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화의 용사 1 - Extreme Novel
야마가타 이시오 지음, 김동욱 옮김, 미야기 그림 / 학산문화사(라이트노벨) / 2013년 2월
평점 :
품절


 싸우는 사서 시리즈를 썼었던 야마가타 이시오(山形石雄)의 신작인 육화의 용사(六花の勇者)입니다. 이 라이트노벨이 대단해!(このライトノベルがすごい!) 2013에서는 3위를 차지하기도 한 놀라운 작품이라 정발되기를 얼마나 기다렸는지 모릅니다. 거기에 좋아하는 라이트노벨인 아사이 라보(淺井ラボ)의 그러나 죄인은 용과 춤춘다(されど罪人は龍と踊る)의 일러스트를 담당했던 일러스트레이터 미야기(宮城)가 이 작품의 일러스트를 담당한 것에 끌리기도 했습니다. 야마가타 이시오(山形石雄)의 글과 미야기(宮城)의 색체가 굉장히 잘 어울릴 것 같았습니다.

 승리를 우선시 할 것 같으면 무시하고 지나치는 것이 답이다. 그러나 그따위 답은 개나 주라지. 대체 무엇 때문에 마신과 싸운단 말인가. 힘없는 사람들을 구하기 위함이 아니었던가.

 마신을 상대하기 위하여 마신이 봉인에서 풀려나려고 할 때마다 선택받게 되는 여섯 명의 용사. 그 신체에는 마치 꽃과 같은 문양이 용사의 증거로서 드러나기 때문에 그들은 '육화의 용사'라고 불리기 시작했습니다. 주인공인 아들렛은 그런 세계에서 자칭 지상최강이라고 말하는 전사입니다. 하지만 그가 싸우는 방법은 정정당당한 검술이 아니라 폭약을 던지고 잡기와 과학을 이용해 승리를 위해서라면 무슨 짓이든 하는 방식입니다. 그런 아들렛은 마신을 죽이기 위한 육화의 용사로 선택받기 위하여 왕국에서 열린 무투회에 난입합니다. 마치 동화같은 흔한 판타지 스토리에 전형적인 주인공 때문인지 초반의 이야기에는 다소 실망감을 느낀 게 사실입니다.

 스멀스멀 이 안에 가짜가 있다는 두려움이 온몸에 스며들었다. 이 중 누군가는 적이다. 누군가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 아무리 사소하기 이를 데 없는 말이라도 한 번씩 의심해 보지 않을 수가 없다. 거꾸로 조심성 없는 말을 했다가는 자신이 의심받을 가능성도 있다. 조심해야 한다. 속지 않도록. 의심받지 않도록. 그리고 진실과 거짓을 혼동하는 일이 없도록.

 하지만 야마가타 이시오(山形石雄)는 초반의 쓸데없는 부분을 굉장히 속도감 있게 진행합니다. 50페이지도 되지 않아 아들렛은 무투회를 난장판으로 만들고, 육화의 용사로 선택받고, 역시나 육화의 용사로 선택받은 나셰타니아와 함께 항상 육화의 용사들이 집결했던 약속 장소로 향하게 됩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약속 장소에서 만나게 된 용사는 6명이 아니라 7명! 육화의 용사들은 숨어있는 한명이 적이라며 서로를 경계하고 불안감에 빠져듭니다. 단순한 판타지 소설이 아니라 미스터리와 액션 판타지가 절묘하게 섞인 작품으로서 진면목을 보이기 시작합니다.

 밀실. 그 생소한 말이 아들렛의 머릿속을 맴돌았다. 이 밀실에 드나들 방법이 하나도 떠오르지 않았다.

 내부에 적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불안한데 심지어 결계에 갇혀서 약속의 장소는 일종의 밀실이 되어버립니다. 그리고 그 안에서 '누가 결계를 쳤는가?'하는 진실을 찾기 위해 밀실 미스터리를 찾아내기 시작합니다. 서로를 의심하며 용사들간의 갈등과 불안, 그리고 의심이 싹트는 모습이 인상 깊습니다. 단순히 마왕을 쓰러뜨디러 가는 것이 아니라 마왕은 소재일 뿐, 음모에 의한 동료들 사이의 분열을 그린 것이 좋았습니다. 그곳에서 아들렛은 제7의 인물로서 의심받게 되어 육화의 용사들에게 공격받게 됩니다. 제7의 인물의 계획에 의해 용의자가 되어버린 아들렛은 방금 전까지만 해도 함께 행동했던 동료들에게 공격받아 상처입고 도망치면서도 자신의 혐의를 풀기 위하여 머릿속으로 미스터리의 트릭을 찾아냅니다.

 "웃어라. 강해지고 싶으면."
 아트로의 발길질이 아들렛의 등에 박혔다.
 "죽고 싶을 정도로 슬플 때. 죄다 팽개치고 달아나고 싶을 만큼 괴로울 때. 빛이 보이지 않아 절망스러울 때. 그럴 때조차 웃을 수 있는 자가 강해지는 법이다."
 아들렛은 떨리는 입술을 일그러뜨렸다. 볼이 경련하고 침이 질질 흐르는 그 꼴은 아무리 봐도 미소로 보이지 않았지만, 그래도 아들렛은 웃었다.

 미스터리를 풀어나가면서도 끝없는 동료들의 공격에 만신창이가 되지만 그는 계속해서 도망치며 막다른 골목에서 웃음 짓습니다. 미스터리 소설의 요소, 그것도 일종의 밀실 범죄를 연상하게 만드는 본격 미스터리의 요소를 넣으면서도 화려한 액션과 판타지가 끊이질 않아 굉장히 재미있습니다. 미스터리나 판타지 뿐 아니라 싸움의 도중에 사랑을 얻기도 하고 등을 맞기고 싸울 수 있는 동료를 얻기도 하는 아들렛의 모습에서 라이트노벨로서의 재미도 부족함 없이 느낄 수 있었습니다.

 아들렛은 생각했다. 복수를 위해 강해진 것이 아니다. 증오로 인해 싸우는 것이 아니다. 두 번 다시 잃지 않기 위해. 바로 그 때문에 강해진 것이다.

 무엇보다 인상 깊었던 것은 마무리였습니다. 미스터리와 판타지. 라이트노벨의 훌륭한 조합을 보여준 육화의 용사에서 범인이 드러나고 모든 것이 완결 되었다고 생각할 때, 그 싸움이 아직 끝나지 않은 것임을 알리듯이 여운이 남는 충격적인 결말을 보여줍니다.

 처음에는 별로라고 생각했는데 보면 볼수록 재미있어지고 숨 쉴 틈 없이 이어지는 속도감 있는 전개에 빠져들어 손에서 책을 놓을 수 없었습니다. 물론 미스터리에만 집중한 소설에 비하면 트릭이나 트릭의 해결이나 허술하지만 화려한 액션과 동료들 간의 치열한 다툼이 그것에 신경 쓰지 못하도록 만듭니다.

 아직 끝나지 않은 용사들의 싸움이 어떻게 이어질지... 다음 권이 너무나 기대되는 책입니다. 


출처 : http://tlqtown.blogspo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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