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x24 link three - Extreme Novel
신죠 카즈마 지음, 박경용 옮김, 하시이 치즈 그림 / 학산문화사(라이트노벨) / 2013년 2월
평점 :
품절


 토쿠나가 쥰의 자살을 막기 위해 숨 막히는 24시간을 펼치는 15인의 성장 스토리를 각자의 시점에서 풀어나가는 15x24 3권입니다. 2권에서 가능성을 느끼고서 구매한 3권이지만 모두 읽고나서는 약간의 실망감을 느꼈습니다. 엄청나게 재미없지는 않았지만 개인적으로 기대했었던 짜릿한 스릴러나 성장물에서는 많이 벗어난 모습을 보였습니다.


 이번 권에서 가장 실망스러웠던 부분은 15X24의 계기가 되었던 토쿠나가 쥰의 자살이 주제가 아니게 되었다는 부분입니다. 2권부터 사건의 스케일이 점점 커져서 토쿠나가 쥰의 자살을 막기 위해 뛰어다니던 수색대는 결국 야쿠자와 미성년인신매매 사건에 휘말려들게 됩니다. 결국 이번 권에서는 토쿠나가 쥰의 자살은 비중이 거의 없고 거의 야쿠자쪽 이야기가 주로 진행되더군요. 토쿠나가 쥰의 자살을 막는 수색대 인원들의 개인적인 이야기와 성장에 감탄하며 보고있던 소설인데 이번 권을 읽고 보니 토쿠나가의 자살은 그저 야쿠자와 인신매매 사건을 불러오기 위한 단순한 계기일 뿐이었다는 느낌이 들어 굉장히 아쉬웠습니다. 실제로 토쿠나가 쥰은 이번 권에서 자신의 목적을 잃고 방황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토쿠나가 쥰의 자살을 막으려는 사람들과 토쿠나가 쥰의 자살을 도우려는 자들 사이의 두뇌 싸움, 그 사이에서 일어나는 각자의 성장과 따뜻하고 감동적인 이야기를 기대했던 저로서는 토쿠나가의 자살이라는 소재를 뒤로 미뤄버리고 정신없이 스케일만 커지고 감동이나 개인적인 성장은 억제한 채 뒷골목 조직 스릴러에만 신경 쓴 이번 3권에서 재미를 느끼지 못했습니다. 아쉬울 따름이네요. 4권은 구매할지 말지 고민중입니다.


출처 : http://tlqtown.blogspo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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듀라라라!! 4 - NT Novel
나리타 료우고 지음, 민유선 옮김, 야스다 스즈히토 그림 / 대원씨아이(단행본) / 2010년 6월
평점 :
절판


 모든 상황이 2년 전과 똑같았다.


 다만 2년 전과 다른 점이라면ㅡ.
 지금의 마사오미는 아무런 망설임 없이 달려갔다는 점이다.

 계속해서 읽어 내려가는 나리타 료우고(成田良悟)의 듀라라라!!(デュラララ!!) 3권입니다. 이번 이야기는 흑막이자 정보통인 모군이 어떤 목적을 위하여 만들어낸 체스판 위의 세 왕. 그들의 삼파전을 그립니다. 1권과 2권을 통해 만들어진 세 명의 왕이 서로의 진정한 정체를 모르는 상태로 학교에서 가장 친한 친구인 게 재미있습니다. 그들이 서로의 정체를 모르는 상태로 모군의 책략에 휘말려 들어가는 이야기입니다.

 "과거에서 도망칠 수 없는 이유는... 본인뿐이라서 그래."

 1권의 주인공이 미카도, 2권의 주인공이 앙리였다면 이번 권의 주인공은 키다 마사오미입니다. 미카도를 이케부쿠로 거리로 불러들이고 과거에는 황건적의 두목이었던 키다 마사오미. 그의 후회스러운 과거가 등장하고 다시는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달려가는 이야기, 그리고 약간은 감동적인 마무리가 재미있습니다. 가면 갈수록 점점 많은 캐릭터가 수면 위로 올라오는군요.

 "그럼... 나는 이만 돌아가겠지만... 이것 하나만 기억하게나. 정보통."
 "뭘 말입니까?"
 "우연의 도미노는 결코 나쁜 방향으로만 굴러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항상 그렇지만. 군상극인 만큼 초반에는 다소 난해해 집중이 되지 않다가 마지막에는 독자에게 재미를 안겨주는 스타일이 여전합니다. 생각나는대로 대충 적어가는 듯 하면서도 읽으면 읽을수록 치밀해지는 이야기의 구성이 인상 깊으면서도 여전히 한 캐릭터에 몰입하지 못하게 만드는 정신없는 이야기는 아쉽기도 합니다.

[4권]


 "이 동네에서 바텐더 차림은 빨간불보다 위험하니까 조심하라구. 이미 늦었지만."

 미카도, 키다, 앙리를 주연으로 한 삼파전. 큰 이야기 하나가 끝난 후 잠깐 쉬어가는 권이었습니다. 세르티에 관련된 큰 메인 스토리가 아니라 이케부루로 거리를 배경으로 한 외전격 스토리가 담겨있었습니다. 하지만 쉬어가는 권이라고 하더라도 스토리가 없는 것은 아니었고, 듀라라라는 애초에 이케부쿠로 거리를 배경으로 한 군상극 형식의 캐릭터 소설이라 가볍게 이끌어가는 이야기에 오히려 3권까지의 이야기보다 더 큰 재미를 얻었습니다. 이번 권에서는 더 많은 등장인물이 등장함에도 나리타 료우고(成田良悟)의 가장 큰 단점 중 하나인 난해함도 줄었고ㅡ 조그마한 계기가 결말을 불러오는 이야기의 구성에는 감탄했습니다.

 이제 자신은 혼자가 아니다.
 그 사실이 속박하는 의미를. 세르티는 이 상황에 이르러서야 겨우 깨달을 수 있었다.

 이케부쿠로를 취재하러 온 방송에 의해 관심을 받게 된 세르티와 이케부쿠로에서 날뛰는 살인마. 흘러들어온 살인청부업자. 새로 등장한 캐릭터들이 맞물려서 하나의 사건을 만들어냅니다. 가장 신선했던 부분은 흑막 캐릭터인 모 군이 3권까지의 삼파전을 유도해 낸 것과 다르게 이번 권에서는 모 흑막 캐릭터가 거의 등장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이번 사건이 어떻게 일어난 일인지 몰라 당황해하는 모 군의 모습이 유쾌했습니다. 그러면서도 모 군 이외의 다른 정보통이나 블루스퀘어 사건의 흑막 등 많은 떡밥을 던져주며 이후의 이야기를 염두에 두는 전개가 훌륭했습니다.

 ㅡ누가 버릴 줄 알고.

 ㅡ머리를 잃어버린 지금 나에게는 그것밖에 없으니까.

 이번 사건에서는 세르티의 내심이 좀 더 구체적으로 묘사됩니다. 최근에 인연을 맺게 된 사람들과 이케부쿠로 거리에서 생활하며 생긴 유대감, 괴물인 자신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주는 이케부쿠로 거리와 사랑하는 연인, 동료에 대한 신뢰, 그리고 그들을 지키려는 책임감이 빛났습니다. 그리고 정체를 숨기지도 않고 거리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어가는 이케부쿠로 거리의 '괴물들'을 보며 무언가를 느끼게 되는 이번 이야기의 주인공이 인상 깊었습니다.

 "잃는 것이 두렵다라. 그것도 하나의 사랑이라고 봐도 되지 않을까"

 이런 외전격 이야기에서 조차 듀라라라!!(デュラララ!!)의 주제인 '사랑 이야기'에서 벗어낙지 않는 점이 훌륭합니다. 일반적인 사랑이라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지만 억지스럽더라도 결말은 사랑으로 끝내려고 하는 작가의 고뇌가 옅보입니다. 갈수록 좋아지는 세르티와 신라이나 새롭게 등장한 매력적인 등장 인물들도 좋았고, 1권 이후 오랜만에 살짝 등장한 미카도의 흑화 모습이 좋았습니다. 평소에는 평범하지만 위기 상황이 되면 각성, 혹은 흑화하는 미카도가 유치하고 전형적인 캐릭터라고 생각하면서도 은근히 마음에 드네요. 여전히 큰 스토리는 없는 캐릭터 엔터테인먼트 소설이지만 그만큼 가볍게 즐기기에는 나쁘지 않은 소설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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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실살인게임 - 왕수비차잡기 밀실살인게임 1
우타노 쇼고 지음, 김은모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0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최근에 정발 된 절망노트(絶望ノ―ト)로 처음 접하게 된 우타노 쇼고(歌野晶午)의 밀실살인게임(密室殺人ゲ-ム)을 구매해서 읽었습니다. 절망노트(絶望ノ―ト)는 물론 메시지가 있는 소설이었지만 재미에서는 많은 아쉬움을 느꼈었기 때문에 유명 작가임에도 취향에는 맞지 않는다고 생각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그의 책을 손에 잡게 된 것은 역시나 '살인게임'이라는 소재가 흥미를 당겼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들이 벌이는 게임은 지금 예를 든 기존의 미스터리 엔터테인먼트와는 한 가지 결정적인 차이가 있었다. 그들은 가상의 살인사건을 추리하는 것이 아니었다.
 여기서 이야기하는 살인은 전부 실제로 일어난 일이다.
 그들 각자의 손으로 직접 저지른 사건에 대한 이야기다.

 밀실살인게임(密室殺人ゲ-ム)에서는 다섯명의 주연이 등장합니다. 화상채팅으로 전송되는 서로의 얼굴을 모니터 너머로 마주보지만 각각 특이한 분장을 하고있어서 정체를 알기는 쉽지 않습니다. 다스베이더 마스크를 쓰고 있는 주인공 두광인, 제이슨처럼 하키 마스크를 쓰고 있는 aXe, 노란 아프로 모양의 가발과 소용돌이 모양 렌즈의 안경을 써서 분장한 반도젠 교수, 자신의 얼굴 대신에 늑대거북을 비추는 잔갸, 맨 얼굴을 드러냈지만 웹캠을 흐리게 만들어놓아 초점이 제대로 잡히지 않고 뿌옇게 나오게 만든 콜롬보(044APD). 표지만 보더라도 개성적인 그들은 화상채팅 모임에 매일같이 모여서는 추리게임을 펼쳐냅니다. 단순한 추리게임이 아니라 순번이 돌아가면서 선택되는 출제자가 자신의 손으로 범행을 저지르고 '내가 범인이니 이 사건의 트릭을 맞춰봐라. 어떻게 죽였는가? 왜 죽였는가? 다음 피해자는 누구인가?'를 맞추는 섬뜩한 살인 게임을 펼칩니다.

 하지만 이건 우리 다섯 명이 수수께끼 풀이를 즐기기 위한 게임이지. 세상에 뭔가를 내세우려고 하는 행위는 아니야.

 하지만 이 책에서 등장하는 살인 게임들은 독특하거나 충격적인 재미를 안겨주지는 못했습니다. 이 책에서는 각각의 출제자가 출제하는 여러개의 문제가 등장합니다. 연쇄 살인사건을 펼쳐서 피해자들간의 공통점을 찾는 문제를 내는 aXe부터 시작해서 순식간에 간파당한 반도젠 교수의 시시한 트릭이나 잔갸의 예술적이면서도 독특한 살인, 콜롬보의 밀실 살인 트릭. 그리고 마지막 주인공 두광인의 범행까지 이어집니다. 본격 미스터리 소설인만큼 각각의 트릭들은 여타 소설에도 자주 등장하는 대표적인 트릭들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추측하기 어렵지 않습니다. 아쉽게도 답이 등장하더라도 놀랍다고 소리칠만한 트릭이나 문제는 없습니다. aXe의 연쇄 살인은 소설에 흥미를 가지게 하기 위한, '이 인물들은 이런 게임을 하고 있다'를 보여주기 위해 여러 순서 트릭을 뭉쳐놓았을 뿐이었고, 반도젠 교수의 트릭은 언급할 필요도 없이 시시했고, 그나마 잔갸의 살인은 예술적이면서도 독특했지만 충격적이지는 못했고, 콜롬보의 밀실 살인 트릭은 너무 뻔했습니다. 오히려 범행 자체보다도 개성적인 캐릭터들이 서로 유쾌하게 대화해가며 추리를 해나가는 모습에서 본격 미스터리보다 엔터테인먼트 소설이나 캐릭터 소설에 가까운 재미를 얻었습니다. 심지어 그들은 한 게임을 끝내고는 웹캠 앞에서 술을 마시며 가상 쫑파티를 벌입니다. 다스베이더 투구를 쓰고있는 두광인은 술을 빨대로 빨아먹는 유쾌한 모습을 보여줍니다.

 "그럼 왜 죽였어?"
 "지금까지와 마찬가지야. 죽이고 싶은 인간이 있어서 죽인 게 아니라, 써보고 싶은 트릭이 있어서 죽였지."

 사실 앞의 범행들은 준비 운동일 뿐이고 이 책은 마지막. 주인공인 두광인이 출제하는 살인 게임에 포커스가 집중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이 문제 역시 충격적이거나 의표를 찌르지는 못합니다. 대부분의 독자들은 초반부터 '이 사람은 죽겠구나.'부터 시작해서 '희생자의 정체'나 '두광인 범행의 트릭'까지 모든 것을 예상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두광인의 정체가 드러나는 순간은 꽤 의표를 찔렀습니다.

 "하지만 그 이전에 받은 영향은 내 몸 속 깊은 곳에 스며들어 있었어. 내가 할 만한 일을 녀석이 한다고 해도 전혀 신기할 것 없어. 아, 반대다. 녀석이 할 만한 일을 내가 한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아." 

 그리고 두광인 범행은 왠지 모를 여운을 전해줍니다. 분명 곰곰히 생각하면 잔인하고 심각한 범행인데도 감동과 비슷한 여운을 만들어 냅니다. 그러면서도 싸이코패스 적인 두광인의 모습에 오싹한 재미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다섯 명의 멤버는 기묘한 신뢰관계로 엮여 있다고 두광인은 늘 생각한다. aXe의 본명이 무엇이든, 반도젠 교수의 직업이 무엇이든, 잔갸군의 나이가 몇 살이든, 044APD가 지구상의 어디에 살든, 그런 것은 두광인에게 아무래도 상관없다. 두광인은 멤버들의 정체를 모르기 때문에 이런 놀이가 가능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다른 네 명도 마찬가지 생각일 테고, 그런 부분에서 마음이 일치하기 때문에 자연스레 모여 거부감 없이 이런 놀이를 하게 되지 않았을까? 

 심지어 두광인은 살인 게임 중간 중간에 멤버들간의 기묘한 유대감을 묘사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그런 유대감이 낳은 마지막 마무리는 굉장히 인상 깊었습니다. 충격적인 결말과 그것에서 전해져오는 여운과 싸이코패스가 좋았습니다. 그리고 멤버들의 정체가 드러나면서 다시 이전 범행들을 돌아보며 깨닫게 되는 치밀한 구성에는 감탄했습니다. aXe는 어떻게 범행을 펼치고 경시청 가까이에서 대담하게 범행을 저질렀는지, 반도젠 교수의 범행은 어떻게 일어났는지 다시 생각할 수 있게 만듭니다.

 이 밀실살인게임(密室殺人ゲ-ム)은 제8회 본격미스터리 대상 후보작에도 선정된 작품이지만 본격 미스터리 요소가 들어있는 범행 자체에서는 큰 재미를 느끼지 못했습니다. 그만큼 뻔하고, 예측에서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그 범행을 저지르는 다섯명의 개성적인 등장 인물들과 그 등장 인물들이 만들어내는 마무리는 재미있었습니다. '살인 게임'소재의 소설이지만 크게 오싹하거나 무섭다기보다 유쾌하고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재미있는 엔터테인먼트 소설이었습니다. 절망노트(絶望ノ―ト)에서는 실망스러웠던 우타노 쇼고(歌野晶午)에 대해 다시 평가하게 되는군요.

 각각의 등장 인물들을 유쾌하게 그려낸 표지가 정말로 마음에 듭니다. 팔과 다리만 살짝 보이는 044APD(콜롬보)의 모습까지 센스넘치게 그려냈습니다. 후속작이라고 할 수 있는 밀실살인게임(密室殺人ゲ-ム) 2.0은 제10회 본격미스터리 대상까지 수상한 작품이니 다음 권은 더욱 기대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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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화의 용사 1 - Extreme Novel
야마가타 이시오 지음, 김동욱 옮김, 미야기 그림 / 학산문화사(라이트노벨)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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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싸우는 사서 시리즈를 썼었던 야마가타 이시오(山形石雄)의 신작인 육화의 용사(六花の勇者)입니다. 이 라이트노벨이 대단해!(このライトノベルがすごい!) 2013에서는 3위를 차지하기도 한 놀라운 작품이라 정발되기를 얼마나 기다렸는지 모릅니다. 거기에 좋아하는 라이트노벨인 아사이 라보(淺井ラボ)의 그러나 죄인은 용과 춤춘다(されど罪人は龍と踊る)의 일러스트를 담당했던 일러스트레이터 미야기(宮城)가 이 작품의 일러스트를 담당한 것에 끌리기도 했습니다. 야마가타 이시오(山形石雄)의 글과 미야기(宮城)의 색체가 굉장히 잘 어울릴 것 같았습니다.

 승리를 우선시 할 것 같으면 무시하고 지나치는 것이 답이다. 그러나 그따위 답은 개나 주라지. 대체 무엇 때문에 마신과 싸운단 말인가. 힘없는 사람들을 구하기 위함이 아니었던가.

 마신을 상대하기 위하여 마신이 봉인에서 풀려나려고 할 때마다 선택받게 되는 여섯 명의 용사. 그 신체에는 마치 꽃과 같은 문양이 용사의 증거로서 드러나기 때문에 그들은 '육화의 용사'라고 불리기 시작했습니다. 주인공인 아들렛은 그런 세계에서 자칭 지상최강이라고 말하는 전사입니다. 하지만 그가 싸우는 방법은 정정당당한 검술이 아니라 폭약을 던지고 잡기와 과학을 이용해 승리를 위해서라면 무슨 짓이든 하는 방식입니다. 그런 아들렛은 마신을 죽이기 위한 육화의 용사로 선택받기 위하여 왕국에서 열린 무투회에 난입합니다. 마치 동화같은 흔한 판타지 스토리에 전형적인 주인공 때문인지 초반의 이야기에는 다소 실망감을 느낀 게 사실입니다.

 스멀스멀 이 안에 가짜가 있다는 두려움이 온몸에 스며들었다. 이 중 누군가는 적이다. 누군가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 아무리 사소하기 이를 데 없는 말이라도 한 번씩 의심해 보지 않을 수가 없다. 거꾸로 조심성 없는 말을 했다가는 자신이 의심받을 가능성도 있다. 조심해야 한다. 속지 않도록. 의심받지 않도록. 그리고 진실과 거짓을 혼동하는 일이 없도록.

 하지만 야마가타 이시오(山形石雄)는 초반의 쓸데없는 부분을 굉장히 속도감 있게 진행합니다. 50페이지도 되지 않아 아들렛은 무투회를 난장판으로 만들고, 육화의 용사로 선택받고, 역시나 육화의 용사로 선택받은 나셰타니아와 함께 항상 육화의 용사들이 집결했던 약속 장소로 향하게 됩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약속 장소에서 만나게 된 용사는 6명이 아니라 7명! 육화의 용사들은 숨어있는 한명이 적이라며 서로를 경계하고 불안감에 빠져듭니다. 단순한 판타지 소설이 아니라 미스터리와 액션 판타지가 절묘하게 섞인 작품으로서 진면목을 보이기 시작합니다.

 밀실. 그 생소한 말이 아들렛의 머릿속을 맴돌았다. 이 밀실에 드나들 방법이 하나도 떠오르지 않았다.

 내부에 적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불안한데 심지어 결계에 갇혀서 약속의 장소는 일종의 밀실이 되어버립니다. 그리고 그 안에서 '누가 결계를 쳤는가?'하는 진실을 찾기 위해 밀실 미스터리를 찾아내기 시작합니다. 서로를 의심하며 용사들간의 갈등과 불안, 그리고 의심이 싹트는 모습이 인상 깊습니다. 단순히 마왕을 쓰러뜨디러 가는 것이 아니라 마왕은 소재일 뿐, 음모에 의한 동료들 사이의 분열을 그린 것이 좋았습니다. 그곳에서 아들렛은 제7의 인물로서 의심받게 되어 육화의 용사들에게 공격받게 됩니다. 제7의 인물의 계획에 의해 용의자가 되어버린 아들렛은 방금 전까지만 해도 함께 행동했던 동료들에게 공격받아 상처입고 도망치면서도 자신의 혐의를 풀기 위하여 머릿속으로 미스터리의 트릭을 찾아냅니다.

 "웃어라. 강해지고 싶으면."
 아트로의 발길질이 아들렛의 등에 박혔다.
 "죽고 싶을 정도로 슬플 때. 죄다 팽개치고 달아나고 싶을 만큼 괴로울 때. 빛이 보이지 않아 절망스러울 때. 그럴 때조차 웃을 수 있는 자가 강해지는 법이다."
 아들렛은 떨리는 입술을 일그러뜨렸다. 볼이 경련하고 침이 질질 흐르는 그 꼴은 아무리 봐도 미소로 보이지 않았지만, 그래도 아들렛은 웃었다.

 미스터리를 풀어나가면서도 끝없는 동료들의 공격에 만신창이가 되지만 그는 계속해서 도망치며 막다른 골목에서 웃음 짓습니다. 미스터리 소설의 요소, 그것도 일종의 밀실 범죄를 연상하게 만드는 본격 미스터리의 요소를 넣으면서도 화려한 액션과 판타지가 끊이질 않아 굉장히 재미있습니다. 미스터리나 판타지 뿐 아니라 싸움의 도중에 사랑을 얻기도 하고 등을 맞기고 싸울 수 있는 동료를 얻기도 하는 아들렛의 모습에서 라이트노벨로서의 재미도 부족함 없이 느낄 수 있었습니다.

 아들렛은 생각했다. 복수를 위해 강해진 것이 아니다. 증오로 인해 싸우는 것이 아니다. 두 번 다시 잃지 않기 위해. 바로 그 때문에 강해진 것이다.

 무엇보다 인상 깊었던 것은 마무리였습니다. 미스터리와 판타지. 라이트노벨의 훌륭한 조합을 보여준 육화의 용사에서 범인이 드러나고 모든 것이 완결 되었다고 생각할 때, 그 싸움이 아직 끝나지 않은 것임을 알리듯이 여운이 남는 충격적인 결말을 보여줍니다.

 처음에는 별로라고 생각했는데 보면 볼수록 재미있어지고 숨 쉴 틈 없이 이어지는 속도감 있는 전개에 빠져들어 손에서 책을 놓을 수 없었습니다. 물론 미스터리에만 집중한 소설에 비하면 트릭이나 트릭의 해결이나 허술하지만 화려한 액션과 동료들 간의 치열한 다툼이 그것에 신경 쓰지 못하도록 만듭니다.

 아직 끝나지 않은 용사들의 싸움이 어떻게 이어질지... 다음 권이 너무나 기대되는 책입니다. 


출처 : http://tlqtown.blogspo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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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망노트
우타노 쇼고 지음, 정경진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3년 1월
평점 :
절판


 얼마 전 1월 29일에 정발 된 우타노 쇼고(歌野晶午)의 작품입니다. 일본에서는 2009년 5월에 발매된 작품입니다. 본격 미스터리를 주로 써내는 우타노 쇼고(歌野晶午)는 국내에서도 이름 높은 유명 작가이지만 그의 글을 읽어보는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단순히 '절망노트'라는 표제와 괴롭힘을 당하던 주인공이 '절망'이라고 이름 붙인 노트에 가해자를 죽여 달라고 소원을 빌자 소원이 이루어졌다는 소개에 끌려 구매했습니다.

 표지에는 '절망'이라고 쓰여 있었다. '2007 Schedule & Diary'라는 활자를 지워 없애려는 듯이 크고, 굵게, 자필로 그렇게 적혀있었다. 그 하나가 아니었다. 무수한 '절망'이 표지를 빽빽하게 메우고 있었다. 글자는 크고 작고 굵거나 가늘고, 테두리를 그리고도 삐침을 넣기도 했으며. 'despair'라고 영문으로도 적혀 있었고, 검정 빨강 형광이 섞여 있거나, 왼쪽으로 기울고 거꾸로 뒤집어져 있기도 해서 마치 활자로 콜라주한 미술작품 같았다.

 학교에서의 괴롭힘에 의해 정신적으로 한계에 몰리게 된 주인공. 다치카와 숀은 노트에 '절망'이라는 이름을 붙이고 매일매일 일기를 써 나갑니다. 그 '절망'이라는 노트에는 주인공이 괴롭힘 당하는 모습을 하루 또는 몇일에 걸쳐서 세세하게 묘사해놨습니다. 하지만 결코 어둡거나 암울하기만 하지는 않습니다. 주인공은 절망노트에 자신이 괴롭힘 당하는 모습을 유쾌하게 써내려갑니다. 그 유쾌하면서도 처절한 내용에 몇 번이나 웃고 절망하게 됩니다.

 보라고, 내 죽음으로 뭐가 달라지느냐 말이다. 풀장에 작은 돌멩이를 던진 것과 다를 바가 없다. 거울처럼 매끈한 수면에 파문이 이는 것은 처음 잠깐뿐이고 이내 아무 일도 없었던 듯 잔잔해진다. 바닥에 가라앉은 돌은 아무도 줍지 않는다. 나의 자살은 아무런 교훈도 남기지 못하고, 학교폭력은 연면히 계속된다. 즉 나의 죽음은 개죽음인 것이다.

 절망노트에 소원을 빌면, 소원이 이루어진다. 이 소개만 보자면 미신이나 영적 소재가 들어간 작품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이 작품 역시 본격 미스터리에 가깝습니다. 하지만 이 소설은 마지막의 마지막에 도달하기 전까지 트릭이 등장하기는 커녕 그림자도 보여주지 않습니다. 300페이지가 넘어가도록 숀이 괴롭힘 당하는 이야기만 유쾌하게 그려져 있어 중간이 넘어가도록 이게 무슨 소설인지 알 수가 없습니다. 그런데 드디어 301페이지. 바라던 사건의 첫 희생자가 나옵니다. 하지만 그 이후에 500페이지가 넘어가서야 범인과 트릭이 등장하고 이 책의 베일이 벗겨집니다.

 말은 혼이다. 혼에는 생명이 깃들어 있다. 사람을 기분 좋게 만들어서 평온을 주기도 하고, 아프게 해서 불안과 초조를 느끼게도 하며, 끝없는 지옥으로 떨어뜨릴 수도 있다.
 말은 칼이다.

 숀의 절망노트 자체가 유쾌하고 읽기 편하게 써져있기 때문에 읽는데 큰 지루함은 없었지만 읽어가면 읽어갈수록 체력이 고갈되는 듯한 따분함을 안겨주었습니다. 드디어 대망의 마무리. 트릭은 밝혀집니다. 하지만 마지막까지 읽은 뒤에는 허무함과 함께 '이런 결말을 보기 위해서 지금까지 달려왔나'하는 실망감이 들었습니다. 마지막에 가서야 본론이 나온 것 치고는 충격적이지도, 재미있지도 못했습니다. 이 결말 하나를 위하여 500페이지가 되도록 쓸데없는 내용으로 가득 채워져 있는 구성에 의문을 느꼈습니다.

 상상만으로 세상은 변하지 않는다.
 존 레논은 사기꾼이다.

 소설은 실망스러웠지만 확실히 느낀 점은 있었습니다. 현대 사회에서 매일같이 일어나고 문제되는 '괴롭힘'과 그것을 알아차리지 못하는 주변의 '무관심'에 대하여 생각하니 굉장히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절망노트'에는 주인공이 괴롭힘 당하고 있는 것을 눈치 채주지 않는 주변 인물들의 모습이 생생하게 그려져 있습니다. 반 아이들, 교사, 부모님, 그 누구도 알지 못합니다. 그리고 그는 절망노트에 '죽고싶다'고 써내려갑니다. 그 절망노트가 주변 사람들에게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 주변 사람들이 그 절망노트를 읽고 어떻게 행동하게 되는지 보다보면 '죽고싶다'라고 말하는 것보다 '죽고싶다'라고 쓰는 것이 얼마나 효과적인지. 말보다 강한 글의 힘을 뼈져리게 느끼게 됩니다.

 소재 때문에 많이 기대했는데... 아쉽게도 취향에 맞는 소설은 아니었습니다. 확실히 마지막의 '트릭'에 혼신의 힘을 담은 작품들은 그 트릭이 간파되거나. 생각보다 의표를 찌르는 트릭이 아니었을 경우 순식간에 흥미를 잃어버리게 된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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