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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로스파이어 1
미야베 미유키 지음, 권일영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9년 6월
평점 :
미야베 미유키(宮部みゆき) - 크로스 파이어(クロスファイア)
◇ 평점 ★★★★★
- 영화를 보는 듯 스릴 넘치는 서스펜스와 초능력이라는 소재를 통해 이능력 액션을 보여주면서도 초능력자인 소녀를 주인공으로 내세워 사회의 안일한 법률을 비판하고 범죄자에 대한 개인적인 처벌과 그것으로 인한 고뇌를 보여주는 사회파 소설이기도 하다. 미야베 미유키 특유의 흡입력에 빨려들어가 순식간에 읽게 되는 소설. 그만큼 몰입해서 읽었기에 안타까운 결말에 아쉬움을 느낄 수 밖에 없었다.
◇ 비슷한 추천작
- 스타터스(리사 프라이스)
일본 추리소설의 여왕이라 불리는 미야베 미유키(宮部みゆき)의 작품이지만 이 크로스 파이어(クロスファイア)는 추리 소설이 아니라 스릴러라고 불러야 할 작품입니다. 1998년에 출판된 책이지만 미야베 미유키 특유의 화술과 속도감 있는 전개가 전혀 세월을 느끼게 만들지 않은 명작이었습니다. 지금에 와서는 흔한 소재라고 볼 수도 있지만 20세기에 이런 작품이 나오다니. 대단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놈들을 인간이라고 부를 수 있는가? 인간이라고 불러도 되는 건가? 아니, 그렇게 부르는 것은 자유다. 저들을 인간이라고, 일탈한 젊은이라고, 그들이야말로 사회의 희생자라고 불러도 좋다. 하지만 적어도 준코는 그렇게 부를 수 없다. 아오키 준코는 저 네 녀석을 인간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리고 그들을 인간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이상ㅡ.
저놈들을 가차없이 처치한다.
어릴 적부터 불을 다루는 능력을 가지고 있었던 초능력자 소녀. 주인공인 아오키 준코는 평소와 같이 폭주할 것 같은 힘을 다스리기 위하여 폐공장을 찾아갑니다. 갑자기 느껴지는 인기척에 구석에 숨은 준코는 그곳에서 시체를 처리하고 있는 미성년자들을 목격하게 됩니다. 법의 사각을 파고들어 이유없는 악의를 풀어놓고 끔찍한 짓을 저지르는 그들을 보며 준코는 자신이 가진 힘으로 그들을 처단하고자 마음 먹습니다. 사랑하던 이의 동생을 희생시킨 그들을 처형했을 때와 마찬가지로... 준코는 일반인들에게 없는 능력을 지니고 태어났다. 그렇다면 그걸 사용해야 한다. 그것도 올바르고 유익한 방향으로. 다른 존재를 멸망시키고 먹어치우기 위해서만 존재하는 야수를 사냥하기 위해서. ㅡ나는 탄환이 장전된 총이다. 초반부터 몰아치는 듯 진행되는 서스펜스와 이능력 액션에 눈을 뗄 수가 없지만 이 소설은 단순히 판타지 액션만을 보여주는 책은 아닙니다. 여류 작가인 미야베 미유키는 소녀 주인공인 아오키 준코의 모습을 묘사하며 미성년자에 대해 안일한 법을 비판하고, 범죄자에 대한 처벌이라는 점에 대해서 독자들에게 고민하게 만듭니다. "그러면 그건 사형이잖아요?" "그런 셈이지" "그건 허용이 안 돼요. 이 나라는 법치 국가니까요."
"그 때문에 죄 없는 희생자가 나와도 상관없다는 건가?" 작가는 아오키 준코라는, 분노에 가득차있는 통제가 불가능한 초능력자와 이시즈 치카코라는 형사. 대립되는 두명의 여성 주인공을 등장시켜 독자에게 끊임없이 묻습니다. 안일한 법률에 대해서, 범죄자의 처벌과 개인적인 복수에 대해서, 그리고 '노부에'라는 소녀를 등장시켜 범죄자의 구분에 대해서도 묻습니다. 그리고 과거에 사위에게 딸과 손자가 살해당한 고통을 겪은 분노에 가득찬 이자키와 치카코의 대화를 통해 선을 넘지 않고 법률을 지켜야 한다는 입장과 그 때문에 죄 없는 희생자가 나오더라도 참아야 하는가라는 물음 사이에서 독자들은 고민하고 또 고민하게 됩니다. 그리고 결국에는 안타까운 결말을 통하여 주인공인 아오키 준코는 '선'인가, '악'인가 하는 고민까지 하게 합니다. 준코의 눈동자 안에 인식의 빛이 있기 때문에, 그것이 다다 가즈키의 기억을 비췄는지도 모른다. 준코의 눈이 다른 데를 향하고 있을 때 보았다면 전혀 알아차리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아니, 알아차렸을까. 준코에 대한 기억이 다다 가즈키의 내부에 아직도 '미결' 파일로 끼워져 있던 걸까. 설령 파일 안에서도 가장 낡은 페이지가 되어 가장자리가 누렇게 바래고 글씨가 흐려졌다 하더라도. 초반부가 범죄자를 뒤쫓는 스릴러를 보여줬다면 후반부에서는 준코의 개인적인 이야기로 들어가서 준코의 과거와 로맨스를 보여줍니다. 하지만 달콤한 로맨스가 아니라 배신과 외로움에 사무치던 그녀가 마지막 희망을 만나게 되는 블랙 로맨스를 그려냅니다. 스릴러와 로맨스, 그리고 판타지가 뒤섞여 사회를 비판하며 시사할 거리를 준다는 점에서 얼마 전에 읽었던 리사 프라이스의 '스타터스'와 굉장히 비슷하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배신당하고 또 배신당하고, 불의를 참지 못하는 소녀이자 자신의 힘을 통제하지 못하고 끝까지 고민만을 거듭하며 죄책감에 시달리기도 했던 초능력자인 아오키 준코는 말합니다. '인류의 변종인 범죄자들과 초능력자인 자신은 결국 다를 바 없는 게 아닐까.' 그리고 맞게되는 비운의 결말은 굉장히 안타깝고, 또한 슬픕니다. 다시는 자신과 같은 존재를 만들지 말아달라는 준코의 말이 슬프면서도 깊은 여운과 고민을 안겨줍니다. 그리고 자신의 힘을 이렇게 사용할 수 밖에 없었던 준코의 처지를 동정하게 됩니다. 주인공인 준코에게 깊게 몰입하여 두권에 이르는 장편을 함께 달려왔기 때문인지 노력과 다르게 보상이 주어지지 않은 결말이 너무나 아쉽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편의 영화를 보는 듯 하면서도 갈등과 고민을 함께 안겨준 사회파 소설이기도 한 이 책에는 찬사를 보낼 수 밖에 없었습니다.
출처 : http://tlqtown.blogspot.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