덧없는 양들의 축연
요네자와 호노부 지음, 최고은 옮김 / 북홀릭(bookholic)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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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네자와 호노부(米澤穂信)는 2001년 <고전부(古典部) 시리즈>의 시작인 <빙과(氷菓)>로 제5회 카도카와 학원 소설 대상을 수상하며 데뷔했다. 라이트노벨 쪽과는 거리가 멀어보여 설마 이 <빙과(氷菓)>가 내가 아는 그 빙과인가 싶었는데 확실히 얼마전까지 애니메이션화 되어 방영했었던 빙과(氷菓)의 원작 소설이었다. 그래서인지는 몰라도 요네자와 호노부(米澤穂信)의 글에서는 본격 미스테리 소설이라기보다 오츠이치(乙一)의 글과 같은 엔터테인먼트한 재미가 느껴졌다. '바벨의 모임'이라는 소재를 중심으로 이루어진 5편의 단편이 수록되어있는 이 <덧없는 양들의 축연(儚い羊たちの祝宴)>은 요네자와 호노부(米澤穂信)가 2008년에 출판한 책이다.

호러 테이스트의 블랙 미스터리 연작 소설
마지막 한 줄의 반전의 묘미

일본 미스터리계에 새로운 바람을 몰고 온 요네자와 호노부의 미스터리 연작소설이다. 파격적이고 감각적인 연출이 돋보이는 『인사이트 밀』로 주목을 받은 저자는 이 책을 통해 모든 단편이 ‘마지막 한 줄’의 반전을 가지는 매력적인 작품들을 선보이며 색다른 미스터리의 묘미를 전해준다. 상류계급의 영애들만 가입할 수 있는 비밀스러운 독서모임인 '바벨의 모임'에 소속된 영애들과 그 하녀들을 둘러싼 차갑고 매혹적인 이야기들가 흥미진진하게 전개된다.

요네자와 호노부의 작품에는 기이한 이야기들이 돋보인다. 귀족집안에서 매년 되풀이되는 의문의 살인사건, 죽음 직전에 남긴 보랏빛 수수께끼의 초상화, 눈 덮인 산에 홀로 서 있는 외딴 산장과 조난자, 신비한 이력의 요리사가 만들어 내는 어느 누구도 먹어 본 적 없는 음식 이야기 등 환상적이고 기인한 소재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기묘하고 신비한 느낌을 전하는 소재로 충격적인 반전이 있는 강렬한 결말을 끌어낸다.

 <덧없는 양들의 축연(儚い羊たちの祝宴)>은 <집안에 변고가 생겨서>, <북관의 죄인>, <산장비문>, <타마노 이스즈의 명예>, <덧없는 양들의 만찬>. 이렇게 다섯편의 단편으로 구성되어 있다. '마지막 한 줄의 반전의 묘미'라는 말로 글의 소개를 장식했으나 미스테리에서 바라는 듯한 충격적인 반전이라기 보다는 읽는 도중 마음속에서 스멀스멀 올라오는 의심을 걷어내는 반전. 인물의 행동의 원인을 부여하는 결말이라고 할 수 있겠다. 현실과는 동떨어진 어두운 환상을 구현화한 작품. 무언가 엄청나게 재미있다거나 뚜렷한 작품은 아니었지만 빨려들게 만드는 어두운 매력이 존재했다. 이 엔터테인먼트한 부분이 오츠이치(乙一)의 글을 떠오르게 만들었다.
 가장 인상 깊었던 단편은 <북관의 죄인>이었다. 밝고 희망차게 진행되던 이야기의 마지막에 던져진 충격적인 반전이 재미있었다. 오래된 명문가의 음모같은 것에서 시사되는 점도 있었다. <타마노 이스즈의 명예> 또한 볼만했는데 역시나 오래된 명문가의 이야기에 등장하는 등장 인물들이 귀엽고 재미있다.

 이 <덧없는 양들의 축연(儚い羊たちの祝宴)>에는 글 전체에 다른 작품들이 많이 언급되고 그 책들로 이야기를 진행시킨다. 문학성이 뛰어난 사람에게는 장점이었을지 모르나 이 소설에 등장한 책을 하나도 읽어보지 않았던(심지어 도구라마구라조차 읽지 않았다) 나로서는 엄청난 단점으로 다가왔다. 이 책들을 모두 읽었더라면 더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을텐데...
 소재인 '바벨의 모임'이 사실 그리 크게 중요하지 않았던 것도 그렇고 뚜렷한 주제를 드러내는 소설이 아니라 크게 추천할 수는 없지만 읽을만한 재미있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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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드 아트 온라인 10 - 앨리시제이션 러닝, J Novel
카와하라 레키 지음, 김완 옮김, abec 그림 / 서울문화사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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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수께끼의 판타지 세계에 흘러들고 만 키리토. VRMMO틱한 그 공간에서 처음 만난 소년,유지오.
라고는 도저히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감정이 풍부한 소년과 함께 키리토는 중앙도시 〈센트리아〉로 향한다.
그리고 그렇게 2년 흘렀다-.
키리토와 유지오는 〈북 센트리아 제립 수검학원〉의 〈초등연사〉가 되어 각각 선배인 솔티리나와 고르고로소의 지도를 받으며, 인계 최강의 질서집행자 〈정합기사〉를 목표로 매일 단련의 나날을 보낸다.
중앙도시를 다스리는 〈공리교회〉의 중추에 도달하기 위해, 두 사람은 수많은 장애물을 떨쳐내고 학원에 겨우 열두 명밖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상급수검사〉를 목표고 정진한다-!

 전권 <엘리시제이션 비기닝(アリシゼーション・ビギニング)에서는 다소 종잡을 수 없었던 이 <엘리시제이션(アリシゼーション)> 시리즈의 이야기를 이어진 10권 <엘리시제이션 러닝(アリシゼーション・ランニング)>에서는 제대로 이해할 수 있었다.
 죽기 직전의 가사 상태까지 빠지게 된 키리토와 그 키리토의 치료와 이해관계가 맞물린 '프로젝트 엘리시제이션'. 카와하라 레키(川原 礫)가 3,4권 전체를 희생시키면서( = 시스템 오류로 시작되는 졸렬한 망작을 만들면서)까지 구축한 카야바 아키히코의 카디널 시스템 축소판. '더 시드'를 이용한 가상현실 세계는 가면 갈수록 더 빛을 발하는 듯 하다. 이제는 가상현실과 현실이 링크(Link)되는 수준을 넘어 가상현실이 현실을 먹어버리는 이야기까지 보이는 <소드 아트 온라인(ソードアート・オンライン)>의 거대한 세계관이 감탄스럽다. 이야기의 추세를 보건대 나중에는 현실에 적용되기 시작한 가상현실의 폭주와 그것으로부터 세상을 지키기 위해 검 한자루를 들고 싸우는 키리토와 동료들의 이야기라던지, 비슷한 양상의 스토리가 나올법하다.
 세계관을 제외하고서라도 이 '언더월드'에서 활약하는 키리토의 이야기 역시 재미있다. 아인크라드의 소드스킬을 사용할 수 있는 먼치킨 키리토의 활약상은 가슴을 시원하게 만든다. 후반의 꽃에 관련된 이야기는 역시나 오그라들었지만... 눈물을 흘리며 '모두 나에게 힘을!!'이라고 외치는 부분이 역시나 삼류 연극같다. 물론 초반의 <소드 아트 온라인(ソードアート・オンライン)>처럼 심한 이야기는 아니라 버틸만하다. 이전에 비해 많이 발전한 카와하라 레키(川原 礫)의 필력이 훌륭하다.
 '프로젝트 엘리시제이션'을 이용한 A.I연구가 VRMMO월드, 즉 '더 시드'를 이용하여 진행되고 있다는 초반 부분의 설명을 읽었을 때에는 소름이 돋았다. 책 뒤에서 카야바 아키히코로 형상화 된 카와하라 레키(川原 礫)가 웃고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다른 양산형 게임 소설에서는 '20xx년, 신기술로 엄청난 인공지능이 개발되었다'라는 한구절로 끝나는 세계관을 이 SAO에서는 하나한 발전과정을 보여준다. 항상 책의 반 정도가 설정 설명이라는 것을 제외하고서라도 카야바 아키히코가 자신의 몸을 불태우면서까지 만들려던 미래의 이 세계관이야 말로 SAO의 진정한 주인공이 아닐까.

 아마 12월에 정발 될 외전격 <프로그레시브(プログレッシブ)> 1권이나 12월 10일에 일본에서 출판 예정인 11권. <엘리시제이션 터닝(アリシゼーション・ターニング)>도 기대된다. 터닝(Turning)이라고 하는걸보니 아마 12권이나 13권쯤 가야 엘리시제이션 시리즈가 완결날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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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죄
미나토 카나에 지음, 김미령 옮김 / 북홀릭(bookholic)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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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각 편마다 짧은 호흡으로 빠르게 진행되는 이야기와 소름돋는 반전으로 그려낸 섬뜩한 이야기. 2008년 <고백(告白)>으로 성공적으로 데뷔한 미나토 카나에(湊かなえ)는 그 다음해에 <소녀(少女)>와 <속죄(贖罪)>를 출판한다. <고백(告白)>만큼의 충격이나 대중성은 없었던 것이 아쉽지만 두번째로 접하게 된 미나토 카나에(湊かなえ)의 글인 <속죄(贖罪)> 또한 미나토 카나에(湊かなえ)의 천재성을 확인할 수 있었던 재미있는 책이었다.

“공소시효가 끝나기 전에 범인을 찾아내.
아니면 내가 납득할 수 있도록 속죄를 하라고.
그러지 않으면 난 너희들에게 복수할 거야.”

깨끗한 공기 외에는 자랑할 게 없는 한적한 시골 마을에서
초등학생 여자 아이 살해 사건이 발생한다.
하지만 살해당한 아이의 친구이자 첫 발견자인
네 명의 소녀들은 범인을 봤음에도
아무도 범인의 얼굴을 기억하지 못하는데…….
그리고 3년 후, 죽은 소녀의 엄마는 네 명의 소녀들을 불러
충격적인 말을 던진다.

계속되는 비극 속에서 ‘죄’와 ‘속죄’의 의미를 묻는
충격 미스터리 장편소설!

2009년 최고의 화제작 『고백』의 작가
미나토 카나에의 연이은 충격 미스터리 장편소설

 <속죄(贖罪)> 또한 <고백(告白)>처럼 시골 마을에서 일어난 소녀 강간 살인사건을 시작으로 무너져가는 주변 인물들이 독백 형식으로 이야기하며 마지막에 사건의 진실을 드러낸다. <고백(告白)>만큼 충격적인 반전이나 사건은 없어 엔터테인먼트함은 다소 부족했던 것이 아쉬웠지만 이 <속죄(贖罪)>는  <고백(告白)>에서 미나토 카나에(湊かなえ)가 보여주지 못했던 놀라운 진행방식을 선보인다. 각 편마다 네명의 소녀가 등장해 각각의 이야기를 말해나가며 등장하는 인물들의 복잡한 관계가 감탄스럽다. 거미줄처럼 복잡한 등장 인물들의 관계를 녹여내 결국에는 범인과 사건의 진실을 드러내는 짜임새있는 이야기가 훌륭하다.
 딸을 잃게 된 분노의 화살을 아이들에게 돌리게 된 어머니로 인하여 그 사건을 평생 잊지 못하고 비참한 삶을 살아가게 된 네 소녀의 이야기. 점점 무너져가는 네 소녀의 인생과 그것을 알게 된 어머니의 이야기를 다룬다. 살인 사건으로 생긴 방향이 잘못 된 분노가 담긴 한마디가 불러온 연쇄적인 비극을 뛰어난 심리묘사로 그려낸다. 그러면서 이야기속에 비난하기 쉬운 상대에 대한 악의적인 마녀사냥이나 언론, 현대의 안일한 위기 의식, 소홀해진 가정교육 등을 직접적으로 비판한다.
 미스테리 소설로서의 재미보다는 뛰어난 심리 묘사가 가져온 인간 관계가 흥미롭다. 아무 의미없이 쏟아낸 악의적인 말 한마디가 상대에게는 어떻게 받아들여졌는지. 그리고 그 말이 어떤 비극과 파장을 불러 일으켜 소녀들의 인생이 망가졌는지 생각하면 안타깝다.

 속죄의 진행방식이나 관계가 더 수준이 높다고 생각하지만, 단순한 엔터테인먼트함이나 몰입도, 반전에서는 고백에 미치지 못하는 듯 하다. 속죄도 충분히 재미있었지만, 얼마전에 읽었던 고백에 비하면 역시 무언가 부족하다는 느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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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적섬 사건 - Faust Novel 카도노 코헤이의 사건 시리즈 3
카도노 코헤이 지음, 문정훈 옮김, 카네코 카즈마 그림 / 학산문화사(단행본)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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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도노 코헤이(上遠野浩平)의 사건 시리즈 3권인 <해적섬 사건(海賊島事件)>은 이전보다 큰 폭으로 퀄리티가 높아진 표지로 가슴을 설레게 만들었다. 단순히 겉모습 뿐만 아니라 플로레이트 대령의 시점에서 미랄키랄을 이야기했던 전권 <자해성 사건(紫骸城事件)>으로부터 다시 돌아온 ED와 히스로우, 레제 리스캇세의 이야기 또한 기대했다.

밀실에서 발견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시체.
그 죽음으로 인해 밝혀지는 해적 일족의 숨겨진 비밀!
무법자 해적과의 악연 속에서 드러나는 사건의 충격적인 진실을…?

해적. 그것은 늘 빼앗는 쪽에 설 뿐, 결코 빼앗기는 쪽에는 서지 않는 존재.
마법이 문명을 지배하는 세상, 겉으로 보면 평범한 살롱이지만 사실 거대한 정보 암시장인 ‘노을궁’에서 공주가 살해된다.
그것도 완전한 밀실 속에서 벌어진 살인사건이었다!
그러나 가장 유력한 용의자가 해적 무간두 일족의 본거지 ‘해적섬’으로 숨어들면서 사건은 더욱 복잡해진다.
전면전까지 각오한 마도함대가 용의자의 신병을 요구하며 해적섬을 찾아와 해적 무간두 일족에게 위기가 찾아온다.
온 세상이 긴장한 가운데 해적은 중재자로 한 여인을 부른다. 그녀의 이름은 레제 리스캇세.
그리고 그녀는 바람의 기사와 전지조정사 ED와 함께 ‘해적섬’을 찾아오는데…….

 '노을궁'이라는 곳에서 야미코 공주가 녹지 않는 얼음속에 갇혀버린 미스테리 사건을 다루는 <해적섬 사건(海賊島事件)>. 사실 야미코 공주는 그리 중요하지 않고 이번 이야기에서는  <살룡사건(殺竜事件)>에서도 등장했었던 매력적인 캐릭터. 해적섬의 지배자인 무간두 3세와 과거 지배자였던 1세, 2세의 이야기를 다룬다. 이번 사건으로 인하여 드러나는 무간두와 해적섬의 비밀. 그리고 무간두의 실체. 그 와중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을궁에 있는 사람들을 특유의 의미심장한 말투로 녹여내는 ED의 활약과 해적섬에서의 레제의 활약이 돋보이는 재미있는 한편이었다.
 여전히 재미있었지만 전권인 <자해성 사건(紫骸城事件)>와 비교하자면 <자해성 사건(紫骸城事件)>의 손을 들어줄 수밖에 없었다. <자해성 사건(紫骸城事件)>에서 전율이 일정도로 감탄했었던 철학적 사상을 녹인 이야기 전개가 <해적섬 사건(海賊島事件)>에서는 전혀 드러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전권에서 엔터테인먼트한 부분(캐릭터성이라던지)에 부족함을 느껴서인지 이번 <해적섬 사건(海賊島事件)>에서는 ED나 레제, 히스로우를 제외하고도 무간두 등의 매력적인 캐릭터들이 잔뜩 등장하여 전권보다 좀 더 엔터테인먼트한 부분을 노린 책이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살룡사건(殺竜事件)> 때부터 계속해서 느끼지만 이 사건 시리즈의 가장 큰 단점은 미스테리와 판타지의 융합이라고 하기에는 미스테리적 요소가 너무 불안하다는 것. 판타지와 미스테리를 절묘하게 녹여내기 위하여 범행의 도구를 언제나 마법에 한정하는 카도노 코헤이(上遠野浩平)의 생각은 알겠으나 미스테리라고 치기에는 미스테리의 시작도, 해결도 너무나 허술하다. 야미코 공주와 사건을 해결한 ED는 무슨 예언자인가? 이런 방식으로는 결국 독자를 납득시킬 수 없을것이다.
 이번에도 ED는 모든 사건을 해결한 이후 범죄자를 '칠해연합'에 받아주며 말한다.

"죄를 범하지 않은 인간따윈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아요."
"문제는 자신이 그것을 알고 있냐 아니냐, 라는 것이죠."

 용을 살해한 <살룡사건(殺竜事件)>의 범인에게는 말해주지 않았지만 자해성에서 50명 가량을 처참히 살해한 범인, 노을성에서 야미코 공주를 살해한 범인에게는 말해준 ED의 대사. 이것이야 말로 사건 시리즈에서 최종적으로 카도노 코헤이(上遠野浩平)가 말하고 싶어하는 주제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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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해성 사건 - Faust Novel 카도노 코헤이의 사건 시리즈 2
카도노 코헤이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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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전 <살룡사건(殺竜事件)>에서 매력을 느낀 카도노 코헤이(上遠野浩平) 테이스트는 2001년 발매된 사건 시리즈 2탄. <자해성 사건(紫骸城事件)>에서 더욱 빛난다. 불사신인 용을 죽인다는 타이틀과 미스테리와 판타지를 제대로 융합한 훌륭한 작품이라는 평에도 불구하고 미스테리적으로는 다소 아쉬움이 남았던 <살룡사건(殺竜事件)>보다 <자해성 사건(紫骸城事件)>에서는 한결 발전된 모습을 보여주었다.

 밀폐된 성 안에서 일어난 참혹한 연쇄살인사건!
성 안에 있는 모두가 용의자로 지목된 가운데 사건은 점점 미궁으로 빠지는데…….
끝도 없고 출구도 보이지 않는 연쇄살인의 참극, 그 막이 열린다!

성. 그것은 공허하고도 거대한 주검.
그 옛날 이 세계 전체를 공포에 빠트린 궁극 최악의 마녀가 최강의 적과 싸우기 위해 만들었다는 성채-자해성.
황야 중심에 우뚝 선 이 악몽의 소굴에서 벌어지는 〈한계 마도 결정대회〉를 위해 마도사들이 성 안에 모였을 때 사건은 일어난다.
저주라 보기에도 부조리하고, 마법이라 보기에도 이해할 수 없고, 살육이라 보기에도 비정상적인 연쇄살인사건!
모국을 위해 대회에 참가했다 사건에 휘말려든 플로레이드 대령은 이번 사건의 진상을 파악하라는 명령을 받게 되는데…….

 '리제 리스캇세'라는 여성 캐릭터의 시점에서 전지조정사인 ED와 바람의 기사를 이야기하는 구성은 2권인 <자해성 사건(紫骸城事件)>에서도 유효했다. '플로레이트 대령'이라는 '나'를 내세워 '미랄키랄'이라는 전세계에 23명밖에 존재하지 않는 전지조정사와 3백년 전 리 카즈라는 마녀가 세운 거대한 성 - 자해성에서 일어난 연쇄 살인 사건을 다룬다.
 <살룡사건(殺竜事件)>에서 다뤘던 '불사신인 용을 죽인 범인을 찾는다.'라는 막막한 범행과 다르게 이번에는 성 안에 갇힌 사람들에게 닥치는 연쇄 살인이라는, 직접적으로 다가온 악의가 좀 더 미스테리 요소를 부각시킨다. 하지만 여전히 애매한 미스테리의 해결법과 결말-판타지와 미스테리를 어떻게든 융합시키려는 카도노 코헤이(上遠野浩平)의 의도는 알 수 있었고 그 때문에 사건의 소재를 어떻게든 저주나 마법에 한정하려는건 알겠지만,-은 아쉽게 느껴졌다. 그래도 마지막에 그려낸 카도노 코헤이(上遠野浩平)의 거대한 세계관의 이야기는 전권에 비해 굉장히 흥미진진했다.
 <살룡사건(殺竜事件)>의 '리제 리스캇세'가 단순한 화자로서 ED와 바람의 기사를 부각시켰던 반면 이번 <자해성 사건(紫骸城事件)>에서 전지조정사인 '미랄키랄'은 그리 활약하지 않았다. 이번 이야기의 화자, 프롤레이트 대령은 뛰어난 통찰력을 가지며 마도구조차 동료로 만드는 매력적인 캐릭터였지만, 이 <자해성 사건(紫骸城事件)>의 주인공은 여전히 ED와 바람의 기사인 히스로우라고 느껴졌다. '미랄키랄'이 명백히 히스로우와 ED를 신경쓰고 언급하는 것이나 글 전체에 깔려있는 그들의 영향력, 그리고 결말을 보건대 화자는 프롤레이트 대령이었으나 주인공은 여전히 ED였다는 느낌이다. 주연이 달라졌더라도 거부감 없이 읽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전작인 <살룡사건(殺竜事件)>에서 잠깐 언급되었던 '미랄키랄'의 이미지를 보면 좀 더 싸이코같은 캐릭터일줄 알았으나 직접적으로 등장한 <자해성 사건(紫骸城事件)>의 미랄은 후반부에서 굉장히 인간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귀엽다. 라이트 노벨다운 캐릭터성이 재미있다.
 읽던 도중 정말 감탄했던 부분은 카도노 코헤이(上遠野浩平)가 그린 세계관의 철학적 사상을 이야기한 레리히의 대사였다. 저주받은 인조인간이자 살인 병기였으나 그 힘을 모두를 돕는데 사용한 '선'과 '빛'-오리세 퀼트와 고귀한 혈통으로 태어났으나 자신을 뽐내고 남을 무너뜨리는데 사용한 '악'과 '그림자'-리 카즈. 사실 모든 인간은 아주 먼 옛날부터 '선'과 '악', '빛'과 '그림자'라는. 오리세 퀼트와 리 카즈의 영향력 밑에서 발버둥 치고 있는것이 아닌가.라고 말하는 레리히의 장황설을 읽으며 단순한 인물인줄 알았던 오리세 퀼트와 리 카즈라는 소재를 등장시켜 카도노 코헤이(上遠野浩平)가 무엇을 말하고 싶었던 것인지를 이해하고는 소름이 돋았다. 오리세 퀼트와 리 카즈는 단순한 등장 인물이 아니라 모든 인간이 가지고 있는 선과 악의 충돌과 갈등을 그려낸 것이며 반전을 통해 과거와 현재 뿐만 아니라 미래에도, 앞으로도 계속해서 싸워나간다는 결말까지 그려낸 카도노 코헤이(上遠野浩平)의 거대한 세계관과 철학관을 읽으며 이 사람은 정말 대단한 작가라는것을 새삼스럽게 느꼈다.
 전작보다 나아진 미스테리 요소와 여전한 카도노 코헤이(上遠野浩平)의 세계관과 철학관이 정말 순수하게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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