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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복서간 ㅣ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41
미나토 가나에 지음, 김선영 옮김 / 비채 / 2012년 5월
평점 :
2008년 고백으로 화려하게 데뷔한 미나토 카나에(湊かなえ)가 2010년에 출판한 왕복서간(往復書簡)입니다. 사실 데뷔작인 고백(告白)이후로 눈에 띠게 놀랄만한 작품을 내지 못했던 미나토 카나에(湊かなえ)지만 영화화가 된다는 소개에 기대하여 구매하게 된 책입니다.
하지만 결론부터 말하면 고백(告白) 이후로 미나토 카나에(湊かなえ)가 집필했었던 수많은 작품들 중에서도 대단히 실망스러운 책이었습니다. 고백(告白)에서는 삐뚫어진 악의와 충격적인 반전을, 속죄(贖罪)에서는 과거에 일어난 사건에 대해 여러 사람이 이야기해가며 사건의 베일을 벗겨나가는 놀라운 진행방식을 선보였지만 이 왕복서간(往復書簡)에서는 눈에 띨만한 그 어느것도 들어있지 않았습니다. 한가지 사건을 다양한 인물의 시점을 통해 사건을 둘러싼 베일을 벗겨나가는 미나토 카나에(湊かなえ) 특유의 글솜씨나 서로 편지를 주고받는다는 소재를 통해 사건을 풀어나가는 방식으로 이야기가 진행되기는 하지만 속죄(贖罪)에서 보여준 테크닉이나 고백(告白)에서 보여준 충격적인 이야기는 담지 못했습니다.
왕복서간(往復書簡)은 십년 뒤의 졸업문집(十年後の卒業文集), 이십년 뒤의 숙제(二十年後の宿題), 십오년 뒤의 보충수업(十五年後の補習). 이렇게 세편의 단편으로 구성되어 있었습니다.
십년 뒤의 졸업문집(十年後の卒業文集)은 재미없는 단편이었습니다. 어린 시절 한 마을에서 자라며 우정을 쌓아왔던 친구들 중 행방불명 된 친구 지아키에 얽힌 진실을 풀어나가는 이야기. 하지만 이 이야기에는 이전만큼의 엄청난 악의나 충격도 없고 반전도 없었습니다. 싱겁고 허무한 마무리는 정말 실망스러웠습니다.
이십년 뒤의 숙제(二十年後の宿題)는 미나토 카나에(湊かなえ) 소설 특유의 "과거의 사건이 미래의 인물들에게 어떠한 영향을 미쳤는가"를 잘 보여주는 단편이었습니다. 정년퇴직을 하고 건강이 악화된 선생님이 제자에게 과거 일어났었던 사고의 현장에 있었던 여섯명의 제자들이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안부를 물어달라는 부탁을 하며 시작되는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무언가 큰 반전이 있을줄 알았던 이야기는 허무한 마무리로 끝났습니다. 생각은 하게 만들었지만 역시나 허무했습니다.
별로라고 생각하며 이제 포기하는 마음으로 마지막에 실린 단편인 십오년 뒤의 보충수업(十五年後の補習)을 읽었는데 이것만큼은 상당히 볼만했습니다. 봉사활동으로 위험한 지역에 해외 파견을 가게 된 연인에게 편지를 쓰며 과거 사건을 되짚어가는 이야기입니다. 서로 멀리 떨어져있는 상태에서 편지를 통해 진실을 확인합니다. 필체만 가지고도 캐릭터의 개성을 묘사하는게 훌륭하고 조금 감동적이면서도 깔끔하고 좋은 이야기가 왕복서간(往復書簡)에 실린 단편 중에서는 가장 좋았습니다.
"오늘 편지에 거짓은 없어"
전체적으로 재미있다고 느끼지는 못했습니다. 미나토 카나에(湊かなえ)는 충격적이었던 데뷔작. 고백(告白) 이후로 범작만을 써내고 있지만 이 책만큼은 범작에도 미치지 못했습니다. 싱거우면서도 지루함을 안겨줬습니다.
미나토 카나에(湊かなえ)의 스타일이 크게 바뀌고 있다는 느낌은 받았습니다. 이전에는 일그러진 이야기 속에 충격적인 반전을 담았던 미나토 카나에(湊かなえ)는 이번 왕복서간(往復書簡)에서 특유의 긴장감과 속도감을 죽이고 잔잔하면서도 좋은 이야기를 그려냈습니다. 새로운 시도는 좋았지만... 아쉽군요.
출처 : http://tlqtown.blogspot.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