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러진 용골
요네자와 호노부 지음, 최고은 옮김 / 북홀릭(bookholic) / 2012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요네자와 호노부(米澤穂信) - 부러진 용골(折れた龍骨)

◇ 평점 ★★☆☆☆
 - 판타지와 본격 미스터리를 융합한 이색적인 작품. 자칫 허술해지기 쉬운 판타지 미스터리 소설임에도 나름의 규칙을 정해 이야기를 논리적으로 진행시키는 부분이 인상 깊었으나, 군데군데 허술한 부분이 보이고, 요네자와 호노부 특유의 엔터테인먼트함이 부족해 읽는 재미를 느끼기는 어려웠다. 본격 매니아를 위한 책이라고 할까. 호불호가 굉장히 갈리는 책이다.

◇ 요네자와 호노부의 다양한 소설
인사이트 밀
추상오단장
덧없는 양들의 축연
개는 어디에
소시민 시리즈

 부러진 용골(折れた龍骨)은 다양한 작품을 써내는 요네자와 호노부(米澤穂信)의 작품 중에서도 대단히 이색적입니다. 12세기 말. 중세 유럽을 바탕으로 하여 마술과 저주 등이 들어가있는 판타지 세계관과 본격 미스터리를 융합했냈습니다. 저주로 인하여 일어난 살인 사건과 그것을 해결하는 동방의 기사. 팔크 피츠존의 이야기를 다룹니다.

 "아무것도 놓치지 않는다면 진실을 밝혀낼 수 있다. 우리는 이성과 논리로 마술을 격파할 수 있다. 반드시. 그 말을 믿거라."

 보통 판타지 미스터리는 이야기의 구성이 굉장히 허술하기 마련입니다. 제가 읽은 작품중에는 대표적으로 카도노 코헤이(上遠野浩平)의 사건 시리즈를 예로 들 수 있겠네요. 사건 시리즈는 굉장히 오묘한 세계관에 작가 특유의 철학적인 요소가 섞인데다 개성적인 캐릭터들을 잘 살린 매력적인 작품이지만 판타지와 미스터리의 융합을 타이틀로 내건것 치고는 미스터리의 해결이나, 결말이 굉장히 허술합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살인의 방법이 '마법'이기 때문이죠. '마법'은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 가상의 소재이기 때문에 어떠한 방법으로 살인 사건을 일으키던 소설 내에서는 장애될 것이 없습니다. 그렇기에 마법으로 일어난 살인 사건을 보고있으면 허술한 구성이라고 느낄 수 밖에 없는 것이죠.

 그런 부분에서 부러진 용골 또한 허술한 구성이 되지 않을까 굉장히 걱정했었습니다. 하지만 예상과는 다르게 이 부러진 용골은 오히려 판타지나 엔터테인먼트 부분보다 본격 미스터리에 힘을 쏟은 작품이었습니다. 물론 이 책에서도 살인 사건은 마법과 저주로 인하여 일어납니다. 하지만 작가인 요네자와 호노부는 책 내용에서 판타지 미스터리에서 자주 일으키는 실수(허술함)에 대해 책 안에서 언급하며 독자와의 규칙을 명확하게 정해둡니다.

 "누가 어떤 마술을 사용했는지도 모르는데, 제 지식의 범위 내에서 어떻게 '미니온'을 알아낼 수 있겠어요."
 "아니다."
 팔크는 결연한 목소리로 단호하게 말했다.
 "설령 누군가 마술사라 해도, 또 어떠한 마술을 사용했더라도, '미니온'이 바로 그자이거나 혹은 그자가 아니라는 것을 입증하는 이유를 찾아내야 한다."

 살인은 무조건 암살기사가 타인을 조종하는 '강제된 신조'라는 저주에 의해 일어났고, 암살기사가 조종하는 '미니온'은 자신의 역량을 총동원해 살인을 저지른 후 살인을 은폐하기 위하여 모든 노력을 기울인다. 그리고 살인을 한 기억을 잊는다. 이 저주의 토대가 되는 법칙. 즉 작가와 독자가 한 약속에 의해서 이 책에서 벌어진 살인 사건은 저주로 이루어졌음에도 불구하고 '논리'라는 미스터리의 요소가 통하게 되는 것입니다. 그 후 팔크와 일행은 '어떠한 마법'으로 살인 사건이 일어났나가 아닌, '살인은 강제된 신조라는 저주로 일어났으니 의심되는 사람들 중 누가 강제된 신조에 걸릴 수 없었는지, 혹은 살인 사건을 일으킬 수 없었는지'를 하나하나 추리해갑니다. 그러면서도 '밤에 강을 건널 수 없는 이 섬에 어떻게 들어왔을까?' '밀폐된 감옥에서 어떻게 빠져나갔을까?' 등의 본격 미스터리 요소를 집어넣습니다.

 하지만 다른 판타지 미스터리 소설에 비해 본격 미스터리와 논리에 굉장히 힘을 쏟았음에도 약간의 허술함이 보입니다. 팔츠와 일행은 용의자들과 이야기하며 범인을 좁혀나가지만 정작 해결편에서 '손' 등을 미리 언급하지 않아 독자들이 추리할 수 없었던 설징이 튀어나와 용의자를 좁힐 수 없는 등의 허술함을 보여줍니다. 거기에 더해 위에서 언급했던 본격 미스터리들의 트릭이 너무 쉽고 빤하여 아쉽기도 했네요.

 아니, 사실 개인적으로 본격 미스터리 쪽은 아무래도 좋았습니다. 솔직히 본격 미스터리 매니아가 아니라 대부분의 본격 미스터리 작품에서 '지적인 재미'를 느끼지 못하고 '지루함'을 느끼는 저로서는 트릭이나 해결, 논리적인 부분은 심하게 허술하거나 어이없지 않으면 아무래도 좋았습니다. 실제로 이 부러진 용골의 탄탄한 논리와 그것에 고뇌하며 글을 쓴 작가의 모습이 보이는 듯한 내용 전개에는 감탄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진심으로 실망스러웠던 것은 이 책에는 요네자와 호노부 특유의 엔터테인먼트와 유머. 한마디로 '읽는 재미'가 부족했다는 점입니다.

 요네자와 호노부의 글을 즐겨 읽던 이유는 글에 자주 본격 미스터리의 요소를 섞으면서도 지루하지 않도록 매력적인 캐릭터성과 엔터테인먼트, 유머를 섞어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는 부분입니다. 특히 대표작이라고 할 수 있는 '인사이트밀'이 그렇습니다. 하지만 이 '부러진 용골'에서는 판타지와 미스터리의 절묘한 융합이라기보다 본격 미스터리 사건을 위하여 판타지 세계관을 창조한 듯한, 판타지 세계관이나 등장하는 캐릭터들의 매력은 잘 살리지 못하고 사건을 논리적으로 펼쳐내는 데에만 집중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특유의 엔터테인먼트가 부족하여 개인적으로는 조금 지루하게 읽은 감이 없지 않아 있었습니다.

 다른 판타지 미스터리들이 부족한 논리와 허술함으로 재미를 반감시켰다면 이 '부러진 용골'은 과한 논리로 재미를 반감시켰습니다.


출처 : http://tlqtown.blogspo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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