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 혁명 - 라이트 노벨 라이트 노벨 도서관 시리즈
아리카와 히로 지음, 민용식 옮김, 아다바나 스쿠모 그림 / 대원씨아이(단행본) / 2009년 1월
평점 :
품절


 요 한달동안 숨가쁘게 읽어 내려갔던 도서관 시리즈가 결국에는 완결권에 이르렀다. 외전격인 '별책 도서관 전쟁'이 두권 남아있기는 하지만, 외전은 외전일 뿐이기에 실질적으로 이야기는 시리즈의 네번째 권인 이 도서관 혁명(図書館革命)에서 마무리된다.


 유명 작가의 작품과 똑같은 방법으로 침입하여 원자력 발전소를 습격한 테러리스트. 그리고 이어지는 미디어 검열의 강화와 작가에 대한 탄압. 그 탄압에 맞서 작가를 보호하는 도서대와 작가를 확보하려는 양화대의 싸움은 더욱 격해진다. 날라오는 총탄에 맞서 작가를 지켜내며 한편으로는 국가에 맞서 고소하여 대중의 관심을 모아 정치적으로 맞서 이전보다 스릴과 액션이 넘치는 서스펜스가 펼쳐진다.


 '미디어 검열의 비판'을 현실로 이끌어내는 아리카와 히로(有川浩) 작가의 테크닉에 정말 놀랐다. 주인공인 이쿠는 작가인 토우마에게 묻는다. "토우마 선생님은 미디어 양화법이 생기기 전부터 소설을 쓰셨죠? 양화법이 성립되기 전에는 자유로이 쓰실 수 있었나요?" 하지만 기대와는 다르게 토우마 작가는 고개를 내젓는다. '검열이 생기기 전과 별로 바뀌지 않았다.'라고. 이어서 그는 검열이 없던 시절에도 사회의 규제에 눈치를 보며 단어 하나 하나를 조심스럽게 적어야 했다고 말한다. 아리카와 히로 작가는 "검열이 없던 시절"을 언급함으로서 지금 현대 사회에서 악의없이 일어나고있는 규제와 검열에 대해 비판한다.


 '작품에서 등장하는 방법으로 나라를 뒤흔든 테러리스트. 원인이 되었을지도 모르는 작가에 대한 검열을 해야하는가?'


 이번 작품의 주제는 위의 질문 하나로 축약될 듯 하다. 이에 대해 작품 속에서는 '국가가 위험하니 검열은 당연하다'라는 반응 역시 존재한다. (실제로 이럴리는 없지만)이에 대해 도서관 전쟁 속의 일본은 '미디어 양화법'을 강화하고 작가에 대한 검열을 실시해 마침내 헌법으로 규정된 '표현의 자유'를 건들이고 만다.


 작가에 대한 검열은 헌법을 침범한다는 점. 테러의 원인이 유명작에 있다는 것이 명확하지 않다는 점. 무엇보다 테러리스트가 따라할만한 유명작이었다면 국가에서 미리 대비를 했어야한다는 점 등으로 반박이 가능하지만, 그렇다고 할지라도 "국가의 위험" 앞에서는 어떠한 논리가 무색해지는 것도 사실이다. 이에 대한 이야기가 이 작품 속에서는 명백히 한쪽에 편향되어 진행되지만, 그렇다고 쉽게 결론내릴 일은 아닐 것이다.


 단순히 도서관과 양화대의 충돌이 주가 되던 이전 권들과 다르게 국제도서관연맹(International Federation for Library & Information Assocation) 등 국제적인 도서관과의 연계를 다루어 표현의 자유를 억압당하는 사건을 통해 도서관이 추구하는 '자유'가 세계적인 추세와 민주주의 사회 체제속에서 어떠한 역할을 하는지 보여준다. 그러나 이러한 좋은 시도와는 달리 다소 한계점이라고 느껴졌던 것은 작가가 일본의 상황을 지나치게 특수화 했다는 것. 가상의 세계관이기는 하지만, 일본 내의 상황을 국제적인 문제로 만들어 세계가 일본을 탄압하여 검열을 불식시킨다는 식의 결말은 허술하게 느껴진다.


 사회비판을 빼놓지 않으면서도 여전한 유쾌한 재미를 안겨준 도서관 혁명이지만, '마무리'로서는 다소 회의적이다. 물론 너무나 재미있게 읽어온 작품이기에 마무리되어 아쉽다는 감정도 있었지만, '마무리'로서 부족함도 확실히 다가왔다. 이야기적으로는 미디어 검열을 무너뜨리고 사회 개혁을 이루는 이야기 정도를 예상했는데, 사회 개혁은 커녕 도서대와 양화대의 싸움이 그대로 남은 미완성 상태로 끝나버린 이야기에 대한 아쉬움이 컸다. 물론 독서 인생에서도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만한 훌륭한 작품이었지만, 그렇기에 더욱 급하게 막을 내려버린 마무리가 안타깝다. 


 이 도서관 시리즈를 통해 아리카와 히로(有川浩)는 내게 가장 유쾌한 작가로 자리매김했다. 날카로운 사회 비판의 요소가 담겨있기에 자칫하면 무겁게 진행될 수 있는 이야기였지만 그녀의 글에는 소리내어 웃음을 터트릴 수밖에 없었다. 또한 개성적이고 매력적인 등장인물들은 말해 무엇할까. 그러면서도 그 유쾌함 속에 무게와 비판을 빼놓지 않는다. 그녀의 첫인상은 순진하고 바보같지만, 실은 노련한 '양의 탈을 쓴 늑대'같았다.


 라이트(Light)노벨 속에 헤비(Heavy)함을 담아놓은 '사쿠라다 리셋'이나 '그러나 죄인은 용과 춤춘다' 등의 작품에 대한 사랑은 각별하지만, 설마 이렇게 유쾌한 등장인물들과 밝은 이야기. 라이트노벨의 장점을 그대로 가져오면서 사회비판을 담아낸 작품이라니. 일반 소설로도 서점대상에 여러번 올랐지만 아리카와 히로 작가는 여전히 자신을 '라이트노벨 작가'라고 자칭한다. 멋지다. 그녀의 다른 작품들이 더욱 궁금하다.


출처 : http://tlqtown.blogspo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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