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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호로 역 다다 심부름집 - 제135회 나오키 상 수상작
미우라 시온 지음, 권남희 옮김 / 들녘 / 2007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일본에는 최고의 대중문학 작가에게 주어지는 상이 두 가지 존재한다. 하나는 일본 최고의 대중문학상인 나오키상이고 다른 하나는 서점 직원들이 직접 투표하여 매년 '가장 팔고 싶은 책'을 뽑는 서점대상이다. 전자는 소설가와 평론가들이 평가하는 만큼 대중문학상이라고 하더라도 문학성이 평가 기준에 포함되고 후자는 일본 전국의 서점 직원들이 직접 뽑는 만큼 실용성과 대중성이 우선시된다. 이 두 상을 모두 차지한 미우라 시온(三浦しをん) 작가는 그만큼 대중성과 문학성을 동시에 높이 평가받고 있는 작가라고 할 수 있겠다. 2012년 서점대상 수상작. 열정과 감동을 안겨주었던 역작 '배를 엮다'를 읽고 미루아 시온 작가에게 빠져들었으니 이번에는 제135회 나오키상을 수상한 마호로 역 다다 심부름집(まほろ駅前多田便利軒)을 읽어 볼 차례이다.
"하지만 아직 누군가를 사랑할 기회는 있어. 네가 받지 못했던 걸 네가 원하는 모습 그대로 새롭게 누군가한테 줄 수 있다고. 아직 그 기회는 남아 있어."
마호로 역 다다 심부름집에는 지역 밀착형 심부름집을 하고 있는 '다다'라는 주인공이 등장한다. 아들인척하고 할머니의 문병가기, 창고 정리 및 정원 청소하기, 고양이 사료주기, 버스 운행시간 체크하기 등 평소와 같은 잡일을 하고 있던 다다의 앞에 '교텐'이라는 고등학교 동창이 나타나 '갈 곳이 없다'며 떡하니 심부름집에 들어앉는다. 그리고 소심하고 침착하지만 오지랖은 넓은 다다와 이성보다 직감적으로 움직이는 괴짜 교텐의 심부름집 이야기가 펼쳐진다.
이런 녀석이었구나. 제멋대로 말하고, 남이고 자신이고 아무래도 좋다는 듯 행동하지만. 사실은 누구보다 따뜻한 마음을 가슴속 깊이 감춰두고 있었어.
심부름집을 운영하며 착실하게 밑바닥 인생을 살고 있는 주인공의 옆을 은근슬쩍 차지해버리는 친구. 그리고 그 친구와 여러 가지 사건을 해결하며 삶과 교훈을 배워나가는 이야기. 이 마호로 역 다다 심부름집 역시 그런 흔한 힐링 소설의 유형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적어도 '배를 엮다'에서 빛났던 독창성이 보이지 않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여타 다른 힐링 소설들과 조금 달랐던 것은 주인공과 친구의 어두운 과거, 그리고 사건에 연루되는 주변 인물들의 범상치 않은 모습에 있다. 착실하게 공부하여 그럭저럭 괜찮은 회사에서 근무하던 다다가 아내와 이혼 후 심부름집을 운영하는 모습에서 우리는 밑바닥 인생을 살펴보게 된다. 그리고 그 심부름집에 모여드는 갈 곳이 없게 되어버린 친구, 창녀, 양아치, 범죄에 연루된 소년, 살인자의 단짝 친구, 그리고 강아지. 그들과 펼쳐나가는 힐링 소설이라기에는 다소 과격한 스릴러를 읽어 내려가다 보면 어느새 사건이 아니라 주인공인 다다의 어두운 과거에 눈이 돌아간다. 그들의 냉소적인 태도를 보고 있자면 '어떻게 살아왔길래'라는 궁금증이 자연스럽게 떠오르게 된다. 그리고 직감적으로 대응하며 어느새 '상처는 아물기 마련이야'라고 위로하는 교텐의 모습에서 삶의 희망을 찾는 다다를 보며 독자인 '나' 역시 위로와 희망을 받는다. 다다는 밑바닥 인생의 마지막에 말한다. '행복은 재생된다'고...
루저들이 인생이 그려내는 가벼운 이야기 속에 무거운 주제를 담아내는 미우라 시온 작가의 재치가 넘치는 작품이다. 그러나 주관적인 감상을 적자면, '배를 엮다'에 비해서는 미숙한 작품이었다고 말하고 싶다. 이 작품 역시 볼만했던 괜찮은 작품이지만, 독창성 부분은 물론, 읽는 재미, 주제의식을 독자에게 전달하는 힘 등이 아쉽게 느껴졌던 것은 사실이다.
출처 : http://tlqtown.blogspot.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