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거 다크 - 파묻힌 어둠과 소녀, J Novel
아라이 엔지 지음, mebae 그림 / 서울문화사 / 2013년 3월
평점 :
품절


아라이 엔지(新井円侍) - 슈거 다크(シュガーダーク)

◇ 평점 ★★★☆☆
 - 쓸모없는 부분을 줄인 담백한 진행과 일반적인 라이트노벨과 차별화 된 독특한 소재는 가능성이 보이지만, 전작 전형적인 등장인물들과 식상한 내용, 다소 생뚱맞은 마무리가 아쉽다.

 6년만의 스니커 대상(スニーカー大賞) 수상작이라는 말에 일단 놀랐습니다. 스니커 대상은 카도가와 쇼텐(角川書店)이 1996년부터 주최한 라이트노벨 분야 신인 공모 문학상입니다. 라이트노벨을 대상하는 하는 문학상 중 가장 까다로운 심사로 유명하며 1996년부터 지금까지 이 작품. 슈거 다크(シュガーダーク)를 포함하여 네 작품밖에 대상을 수상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니 2003년 대상 수상작인 스즈미야 하루히의 우울 이후 6년만의 대상이라는 소개에 기대감을 부풀릴 수 밖에 없었죠. 하지만 굉장히 호평인 다른 독자분들의 평가와 다르게 저는 혹평을 해야할 것 같습니다.

 삽을 쥐고 대지를 파헤치며 전진하는 보병집단, '전쟁터의 두더지'의 일원이었던 주인공 무올은 살인죄의 누명을 쓰고 공동묘지로 향하게 됩니다. 그곳에서 주특기를 살려 무덤을 파게 된 주인공은 묘지에서 살고 있는 메리아라는 신비한 소녀와 '더 다크'라는 인류의 적에 대해서 알게 됩니다. 그 공동묘지에서 탈출 계획을 세우는 무올이지만...

 우중충한 세계관에 시종일관 진지하고 무거운 분위기, 약간은 미스터리한 작풍이 취향에 딱 들어맞는다고 생각했지만 정작 재미있다고 느끼지는 못했습니다. 몇 명 등장하지 않는 캐릭터들을 이용하여 쓸모없는 부분을 줄인 담백한 진행, 일반 라이트노벨과 차별화 된 독특한 소재는 확실히 가능성이 보였습니다. 막 산업화를 이륙한 시대를 연상하게 만드는 시대감에 '더 다크'라는 판타지 소재를 집어넣은 세계관에서 싸우지 않고 땅을 파기 시작하는 주인공은 대단히 인상 깊었습니다. 하지만 재미를 앗아간 부분은 역시 '식상함'이었습니다. 정작 독특한 시작과 다르게 내용 자체는 주인공이 신비한 히로인을 만나 그녀를 사랑하게 되고 결국에는 자신을 희생하여 한 여자를 구원하게 된다는 Boy Meets Girl 스토리 라인을 따라갑니다. 권두의 일러스트를 보자마자 예감하게 된 결말과 빤한 이야기 진행. 내용뿐만 아니라 무언가 있을 줄 알았지만 사실 있으나마나 상관없는 등장인물이었던 달베이드레, 외부와 격리되어 인간관계에 대해 모르는 히로인, 의심스러운 조력자. 전형적인 등장인물들 또한 큰 감흥을 주지는 못했습니다.

 Boy Meets Girl 스토리답게, 주인공인 무올은 신비한 묘지기인 메리아와 만나 사랑에 빠지게 되는데, 서로 호감을 느끼고 사랑에 빠지는 과정이 대단히 어색합니다. 작가가 표현하려던 '외부와 격리되어 인간관계에 어색한 히로인과 숫기 없는 주인공'의 포지션은 뭔지 알겠지만, 매끄러운 진행이나 감성적인 로맨스를 보여주지는 못했습니다. 우중충한 분위기 속에서 진지한 느낌은 나쁘지 않았지만, '더 다크'에 관련된 소녀의 상처와 주인공의 희생 역시 '더 다크'에 대한 공포와 소녀의 고통을 좀 더 처절하게 묘사했다면 전형적이라고 하더라도 후반의 감동에 더 힘이 실리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이 책에서 기대할 법한 미스터리 요소에서도, 로맨스 요소에서도, 감동 요소에서도 각각 부족함이 느껴져 전체적으로 밋밋하고 무난한 작품이 되었다는 감상을 받았습니다.

 무엇보다 실망스러웠던 것은 마지막 부분이었습니다. 책을 펼치자마자 예상되는 빤한 마무리는 그렇다 치더라도 조력자의 정체에 대해서는 정말 조금도 예상치 못했습니다. 이렇게 생뚱맞고 뜬금없을 줄이야. '판타지 세계관이니 무슨 일이 일어나도 상관없다.'는 식의 개연성 없는 조력자의 정체가 정말 아쉬웠습니다.

 만지고만 있어도 기분이 좋아질 정도로 질감이 괜찮은 표지와 초반 한정 특전, 말 그대로 J노블의 야심작이라고 할만한 작품 구성과 6년만의 스니커 대상 <대상> 수상작에 기대감을 가졌지만, 정작 모두 읽고난 후에는 '미묘하다'고 느꼈습니다. 확실히 신인 라이트노벨 작가치고는 문장력이 상당한 수준입니다. 장면의 연결이나 묘사도 괜찮은 편이고, 등장인물들의 심리 묘사가 인상적입니다. 그리고 라이트노벨(그것도 데뷔작)에서 잔인한 고어씬을 연출하는 대담함도 눈여겨 볼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모두 읽고 난 후에는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았습니다. 위에서 말했듯이 어느 부분에서도 포텐이 터지는 부분이 없어 이렇다할 감흥을 받지 못했습니다. 이야기도 대단히 식상하고 빤하기 때문에 왕도적인(특히 주인공과 히로인의 관계) 전개를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취향에 맞으실 수도 있을 것 같네요.


출처 : http://tlqtown.blogspo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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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노노메 유우코 시리즈 3 - 시노노메 유우코는 모든 소설을 계속 사랑한다, L Novel
모리하시 빙고 지음, 이진주 옮김, Nardack 그림 / 디앤씨미디어(주)(D&C미디어)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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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모리하시 빙고(森橋 ビンゴ) - 시노노메 유우코는 모든 소설을 계속 사랑한다(東雲侑子は全ての小説をあいしつづける)

◇ 평점 : ★★★★☆
 - 시노노메 유우코 시리즈 완결편, 여전히 평범하고, 빤한 이야기와 결말이지만, 그 이상으로 담백하고, 달콤하며, 로맨틱한 사랑 이야기가 가슴을 녹이고 감동과 여운을 안겨준다.

◇ 담백한 맛에 읽는 라이트노벨
 - 문학소녀 시리즈(노무라 미즈키)
 - 히카루 시리즈(노무라 미즈키)
 - 츠키코이(야마시나 치아키)
 - 돼지는 날아도 그저 돼지일뿐?(스즈키 코우)

 시노노메 유우코 시리즈 3편이자 완결편인 시노노메 유우코는 모든 소설을 계속 사랑한다(東雲侑子は全ての小説をあいしつづける)에서는 전편에서 또 1년을 훌쩍 뛰어넘어 이제 졸업을 앞두고 있는 고등학생 3학년이 된 주인공. 미나미 에이타와 시노노메 유우코의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서로의 거리감을 좁히지 못하고 삼각관계 속에서 갈팡질팡했던 2권과 다르게 이번 이야기에서는 처음부터 에이타와 유우코의 달달한 사랑이 펼쳐집니다.

 나는 그것이 너무 무서웠다. 가까스로 「동등한 존재」로 있을 수 있는 지금이 지나면, 시노노메가 멀리 ㅡ 내 손이 닿지 않는 장소에 ㅡ 가 버릴 것만 같아서.

 여러 고비를 거쳐서 간신히 유우코를 '여자친구'라고 인식할 수 있게 된 에이타지만, 고등학교 졸업을 앞 둔 시점에서 주변의 특별한 사람들과 다르게 평범한 자신, 진로를 아직 결정하지 못하고 갈팡질팡하는 자신에 대한 자괴감과 주변 사람들에 대한 열등감 속에서 고민합니다.

 케이스케의 그 말이 내게 얼마나 큰 용기를 주었는지 케이스케 본인은 전혀 모를 것이다.
 나는 줄곧 이 형에게 열등감을 품은 채 성장했다.
 무엇이든 완벽하게 해내는 이 우등생에게.
 내 첫사랑과 강한 유대감으로 이어진 이 남자에게.

 고민하던 에이타는 1권에서 실연 후 입은 상처와 콤플렉스의 대상이었던 형에게 상담을 하게 되고 뜻밖의 용기를 얻어 열등감을 딛고 일어나 한층 성장하며 자신의 마음과 진로를 정하고 유우코와의 마지막 여행을 계획합니다.

 내 가장 소중한 사람에게 이 책을 바칩니다.

 작가는 이 시노노메 유우코 시리즈의 전말을 '괴짜가 평범한 여자아이가 되는 이야기'라고 말합니다. 실제로 1권에서는 자신의 마음을 표현할 줄 몰라 소설로서 자신의 마음을 나타냈었고, 2권에서는 키타가와와의 삼각관계 속에서 에이타의 마음을 몰라 갈팡질팡 했었던 유우코는 이번 3권에서 에이타와 평범하게 연애를 하고 때로는 질투를 하며, 어떨 때에는 외로워하고 짓궃게 굴기도 하면서 한편으로는 얌전한 모습을 보이는 그런 여자아이가 되어갑니다.

 그러니까 단편 소설만을 편애하던 니시조노 유우코라는 작가는 이제 이 세상에는 없습니다.

 그러한 모습을 대표적으로 보여준 것이 바로 이번 권에 실린 니시노조 유우코의 소설. '연애학교'입니다. 1권에서는 정말 자신만의 세계에 갇혀있는 듯한 특이한 느낌의 소설을 통하여 자신의 마음을 표현했었던 반면 갈수록 그녀의 소설은 점점 평범해져서 이번 3권에 와서는 일반 대중 소설이라고 할 수 있는, 그것도 자신의 마음이나 에이타와의 일 뿐만 아니라 주변 인물들의 사랑 이야기를 담은 너무나 평범한 소설이 되었습니다. 그러면서도 이 '연애학교'라는 소설 속 소설의 앞쪽과 뒤쪽에 사랑하는 사람에게 전하는 말을 써넣고, 사랑하는 이와 겪은 일을 단편으로 써넣은 점이 대단히 로맨틱합니다. 각 편마다 어울리는 소설을 써넣어 유우코의 심리 상태와 성장을 넣어놓은 모리하시 빙고(森橋 ビンゴ)의 글 솜씨에도 깜짝 놀라게 됩니다.

 나는 시노노메 유우코를 사랑한다.
 흥분도, 불순한 욕망도 없이, 마음이 오직 그 순수한 감정만으로 가득 차 있다는 것이 느껴졌다.

 시작이 미묘했기 때문에 서로의 마음과 거리감을 좁힐 수 없었던 이전과 다르게 이번 권에서 에이타와 유우코는 굉장히 달달한 로맨스를 펼쳐냅니다. 담백하면서도 달콤하고, 풋풋하면서도 사랑스러운 두 사람의 사랑이 너무나 재미있습니다. 이전 1,2권에서 일어났던 사건을 추억하는 문장이 많고 주변 인물들의 변화도 그려내 확실히 '완결편'이라는 말이 어울리는 책이었습니다.

 나는 시노노메를 좋아한다.
 좋아하기 때문에 나는 시노노메에게 손을 대서는 안 된다.
 좋아하기 때문에 나는 시노노메와 떨어져야 한다.

 어떻게 보면 안타깝다고도 할 수 있는 결말이지만 사실 시노노메 유우코 시리즈가 완결난다면 이런 식으로 완결날 것이라고 진즉에 짐작했었던 결말이기 때문에 안타깝다는 감정보다는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두 사람의 모습에서 행복과 여운을 느꼈습니다.

 실연으로 생긴 상처와 형에 대한 콤플렉스를 이겨내며 성장하는 에이타의 모습을 보여준 '시노노메 유우코는 단편소설을 사랑한다(東雲侑子は短編小説をあいしている)'. 서로에 대한 거리감과 마음을 알지 못해 삼각관계 속에서 갈팡질팡하다가 진실된 자신의 마음을 깨닫게 되는 두 사람을 그린 '시노노메 유우코는 연애소설을 사랑하기 시작한다(東雲侑子は恋愛小説をあいしはじめる)'. 그리고 주변에 대한 열등감을 해소하고 성장하며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모습을 그린 '시노노메 유우코는 모든 소설을 계속 사랑한다(東雲侑子は全ての小説をあいしつづける)'를 마지막으로 시노노메 유우코 시리즈가 모두 완결났습니다. 담백하면서도 달콤한 사랑 이야기에 재미를 느꼈던 만큼 짧게 끝나버린 시리즈가 아쉽기도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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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지몽 탐정 갈릴레오 시리즈 2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억관 옮김 / 재인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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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가시노 케이고(東野圭吾) - 예지몽(豫知夢)

◇ 평점 ★★☆☆☆
 - 여전히 편하게 읽을 수 있는 히가시노 케이고 특유의 필력과 대중성이 있지만, 오컬트와 미스터리의 절묘한 크로스오버라는 소개와 다르게 개연성과 논리가 부족할 뿐만 아니라 트릭의 실현 가능성에 대해 독자의 상상까지 막아버리는 전문 지식, 추리 소설이라고 말할 수 없는 짜 맞추기 식의 전개가 대단히 실망스럽다.

◇ 히가시노 케이고의 갈릴레오 시리즈
탐정 갈릴레오
예지몽
용의자 X의 헌신
성녀의 구제
갈릴레오의 고뇌 

 3편인 '용의자 X의 헌신(容疑者Xの獻身)'과 1편인 '탐정 갈릴레오(探偵ガリレオ)'에 이어서 읽는 갈릴레오 시리즈 2편. 예지몽(豫知夢)입니다. 1편과 마찬가지로 다섯 가지의 사건을 다룬 단편집이라는 점에서는 아쉽기도 했지만, 오컬트와 미스터리의 절묘한 크로스오버!라는 소개와 갈릴레오 시리즈 중 가장 퀄리티가 높은 표지에 조심스럽게 기대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기대와 다르게, 모두 읽고 난 다음에는 대단히 실망하여 평점을 적는데 많은 고민을 했습니다. '용의자 X의 헌신'을 읽고 큰 감명을 받아 읽게 되었던 '갈릴레오 시리즈'지만 얼마 전에 읽은 1편. '탐정 갈릴레오'에서는 논리와 개연성이 부족한 추리 방법, 작가의 전공을 자랑하는 듯 펼쳐지는 트릭의 실현 가능성에 대해 독자의 상상까지 막아버리는 전문 지식이 다소 아쉬움을 안겨줬었습니다. 그런데 이어서 읽은 '예지몽'에서는 그 단점들이 더욱 심화되어 '탐정 갈릴레오'의 무난한 재미조차 따라잡지 못했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우타노 쇼고(歌野晶午)의 신본격 미스터리이자 엔터테인먼트 소설인 밀실살인게임(密室殺人ゲ-ム) 시리즈에서는 "범인을 잡고자 한다면 경찰처럼 취조하여 자백을 받아내면 그만이다. 하지만 명탐정이라는 것은 머릿속의 작은 뇌세포에 의존하여 범인뿐만 아니라 '어떻게', '왜' 죽였는지를 알아낼 수 있어야한다."는 식의 문장이 등장하여 큰 공감을 안겨줬었습니다. 그런 점에서 히가시노 케이고의 탐정 갈릴레오 시리즈는 이름과 다르게 '탐정소설'이라기보다 오히려 '경찰소설'에 가깝다는 느낌을 받게됩니다(물론 일반적인 경찰소설만큼 고리타분하지는 않지만). 형사인 구사나기는 풀리지 않는 미스터리한 사건을 들고 천재 물리학자인 유가와를 찾아가지만 유가와가 풀어낸 미스터리를 바탕으로 범인을 찾아내는 것보다 취조를 통하여 자백을 받아내는 식으로 끝나는 결말이 훨씬 많다는 것이 그 이유겠죠.

 무엇보다 이 책. '예지몽'에서 실망스러웠던 점은 미스터리를 풀어내는 방식이 '추리'가 아니라 '추측'에 가까웠다는 부분입니다. 이 책에서 주인공인 유가와는 '아마도 어릴 적 가지고 놀던 인형의 이름이 무의식에 각인된 것이 아니겠느냐'하는 식의 '추측'을 말합니다. 하지만 이 추측을 어떻게 증명할 수 있을까요? 만약 1장에서 어머니가 자신의 치부를 고백하지 않고, 끝까지 모른 척 했다면 아마 이 미스터리는 영원히 풀리지 않았을겁니다. 거기에 더해 '탐정 갈릴레오'에서도 등장했었던, 작가의 전공을 자랑하는 듯 한 유가와의 전문 지식은 트릭의 실현 가능성에 대한 독자의 상상까지 막아버립니다. 오컬트와 미스터리의 절묘한 크로스오버라는 말을 무색하게 만드는 논리박약에 개연성 부족, 짜 맞추기 식의 진행은 순식간에 글에 흥미를 잃게 만들었습니다.

 물리적인 실험과 범죄자의 심리를 연결시키는 장면이나, 약간의 여운이 남는 결말을 통하여 시사할 점을 안겨주는 점, 편하게 읽을 수 있는 히가시노 케이고 특유의 화술과 대중성은 여전히 훌륭했지만, 갈릴레오 시리즈의 재미라고 할 수 있는 캐릭터 엔터테인먼트와 추리 소설이라고 말할 수 없는 짜 맞추기 식의 전개는 지금까지 읽었던 히가시노 케이고의 어떤 소설보다도 아쉬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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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로스파이어 1
미야베 미유키 지음, 권일영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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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야베 미유키(宮部みゆき) - 크로스 파이어(クロスファイア)

◇ 평점 ★★★★★
 - 영화를 보는 듯 스릴 넘치는 서스펜스와 초능력이라는 소재를 통해 이능력 액션을 보여주면서도 초능력자인 소녀를 주인공으로 내세워 사회의 안일한 법률을 비판하고 범죄자에 대한 개인적인 처벌과 그것으로 인한 고뇌를 보여주는 사회파 소설이기도 하다. 미야베 미유키 특유의 흡입력에 빨려들어가 순식간에 읽게 되는 소설. 그만큼 몰입해서 읽었기에 안타까운 결말에 아쉬움을 느낄 수 밖에 없었다.

◇ 비슷한 추천작
 - 스타터스(리사 프라이스)

 일본 추리소설의 여왕이라 불리는 미야베 미유키(宮部みゆき)의 작품이지만 이 크로스 파이어(クロスファイア)는 추리 소설이 아니라 스릴러라고 불러야 할 작품입니다. 1998년에 출판된 책이지만 미야베 미유키 특유의 화술과 속도감 있는 전개가 전혀 세월을 느끼게 만들지 않은 명작이었습니다. 지금에 와서는 흔한 소재라고 볼 수도 있지만 20세기에 이런 작품이 나오다니. 대단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놈들을 인간이라고 부를 수 있는가? 인간이라고 불러도 되는 건가? 아니, 그렇게 부르는 것은 자유다. 저들을 인간이라고, 일탈한 젊은이라고, 그들이야말로 사회의 희생자라고 불러도 좋다. 하지만 적어도 준코는 그렇게 부를 수 없다. 아오키 준코는 저 네 녀석을 인간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리고 그들을 인간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이상ㅡ.
 저놈들을 가차없이 처치한다.


 어릴 적부터 불을 다루는 능력을 가지고 있었던 초능력자 소녀. 주인공인 아오키 준코는 평소와 같이 폭주할 것 같은 힘을 다스리기 위하여 폐공장을 찾아갑니다. 갑자기 느껴지는 인기척에 구석에 숨은 준코는 그곳에서 시체를 처리하고 있는 미성년자들을 목격하게 됩니다. 법의 사각을 파고들어 이유없는 악의를 풀어놓고 끔찍한 짓을 저지르는 그들을 보며 준코는 자신이 가진 힘으로 그들을 처단하고자 마음 먹습니다. 사랑하던 이의 동생을 희생시킨 그들을 처형했을 때와 마찬가지로...

 준코는 일반인들에게 없는 능력을 지니고 태어났다. 그렇다면 그걸 사용해야 한다. 그것도 올바르고 유익한 방향으로. 다른 존재를 멸망시키고 먹어치우기 위해서만 존재하는 야수를 사냥하기 위해서.
 ㅡ나는 탄환이 장전된 총이다.

 초반부터 몰아치는 듯 진행되는 서스펜스와 이능력 액션에 눈을 뗄 수가 없지만 이 소설은 단순히 판타지 액션만을 보여주는 책은 아닙니다. 여류 작가인 미야베 미유키는 소녀 주인공인 아오키 준코의 모습을 묘사하며 미성년자에 대해 안일한 법을 비판하고, 범죄자에 대한 처벌이라는 점에 대해서 독자들에게 고민하게 만듭니다.

 "그러면 그건 사형이잖아요?"
 "그런 셈이지"
 "그건 허용이 안 돼요. 이 나라는 법치 국가니까요."

 "그 때문에 죄 없는 희생자가 나와도 상관없다는 건가?"

 작가는 아오키 준코라는, 분노에 가득차있는 통제가 불가능한 초능력자와 이시즈 치카코라는 형사. 대립되는 두명의 여성 주인공을 등장시켜 독자에게 끊임없이 묻습니다. 안일한 법률에 대해서, 범죄자의 처벌과 개인적인 복수에 대해서, 그리고 '노부에'라는 소녀를 등장시켜 범죄자의 구분에 대해서도 묻습니다. 그리고 과거에 사위에게 딸과 손자가 살해당한 고통을 겪은 분노에 가득찬 이자키와 치카코의 대화를 통해 선을 넘지 않고 법률을 지켜야 한다는 입장과 그 때문에 죄 없는 희생자가 나오더라도 참아야 하는가라는 물음 사이에서 독자들은 고민하고 또 고민하게 됩니다. 그리고 결국에는 안타까운 결말을 통하여 주인공인 아오키 준코는 '선'인가, '악'인가 하는 고민까지 하게 합니다.

 준코의 눈동자 안에 인식의 빛이 있기 때문에, 그것이 다다 가즈키의 기억을 비췄는지도 모른다. 준코의 눈이 다른 데를 향하고 있을 때 보았다면 전혀 알아차리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아니, 알아차렸을까. 준코에 대한 기억이 다다 가즈키의 내부에 아직도 '미결' 파일로 끼워져 있던 걸까. 설령 파일 안에서도 가장 낡은 페이지가 되어 가장자리가 누렇게 바래고 글씨가 흐려졌다 하더라도.

 초반부가 범죄자를 뒤쫓는 스릴러를 보여줬다면 후반부에서는 준코의 개인적인 이야기로 들어가서 준코의 과거와 로맨스를 보여줍니다. 하지만 달콤한 로맨스가 아니라 배신과 외로움에 사무치던 그녀가 마지막 희망을 만나게 되는 블랙 로맨스를 그려냅니다. 스릴러와 로맨스, 그리고 판타지가 뒤섞여 사회를 비판하며 시사할 거리를 준다는 점에서 얼마 전에 읽었던 리사 프라이스의 '스타터스'와 굉장히 비슷하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배신당하고 또 배신당하고, 불의를 참지 못하는 소녀이자 자신의 힘을 통제하지 못하고 끝까지 고민만을 거듭하며 죄책감에 시달리기도 했던 초능력자인 아오키 준코는 말합니다. '인류의 변종인 범죄자들과 초능력자인 자신은 결국 다를 바 없는 게 아닐까.' 그리고 맞게되는 비운의 결말은 굉장히 안타깝고, 또한 슬픕니다. 다시는 자신과 같은 존재를 만들지 말아달라는 준코의 말이 슬프면서도 깊은 여운과 고민을 안겨줍니다. 그리고 자신의 힘을 이렇게 사용할 수 밖에 없었던 준코의 처지를 동정하게 됩니다.

 주인공인 준코에게 깊게 몰입하여 두권에 이르는 장편을 함께 달려왔기 때문인지 노력과 다르게 보상이 주어지지 않은 결말이 너무나 아쉽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편의 영화를 보는 듯 하면서도 갈등과 고민을 함께 안겨준 사회파 소설이기도 한 이 책에는 찬사를 보낼 수 밖에 없었습니다.


출처 : http://tlqtown.blogspo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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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남자 - 제138회 나오키 상 수상작
사쿠라바 가즈키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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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쿠라바 카즈키(桜庭一樹) - 내 남자(私の男)

◇ 평점 ★★★★★
 - 분명 독자에 따라서는 거부감과 역겨움을 느낄 수도 있는 작품. 하지만 글 전체에서 느껴지는 존재감과 뜨거운 피가 흐르는 듯 약동하는 문장 하나하나는 단숨에 글 속에 몰입시킨다. 서로에게 속박당하고 빼앗기며 살아가는 두 사람의 금지된 사랑을 그려낸 어둡고 강렬한 사랑 이야기.

◇ 나오키상 수상작 추천
 - 용의자 X의 헌신(히가시노 케이고)
 - 공중그네(오쿠다 히데오)

 어린 시절에 'GOSICK'이라는 라이트노벨을 통해 접했었던 사쿠라바 카즈키(桜庭一樹)라는 작가의 이름을 오랜 세월이 흐른 지금에 와서 다시 접하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그것도 일본 최고의 대중문학상인 '나오키상' 수상작을 찾다 접하게 될 줄이야. 라이트노벨 작가로 데뷔했었던 사쿠라바 카즈키가 본격 문학에도 발을 담궜다는 말은 진작에 들었지만 사실 그녀의 이름을 알게되었던 라이트노벨 'GOSICK'은 추리 소설보다는 캐릭터 소설이라는 인상이 강했기 때문에 이 정도일줄은 상상하지 못했습니다. 사쿠라바 카즈키가 2007년에 출판한 이 책 '내 남자(私の男)'는 제138회 나오키상을 수상했습니다.

 이 책에 대해서 어떻게 감상을 적어야할지 난감합니다. 이렇게나 강렬하면서도 이렇게나 위험한 책이라니. 구사리노 하나의 결혼식 장면으로 시작하는 이 소설은 현재인 2008년에서부터 점점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는 구성을 취하고 있습니다. 구사리노 하나는 어릴적 지진과 함께 찾아온 해일로 인하여 가족을 잃어버리고 만나게 된 먼 친척. 구사리노 준고에게서 왠지 모를 친밀감과 가족의 냄새를 느끼게 됩니다. 구사리노 준고의 양녀로 들어가게 된 하나와 준고. 서로를 속박하듯, 서로의 모든 것을 빼앗듯, 절망적으로 뒤엉키고 광기에 빠지는 모습을 그려낸 '내 남자'라는 소설은 너무나 위험한 향기를 풍깁니다.

 현재의 모습을 그리는 제1장인 2008년에서 이미 크게 성장해버린 하나는 그만큼이나 늙어버린 준고를 '최악이고 최고야'라고 묘사합니다. 그리고 그를 원망하면서도 그에게서 사랑을 느끼는 모습을 감각적이면서도 강렬하게 그리고 매력적으로 그려냅니다. 사실 이 감상을 적을 때에는 항상 그랬듯이, 책에 실린 몇 문장을 적으려고 했었습니다. 하지만 사쿠라바 카즈키가 그려낸 '내 남자'의 모습은 한 문장 한 문장이 뜨거운 피가 흐르는 혈관을 연상하게 만들 정도로 강렬하고 존재감이 있어서 어느 한 문장이 좋다고 골라서 적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 정도로 이 작품 전체에 흐르는 존재감은 놀랍습니다.

 이야기는 점점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며 준고와 하나의 관계가 드러나고 그 사이에서 일어난 사건에 대해서도 밝혀집니다. 하지만 이 소설은 어디까지나 사랑 이야기입니다. 위험하고, 잔혹하지만 사랑 이야기라는 것을 부정할 수는 없습니다.

 분명 호불호가 갈리는 소설이라 독자에 따라서는, 아니 예상하건대 대부분의 독자가 역겨움과 거부감을 느낄 작품이지만 저는 이 소설의 흡입력과 사쿠라바 카즈키의 마력과 같은 글 솜씨에 빨려들어가 손에서 책을 놓을 수 없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까지 모두 읽고는 다시 '현재'를 나타내는 첫장을 생각했을때 그들의 관계는 얼마나 끔찍하면서도 아름다운지 다시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감상을 모두 적고나기 '강렬하다.' '엄청난 존재감이다.' '위험하다.'라는 말밖에 적지 못한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게 책을 모두 읽은 제 솔직한 심정입니다. 오랜만에 짜릿한 책을 읽었네요. 사쿠라바 카즈키 작가에게도, 나오키 상에도 빠져들 것 같습니다.


출처 : http://tlqtown.blogspo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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