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고교야구 여자 매니저가 피터 드러커를 읽는다면 만약 고교야구 여자 매니저가 피터 드러커를 읽는다면
이와사키 나쓰미 지음, 권일영 옮김 / 동아일보사 / 2011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 이와사키 나쓰미(岩崎夏海) - 만약 고교야구 여자 매니저가 피터드러커를 읽는다면(もし高校野球の女子マネ-ジャ-がドラッカ-の『マネジメント』を讀んだら) ★★★☆☆

◆ 작가인 이와사키 나쓰미(岩崎夏海)는 어느 날 우연히 알게 된 경영학의 아버지. 피터 F. 드러커가 쓴 '매니지먼트'라는 책을 읽고 큰 감동을 받아 눈물을 흘립니다. 이런 작가의 경험은 그대로 이 책. '만약 고교야구 여자 매니저가 피터드러커를 읽는다면(もし高校野球の女子マネ-ジャ-がドラッカ-の『マネジメント』を讀んだら)'. 줄여서 '모시도라(もしドラ)'에 생생하게 담겨있습니다.

 요즘은 매니저의 자질로 붙임성이 있을 것, 남을 잘 도와줄 것, 인간관계가 좋을 것 등을 중시한다. 하지만 그런 정도로는 충분하지 않다. 매니저의 업무 능력은 누가 가르쳐주지 않더라도 익힐 수 있다. 하지만 배울 수 없는 자질, 후천적으로 얻을 수 없는 자질, 처음부터 몸에 배어 있어야만 할 자질이 딱 하나 있다. 그것은 재능이 아니다. 진지함이다.

 고등학교 여자 야구 매니저인 미나미는 어느 날 피터 F. 드러커가 쓴 '매니지먼트'의 요점을 정리해놓은 '매니지먼트 에센셜판'을 읽게 되고 매니저의 가장 중요한 자질은 그 어떤 것도 아닌 '진지함'이라는 구절에서 눈물을 흘리게 됩니다. 그리고 조직과 조직 경영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이 써져있는 '매니지먼트'를 통해 진정한 매니저로서 야구부를 '매니지먼트'하여 고시엔 대회에 진출시키겠다고 결심합니다.

 작가는 피터 드러커의 '매니지먼트'에 대해서 '조직과 원활한 운영에 대한 전반적인 내용이 구체적으로 쓰여 있을 뿐 아니라 인간에 대한 깊은 통찰, 사회를 알게 만들어주는 책'이라고 말합니다. 그리고 이 책에 적혀있는 중요한 '매니저'의 의미와 다르게 허드렛일을 하는 일꾼 정도의 의미로 쓰이고 있는 '매니저'에 대해 생각하며, 현대 사회에서 생각하는 '매니저'가 '매니지먼트'를 읽고 진정한 '매니저'가 되어가는 이야기를 책에 담아냅니다.

 이 모시도라에는 당연하다시피 '매니지먼트'의 중요한 구절과 조직 경영에 대한 핵심 내용이 들어가 있습니다. 경영에 대한 이야기뿐만 아니라 선천적인 성별에 의해 야구에 대한 꿈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던 주인공 미나미가 운영하는 야구부의 이야기를 통하여 성장과 감동이 함께 들어있는 엔터테인먼트한 이야기를 그려냅니다. 경영에 대한 지식과 엔터테인먼트 소설의 재미가 함께 잘 융화되어있어 재미있으면서도 지루하지 않게 경영의 핵심을 배울 수 있는 부분이 감탄스러웠습니다.

 사실 책의 재미만을 논하자면 엄청나게 재미있다고 말할 수 있는 책은 아니었습니다. 물론 예상보다 재미있었고, 감동적인 마무리를 보여줬지만, 유명세와 다르게 그렇게까지 큰 감흥을 받지는 못했습니다. 하지만 지루하지 않으면서도 재미있게 경영에 대해 논하고 있기 때문에 피터 드러커의 '매니지먼트'를 접하기 어렵다면 이 책으로 '경영'의 첫걸음을 시작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아요.

 "매니지먼트가 꼭 기업만 하는 것은 아니니까 말이야. 그리고 어른들만 매니지먼트를 하란 법도 없지. 고등학교 야구부 같은 비영리단체에 적용시키려는 것도 훌륭한 일 아니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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템테이션
더글라스 케네디 지음, 조동섭 옮김 / 밝은세상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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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글라스 케네디(Douglas Kennedy) - 템테이션(Temptation) ★★★★☆

◆ 더글라스 케네디의 작품
 - 빅 픽처
 - 위험한 관계
 - 모멘트
 - 파리 5구의 여인

 더글라스 케네디(Douglas Kennedy)는 1997년에 출판했었던 대표작 '빅 픽처(The Big Picture)'에서 뉴욕 월스트리트가의 부유한 변호사인 주인공 '벤'을 통하여 '원하던 꿈을 이루었지만 이전에 하던 일이 진정한 삶이 아니었을까'하는 테마를 드러냅니다. 이 테마는 더글라스 케네디에게 대단히 중요한 테마인지 이번에 읽은 '템테이션(Temptation)'에서도 드러납니다. '빅 픽처(The Big Picture)'에서 보다 직접적으로 블랙 코미디 요소를 담아 작품을 써내는 시나리오 라이터 데이비드 아미티지라는 주인공을 통하여 마찬가지로 블랙 코미디 작품을 써내는 작가 자신의 이야기를 직접적으로 담아내는 부분이 인상 깊습니다.

 사람들은 흔히 성공하면 삶이 편해질 것이라 여긴다. 하지만 성공하면 삶은 어쩔 수 없이 더 복잡해진다. 아니, 더욱 복잡해지기를 바라는지도 모른다. 더 큰 성공을 거두기 위한 갈증에 자극을 받으며 더욱 매달려야 하기 때문이다. 바라던 걸 성취하면 또 다른 바람이 홀연히 나타난다. 그 바람을 충족시키지 못하면 우린 또 다시 결핍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그러면 다시 완벽한 만족감을 얻기 위해 모든 걸 걸고 달려든다. 그때껏 이룬 것들을 모두 뒤엎더라도 새로운 성취와 변화를 찾아 매진한다.
 새로운 성취를 이루면 또 다른 의문이 고개를 쳐든다.
 이 모든 걸 그대로 지켜낼 수 있을까? 모래처럼 손아귀에서 슬며시 빠져 나가는 건 아닐까? 아니, 더 나쁜 경우는 그 모든 것에 질려 버려 사실은 이전에 이루었던 게 진정 원하던 게 아니었을지 자못 후회하게 되는 것이다.

 11년째 작품을 하나도 팔지 못하고 힘들게 가정을 이끌어 나가던 무명 시나리오 작가인 주인공 데이비드 아미티지는 어느 날 시트콤 대본 <셀링 유>가 방송국에 팔리면서 일약 할리우드 최고의 스타 작가가 되어 엄청난 돈과 명성을 얻게 됩니다. 하지만 큼돈을 벌었음에도 오랜 세월동안 균열이 간 가정은 제자리를 찾을 수 없다는 것을 깨달은 그는 새로운 인견과 만나 계속된 성공을 거두며 행복한 인생을 살아갑니다. 하지만 갑작스럽게 표절 시비에 휘말려 한 순간에 몰락해버릴 위기에 처하게 됩니다.

 그런 불가능한 질문들은 아예 생각하지도 말자. 모든 게 헛되다는 생각도 잊자. 그때 이렇게 했더라면, 하고 상상하지도 말자.과거를 짊어지자. 달리 어쩌겠는가? 치료약은 하나뿐이다. 다시 일에 열중하자.

 작가는 갑작스럽게 성공한 데이비드의 모습을 그리며 성공한 삶의 고뇌와 불안감을 그려냅니다. 그리고 주인공에게 위기를 안겨주고 결국에는 홀로 남게되는 그의 모습에서 '후회'에 대해서 말합니다. 그때 이렇게 했더라면, 혹은 그렇게 하지 않았더라면... 우리는 누구나 '후회'를 하고 살아가지만 더글라스 케네디는 결말에서 지나간 과거에 매달리지 말고 미래를 향해 나아가라고 말합니다.

 이전보다 더욱 강한 흡입력과 속도감을 보여주기 때문에 누가 읽어도 빠져들어서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이지만, 여전히 딱딱한 문장과 작풍, 이 모든 위기를 뒤에서 조종한 '흑막'의 감정에 기대는 약간의 허술한 이야기 구성은 개인적으로 아쉬웠습니다. 이 감상 역시 '빅 픽처'에서 느꼈던 느낌과 다를 게 없네요. 만약 '빅 픽처'를 재미있게 읽었다면 이 책 역시 재미있게 읽을 수 있으리라 예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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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이 영원히 계속되면
누마타 마호카루 지음, 민경욱 옮김 / 블루엘리펀트 / 2012년 5월
평점 :
절판


 작가인 누마타 마호카루(沼田まほかる)가 56세에 발표한 데뷔작인 9월이 영원히 계속되면(九月が永遠に続けば)은 인간 내면에 담긴 일그러진 애정과 광기, 그리고 그 감정들이 만들어낸 끔찍한 비극과 결말을 그려내는 호러 소설입니다. 영적, 혹은 초현실적인 소재는 등장하지 않지만 평범했던 일상이 조금씩 일그러져가는 이야기를 보여줍니다.

 간지러움 같은 감각이 나를 다그친다. 말도 안 되는 이 상황 때문에 미쳐버릴 것만 같아서 다시 걷기 시작한다. 하지만 아무리 걸어도 후미히코의 흔적은 황야 그 어디에도 없다. 이제는 그저 누군가의 기억에 쫓겨 흐느껴 울면서 조금씩 내가 아닌게 되어가는 수밖에 없다......

 이 작품의 문장력은 확실히 데뷔작이라고는 생각되지 않을 정도로 정돈되어 있습니다. 연륜의 힘이라고 말할지... 갑작스러운 아들, 후미히코의 실종 사건을 시작으로 애인의 죽음, 전 남편의 딸의 자살 등 불행한 일이 연달아서 닥쳐오는 사치코의 공포를 감각적으로 묘사하고 등장 인물들간의 인관관계를 농밀하게 그려냅니다.

 하지만 출판사의 포장된 소개와는 다르게 이 작품이 어떠한 충격적인 감정이나 섬뜩함을 전해주지는 못했습니다. 충격적인 결말도, 예상치 못한 반전도, 일그러진 감정을 제대로 담아내지 못한 흡입력이 부족한 이야기는 지루하면서도 무난한 작품이라고밖에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평범한 일상이 점점 일그러져가며 인간 내면의 광기가 드러나는 작품을 대단히 좋아해 기대를 했었는데 아쉬울 따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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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러진 용골
요네자와 호노부 지음, 최고은 옮김 / 북홀릭(bookholic) / 2012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요네자와 호노부(米澤穂信) - 부러진 용골(折れた龍骨)

◇ 평점 ★★☆☆☆
 - 판타지와 본격 미스터리를 융합한 이색적인 작품. 자칫 허술해지기 쉬운 판타지 미스터리 소설임에도 나름의 규칙을 정해 이야기를 논리적으로 진행시키는 부분이 인상 깊었으나, 군데군데 허술한 부분이 보이고, 요네자와 호노부 특유의 엔터테인먼트함이 부족해 읽는 재미를 느끼기는 어려웠다. 본격 매니아를 위한 책이라고 할까. 호불호가 굉장히 갈리는 책이다.

◇ 요네자와 호노부의 다양한 소설
인사이트 밀
추상오단장
덧없는 양들의 축연
개는 어디에
소시민 시리즈

 부러진 용골(折れた龍骨)은 다양한 작품을 써내는 요네자와 호노부(米澤穂信)의 작품 중에서도 대단히 이색적입니다. 12세기 말. 중세 유럽을 바탕으로 하여 마술과 저주 등이 들어가있는 판타지 세계관과 본격 미스터리를 융합했냈습니다. 저주로 인하여 일어난 살인 사건과 그것을 해결하는 동방의 기사. 팔크 피츠존의 이야기를 다룹니다.

 "아무것도 놓치지 않는다면 진실을 밝혀낼 수 있다. 우리는 이성과 논리로 마술을 격파할 수 있다. 반드시. 그 말을 믿거라."

 보통 판타지 미스터리는 이야기의 구성이 굉장히 허술하기 마련입니다. 제가 읽은 작품중에는 대표적으로 카도노 코헤이(上遠野浩平)의 사건 시리즈를 예로 들 수 있겠네요. 사건 시리즈는 굉장히 오묘한 세계관에 작가 특유의 철학적인 요소가 섞인데다 개성적인 캐릭터들을 잘 살린 매력적인 작품이지만 판타지와 미스터리의 융합을 타이틀로 내건것 치고는 미스터리의 해결이나, 결말이 굉장히 허술합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살인의 방법이 '마법'이기 때문이죠. '마법'은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 가상의 소재이기 때문에 어떠한 방법으로 살인 사건을 일으키던 소설 내에서는 장애될 것이 없습니다. 그렇기에 마법으로 일어난 살인 사건을 보고있으면 허술한 구성이라고 느낄 수 밖에 없는 것이죠.

 그런 부분에서 부러진 용골 또한 허술한 구성이 되지 않을까 굉장히 걱정했었습니다. 하지만 예상과는 다르게 이 부러진 용골은 오히려 판타지나 엔터테인먼트 부분보다 본격 미스터리에 힘을 쏟은 작품이었습니다. 물론 이 책에서도 살인 사건은 마법과 저주로 인하여 일어납니다. 하지만 작가인 요네자와 호노부는 책 내용에서 판타지 미스터리에서 자주 일으키는 실수(허술함)에 대해 책 안에서 언급하며 독자와의 규칙을 명확하게 정해둡니다.

 "누가 어떤 마술을 사용했는지도 모르는데, 제 지식의 범위 내에서 어떻게 '미니온'을 알아낼 수 있겠어요."
 "아니다."
 팔크는 결연한 목소리로 단호하게 말했다.
 "설령 누군가 마술사라 해도, 또 어떠한 마술을 사용했더라도, '미니온'이 바로 그자이거나 혹은 그자가 아니라는 것을 입증하는 이유를 찾아내야 한다."

 살인은 무조건 암살기사가 타인을 조종하는 '강제된 신조'라는 저주에 의해 일어났고, 암살기사가 조종하는 '미니온'은 자신의 역량을 총동원해 살인을 저지른 후 살인을 은폐하기 위하여 모든 노력을 기울인다. 그리고 살인을 한 기억을 잊는다. 이 저주의 토대가 되는 법칙. 즉 작가와 독자가 한 약속에 의해서 이 책에서 벌어진 살인 사건은 저주로 이루어졌음에도 불구하고 '논리'라는 미스터리의 요소가 통하게 되는 것입니다. 그 후 팔크와 일행은 '어떠한 마법'으로 살인 사건이 일어났나가 아닌, '살인은 강제된 신조라는 저주로 일어났으니 의심되는 사람들 중 누가 강제된 신조에 걸릴 수 없었는지, 혹은 살인 사건을 일으킬 수 없었는지'를 하나하나 추리해갑니다. 그러면서도 '밤에 강을 건널 수 없는 이 섬에 어떻게 들어왔을까?' '밀폐된 감옥에서 어떻게 빠져나갔을까?' 등의 본격 미스터리 요소를 집어넣습니다.

 하지만 다른 판타지 미스터리 소설에 비해 본격 미스터리와 논리에 굉장히 힘을 쏟았음에도 약간의 허술함이 보입니다. 팔츠와 일행은 용의자들과 이야기하며 범인을 좁혀나가지만 정작 해결편에서 '손' 등을 미리 언급하지 않아 독자들이 추리할 수 없었던 설징이 튀어나와 용의자를 좁힐 수 없는 등의 허술함을 보여줍니다. 거기에 더해 위에서 언급했던 본격 미스터리들의 트릭이 너무 쉽고 빤하여 아쉽기도 했네요.

 아니, 사실 개인적으로 본격 미스터리 쪽은 아무래도 좋았습니다. 솔직히 본격 미스터리 매니아가 아니라 대부분의 본격 미스터리 작품에서 '지적인 재미'를 느끼지 못하고 '지루함'을 느끼는 저로서는 트릭이나 해결, 논리적인 부분은 심하게 허술하거나 어이없지 않으면 아무래도 좋았습니다. 실제로 이 부러진 용골의 탄탄한 논리와 그것에 고뇌하며 글을 쓴 작가의 모습이 보이는 듯한 내용 전개에는 감탄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진심으로 실망스러웠던 것은 이 책에는 요네자와 호노부 특유의 엔터테인먼트와 유머. 한마디로 '읽는 재미'가 부족했다는 점입니다.

 요네자와 호노부의 글을 즐겨 읽던 이유는 글에 자주 본격 미스터리의 요소를 섞으면서도 지루하지 않도록 매력적인 캐릭터성과 엔터테인먼트, 유머를 섞어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는 부분입니다. 특히 대표작이라고 할 수 있는 '인사이트밀'이 그렇습니다. 하지만 이 '부러진 용골'에서는 판타지와 미스터리의 절묘한 융합이라기보다 본격 미스터리 사건을 위하여 판타지 세계관을 창조한 듯한, 판타지 세계관이나 등장하는 캐릭터들의 매력은 잘 살리지 못하고 사건을 논리적으로 펼쳐내는 데에만 집중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특유의 엔터테인먼트가 부족하여 개인적으로는 조금 지루하게 읽은 감이 없지 않아 있었습니다.

 다른 판타지 미스터리들이 부족한 논리와 허술함으로 재미를 반감시켰다면 이 '부러진 용골'은 과한 논리로 재미를 반감시켰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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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막 난 시체의 밤
사쿠라바 카즈키 지음, 박재현 옮김 / 21세기북스 / 2012년 7월
평점 :
품절


사쿠라바 카즈키(桜庭一樹) - 토막 난 시체의 밤(ばらばら死体の夜)


◇ 평점 ★★☆☆☆
 - 어둡고 차가운 길을 계속해서 걸어가는 듯 한 공포를 묘사하며 그 속에 사회성을 담아내 거품경제 붕괴 이후 90년대부터 2000년대 초까지의 일본 사회의 어두운 면과, 고통받는 사람들의 현실적인 욕망 그리고 비극을 그려낸 사회파 소설. 사쿠라바 카즈키 특유의 선정적이면서 강렬한 문체가 드러나지만 진의를 알기 어려운, 잡문에 가까운 글 솜씨와 구원 없는 결말은 독서의 즐거움을 안겨주지 못했다.

*이 감상에는 토막 난 시체의 밤(ばらばら死体の夜)의 스포일러가 들어있습니다.

 마흔이 넘은 번역가 요시노 사토루는 고학생 시절에 하숙했었던 진보초의 고서점에 들렀다가 이층에서 수수께끼의 미인. 시로이 사바쿠를 만나게 됩니다. 빼어난 미모와 가끔 나이에 걸맞지 않은 묘한 분위기를 보이는 그녀에게 매료되어 욕망을 털어놓으며 관계를 가지게 되지만 사바쿠는 사토루에게 끊임없이 말합니다. "돈을 줘."라고...

 토막 난 시체의 밤(ばらばら死体の夜)은 사쿠라바 카즈키(桜庭一樹)의 소설이 대부분 그렇듯이 인간 내면의 공포를 묘사하며 일그러진 이야기를 펼쳐나갑니다. 하지만 이 소설에서 등장하는 '공포'는 섬뜩하다거나 충격적인 것이 아니라 어둡고 끝이 없는 골목길을 계속해서 걸어가는 듯 한 차가운 공포를 묘사합니다.

 나락으로 떨어지는 구멍은 마을 이곳저곳에 움푹움푹 , 뚫려 있다.

 이 책은 명백한 사회파 소설입니다. 부자인 아내와 결혼하여 명품 옷을 입으며 대학 강사와 번역가라는 번듯한 직함을 가지고 있지만, 실상은 아내 몰래 300만엔의 빚에 허덕이고 있는 채무자인 요시노 사토루와 유명 연예인을 앞세워 소비자를 현혹하는 대출 광고에 넘어가 다중 채무자로 전락하여 300만엔의 빚을 이고 살며 방세가 싼 고서점에서 하숙하고 있는 사바쿠. 작가는 이 두사람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사회의 어두운 면을 그려냅니다.

 "......누군가가 이득을 보고 있어."
 집주인이 유쾌하게 웃음 띤 얼굴로 말한다.
 "이런 불경기에, 바로 지금 이 순간에도 누군가 어딘가에서 솜씨 좋게 돈을 벌어들이고 있어. 그것이 세상이라는 거야, 요시노 군."

 마흔이 넘은 요시노 사토루는 부자집에 장가를 가 번듯하게 살고 있으면서도 마음 속 깊은 곳에 담아둔 채무를 해결하지 못하고 허덕입니다. 그러면서 자신과 다른 세계에 사는 것 같은 장인과 아내의 세계에서 동떨어진 듯한 괴리감을 느끼고, 아내와 함께 잠드는 침실을 '우주선 같다'며 괴이하게 묘사하고, 간접 조명에 이상할 정도로 빛나는, 치아 교정을 받은 아내의 인공적인 치열 등을 통하여 '부귀영화'같은 것을 이상할 정도로 삐뚫어지게 묘사하며 자신이 어릴 적 살았던 가난한 오두막집을 그리워합니다. 그러던 요시노 사토루는 자신과 같은 처지의, 대출 광고에 넘어가 그 돈으로 성형을 하고, 명품으로 치장하다 결국에는 포기한 듯이 살고있는 시로이 사바쿠를 만나게 되고, 그 몸에 자신의 욕망과 어두운 그늘을 털어놓으며 관계를 가지기 시작합니다.

 사토루를 돈 많은 남자로 알고있는 사바쿠는 그에게 자신의 채무를 갚기 위한 돈을 달라고 합니다. 우연인지, 운명인지 같은 300만엔의 빚을 지고 있는 그녀를 보며 그는 운명과 같은, 신의 부름과 같은 무엇을 느끼게 됩니다. 그리고 그녀를 죽인 후, 시체를 토막 내어 처리합니다. 그 후 자신이 몰두하던 번역을 마친 그는 책의 인세로 드디어 빚을 모두 갚아버립니다. 그리고는 갑자기 다른 사람이 되어버립니다. 오두막집에 혐오감을 느끼고, '우주선'이라고 묘사한 침실에서 안심하고 포근하게 잠들며, 장인과 처남, 아내의 대화를 긍정하게 되고, 학창시절 동창인 사토코가 항상 두려워하던 어두운 그늘이 씻은 듯이 사라집니다.

 돈 꽃이 시들었나.
 땀방울을 흘리고, 열심히 일하면, 틀림없이 좋은 일이 있을 것이다. 언젠가 아름다운 돈 꽃이 핀다, 그것은 고작 여유롭던 쇼와 시절의 철학에 지나지 않는 것일까. 필경 지금은, 아무리 노력해도 그리 간단히 좋은 일을 찾을 수 없고, 그러기는커녕, 세상의 불경기의 파도에 휩쓸려 허우적거리면 온힘을 다해 최선을 다한 사람까지 함께 시류에 흘러가버려, 모든 것들이 끝장난다......

 이렇듯 작가는 어두운 그늘과 욕망을 가지고 있던 사토루를 묘사하며 빚에 허덕이는 어두운 사회를 그리고, 그가 자신과 같은 처지이자 '가난, 실패, 어두움' 등을 대표하는 사바쿠를 죽여 토막냄으로서 그것들과 이별하고 빚을 갚은 후 다른 사람이 되는 모습을 그려냅니다. 사쿠라바 카즈키는 작품 전체에서 대출과 그것으로 인한 빚, 거품경제 붕괴 이후 90년대부터 2000년대 초의 일본 사회상을 그리며 고통스러워하는 사람들과, 그 사람들이 보여주는 비극을 말하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작가가 말하고자 했던 진의는 이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여러 부분이 엉망진창으로 어긋나서, 모든 것이 토막 난 인간처럼 여겨졌다.

 하지만 이 진의를 깨닫기는 굉장히 어렵습니다. 글 전체가 혼란을 일으킬 수 있는, 어찌보면 잡문이라고 할 수 있을 만큼 정돈되지 못한 글 솜씨를 보입니다. 그것에 더해 아무리 거품 경제 붕괴 시절의 비극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하더라도 조금의 구원조차 없는 결말은 허망했습니다.

 이 책이 끌렸던 이유 중 하나는 '내 남자(私の男)'에 가까운 분위기와 문체를 보여준다는 책의 소개였는데 직접 읽어본 봐로는 전혀 달랐습니다. 내 남자와 비슷한 구석은 선정적이고 강렬한 성관계 묘사 뿐, '내 남자'에서 보여줬던 뜨거운 피가 약동하는 듯한 문장과 흡입력, 일그러져 있으면서도 감성적이고 로맨틱한 묘사를 보여주지는 못했습니다.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어 주었던 작품이지만, 빈말로라도 재미있다고는 할 수 없었던 책이었습니다. 특히 '내 남자(私の男)'를 생각하고 읽는다면 말리고 싶네요.


출처 : http://tlqtown.blogspo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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