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정 갈릴레오 탐정 갈릴레오 시리즈 1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억관 옮김 / 재인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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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가시노 케이고(東野圭吾) - 탐정 갈릴레오(探偵ガリレオ)

◇ 평점 ★★★☆☆
 - 익숙한 등장 인물들과 짧은 호흡으로 진행되는 이야기, 히가시노 케이고(東野圭吾) 특유의 쉽고 편한 글 솜씨는 흡입력이 있지만, 살인 방법에서 드러나는 부족한 개연성과 논리 덕분인지 무난함만을 안겨준 점이 아쉽다.

◇ 히가시노 케이고의 갈릴레오 시리즈
탐정 갈릴레오
예지몽
용의자 X의 헌신
성녀의 구제
갈릴레오의 고뇌

 히가시노 케이고(東野圭吾)에게 제134회 나오키 상을 수상하는 영예를 안겨주고 한, 일 양쪽에서 영화화 될 정도로 유명한 그의 대표작인 용의자 X의 헌신(容疑者Xの獻身)을 포함하여 천재 물리학자인 유가와 마나부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추리 소설 시리즈를 묶어 '갈릴레오 시리즈'라고 칭합니다. 그를 현 세대 일본 최고의 작가로 만들어준 시리즈라 해도 과언이 아닐만큼 유명한 작품이라 이 갈릴레오 시리즈를 처음부터 읽어보고 싶다는 욕망. 일종의 독서욕 때문에 갈릴레오 시리즈 1탄인 이 '탐정 갈릴레오(探偵ガリレオ)'를 손에 잡았습니다.

 용의자 X의 헌신에서도 등장했었던 천재 물리학자인 유가와와 형사인 구사나기를 오랜만에 보니 반가운 마음이 먼저 들었습니다. 이 두 사람이 전해주는 유머러스한 재미는 이런 재미 때문에 시리즈물이 존재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들게 만들더군요.

 이 책. '탐정 갈릴레오'는 용의자 X와는 다르게 다섯 편의 단편 에피소드를 모아놓은 단편집입니다. 각 편마다 살인 사건이 일어나고 수사가 미궁에 빠질때마다 구사나기는 대학 동창인 데이도 대학 물리학과 교수인 유가와를 찾아갑니다. 그리고 유가와는 천재적인 두뇌로 아무도 찾지 못한 트릭을 해결합니다.

 다섯 편의 단편은 각 사건에 담긴 트릭을 연상하게 만드는 제목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제1장 타오르다, 제2장 옮겨 붙다, 제3장 썩다. 하는 식으로 말이죠. 이 소설에서 등장한 트릭은 확실히 누구도 생각하지 못할 정도로 어려운 물리 트릭으로 이루어져 있지만 저는 본격 미스터리 파가 아니라서 그런지 이 트릭들을 읽으며 감탄보다는 아쉬움을 많이 느꼈습니다.

 이 소설에 등장하는 물리 트릭들은 작가인 히가시노 케이고의 전공을 자랑하듯 상당한 전문 지식을 필요로 합니다. 주인공인 유가와가 소설 내에서 충분히 설명해주기 때문에 독자는 이 트릭을 이해하는데 어려움을 느끼지는 못하지만 그렇다고 이 복잡한 살인 방법에 공감할 수는 없습니다. 추리 소설의 트릭에는 어느정도 독자가 납득할 수 있는 미끼를 던져주어야 하는데 이 탐정 갈릴레오에서는 미끼도, 복선도 없이 '이런 방법으로 죽였다.'라는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무엇보다 공감할 수 없었던 부분은 복잡한 방법으로 이루어진 살인 그 자체보다도 그 살인을 구사나기에게 말로 설명듣자마자 '이 방법과 도구로 죽였겠군'하는 식으로 단숨에 알아차려버리는 유가와의 모습이었습니다. 아무리 천재 물리학자라지만... 이런 밑도 끝도 없는 전개는 개연성과 논리의 부족으로 이어졌습니다.

 단편집이기 때문에 짧은 호흡으로 이야기가 진행되는데다 히가시노 케이고 특유의 쉽고 읽기 편한 글 솜씨 덕분에 단숨에 읽어내려갔지만, 각 단편에서 등장한 살인 방법에 공감하기란 어려워 특별한 재미는 느끼지 못했습니다.


출처 : http://tlqtown.blogspo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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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상오단장
요네자와 호노부 지음, 최고은 옮김 / 북홀릭(bookholic)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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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네자와 호노부(米澤穂信) - 추상오단장(追想五斷章)

◇ 평점 ★★★★☆
 -  씁쓸함과 안타까움이 느껴지는 사회파 미스터리. 쉽게 읽히면서도 가라앉은 분위기의 소설 내용에 무난한 재미의 책이라고 생각할 때 쯔음 곰곰히 생각하여 깨닫게 된 이 책의 진의는 충격적이다.

◇ 사회파 미스터리 추천
 - 기발한 발상, 하늘을 움직이다(시마다 소지)

 '추상오단장(追想五斷章)'은 지금까지 읽은 요네자와 호노부(米澤穂信)의 작품들과는 분위기를 달리합니다. 청춘 미스터리인 '고전부 시리즈'는 물론 본격 미스터리에 가까운 '인사이트밀'이나 심지어는 블랙 미스터리, 또는 호러 소설에 가까운 '덧없는 양들의 축연'에서 조차 유쾌함을 잊지 않았던 요네자와 호노부는 이 '추상오단장'에서 경제 호황이 끝나고 '잃어버린 10년'이 시작되는, 거품경제 붕괴 이후의 어려운 90년대 일본 사회를 배경으로 그려내 시종일관 무채색의 암울한 분위기를 그려냅니다.

 고서점 아르바이트생인 스고 요시미츠는 어느 날 고서점을 찾아온 여성. 키타자토 카나코에게서 돌아가신 아버지가 카노 코쿠뱌쿠라는 필명으로 남긴 다섯 편의 단편 소설을 찾아달라는 의뢰를 받습니다. 보수에 끌려 의뢰를 받아들인 요시미츠는 유명하지 않은 잡지나 책에 실려 있는 카노 코쿠뱌쿠의 단편 소설을 찾으며 그것들이 22년전의 미해결 사건으로 이어져 있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그리고 다섯 편의 단장(斷章)에 담긴 진실은...

 “맞습니다. 그리고 편지함 안에 있던 원고지는 모두 다섯 장이었습니다. 각 장에 적혀 있던 건 단 한 줄뿐이었습니다. 소설의 결말로 보이는 다섯 개의 문장이 적혀 있더군요. 그리고 코노 씨의 편지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습니다.”
 달달 외울 정도로 읽었는지, 카나코는 그 내용을 읊었다. “자네 기술이 완벽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리들 스토리라는 구성은 재밌었네. 하지만 너무 고약한 소설이군. 난 자네 소설의 결말을 읽고 싶지만, 필시 자네는 평생 쓰지 않을 테지.”
 잠시 침묵이 흘렀다.
 “저는 아버지가 쓰신 이야기의 결말을 찾았다고 생각합니다.” 
 - 43p

 이 책에 등장하는 중요 소재. 카노 코쿠뱌쿠의 단편 소설들은 모두 독자에게 결말의 판단을 맡긴 '열린 결말'로 끝나는 '리들 스토리'였습니다. 그리고 의뢰를 맡긴 카나코는 그 다섯 편의 단편 소설의 결말을 가지고 있습니다. 주인공은 작가의 유품이 되어버린 소설을 찾아내기 위하여 그의 지인을 만나게 되고 20년도 더 된 어떤 사건을 마주하게 됩니다.

 그 사건에 다가가게 된 주인공. 요시미츠는 다섯 편의 단편 소설을 찾아가며 경제 호황이 끝난 90년대 어려운 시절과 아버지와 사별한 이후 학교를 다닐 수 없을 정도로 힘든 자신의 처지, 그리고 집에 홀로 남아서 외로움을 달래고 계시는 어머니를 생각하며 결국에는 눈물을 흘리게 됩니다. 그 씁쓸함과 안타까움에서 여운을 느끼면서도 이 소설은 '사회파 미스터리'에 가깝다는 생각을 하게 되더군요. 힘든 시절을 그리며 요시미츠는 단순히 보상을 바라고서 이 의뢰를 계속할 수는 없다고 생각하고 카나코를 만나 의뢰를 거절하려고 합니다.

 이야기를 따라가며 만나게되는 다섯 편의 리들 스토리 역시 재미있지만, 그 리들 스토리들이 하나로 뭉쳐 만들어내는 결말이 굉장히 인상 깊었습니다. 리들 스토리 뿐만 아니라 이 소설의 큰 결말 역시 '열린 결말'로 끝나는 구성이 인상 깊었습니다. 다섯 편의 리들 스토리를 묶는 큰 스토리 역시 리들 스토리였다는 점은 놀라웠죠.

 이 추상오단장에 등장하는 트릭을 알아채기란 굉장히 간단한 일입니다. 누구나 책을 읽어가며 직감적으로 이 책과 다섯 편의 소설에 담긴 트릭을 깨닫게 됩니다. 하지만 그 다섯 편의 단편 소설이 나타내는 진실은 상상 이상으로 가슴이 아프고 어떤 의미로는 충격적입니다.

 "그 여자가 나한테 주려던 선물이 정말 꽃 한 송이였다고 생각하나?"
 - 눈꽃 330p

 책의 마지막에 실린 카노 코쿠뱌쿠의 '눈꽃'이라는 소설에서는 위와 같은 문장이 등장합니다. 그리고서 독자에게 씁쓸함과 안타까움, 약간의 가라앉은 감정만을 안겨주고는 끝나버립니다. 하지만 잠시동안 '눈꽃'에 담긴 의미를 곰곰히 생각하고는 너무나도 잔혹하고 무서운 결말에 깜짝 놀랐습니다. 이 소설에 담긴 진의를 깨닫고는 이 소설은 사회파 미스터리 뿐만 아니라 인간 내면의 공포를 묘사한 호러 소설이기도 하다는 것을 알게됩니다.

 요네자와 호노부 특유의 쉽고 편하게 읽혀지는 문체는 여전하지만 이전과 다른, 씁쓸하면서도 안타까운 분위기의 작풍에서 태어난 여운과 일반적인 반전 미스터리와는 다른 의미로 충격적이었던 결말이 인상 깊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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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 불릿 1 - 신이 되고자 한 자들, Extreme Novel
칸자키 시덴 지음, 김동욱 옮김, 우카이 사키 그림 / 학산문화사(라이트노벨)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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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 평점 ★★

 - 속도감 있는 전개와 화려한 액션은 확실하지만, 어디선가 본 것 같은 식상한 이야기가 실망스럽다.

 2012년 가장 많이 판매된 라이트노벨. 소드 아트 온라인(ソードアート・オンライン)의 작가인 카와하라 레키(川原礫)가 극찬했다는 소개가 흥미를 끌어 구매하게 된 칸자키 시덴(神崎紫電)의 블랙 불릿(ブラックブレット)의 1권이 3월에 정발되었다. 칸자키 시덴은 '마지널'이라는 작품을 쓰기도 했는데 설정이 흥미가 가던 참이라 언제 한 번 구매하려고 생각했던 책이라 이번 블랙 불릿의 정발은 반갑기도 했다.

 바이러스성 기생생물 '가스트레아'의 침략을 받아 엉망이 되어버린 일본. 그리고 가스트레아에 대항하는 '민경'. 강력한 육체의 힘으로 적에 대항하는 프로모터와 프로모터를 보조하는 에니시에이터. 가스트레아의 바이러스를 체내에 지녀 강력한 힘과 특수능력을 지니고 있지만 싸움을 거듭할수록 바이러스의 침식률이 증가하며 50%가 넘었을 경우 급격하게 가스트레아가 되어버리는 비운의 '저주받은 아이들'. 저주받은 아이들을 지키려는 쪽과 가스트레아와 그들의 바이러스를 지닌 저주받은 아이들을 증오하는 양쪽의 대립. 어릴 적 가스트레아에게 부모님을 잃고 가스트레아와 싸우며 그들을 섬멸하기 위해 특수 제작된 탄을 사용하는 주인공. 그의 파트너이자 섹드립을 치는 로리. 매드 사이언티스트......

 얼마 전 읽었었던 컬라이더 메이즈(カレイドメイズ)에서 매력적인 그림체를 보여줬던 우카이 사키(鵜飼沙樹)가 그린 고퀄리티의 일러스트와 액션이 넘치는 설정에 흥미가 당겨 내용을 읽기 전부터 굉장히 기대하고 있던 책이었다. 하지만 직접 읽고 보니 저급의 오타쿠 센스로 무장한 가벼운 에피소드들과 전형적이고 개성이 부족한 캐릭터, 지금까지 등장한 모든 SF 액션물의 설정을 가져온 듯한 흔한 소재와 내용, 결말까지 예상되는 뻔한 스토리는 실망스럽다. 넘치는 액션과 속도감있는 전개는 확실히 카와하라 레키가 좋아할만한 작풍이지만, '이 소설 어디선가 본 것 같은데...'라고 생각하게 만드는 진부한 세계관과 전체적으로 가벼운 분위기에 비해 크게 유쾌하거나 재미있지 못했던 내용 전개, 흡입력이 부족한 글 솜씨, 너무나 뻔한 주제는 아쉽다. 진부한 이야기라도 하더라도 탄탄한 구성과 글 솜씨가 뒷바침 되었다면 충분히 매력적이었겠지만 개인적인 취향에 맞지 않았던 탓인지 큰 재미를 느끼지 못했다.

 발매된지 얼마 되지 않아 증간이 되었다고 할 정도니 다른 독자들의 평가는 호평인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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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와는 치명적인 차이가 있다 - L Novel
아카츠키 카케야 지음, 이수정 옮김, 반파이 아키라 그림 / 디앤씨미디어(주)(D&C미디어) / 2013년 3월
평점 :
품절


◇ 평점 ★★★☆☆
 - 소재나 설정은 매력적으로 다가온 싸이코 미스터리 소설이지만, 결말까지 예상되는 뻔한 전개와 개연성이 부족한 마무리 덕분에 무난한 재미를 안겨준 부분이 아쉽다.

◇ 비슷한 추천작
 - 거짓말쟁이 미군과 고장난 마짱(이루마 히토마)
 - 고백(미나토 카나에)
 - GOTH(오츠이치)
 - 플리커 스타일(사토 유야)

제5회 쇼가쿠칸 라이트노벨 대상에서 우수상을 수상한 아카츠키 카게야(赤月カケヤ)의 데뷔작. 너와는 치명적인 차이가 있다(キミとは致命的なズレがある)는 단권이라는 점과 타이틀과 표지에서 느껴지는 싸이코패스 요소가 매력적으로 느껴져서 읽게 된 3월 신작 정발 라이트노벨이다. 일본에서는 2011년 5월에 출판되었다.

 찰싹 찰싹 찰싹 찰싹 테이프를 붙이자. 타앙 타앙 타앙 타앙 못을 박자. 결코 열어볼 일 없는 과거의 기억. 부디 날 찾이 않아 주길. 부디 날 기억해내지 말길.

 불행해지고 싶지 않다면ㅡ.
 - 프롤로그. 14p

 열 살 이전의 기어깅 없는 주인공 우미사토 카츠야는 계단에서 굴러 떨어져 기절해버린다. 그 후 자신의 손으로 다른 사람의 목을 조르는 기억과 함께 환각이 보이거나, 불행의 편지가 도착하는 등 괴이한 일이 일어나게 된다. 이에 불안감을 느낀 카츠야는 평소와 같은 학교생활을 하는 한편으로 마음속 깊은 곳에서 불안감을 느끼게 되고, 점점 밝혀지는 진실과 잃어버린 과거의 기억에 충격을 받게 된다.

 소름이 끼쳤다.
 마치 모르는 사이에 자기가 자신이 아니게 되어가는 느낌, 아물지 않는 상처에서 피와 함께 생명력이 흘러 나가는 것처럼, 착실히 다가오는 죽음의 공포.
 - 아마가사 료헤이. 73p

 잃어버린 과거의 기억을 찾아가는 일종의 싸이코패스 미스터리 소설인 너와는 치명적인 차이가 있다(キミとは致命的なズレがある)는 그 시작이 굉장히 흥미롭다. 기억을 잃어버린 주인공이 여러 번 기절하며 잃어버린 기억을 찾아가고 드러나는 진실을 그리는 이야기의 짜임새는 전형적이지만 그만큼 재미있을 법한 구성이라 이야기가 어떻게 진행될지 내심 기대가 컸다.

 진실을 깨닫기 이전 카츠야는 심신박약 등의 정신장애로 살인 등의 중범죄를 일으킨 사람들과 그들을 무죄로 판결하는 법률을 생각하며 '살인이 나쁘다는 것은 학생도 알고 있다.'고 말한다. 그리고 살인죄를 확실하게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진실을 깨닫게 된 차크야는 범인을 감당할 수 없는 존재에게 살인을 강요당한다고 묘사하며 동정심을 품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가는 주인공인 카츠야의 입을 빌려 안일한 법률을 비판함과 동시에 확실한 처벌을 가해 정의를 세워야한다는 주제와 결말을 드러낸다. 자신이 지은 죄로 인하여 커진 오해를 바로잡고 속죄를 원하듯이 모든 것을 밝히는 마무리가 인상 깊다.

 '너답지 않다'는 말. 현재로서는 가장 듣고 싶지 않은 말이었다. 아마가사는 분명 가벼운 마음으로 한 말이겠지. 그러나 지금의 카츠야에게는 금지된 말이나 다를 바 없다. 
 분노도 슬픔도 치솟아 오르지는 않았다. 한가운데에 뻥 뚫려버린 구멍에서 모든 감정이 빠져나가 버리는 것 같은 감각. 하나로 정리되지 않는 생각이 어떻게 하면 그 가능성을 부정할 수 있을지 생각한다.
 - 붉은 도깨비. 122p

 담담하게 이야기를 서술해 나가면서도 사이사이에 가볍고 유머러스한 에피소드를 담아 라이트노벨만의 특징도 빼놓지 않아 지루하지 않게 전개되는 내용도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흥미로웠던 전반부와 달리 후반부로 읽어갈수록 실망은 커져간다. 충격적이면서도 신선한 반전을 기대했던 것과 달리 등장인물들의 정체부터 마무리까지 예상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뻔한 결말. 개연성이 부족한 마무리에서 약점이 드러나는 싸이코패스 소재 등은 미스터리 소설로서도, 싸이코패스 소설로서도 확실한 아쉬움을 느끼게 만들었다. '쓰르라미 울적에' 등의 싸이코패스 미스터리 작품을 연상하게 만드는 내용이나 소재 자체는 취향에 들어맞았으나 뻔하고 평범한 전개의 내용이 재미를 안겨주기에는 부족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평점을 매기는 데 많은 고민을 했지만, 라이트노벨 특유의 엔터테인먼트를 살려낸 개성적인 캐릭터성 덕분인지 지루하지는 않았고, 가능성이 보이는 아카츠키 카게야(赤月カケヤ)의 작풍이 아쉬운 마무리에도 불구하고 싫지는 않았다. 일본에서 최근 발매된 아카츠키 카게야(赤月カケヤ)의 두번째 작품인 내가 살아있는 의미(俺が生きる意味) 또한 읽어보고 싶어진다.(俺が生きる意味 1권. 2013. 03. 19. 출판). 반파이 아키라(晩杯あきら)의 거칠면서도 감성적인 일러스트 또한 좋았다.


출처 : http://tlqtown.blogspo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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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지개 곶의 찻집
모리사와 아키오 지음, 이수미 옮김 / 샘터사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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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 평점 ★★★★☆
 - 읽고 있으면 감동과 함께 저절로 웃음이 지어지는 힐링 소설. 전형적인 힐링 소설이지만 속도감 있고 유쾌한 전개로 지루하지 않다. 전반부에 비해 후반부의 몰입도와 재미가 아쉽다.

◇ 비슷한 추천작
 - 공중그네(오쿠다 히데오)

 '쓰가루 백년 식당', '당신에게' 등의 작품이 영화화 된 유명 작가이지만 처음 접해보는 모리사와 아키오(森沢明夫)의 책. 무지개 곶의 찻집(虹の岬の喫茶店)은 힐링 소설을 연상하게 만드는 따뜻한 표지와 타이틀에도 불구하고 기대 이상으로 재미있던 책이다.

 치바 현 한적한 시골 마을 구석. 해안 절벽 끝. 찾기 힘든 작은 찻집. 그곳에는 “맛있어져라, 맛있어져라…….” 주문을 외우며 놀라울 정도로 맛있는 커피를 끓이고 손님에게 꼭 맞는 음악을 선사하는 초로의 찻집 주인 에쓰코가 있다. 화가였던 남편을 잃고 홀로 찻집을 꾸려가는 그녀는 이따금 창문 너머 바다를 바라보며 무언가를 애잔히 기다리고 있다. 그리고 삶의 고통이나 문제에 고민하던 사람들은 그 찻집을 찾아가게 된다.

 이야기의 구성이 대단히 뻔하다. 스토리 자체도 예상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고민과 고통을 끌어안고 있던 사람들은 우연히 찾게 된 작은 찻집에 들어가게 되고, 그곳에서 놀라울 정도로 맛있는 커피와 음악, 부드러운 미소를 가진 찻집 주인 에쓰코를 만나게 되며 자신의 고민을 점점 치유해 나간다. 전형적인 힐링 소설의 에피소드들을 모아놓은 초반부와 주인인 에쓰코가 찻집을 연 사정과 '무지개 곶의 찻집'의 큰 결말을 담은 이야기를 후반부에 담은 책이다. 하지만 뻔한 이야기에도 불구하고 속도감 있으면서도 한편으로는 유쾌하기도 한 전개로 지루함을 느낄 새 없이 읽어나가게 된다.

 미지근한 물방울이 내 양쪽 볼을 주르르 타고 내려와 낡은 시트를 적셨지만 그냥 내버려두었다. 난 그저 입술을 꼭 다문 채 자칫하다간 목구멍에서 새어나올 것 같은 오열을 억누르는 것만으로도 벅찼다. 사에코를 잃은 후 허락된 첫 눈물은 나조차 기묘하게 느낄 정도로 끝없이 흘러내렸다.
 - 봄. 어메이징 그레이스 11p

 제1장인 '봄. 어메이징 그레이스'에서는 아내를 잃은 '나'의 이야기를 그린다. 모리사와 아키오(森沢明夫) 아침에 일어나 영정사진을 보고 가혹한 현실을 깨닫는 딸. 노조미의 모습, 정신없이 장례식을 끝내고 사십구재까지 쉴 틈이 있다는 것에 안도감을 느끼는 모습을 담담하면서도 서정적인 문체로 서술한다. 몇일 째 우울했던 날씨가 맑게 개고, 즉흥적으로 딸과 함게 무지개를 쫓아 차를 타고 가다가 우연히 작은 찻집에 들어가게 된다. 그곳에서 얼굴에 부드러운 미소를 그리고 있는 초로의 찻집 주인. 가시와기 에쓰코를 만난다.

 아마, 그게 진리일 것이다. 하양과 검은색으로 이루어진 똑같은 커피잔도 범고래로 보이기도 하고, 판다로 보이기도 하니까...... 틀림없이 이 세상의 모든 물체는 어떻게 보고 어떻게 받아들이냐에 따라 그 물체의 존재 의의까지 간단히 바꿔버릴 것이다. 그렇다면...... 노조미와 내가 이제부터 걸어갈 미래도 마음가짐 하나로 바뀔 수 있지 않을까?
 - 봄. 어메이징 그레이스 36p

 찻집을 찾아가는 즉흥적인 모험 안에서 작가는 '나'의 생각을 빌려 주제를 내비친다. 슬픔에 젖어있던 '나'와 딸은 찻집에서 맛있는 커피와 함께 '어메이징 그레이스(Amazing Grace)라는 곡을 듣고 그렇게나 찾던 무지개를 벽에 걸려있는 그림에서 찾는다. 그리고 그들은 아직 슬프지만 희망찬 미래를 본다. 아내를 잃은 슬픈 감정을 무덤덤하게, 그러면서도 감정적이게 묘사하며 속도감 있게 이야기를 펼쳐내 감동적이고 재미있다.

 아무 생각도 하지 않는, 마음에 거짓 하나 없는 상태로, 그저 쭉 뻗은 외길을 돌진하는 이 쾌적한 기분...... 이젠 옆길로 새고 싶지 않았다.
 늘 도망갈 길을 찾던 나날은 이제 그만 끝내도 되지 않을까?
 나는 이 순간 드디어, 희미하긴 하지만. 내 속의 진심을 만났다는 느낌이 들었다.
 - 여름. 걸즈 온 더 비치 93p

 제2장인 '여름. 걸즈 온 더 비치'는 취업이 되지 않아 불안한 미래와 자신의 정해지지 않은 장래에 대해 고민하는 취업준비생인 '나'. 이마이즈미 겐이 기름이 다 단 오토바이를 끌고가다 우연히 찻집에 들리게 되면서 시작되는 이야기를 그린다. 1장과 링크(Link)되는 소재가 있어서 더욱 재미있고 이번에도 역시 '걸즈 온 더 비치'라는 노래가 소재로 등장한다.

 "꿈을 좇으려면 용기가 많이 필요하겠지요?"
 고지 씨가 깊은 미소를 짓는다.
 믿음직한 형님 같은 눈으로, 싱긋.
 그리고 천천히 단어를 선택하듯 이렇게 말한다.
 "내 경험으로는 꿈을 좇지 않는 인생을 선택하는 데에도 꽤 많은 용기가 필요했는데."
 - 여름. 걸즈 온 더 비치 113p

 1장이 담담하면서도 서정적인 문체로 묘사되었다면 이 2장은 입가에 저절로 웃음이 지어지는 유쾌한 한편의 청춘극을 보는 듯 하다. 정해지지 않은 불안한 장래에 갈팡질팡하는 취업준비생의 모습이 한창 대학생인 나의 모습을 보는 듯 하여 많은 공감이 된다. 그리고 그는 찻집에서 그 고민을 해결한다. 미대생인 미도리와의 만남도 재미있게 읽게된다.

 하지만 나는 곧 자숙했다. 이제 내 집은 없다. 아내도, 딸도..... 모두 잃지 않았는가? 그렇다. 이 지긋지긋한 '불황'이 내 인생에서 모든 것을 앗아가 버렸다.
 그래서 나는 지금, 이런 일에 칼을 이용하여 한다......
 - 가을. 더 프레이어 131p

 제3장은 '가을. 더 프레이어'이다. 과거 프로 칼갈이 일을 하던 '나'. 할머니가 운영하며 앞다리를 저는 개가 지키고 있는 찻집을 타겟으로 첫 도둑질을 저지르려고 하지만 긴장되는 마음 때문에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그러던 와중 도둑은 주인인 에쓰코에게 범행을 발각당하고, 에쓰코는 그에게 차와 노래를 선물한다. 그는 조용히 칼을 내려놓는다.

 "나도 그렇게 생각해요. 나도 예전엔 그랬으니까. 하지만 말이에요. 그래도 기도를 멈추면 안 돼요."
 "꿈도 희망도 없다는 걸 아는데, 그래도 기도해요?"
 "그래요."
 - 가을. 더 프레이어. 147p

 상상 이상으로 뻔한, 전형적인 힐링 에피소드지만, 아무 문제도 해결되지 않았음에도 에쓰코로 인하여 다시 미래를 향해 걸어가는 '나'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저 그림은 내 인생의 쇠사슬이자, 위안이었다.
 - 여름. 곶의 바람과 파도 소리 285p

 제4장. '겨울. 러브 미 텐더', 제5장. '봄. 땡큐 포 더 뮤직', 제6장. '여름. 곶의 바람과 파도 소리'는 사실상 찻집의 주인인 에쓰코에 대한 이야기가 진행된다. '겨울. 러브 미 텐더'에서는 에쓰코를 15년동안 마음에 품고있던 남자가 떠나며 그녀에게 마지막 선물을 주는 가슴 아픈 이야기가, '봄. 땡큐 포 더 뮤직'에서는 계속해서 등장하던 조카인 고지의 과거 이야기를 풀어내고 그 갈등을 해결하며 찻집의 풍경을 그린다. 그리고 마지막 장인 '여름. 곶의 바람과 파도 소리'에서는 에쓰코가 찻집 벽에 항상 걸어놓고 있던 무지개 그림에 대한 비밀이 풀리며 희망적인 마무리를 맞는다.

 힐링 에피소드가 모여있는 책이지만 큰 흐름의 주인공이라고 말할 수 있는 찻집 주인인 '에쓰코'의 이야기는 아쉽게도 기대했던만큼 재미있거나 감동적이지는 못했다. 이 책의 가장 큰 흐름의 이야기라고 할 수 있는 에쓰코의 이야기가 담긴 후반부는 전반부만큼의 재미를 뽑아내지 못한 점이 아쉽다.

 인상적인 것은 작가의 고향인 치바 현에 실제로 존재하는 '무지개 케이프 다방'을 취재해 쓴 소설이라는 것이다. 소설 속에 등장하는 찻집이 실제 존재하는 다방을 배경으로 하여 쓰여졌다고 생각하니 한층 감동이 크게 다가온다.


출처 : http://tlqtown.blogspo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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