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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책 도서관전쟁 1
아리카와 히로 지음, 권미량 옮김, 아다바나 스쿠모 그림 / 대원씨아이(단행본) / 2010년 3월
평점 :
절판
'도서관 혁명'을 마지막으로 완결이 났을 도서관 시리즈가 '여러가지 어른들의 사정'으로 인하여 출판된 것이 외전격인 별책 도서관 전쟁(別冊図書館戦争)이다. 제목부터가 외전이라고 광고하고 있는데다 작가 역시 "본편과는 관련이 없는 스핀오프 작품이기 때문에 무시하셔도 괜찮습니다."라고 말하고 있어 외전격의 이야기 정도만을 기대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모두 읽고 난 지금 나는 여러분께 이 책을 "도서관 전쟁 시리즈를 읽었다면 꼭 읽어야 할 필독서"라고 말해주고 싶다.
'도서관 시리즈'는 7월 한 달 가량 내 마음을 가져간 작품이고, 그만큼 빠져들어 재미있게 읽었지만, 사실 마무리는 '도서관 혁명'의 감상에도 적었듯이 대단히 아쉬웠다. 급하게 막을 내려버린 마무리에 실망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그런 아쉬움은 이 '별책 도서관 전쟁'에서 완벽하게 해소된다. 깔끔한 마무리는 물론, 못 다한 이쿠와 도조의 결혼 생활, 본편에서 회수되지 못했던 시바사키와 테즈카의 사랑 이야기 등이 펼쳐져 작가의 말과는 다르게 도서관 시리즈의 독자라면 필수로 읽고 넘어가야 할 책임에 틀림없다.
본편에서 보여주었던 아리카와 히로(有川浩) 작가의 유쾌한 필력은 여전하다. 그러나 정말 의외였던 것은 본편에 비해 수위가 상당히 높다는 것. 1권의 목차에는 <만지고 싶고 만져줬으면 싶은 2월>이라던지, <눌러 참는 목소리> 등의 소제목과 그에 따른 약간은 야한 에피소드도 등장한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성인물은 아니고, 약간의 수위 덕분인지 더욱 생생한 이야기 진행이 펼쳐지지 않았나 싶다.
2권의 마지막이자 도서관 시리즈의 진정한 완결이라고 할 수 있는 <등을 맞댄 두 사람>은 대단히 인상적이었다. 도서관 시리즈 전체를 통틀어서 가장 잔인하다고 볼 수 있는 잔혹한 사건이 펼쳐져 스릴이 넘치기도 했거니와, 본편에서 회수되지 못했었던 시바사키와 테즈카의 사랑이 이루어지는 이야기이기도 했다. 어떤 의미로는 이쿠와 도조 커플보다도 훨씬 빙빙 돌아가 버린 두 사람 때문에 속이 터질 지경이었다. 그리고 진정한 마무리를 읽고 나서는 넘쳐오르는 행복감에 대단히 만족했다. 사실 건배 장면정도로 마무리 하려고 했었던 작가였지만, "뒤끝이 너무 찝찝하다"며 라스트까지 행복한 묘사를 해달라는 남편의 요구에 이러한 완결이 되었다고 한다. 남편분께 감사하고 또 감사할 따름이다.
작가 스스로 말했듯이 양화대와의 직접적인 싸움은 없지만, 외전격의 책임에도 이 작품 속에는 여전히 미디어 검열에 대한 사회비판이 녹아들어가 있다. 그런 면에서는 이쿠와 도조 커플의 사랑 이야기가 주로 들어가 있는 1권보다, 주변 인물들의 이야기가 들어가 있는 2권이 훨씬 재미있었고 시사점도 많았다.
2권의 시작인 <만약 타임머신이 있다면>에서 펼쳐진 오가타 부대장의 이야기는 훌륭하다. 원래 양화대원이었던 오가타는 강제 미디어 검열법인 양화법에 대해서 제대로 알고 있었던 것이 없었다. 그저 '거북한 부서에 배속되었다'는 정도의 안일한 생각을 가지고 상관의 명령에 따라 수동적으로 책을 몰수하고 다녔다. 그러나 그는 어떠한 사건으로 인하여 결국 소중한 사람을 잃고 도서대원이 된다. 나는 오가타의 모습에서 '검열법에 대한 무관심한 국민'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자유를 침해하는 법륭에 대해서 무관심한 결과 소중한 것을 잃게 되는 오가타의 모습이 결코 낯설지 않다. 이러한 모습을 통하여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역설적으로 검열법에 모두가 관심을 가지고 대응해야 소중한 것을 지킬 수 있다는 교훈이 아닐까.
유쾌함과 재미는 잃지 않으면서 오히려 이야기의 구조는 본편보다도 훌륭한 부분이 있었다. 이야기만 보자면 외전이 아니라 오히려 본편의 연장선이라고 봐야 할 정도로 완성도가 높은 별책이라 읽고 난 후의 만족감이 대단했다. 도서관 시리즈 본편의 마지막인 도서관 혁명에서 아쉬움을 느낀 독자분이시라면 꼭 별책까지 읽어보기를 권한다.
시리즈를 모두 읽은 지금에서야 살짝 언급하지만, 지금까지 도서관 시리즈의 표지를 장식했었던 아다바나 스쿠모 작가의 일러스트가 너무나 좋았다. 매 권의 이야기를 읽고 나면 표지에 모든 이야기가 담겨있다는 것을 깨닫고 다시 한번 표지를 살펴보게 된다. 아리카와 히로 작가뿐 아니라 일러스트레이터인 아다바나 스쿠모 작가의 팬이 되어버릴 것만 같다.
출처 : http://tlqtown.blogspot.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