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상오단장
요네자와 호노부 지음, 최고은 옮김 / 북홀릭(bookholic) / 2011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요네자와 호노부(米澤穂信) - 추상오단장(追想五斷章)

◇ 평점 ★★★★☆
 -  씁쓸함과 안타까움이 느껴지는 사회파 미스터리. 쉽게 읽히면서도 가라앉은 분위기의 소설 내용에 무난한 재미의 책이라고 생각할 때 쯔음 곰곰히 생각하여 깨닫게 된 이 책의 진의는 충격적이다.

◇ 사회파 미스터리 추천
 - 기발한 발상, 하늘을 움직이다(시마다 소지)

 '추상오단장(追想五斷章)'은 지금까지 읽은 요네자와 호노부(米澤穂信)의 작품들과는 분위기를 달리합니다. 청춘 미스터리인 '고전부 시리즈'는 물론 본격 미스터리에 가까운 '인사이트밀'이나 심지어는 블랙 미스터리, 또는 호러 소설에 가까운 '덧없는 양들의 축연'에서 조차 유쾌함을 잊지 않았던 요네자와 호노부는 이 '추상오단장'에서 경제 호황이 끝나고 '잃어버린 10년'이 시작되는, 거품경제 붕괴 이후의 어려운 90년대 일본 사회를 배경으로 그려내 시종일관 무채색의 암울한 분위기를 그려냅니다.

 고서점 아르바이트생인 스고 요시미츠는 어느 날 고서점을 찾아온 여성. 키타자토 카나코에게서 돌아가신 아버지가 카노 코쿠뱌쿠라는 필명으로 남긴 다섯 편의 단편 소설을 찾아달라는 의뢰를 받습니다. 보수에 끌려 의뢰를 받아들인 요시미츠는 유명하지 않은 잡지나 책에 실려 있는 카노 코쿠뱌쿠의 단편 소설을 찾으며 그것들이 22년전의 미해결 사건으로 이어져 있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그리고 다섯 편의 단장(斷章)에 담긴 진실은...

 “맞습니다. 그리고 편지함 안에 있던 원고지는 모두 다섯 장이었습니다. 각 장에 적혀 있던 건 단 한 줄뿐이었습니다. 소설의 결말로 보이는 다섯 개의 문장이 적혀 있더군요. 그리고 코노 씨의 편지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습니다.”
 달달 외울 정도로 읽었는지, 카나코는 그 내용을 읊었다. “자네 기술이 완벽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리들 스토리라는 구성은 재밌었네. 하지만 너무 고약한 소설이군. 난 자네 소설의 결말을 읽고 싶지만, 필시 자네는 평생 쓰지 않을 테지.”
 잠시 침묵이 흘렀다.
 “저는 아버지가 쓰신 이야기의 결말을 찾았다고 생각합니다.” 
 - 43p

 이 책에 등장하는 중요 소재. 카노 코쿠뱌쿠의 단편 소설들은 모두 독자에게 결말의 판단을 맡긴 '열린 결말'로 끝나는 '리들 스토리'였습니다. 그리고 의뢰를 맡긴 카나코는 그 다섯 편의 단편 소설의 결말을 가지고 있습니다. 주인공은 작가의 유품이 되어버린 소설을 찾아내기 위하여 그의 지인을 만나게 되고 20년도 더 된 어떤 사건을 마주하게 됩니다.

 그 사건에 다가가게 된 주인공. 요시미츠는 다섯 편의 단편 소설을 찾아가며 경제 호황이 끝난 90년대 어려운 시절과 아버지와 사별한 이후 학교를 다닐 수 없을 정도로 힘든 자신의 처지, 그리고 집에 홀로 남아서 외로움을 달래고 계시는 어머니를 생각하며 결국에는 눈물을 흘리게 됩니다. 그 씁쓸함과 안타까움에서 여운을 느끼면서도 이 소설은 '사회파 미스터리'에 가깝다는 생각을 하게 되더군요. 힘든 시절을 그리며 요시미츠는 단순히 보상을 바라고서 이 의뢰를 계속할 수는 없다고 생각하고 카나코를 만나 의뢰를 거절하려고 합니다.

 이야기를 따라가며 만나게되는 다섯 편의 리들 스토리 역시 재미있지만, 그 리들 스토리들이 하나로 뭉쳐 만들어내는 결말이 굉장히 인상 깊었습니다. 리들 스토리 뿐만 아니라 이 소설의 큰 결말 역시 '열린 결말'로 끝나는 구성이 인상 깊었습니다. 다섯 편의 리들 스토리를 묶는 큰 스토리 역시 리들 스토리였다는 점은 놀라웠죠.

 이 추상오단장에 등장하는 트릭을 알아채기란 굉장히 간단한 일입니다. 누구나 책을 읽어가며 직감적으로 이 책과 다섯 편의 소설에 담긴 트릭을 깨닫게 됩니다. 하지만 그 다섯 편의 단편 소설이 나타내는 진실은 상상 이상으로 가슴이 아프고 어떤 의미로는 충격적입니다.

 "그 여자가 나한테 주려던 선물이 정말 꽃 한 송이였다고 생각하나?"
 - 눈꽃 330p

 책의 마지막에 실린 카노 코쿠뱌쿠의 '눈꽃'이라는 소설에서는 위와 같은 문장이 등장합니다. 그리고서 독자에게 씁쓸함과 안타까움, 약간의 가라앉은 감정만을 안겨주고는 끝나버립니다. 하지만 잠시동안 '눈꽃'에 담긴 의미를 곰곰히 생각하고는 너무나도 잔혹하고 무서운 결말에 깜짝 놀랐습니다. 이 소설에 담긴 진의를 깨닫고는 이 소설은 사회파 미스터리 뿐만 아니라 인간 내면의 공포를 묘사한 호러 소설이기도 하다는 것을 알게됩니다.

 요네자와 호노부 특유의 쉽고 편하게 읽혀지는 문체는 여전하지만 이전과 다른, 씁쓸하면서도 안타까운 분위기의 작풍에서 태어난 여운과 일반적인 반전 미스터리와는 다른 의미로 충격적이었던 결말이 인상 깊었습니다.


출처 : http://tlqtown.blogspo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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