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거 다크 - 파묻힌 어둠과 소녀, J Novel
아라이 엔지 지음, mebae 그림 / 서울문화사 / 2013년 3월
평점 :
품절


아라이 엔지(新井円侍) - 슈거 다크(シュガーダーク)

◇ 평점 ★★★☆☆
 - 쓸모없는 부분을 줄인 담백한 진행과 일반적인 라이트노벨과 차별화 된 독특한 소재는 가능성이 보이지만, 전작 전형적인 등장인물들과 식상한 내용, 다소 생뚱맞은 마무리가 아쉽다.

 6년만의 스니커 대상(スニーカー大賞) 수상작이라는 말에 일단 놀랐습니다. 스니커 대상은 카도가와 쇼텐(角川書店)이 1996년부터 주최한 라이트노벨 분야 신인 공모 문학상입니다. 라이트노벨을 대상하는 하는 문학상 중 가장 까다로운 심사로 유명하며 1996년부터 지금까지 이 작품. 슈거 다크(シュガーダーク)를 포함하여 네 작품밖에 대상을 수상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니 2003년 대상 수상작인 스즈미야 하루히의 우울 이후 6년만의 대상이라는 소개에 기대감을 부풀릴 수 밖에 없었죠. 하지만 굉장히 호평인 다른 독자분들의 평가와 다르게 저는 혹평을 해야할 것 같습니다.

 삽을 쥐고 대지를 파헤치며 전진하는 보병집단, '전쟁터의 두더지'의 일원이었던 주인공 무올은 살인죄의 누명을 쓰고 공동묘지로 향하게 됩니다. 그곳에서 주특기를 살려 무덤을 파게 된 주인공은 묘지에서 살고 있는 메리아라는 신비한 소녀와 '더 다크'라는 인류의 적에 대해서 알게 됩니다. 그 공동묘지에서 탈출 계획을 세우는 무올이지만...

 우중충한 세계관에 시종일관 진지하고 무거운 분위기, 약간은 미스터리한 작풍이 취향에 딱 들어맞는다고 생각했지만 정작 재미있다고 느끼지는 못했습니다. 몇 명 등장하지 않는 캐릭터들을 이용하여 쓸모없는 부분을 줄인 담백한 진행, 일반 라이트노벨과 차별화 된 독특한 소재는 확실히 가능성이 보였습니다. 막 산업화를 이륙한 시대를 연상하게 만드는 시대감에 '더 다크'라는 판타지 소재를 집어넣은 세계관에서 싸우지 않고 땅을 파기 시작하는 주인공은 대단히 인상 깊었습니다. 하지만 재미를 앗아간 부분은 역시 '식상함'이었습니다. 정작 독특한 시작과 다르게 내용 자체는 주인공이 신비한 히로인을 만나 그녀를 사랑하게 되고 결국에는 자신을 희생하여 한 여자를 구원하게 된다는 Boy Meets Girl 스토리 라인을 따라갑니다. 권두의 일러스트를 보자마자 예감하게 된 결말과 빤한 이야기 진행. 내용뿐만 아니라 무언가 있을 줄 알았지만 사실 있으나마나 상관없는 등장인물이었던 달베이드레, 외부와 격리되어 인간관계에 대해 모르는 히로인, 의심스러운 조력자. 전형적인 등장인물들 또한 큰 감흥을 주지는 못했습니다.

 Boy Meets Girl 스토리답게, 주인공인 무올은 신비한 묘지기인 메리아와 만나 사랑에 빠지게 되는데, 서로 호감을 느끼고 사랑에 빠지는 과정이 대단히 어색합니다. 작가가 표현하려던 '외부와 격리되어 인간관계에 어색한 히로인과 숫기 없는 주인공'의 포지션은 뭔지 알겠지만, 매끄러운 진행이나 감성적인 로맨스를 보여주지는 못했습니다. 우중충한 분위기 속에서 진지한 느낌은 나쁘지 않았지만, '더 다크'에 관련된 소녀의 상처와 주인공의 희생 역시 '더 다크'에 대한 공포와 소녀의 고통을 좀 더 처절하게 묘사했다면 전형적이라고 하더라도 후반의 감동에 더 힘이 실리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이 책에서 기대할 법한 미스터리 요소에서도, 로맨스 요소에서도, 감동 요소에서도 각각 부족함이 느껴져 전체적으로 밋밋하고 무난한 작품이 되었다는 감상을 받았습니다.

 무엇보다 실망스러웠던 것은 마지막 부분이었습니다. 책을 펼치자마자 예상되는 빤한 마무리는 그렇다 치더라도 조력자의 정체에 대해서는 정말 조금도 예상치 못했습니다. 이렇게 생뚱맞고 뜬금없을 줄이야. '판타지 세계관이니 무슨 일이 일어나도 상관없다.'는 식의 개연성 없는 조력자의 정체가 정말 아쉬웠습니다.

 만지고만 있어도 기분이 좋아질 정도로 질감이 괜찮은 표지와 초반 한정 특전, 말 그대로 J노블의 야심작이라고 할만한 작품 구성과 6년만의 스니커 대상 <대상> 수상작에 기대감을 가졌지만, 정작 모두 읽고난 후에는 '미묘하다'고 느꼈습니다. 확실히 신인 라이트노벨 작가치고는 문장력이 상당한 수준입니다. 장면의 연결이나 묘사도 괜찮은 편이고, 등장인물들의 심리 묘사가 인상적입니다. 그리고 라이트노벨(그것도 데뷔작)에서 잔인한 고어씬을 연출하는 대담함도 눈여겨 볼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모두 읽고 난 후에는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았습니다. 위에서 말했듯이 어느 부분에서도 포텐이 터지는 부분이 없어 이렇다할 감흥을 받지 못했습니다. 이야기도 대단히 식상하고 빤하기 때문에 왕도적인(특히 주인공과 히로인의 관계) 전개를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취향에 맞으실 수도 있을 것 같네요.


출처 : http://tlqtown.blogspo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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