다. 그리고 그 심부름집에 모여드는 갈 곳이 없게 되어버린 친구, 창녀, 양아치, 범죄에 연루된 소년, 살인자의 단짝 친구, 그리고 강아지. 그들과 펼쳐나가는 힐링 소설이라기에는 다소 과격한 스릴러를 읽어 내려가다 보면 어느새 사건이 아니라 주인공인 다다의 어두운 과거에 눈이 돌아간다. 그들의 냉소적인 태도를 보고 있자면 '어떻게 살아왔길래'라는 궁금증이 자연스럽게 떠오르게 된다. 그리고 직감적으로 대응하며 어느새 '상처는 아물기 마련이야'라고 위로하는 교텐의 모습에서 삶의 희망을 찾는 다다를 보며 독자인 '나' 역시 위로와 희망을 받는다. 다다는 밑바닥 인생의 마지막에 말한다. '행복은 재생된다'고...


 루저들이 인생이 그려내는 가벼운 이야기 속에 무거운 주제를 담아내는 미우라 시온 작가의 재치가 넘치는 작품이다. 그러나 주관적인 감상을 적자면, '배를 엮다'에 비해서는 미숙한 작품이었다고 말하고 싶다. 이 작품 역시 볼만했던 괜찮은 작품이지만, 독창성 부분은 물론, 읽는 재미, 주제의식을 독자에게 전달하는 힘 등이 아쉽게 느껴졌던 것은 사실이다.


출처 : http://tlqtown.blogspo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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