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터스 블랙 로맨스 클럽
리사 프라이스 지음, 박효정 옮김 / 황금가지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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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예은 작가의 데미엔젤을 통해 관심을 가지게 된 황금가지 출판사의 '블랙 로맨스 클럽'. 두 번째 읽을 작품으로는 리사 프라이스(Lissa Price)의 스타터스(STARTERS)를 선택했습니다. 읽기 전부터, 아니 구매하기 전부터 스토리 소개와 그 소재 덕분에 굉장히 큰 관심과 기대를 가지고 있던 책입니다.


 결국 삶의 마지막에 이토록 욕심 많고 고루한 늙은이가 되길 원한 것은 그들 자신이었기에.

 생물학 전쟁으로 인하여 중장년층이 모두 사망하고 스타터스(STARTERS)라 불리는 10대 이하의 아이들과 엔더(ENDER)라 불리는 7,80세부터 심지어 150세가 넘는 노인들만이 살아남게 된 가까운 미래. 엔더들은 자신들의 기득권을 위한 법률을 만들어내고, 합법적으로 일자리를 구할 수 없게 된 스타터스는 길거리에 나앉아 힘들게 살아갑니다. 그런 스타터스 중 한명이던 여주인공 캘리는 아프고 어린 동생을 위하여 '바디 뱅크'에 찾아가게 됩니다. 다시 젊은 몸을 가지고 싶어 하는 부유한 엔더들에게 10대의 젊고 아름다운 몸을 고가의 돈을 받고 빌려주는 '바디 뱅크'. 그곳에서 자신의 몸을 늙은 노인들에게 빌려주던 캘리는 거대한 음모에 직면하게 됩니다.

 "당인이 할 수 있는 말 중에 도움이 될 것은 아무 것도 없어. 당신들 바디 뱅크 사람들 모두. 당신들 전부의 책임이야. 어떻게 그 아이에게 그럴 수가 있어? 그냥 어린애란 말이야. 어린애가 될 기회조차 없었던 어린애란 말이야."

 굉장히 인상 깊고도 재미있는 작품이었습니다. 생물학 전쟁으로 중장년층이 모두 사망한지 몇 년도 되지 않은 세계에서 주인공인 소녀 캘리는 몸이 아픈 동생과 친구인 마이클을 이끌고 전기도, 물도 나오지 않는 폐건물에서 서로의 몸에 의지하여 살아갑니다. 하루하루 먹고 살기도 힘든 상황에서 겨우 몇 년 전, 부모님이 살아 있을 때를 생각나게 만드는 추억의 물건을 만지며 견디지만 갑자기 밖에서 연기가 들어와 집에서 뛰쳐나가 대피하게 됩니다. 건물 밖으로 나가보니 엔더가 이 땅을 자신이 구매했다며 거주하던 스타터스를 쫓아내기 위해 연기를 피운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그는 제발 추억의 물건만 빼달라는 캘리의 부탁을 거절하고 집행관을 부릅니다. 도망가는 아이들을 쫓아 집행관은 전기충격기를 들고 쫓아갑니다. 전기충격기에 맞은 아이는 비명을 지르며 쓰러집니다. 목과 얼굴 부분이 까맣게 타버립니다.

 이제껏 그렇게 속이 텅 빈 느낌을 받은 적이 없었다. 그에게 항의할 희망조차 없었다. 100년도 넘는 시간이 우리 사이를 가로막고 있었고, 그는 결코 우리가 무슨 일을 겪고 있는 건지 이해할 수 없을 터였다.

 리사 프라이스(Lissa Price)가 그려내는 이 처절하면서도 세세한 SF 세계관이 놀랍고도 묘하게 현실적입니다. 사실 그도 그럴것이 '고아'가 법률이나 기타 제도에 의해 보호받지 못하는 것은 비단 미래의 일이 아니라 과거부터 현재까지 계속되고 있는 문제라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었습니다. 이 문제가 미래까지 계속해서 이어진다면 스타터스와 같은 디스토피아가 만들어질지도 모른다, 아니 우리는 그렇게 느끼지 못하더라도 힘들게 살아가는 그들은 지금 이 세상을 디스토피아라고 느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습니다. 심지어 대부분의 엔더들은 보호자가 없는 미성년자들을 난폭한 불량아라고만 생각하고 있을 뿐 그들이 어떻게 살아가는지, 기술이 놀랍도록 발전한 이 미래에서 알마나 원시적인 생활을 하고 있는지 아무도 깨닫지 못합니다. 이것 또한 '고아'에 대한 현대인들의 시선을 비난하는 것 같아 가슴이 아팠습니다.

 그러고 보니 나는 깨달았다. 왜 나는 나 자신의 충고를 받아들이지 않았을까? 나는 무엇 때문에 여기에 서서. 몸을 빼앗기길 그저 기다리고만 있는 거지?

 이 처절한 디스토피아 세계에서 펼쳐지는 스릴러가 굉장히 흥미진진합니다. 가장 흥미를 끌었던 것은 역시 '바디 뱅크'의 설정이었습니다. 놀라운 기술력을 바탕으로 엔더들에게 젊고 싱싱한 젊은 육체를 대여해 주는 바디 뱅크. 자신이 모르는 새에 늙은 노인들이 자신의 몸을 빌려 즐기고, 일어나보면 몇 일, 몇 주, 몇 개월이 지나있을 것이라 생각하니 온 몸이 오싹해졌습니다.

 너는 내게 조금은, 그 아이를 떠올리게 한단다.

 바디 뱅크에 몸을 맡기던 도중에 음모를 깨닫게 된 캘리는 역시나 음모를 깨닫고 자신을 도와주는 생각 있는 조력자들의 희생과 도움에 의지하여 바디 뱅크를 무너뜨리기 위해 행동에 나서게 됩니다.

 나는 거울을 접어서 그녀에게 돌려줬다.
 "다 고칠 수 있어." 그녀가 말했다.
 "더 중요한 것들을 먼저 고쳐야죠." 내가 말했다.

 마지막에는 놀라운 반전도 있었지만 개인적으로 이 소설의 마무리는 다소 아쉬웠습니다. 초반부터 재미있게 달려와서 마무리에 큰 기대를 한 탓일까요. 사실 스타터스를 노리는 거대한 '악'에 마주하게 된 캘리가 결국에는 세상을 깨부수고 스타터스를 해방시키는 식의 거대한 이야기를 기대했는데 결말은 생각보다 허무했습니다. 이 허무함에는 이 소설의 거대한 '악'으로 등장하던 '바디 뱅크'. '프라임 데스티네이션'이 너무나 쉽고 허술하게 무너져 내렸던 탓도 있었습니다. '블랙 로맨스 클럽'의 작품 치고는 로맨스의 색깔이 옅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블레이크와의 신데렐라 같은 사랑이 있기는 하지만(실제로 구두를 놓고 오는 등 신데렐라를 연상하게 만드는 묘사가 나온다.) 로맨스의 비중이 그렇게 높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로맨스 자체보다 이야기의 흐름과 마무리를 위한 장치라고 생각하게 되더군요. 로맨스 부분에서도 이야기를 만들다 만 느낌이 있었습니다. 특히 마이클과의 관계에서 말이죠. 이런 부분들이 조금 아쉽기는 했지만 이 책이 충분히 재미있음은 틀림이 없습니다. 많은 생각과 재미를 느끼게 만든 책이었습니다. 리사 프라이스(Lissa Price)의 다음 작품이 나온다면 꼭 읽어보고 싶네요.

 리사 프라이스(Lissa Price)의 홈페이지인 http://www.lissaprice.com/에서 외국판 표지를 봤는데... 정식 발매판이 훨씬 마음에 들더군요.


출처 : http://tlqtown.blogspo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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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라이더 메이즈 1 - 미숙한 공주님의 깜찍한 국가 계획, NT Novel
코야마 신 지음, 김현숙 옮김, 우카이 사키 그림 / 대원씨아이(단행본)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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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래는 1월에 구매하려고 했었지만 다소 유치한 책 소개가 마음에 들지 않아 뒤늦게 구매해서 읽게 된 컬라이더 메이즈 1권입니다. 잠들어 있던 공주가 깨어나면서 아이 만들기에 착수한다는 방정맞은 스토리 소개 덕분에 많은 걱정과 불안감을 느꼈지만 모두 읽고 나서는 뻔하고 큰 재미는 없지만 그래도 가볍게 읽을 만한 책이라고 느꼈습니다.

 먼저 읽고 난 지인이 '...하여간 어디서 본 이야기야. 읽어보면 알아"라고 할 때까지만 해도 무슨 말인지 몰랐었지만 실제 펼쳐보니 정말 '뻔'했습니다. 사고뭉치인데다 유머러스한 부자 친구 레나토스와 약간 시크하면서도 강하고 빈곤한 전형적인 주인공인 카일. 봉인되어있던 제7왕녀(숫자까지 뻔하다) 네페트리가 고대 국가 엘누크의 피를 이은 주인공에 의해 깨어난다는(당연히 알몸. 고퀄리티의 일러스트와 함께) 흔한 Boy Meets Girl 스토리입니다. 단순히 스토리 라인뿐만 아니라 자고 일어나니 옆에 히로인이 누워있고 자신의 손은 민감한 부분을 더듬고 있는 장면이나 심지어 마지막 부분에서 주인공이 '어떤 힘'을 가지고 되고 어떤 음모에 휘말려서 어떻게 마무리 될지 까지 모두 예상에서 한 치 벗어나지 못하는 전형적인 모습을 보였습니다.

 배경이 학원이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가벼운 학원물의 분위기도 풍기는데다 심각한 전투를 하는 와중에도 레나토스와 카일이 나누는 독설, 유머러스한 대화, 다소 유치한 스토리, 노린 오타쿠 센스의 선정적인 이벤트(더구나 꽤 수위가 있는 편. 장면의 묘사와 함께 등장하는 고퀄의 일러스트가 선정적) 덕분에 전체적으로 가벼운 분위기를 풍기지만 가벼운 이야기와 다르게 글 솜씨가 나쁘지 않아 괜찮게 읽었습니다. 잠에서 깨어난 공주라는 흔한 소재지만 이천년의 세월을 뛰어넘어 깨어나 낯선 시대. 세상에 던져진 왕녀의 참담한 심정을 묘사하고 그것을 생각하며 배려해주는 주인공 카일의 모습은 독특하고 인상 깊기도 했습니다.

 책에 끌리게 된 이유인 우카이 사키(鵜飼 沙樹)의 일러스트는 대단히 만족스러웠습니다. 특히 주인공 카일의 아버지가 등장했을 때에는 세세하게 표현된 미중년의 그림에 깜짝 놀라기도 했습니다. 재미있었다고는 말하지 못하겠지만 전체적으로 그냥 가볍게 읽을 만했던 평작이라고 말하고 싶네요. 하지만 다음 권의 내용이나 이후 전개까지도 모두 예상되는지라 굳이 구매하고 싶은 마음까지는 생기지 않습니다. 빠져들만한 재미를 느끼지 못한 것도 있고 말이죠.

 초판 한정판으로 거대 포스터가 들어있었습니다. 저는 포스터 같은 건 좋아하지 않지만 취미가 있는 분이라면 좋아할 것 같아요.


출처 : http://tlqtown.blogspo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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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중그네 오늘의 일본문학 2
오쿠다 히데오 지음, 이영미 옮김 / 은행나무 / 200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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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히가시노 케이고, 미야베 미유키와 함께 본격문학과 대중문학을 넘나드는 크로스오버(Crossover) 작가로 손꼽히는 오쿠다 히데오(奥田英朗)는 특유의 간결하면서도 유머러스한 문체가 특징인 작가입니다. 오쿠다 히데오(奥田英朗)는 이 책. 공중그네(空中ブランコ)로 제131회 나오키상을 수상했습니다.


 공중그네(空中ブランコ)는 강박증 등의 심리적인 압박을 받고 있는 사람들이 정신과에 찾아가 상담을 받고 치료해가는 일종의 힐링 소설입니다. 하지만 지루하기 쉬운 다른 힐링 소설과 다르게 오쿠다 히데오(奥田英朗)는 코믹스러운 요소를 더해 굉장히 재미있으면서도 감동과 동감이 있는 힐링 소설을 써냈습니다.

 공중그네(空中ブランコ)에서는 다섯 명의 사람들이 심리적인 압박을 해소하기 위해 말설이며 신경과를 찾아갑니다. 대부분 자신이 정신상담을 받았다는 것을 숨기고 싶어하기 때문에 모두들 잘 알려지지 않은, 지하에 위치한 신경과로 들어갑니다. 하지만 그곳에서 만나게 된 것은 엄청난 거구에 환자에게 일단 비타민 주사를 놓고 보려는 엽기 정신과 의사 이라부와 1년 내내 미니스커트와 핫팬츠만 입고 다니는 엽기 정신과 간호사 마유미! 엽기적인 행동을 펼치는 그들을 만난 사람들은 당황하여 어쩔 줄 모르지만 왠지 모르게 다시 발길이 그곳으로 향하게 됩니다.

1. 고슴도치
 몇 년 후. 자신은 평범한 쥐로 돌아갈지도 모른다. 헌데 그것도 나쁘진 않을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야쿠자인 세이지가 어느 날 선단공포증에 걸리게 되어 날카로운 물건만 보면 극심한 공포를 느끼게 됩니다. 이것을 해결하기 위하여 신경과에 찾아가지만 가자마자 온 몸을 구속당하고 선단공포증인 그의 팔에 주사기를 꽂아버립니다.

 '고슴도치'라는 제목이 정말 절묘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야쿠자로 살며 어릴 적부터 지금까지 남들에게 강하게 보이고, 까칠하게 행동하며 살아야 했던 세이지가 심리를 치료받는 과정, 그리고 마무리가 굉장히 인상 깊었습니다.

2. 공중그네
 "다른 사람 가슴 속으로 뛰어들 수가 없어요."

 서커스단에서 공중그네 연기자를 하던 고헤이는 점점 세월에서 밀려나 서커스단의 젊은이들에게 소외감을 느끼며 외부에 대한 경계심을 가지게 됩니다. 이전에는 잘 연기하던 공중그네를 어느 날부터인가 점점 실패하게 되고 고헤이는 그것을 자신의 몸을 받아주는 캐쳐의 탓으로 돌립니다. 점점 지쳐가는 자신을 느끼며 고헤이는 정신과를 찾게 되는데...

 표제작입니다. 하지만 표제작치고는 개인적으로 이 책에 실린 단편들 중 가장 재미가 별로였습니다. 서커스단이라는 고헤이의 말에 어린아이처럼 눈을 반짝이며 서커스단에 찾아가 고헤이의 말은 들어주지 않고 자신이 서커스단에 섞여 100kg이 넘는 거구로 공중그네 연습을 하는 이라부. 그리고 그런 이라부를 보며 점점 치료되어가는 고헤이의 모습을 그렸습니다.

3. 장인의 가발

 의학부의 화근이라 불리던 이라부 이치로가 아자부가쿠인 대학 의학부 동창회에 6년만에 참석하게 됩니다. 동창회에 참석한 다쓰로라는 의사는 아무에게도, 심지어 가족에게도 알리지 않았지만 장인의 티나는 가발을 볼때마다 벗겨버리고 싶은 강박증, 테이블을 엎어버리고 싶거나 엽기적인 짓을 하고 싶은 충동을 참기 힘들어합니다. 이라부에게는 알려도 상관없을 것이라 생각한 타쓰로는 이라부의 신경과에 가게되는데...

 너무 웃겼습니다. 다쓰로의 증상을 보고는 하고싶은 일을 해서 해소하는게 최고라고 단언한 이라부는 다쓰로와 함께 공공기관이나 건물의 이름을 바꾸고 다니는 엽기적인 짓을 저지릅니다. 그에게 끌려다니던 그는 결국 넘지 말아야할 선을 넘게 되죠. 아이 같고 엽기적인 이라부의 모습이 빛난 단편이었습니다.

4. 3루수
 공을 잘 던지지 못하게 된 프로 야구 선수 반도 신이치가 자신의 증상을 치료하기 위하여 이라부에게 찾아갑니다. 프로 투수라는 말에 역시나 눈을 빛내며 야구를 하자고 달려드는 이라부. 그와 함께 어울리며 다시 회복해가는 신이치입니다.

 이 공중그네에 실린 다섯가지 단편 중 가장 평범하고 일반적인 에피소드군요. 전형적인 힐링소설이라고 말할까... 잘 하던 일을 못하게 되는 입스(IPS)에 걸린 환자와 함께 그 일을 함으로서 치료해가는 이야기입니다.

5. 여류작가
 사라진대도 상관없다.
 바람에 날려가도 괜찮다.
 그때그때 한순간만이라도 반짝일 수만 있다면.

 유명 여류작가인 호시야마 아이코는 최근 구토증에 시달리며 소설을 쓰다보면 전에 썼던 소재가 아닌지 불안해합니다. 결국 한동안 새로운 소설을 쓰지 못하고 생활이 망가지게 된 아이코는 이라부를 찾아가게 됩니다.

 공중그네에 실린 이야기들 중 가장 인상 깊었습니다. 아이코라는 여류 작가의 이야기지만 이 이야기 속에는 오쿠다 히데오(奥田英朗) 자신의 이야기와 생각이 담겨있습니다. 공들여 쓴 책이 기대만큼 흥행하지 못했을 때의 실망과 좌절, 그리고 자금 부족이나 마케팅의 실패로 묻혀버리는 안타까운 재능. 작가가 작가의 이야기를 다루어서 그런지 다른 이야기보다 그 안타까움과 감동이 한층 다가왔습니다.

 다른 이야기들과 다르게 이라부가 아니라 책 전체를 합쳐도 열마디의 대사가 나올까 말까한 쿨 간호사 마유미가 아이코의 회복에 기여했다는 점도 특이합니다. 말 한마디 하지 않던 마유미의 귀여움과 매력이 이번 이야기에서 폭발합니다.

 이라부와 마유미가 등장하는 이 다섯가지 에피소드를 읽다보면 내심 깜짝깜짝 놀랍니다. 어찌보면 모두 평범한 이야기지만 마치 제 이야기, 혹은 주변 사람의 이야기가 된 듯 공통점이나 동감이 느껴지기 때문이죠. 오쿠다 히데오(奥田英朗)는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만한 인물상을 각 에피소드마다 그려 넣고 그 등장인물의 심리를 치유함으로서 독자들에게 해결책을 전해줍니다. 힐링 소설이 이렇게 재미있을 수 있다니. 책을 읽으면서 웃음을 터트리기는 오랜만이었습니다. 글로 사람을 웃게 만들다니. 대단하군요.

 정말로. 이런 의사와 간호사가 있다면 세상은 더 살만해질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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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버로드 2 - 칠흑의 전사, Novel Engine
마루야마 쿠가네 지음, 김완 옮김, so-bin 그림 / 데이즈엔터(주)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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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웹 연재를 통해 인기를 얻다가 출판까지 하게 된 미루야마 쿠가네(丸山くがね)의 오버로드(オ一バロ一ド)입니다. 국내에서는 라이트노벨 브랜드인 노블엔진이 아니라 장르문학 브랜드인 영상노트에서 출판된 것도 특이점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하지만 내용을 읽어보면 과연 라이트노벨보다는 판타지 소설쪽에 가깝다는 것을 확연히 알 수 있습니다.

 웹 연재에서 정식 출판으로 이어졌다는 점에서는 한,일 양국에서 엄청난 인기를 얻고 있는 카와하라 레키(川原礫)의 소드 아트 온라인(ソードアート・オンライン)과 비교할 수 있겠습니다. 시작이 게임 소설인지라 어느정도 공통점도 있지만 소드 아트 온라인(ソードアート・オンライン)은 점점 게임과 현실이 링크(Link)되어가기는 하지만 그래도 가상 현실 게임 내의 이야기를 다룬 게임소설인 반면 오버로드(オ一バロ一ド)는 가상 현실 게임을 통해 이계로 넘어가는 차원이동물이나 가상 현실 게임 자체가 현실이 되어버리는 이야기인지라 스토리에 명백한 차이가 있습니다. 거기에 오버로드는 작가가 책으로 출판하면서 이야기를 가필하여 웹 연재판과 완전 다른 이야기가 되기도 했습니다.

 초반의 유치하고 오그라드는 이야기와 전체적으로 가벼운 진행에 아쉬움을 느꼈던 오버로드(オ一バロ一ド) 1권이지만 마지막 부분의 호쾌함과 표지 디자인 덕분에 2권까지 구매하게 되었습니다. 확실히 구성은 돈이 아깝지 않다는 느낌입니다. 초판 한정 책갈피와 번외편으로 짧은 에피소드가 들어있는 '걸즈토크 오버로드'. 1권보다 깔끔하고 퀄리티가 좋아진 내부 일러스트와 재질, 구매욕을 당기게 만드는 강렬한 표지 디자인은 대단하더군요.

 하지만 정작 돈을 아깝게 하는 부분은 스토리였습니다. 여전히 유치하고 주인공의 허영심을 내세우는 듯한 오그라드는 이야기. 먼치킨 소설임에도 국내 장르소설처럼 확!하고 포텐이 터지는 부분이나 호쾌한 이야기, 속도감 있는 진행 역시 없어 전체적으로 재미있다고 느끼지 못했습니다. 동료를 다시 볼 수 없는 주인공의 심정을 암담하게 묘사하는 부분은 좋았지만 그 외에 이렇다할 재미있는 부분이 없었습니다.

 법국 육대신이나 주인공과 길드가 이계로 넘어오게 된 이유, 이후를 위한 복선을 깔아놓지 못한다면 그저 셀러리맨이 갑자기 이계로 넘어온 후 깽판을 치는 삼류 양산형 판타지 소설로 남을 것 같네요. 3권까지는 읽고 싶지 않은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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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시 2013-03-20 23: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평 계속 볼거지만
 
시노노메 유우코 시리즈 2 - 시노노메 유우코는 연애소설을 사랑하기 시작한다, L Novel
모리하시 빙고 지음, 이진주 옮김, Nardack 그림 / 디앤씨미디어(주)(D&C미디어)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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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이번 달 초에 읽은 시노노메 시리즈 1권, 시노노메 유우코는 단편소설을 사랑한다(東雲侑子は短編小説をあいしている)에 이은 시노노메 시리즈 2권, 시노노메 유우코는 연애소설을 사랑하기 시작한다(東雲侑子は恋愛小説をあいしはじめる)입니다. 제목이 정말 길군요. 그나마 줄인게 '시노노메 시리즈 2권'인데 이것조차도 길어! 제목부터가 '연애소설을 사랑하기 시작한다'인만큼 주인공들의 관계가 얼마나 진전될지 굉장히 기대되었습니다.

 나는 정말로 그 사람이 밉고 미워서 참을 수가 없습니다.
 - 니시노조 유우코 『애증』

 평범한 이야기지만 담백한 진행으로 재미를 안겨줬었던 1권과 다르게 이번 이야기는 여전히 담백하다는 느낌은 남아있지만 이전보다 활동적인 분위기를 풍깁니다. 1학년이었던 주인공들이 1권의 사건으로 애매한 관계를 유지한 채 2학년이 되어버리고 에이타와 시노노메가 사귄다는 소문이 학교 전체에 퍼져 항상 남들에게 무관심하게 지내왔던 두 사람에게 친구들이 다가와 말을 걸어주고 함께 수학여행에 가서 바다에서 놀거나 어느새 에이타가 남자 쪽을 주도하는 인물이 되어있기도 합니다. 에이타와 시노노메, 그리고 형인 케이스케와 아루미를 제외하고는 등장인물이 거의 없던 1권과 다르게 이번 권에서는 친구들이나 모델 일을 하고있는 키타가와 에무라는 히로인도 등장합니다. 에이타는 이런 변화를 실감하며 내심 생각합니다. '이건 모두 시노노메를 만났기 때문이야.'라고.

 우리가 정말로 「사귀는」것일까. 시노노메는 실제로는 나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소설을 위해 내게 「사귀어달라」라고 말한 시노노메에게 결국 「소설>나」에 지나지 않는 것은 아닐까.

 1권부터 시노노메와 사귀게 된 에이타지만 사귀게 된 계기가 독특한만큼 여전히 미묘한 거리감을 줄이지 못하고 시노노메와의 관계에 대해서 여러 가지를 고민하고 또 고민합니다. 시노노메는 시노노메대로 석달동안 한 편의 소설도 쓰지 못하고 슬럼프에 빠져버렸습니다. 두 사람이 거리감을 유지하고 각자의 생각에 빠져있는 사이 주인공에게 키타가와 에무가 다가옵니다.

 "내가 더 미나미를 좋아하는게. 아닐까...... 싶었던 것뿐이야."

 삼각관계 또한 그리 특별할 거 없는 뻔한 이야기지만 시노노메 시리즈의 담백함 위에 깔리자 굉장히 안타까운 이야기가 되었습니다. 소박하고 조용하고 속내를 읽을 수 없는 시노노메와 정반대로 화려하고 활발하고 거리낌 없이 다가오는 키타가와 역시 꽤나 매력적인 캐릭터라 안타까움이 한층 더 크더군요.

 그래도 그 사람이 곁에 있어주는 것만으로도 정말 행복했습니다.
 그 사람의 목소리를 가까이에서 들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 무척 행복했던 것입니다.
 하지만 때때로 그 사람이 저 이외의 여성에게 보이는, 뭐라 형용할 수 없는 표정이 ㅡ 수줍어하는 것 같은, 뭔가를 감추는 것 같은 그 표정이 ㅡ 나를 참을 수 없을 만큼 괴롭게 하기도 했습니다.
 그런 얼굴 하지 마요.
 나를 봐줘요.
 나만을 봐줘요.
 부탁이니까.
 몇 번이나 그 말을 하고 싶었는지 모릅니다.
 - 니시노조 유우코 『애증』 

 사이사이에 유우코의 단편소설이 들어있었던 1권과 마찬가지로 이번 권 역시 시노노메의 심정을 <애증>이라는 소설을 통하여 보다 직접적으로 표현합니다. <애증>이라는 소설을 통하여 사랑하는 이의 모습을 세세하게 묘사하는 장면이 정말 좋았습니다. 시노노메의 심정이나 시노노메가 바라보는 에이타의 모습, 에이타에게서 느끼는 동질감이나 관심을 표현하는 모습에서 안타까우면서도 사랑스러운, 달콤 쌉싸름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1권과 마찬가지로 시노노메가 쓴 이 소설이 갈등 해결의 계기가 된다는 점에서 소설을 소재로 하는 이야기에서 벗어나지 않는 구성이 훌륭합니다.

 "뭐든 다 말로 설명한다고 좋은 건 아니야."

 에이타와 시노노메의 갈등에 맞추어 1권에서는 그렇게나 사이 좋아보였던 아루미와 케이스케의 갈등도 시작되지만 케이스케는 어른스럽게 해결합니다. 에이타는 그런 형의 모습을 보며 무언가를 느끼게 됩니다. 이 일을 계기로 그렇게나 서로에게 무관심해 보였던 형제 사이도 한층 가까워지고 두 사람의 갈등 해결 모습을 보며 에이타 역시 시노노메와의 갈등 해결에 노력을 기울입니다.

 이번 권에서 케이스케는 정말 멋있더군요! 이런 남자라면 저라도 반할것만 같았습니다. 대사는 적어도 여전히 고개를 갸웃거리는 몸짓에서 느껴지는 사랑스러운 시노노메나 새롭게 등장한 키타가와 에무도 귀엽고 좋았습니다.

 시노노메 유우코 시리즈는 3권으로 짧게 완결납니다. 다음 권의 제목은 시노노메 유우코는 모든 소설을 계속해서 사랑한다(東雲侑子は全ての小説をあいしつづける)입니다. 과연 에이타와 시노노메의 관계가 어떻게 될지 끝까지 지켜봐야겠습니다.


출처 : http://tlqtown.blogspo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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