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터스 블랙 로맨스 클럽
리사 프라이스 지음, 박효정 옮김 / 황금가지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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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예은 작가의 데미엔젤을 통해 관심을 가지게 된 황금가지 출판사의 '블랙 로맨스 클럽'. 두 번째 읽을 작품으로는 리사 프라이스(Lissa Price)의 스타터스(STARTERS)를 선택했습니다. 읽기 전부터, 아니 구매하기 전부터 스토리 소개와 그 소재 덕분에 굉장히 큰 관심과 기대를 가지고 있던 책입니다.


 결국 삶의 마지막에 이토록 욕심 많고 고루한 늙은이가 되길 원한 것은 그들 자신이었기에.

 생물학 전쟁으로 인하여 중장년층이 모두 사망하고 스타터스(STARTERS)라 불리는 10대 이하의 아이들과 엔더(ENDER)라 불리는 7,80세부터 심지어 150세가 넘는 노인들만이 살아남게 된 가까운 미래. 엔더들은 자신들의 기득권을 위한 법률을 만들어내고, 합법적으로 일자리를 구할 수 없게 된 스타터스는 길거리에 나앉아 힘들게 살아갑니다. 그런 스타터스 중 한명이던 여주인공 캘리는 아프고 어린 동생을 위하여 '바디 뱅크'에 찾아가게 됩니다. 다시 젊은 몸을 가지고 싶어 하는 부유한 엔더들에게 10대의 젊고 아름다운 몸을 고가의 돈을 받고 빌려주는 '바디 뱅크'. 그곳에서 자신의 몸을 늙은 노인들에게 빌려주던 캘리는 거대한 음모에 직면하게 됩니다.

 "당인이 할 수 있는 말 중에 도움이 될 것은 아무 것도 없어. 당신들 바디 뱅크 사람들 모두. 당신들 전부의 책임이야. 어떻게 그 아이에게 그럴 수가 있어? 그냥 어린애란 말이야. 어린애가 될 기회조차 없었던 어린애란 말이야."

 굉장히 인상 깊고도 재미있는 작품이었습니다. 생물학 전쟁으로 중장년층이 모두 사망한지 몇 년도 되지 않은 세계에서 주인공인 소녀 캘리는 몸이 아픈 동생과 친구인 마이클을 이끌고 전기도, 물도 나오지 않는 폐건물에서 서로의 몸에 의지하여 살아갑니다. 하루하루 먹고 살기도 힘든 상황에서 겨우 몇 년 전, 부모님이 살아 있을 때를 생각나게 만드는 추억의 물건을 만지며 견디지만 갑자기 밖에서 연기가 들어와 집에서 뛰쳐나가 대피하게 됩니다. 건물 밖으로 나가보니 엔더가 이 땅을 자신이 구매했다며 거주하던 스타터스를 쫓아내기 위해 연기를 피운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그는 제발 추억의 물건만 빼달라는 캘리의 부탁을 거절하고 집행관을 부릅니다. 도망가는 아이들을 쫓아 집행관은 전기충격기를 들고 쫓아갑니다. 전기충격기에 맞은 아이는 비명을 지르며 쓰러집니다. 목과 얼굴 부분이 까맣게 타버립니다.

 이제껏 그렇게 속이 텅 빈 느낌을 받은 적이 없었다. 그에게 항의할 희망조차 없었다. 100년도 넘는 시간이 우리 사이를 가로막고 있었고, 그는 결코 우리가 무슨 일을 겪고 있는 건지 이해할 수 없을 터였다.

 리사 프라이스(Lissa Price)가 그려내는 이 처절하면서도 세세한 SF 세계관이 놀랍고도 묘하게 현실적입니다. 사실 그도 그럴것이 '고아'가 법률이나 기타 제도에 의해 보호받지 못하는 것은 비단 미래의 일이 아니라 과거부터 현재까지 계속되고 있는 문제라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었습니다. 이 문제가 미래까지 계속해서 이어진다면 스타터스와 같은 디스토피아가 만들어질지도 모른다, 아니 우리는 그렇게 느끼지 못하더라도 힘들게 살아가는 그들은 지금 이 세상을 디스토피아라고 느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습니다. 심지어 대부분의 엔더들은 보호자가 없는 미성년자들을 난폭한 불량아라고만 생각하고 있을 뿐 그들이 어떻게 살아가는지, 기술이 놀랍도록 발전한 이 미래에서 알마나 원시적인 생활을 하고 있는지 아무도 깨닫지 못합니다. 이것 또한 '고아'에 대한 현대인들의 시선을 비난하는 것 같아 가슴이 아팠습니다.

 그러고 보니 나는 깨달았다. 왜 나는 나 자신의 충고를 받아들이지 않았을까? 나는 무엇 때문에 여기에 서서. 몸을 빼앗기길 그저 기다리고만 있는 거지?

 이 처절한 디스토피아 세계에서 펼쳐지는 스릴러가 굉장히 흥미진진합니다. 가장 흥미를 끌었던 것은 역시 '바디 뱅크'의 설정이었습니다. 놀라운 기술력을 바탕으로 엔더들에게 젊고 싱싱한 젊은 육체를 대여해 주는 바디 뱅크. 자신이 모르는 새에 늙은 노인들이 자신의 몸을 빌려 즐기고, 일어나보면 몇 일, 몇 주, 몇 개월이 지나있을 것이라 생각하니 온 몸이 오싹해졌습니다.

 너는 내게 조금은, 그 아이를 떠올리게 한단다.

 바디 뱅크에 몸을 맡기던 도중에 음모를 깨닫게 된 캘리는 역시나 음모를 깨닫고 자신을 도와주는 생각 있는 조력자들의 희생과 도움에 의지하여 바디 뱅크를 무너뜨리기 위해 행동에 나서게 됩니다.

 나는 거울을 접어서 그녀에게 돌려줬다.
 "다 고칠 수 있어." 그녀가 말했다.
 "더 중요한 것들을 먼저 고쳐야죠." 내가 말했다.

 마지막에는 놀라운 반전도 있었지만 개인적으로 이 소설의 마무리는 다소 아쉬웠습니다. 초반부터 재미있게 달려와서 마무리에 큰 기대를 한 탓일까요. 사실 스타터스를 노리는 거대한 '악'에 마주하게 된 캘리가 결국에는 세상을 깨부수고 스타터스를 해방시키는 식의 거대한 이야기를 기대했는데 결말은 생각보다 허무했습니다. 이 허무함에는 이 소설의 거대한 '악'으로 등장하던 '바디 뱅크'. '프라임 데스티네이션'이 너무나 쉽고 허술하게 무너져 내렸던 탓도 있었습니다. '블랙 로맨스 클럽'의 작품 치고는 로맨스의 색깔이 옅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블레이크와의 신데렐라 같은 사랑이 있기는 하지만(실제로 구두를 놓고 오는 등 신데렐라를 연상하게 만드는 묘사가 나온다.) 로맨스의 비중이 그렇게 높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로맨스 자체보다 이야기의 흐름과 마무리를 위한 장치라고 생각하게 되더군요. 로맨스 부분에서도 이야기를 만들다 만 느낌이 있었습니다. 특히 마이클과의 관계에서 말이죠. 이런 부분들이 조금 아쉽기는 했지만 이 책이 충분히 재미있음은 틀림이 없습니다. 많은 생각과 재미를 느끼게 만든 책이었습니다. 리사 프라이스(Lissa Price)의 다음 작품이 나온다면 꼭 읽어보고 싶네요.

 리사 프라이스(Lissa Price)의 홈페이지인 http://www.lissaprice.com/에서 외국판 표지를 봤는데... 정식 발매판이 훨씬 마음에 들더군요.


출처 : http://tlqtown.blogspo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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