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 크레마 터치 - BLA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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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초기 불량이 좀 있었던것 같네요. 제가 활동하는 카페에도 만족하고 쓰시는 분이 많지만... 초기 불량 때문에 고생하신분도 꽤 있습니다.

전자기기야 초기불량은 어쩔수 없다해도... 크레마는 좀 더 많은게 아닌가. 물론 정확한 수치는 모릅니다. 어쨌든 지속적인 사후지원을 해준다면 초기불량은 극복할 수 있죠.

 

짤막하게 쓰자면...

일단 저는 아주 만족하고 쓰고 있습니다. 컨텐츠없는 문제는 논외로 하겠습니다. 사실 컨텐츠가 없어도... 너~~무~~ 없어서 저는 전자책 단말기를 살 마음이 없었지만, 그래도 앞으로 잘 하겠지 하는 마음에 사긴 샀습니다. 이 부분은 뭐 좀 더 기다려봐야죠.

기기 자체는 마음에 듭니다. E잉크의 특성을 잘 이해하면 쓰는데 전혀 불편함 없구요. 이 단말기가 타블릿이 아닌지라 저는 순정 그대로 씁니다. 전 책만 읽으면 되니깐요.

 

그러나 아직 불안정한게 많습니다. 몇차례 펌업을 했지만, 여전히 오류가 많죠. 불편한 책장도 그렇고 아직도 가끔 먹통이되고 스크린세이버가 작동을 하지 않습니다. 마지막 펌업으로 조금 더 개선되었지만... 아직 안정화 작업이 더 필요합니다. 이런 불안정한 상태에서 출시했다는것이 조금 이해가 안되는 부분이지만... 이게 우리의 전자책 수준이구나 아직은 걸음마 단계구나 이해하려 합니다. 누구는 킨들과 비교를 하지만 어찌 그런 비교가 가당할까요. 기기 완성도, 소프트웨어 지원, 컨텐츠.. 등등 하늘과 땅차이입니다.

 

또 앞으로 오프라인 사전 탑재를 해주는걸로 알고 있습니다. 개발자님들이 킨들같이 앞선 기기를 보고 참고를 많이 해주셨으면 합니다. 현재 온라인 사전은 페이지가 전환되는데... 킨들처럼 페이지 전환안되고 미리보기로 팝업창이 쓰면서 사전을 보여주는 그정도까지 가기 힘들까요?

또 책장은 너무 불편합니다. 책장 스크롤은 정말 최악입니다. E잉크 단말기에서 스크롤이라뇨? 이건 정말 무성의함을 아주 극명하게 보여주는 예입니다. 그냥 타블릿용 앱을 가져다가 건 정말 성의 없지 않습니까? 책장도 페이지 넘기듯 넘기게 해주세요. 제발 전용단말기를 만들었으면 그에 걸맞는 전용 소프트웨어를 만들어주세요. 초창기라 이해하는 부분이 많지만 시간이 가면 보완을 해줘야 그 이해도 계속 될것 같습니다.

또 한컴이 만들었다는 리더는 처음 책을 로딩할때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립니다. 이 정도 기술밖에 안되나 싶지만, 다른 업체의 리더는 그정도는 아니더군요.

이것말고도 쓰고자 한다면 산더미처럼 쓸 수 있을겁니다.

 

아직 걸음마 단계고 계속 보안을 하겠지만, 느려도 좋지만 한번 할때 좀 야무지게 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또 컨텐츠 문제는 논외하기로 했지만... 지금 팔고 있는 컨텐츠는... 종이책에 비해.. 너무 초라합니다. 이런 컨텐츠로 어떻게 전자책 단말기를 팔았을까? 신기할 정도죠.

암튼 앞으로의 성장 가능성에 후한 점수를 줍니다.

 

사후지원 더 늘려주시고... 단말기가 싸서 단말기가 좋아서 절대 단말기를 산건 아닙니다. 그걸 알아주시고 컨텐츠도 많이 많이 준비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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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가] 베토벤 교향곡 전집 - 클라우디오 아바도 (4disc) - 아웃케이스/북클릿 없음
베를린 필하모니 오케스트라 (Berlin Philharmonic Orchestra) 외 / 유비윈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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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이없네요. 뭡니까? 알라딘 믿고 구입했는데.. 해적판을 팔다니요. 황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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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라딘고객센터 2011-10-05 11: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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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지처참 - 중국의 잔혹성과 서구의 시선 동아시아와 그 너머 1
티모시 브룩 지음, 박소현 옮김 / 너머북스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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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시대에 광범위하게 받아들여졌던 가치가 다른 시대에는 분명히 기괴한 것으로 비칠 수도 있다. 그러나 특정 ‘문화’ 또는 ‘문명’의 폭넓은 범주 안에도 매우 다른 사고방식들이 지속적으로 공존할 수도 있다. 아마도 한 사회의 역사 안에 다양한 신념들의 변화가 있다는 사실-한 사회의 가치를 상대화하는 것이라기보다는 자신이 유구한 역사의 끝에 서 있다는 감각-을 인식하는 것은 중요한 일이다. (본문 454p)

이런 서평에서 본문 내용을 처음부터 인용하는 건 아무래도 세련된 방법은 아니다. 하지만, 이 문장이 이 책을 힘들게 읽고 얻었던 해답 같았다. 나는 몇 차례 능지처참에 대해서 블로그에 소개하려고 했다. 일단 사진을 한 장 올리고 관련된 글을 쓰려고 했다. 왜곡되지 않은 의미를 전달하려고 했지만 이내 포기했다. 그건 되게 어려운 일이다. 현대에 사는 내가 그 의미를 똑바로 전달하기에는 아는 지식이 너무 없다. 나는 능지처참에 대한 기록을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왜 그런 형벌이 시행됐고 또 누가 그 대상이었는지 얼마나 시행되었는지? 감형은 없었는지? 단편적인 정보는 이 책 빼고는 한 번도 읽지도 보지도 못했다.

또 어렵게 내가 전보단 덜 왜곡된 정보를 블로그에 쓴다고 해도 그것은 충분히 왜곡되고 날조될 수 있다. 지금 당장 '능지처참'으로 검색하면 사실적이지 않은, 혹은 서구에 의해서 변형된 능지처참에 대한 글을 얼마든지 발견할 수 있다. 사진 이미지 자체도 우리에게는 이해 불가다. 많은 사람 앞에서 사람을 조각내는 것을 찍은 사진을 보자마자 사람들은 그것을 이해 불가능하다고 쉽게 선언하고 만다. 그리고 야만적이고 더러운 짓이라고 주장한다.  

사실 나도 그렇다. 책을 읽으며 그 안에 사진을 들려다 볼수록 그런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그러니 블로그에 사진을 올리는 행위는 너무나 위험하다.

다른 걸로 돌려 말하자면 이렇다. 우리는 요새 텔레비전에 가요 프로그램을 보면 불과 십 년 전에는 이상하게 여겼던 일이 무척 자연스럽게 보인다. 여성 가수들이 하나같이 노출이 심한 의상을 입고 나와서 춤추고 노래하는 것을 10년 전과 비교해보라. 10년 전에 아마 텔레비전에서 그런 가수가 나왔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앞서 말한 대로 한 시대에 광범위하게 받아들였던 가치에 의해서 그 일은 이해될 수 없었을 것이다. 시대가 바뀌면서 그 가치도 변했다. 지금은 그것을 쉽게 받아들인다. 우리는 어째서 그것을 쉽게 받아 드릴 수 있었을까? 그것은 그 가치가 불변할 정도로 확고한 것이 아니라 변화를 일으킬만한 다른 가치와 공존했기 때문이다. 조금씩 그 가치는 변화고 받아들여지고 수용된다. 여전히 받아들이지 못하는 사람도 있고 더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는 사람도 있다. 더욱 많은 사람이 받아들이고 무감각해졌을 때 그것은 그 시대의 가치가 된다. 

옛날에 중국에서는 특정한 범죄, 즉 반역이라던가 반인륜적 범죄에 대해서 능지형이라는 극형으로 다스렸다. 능지형은 일반적으로 서양에서는 수천 번을 토막 낸다고 해서 얇게 저민다고 잘 못 알려지기도 하고 천천한 죽음으로 왜곡되기도 했다. 사실 어떻게 형이 집행됐는지 풍부한 자료는 없다. 다만, 대다수 사진이나 글은 전부 사실과는 거리가 멀다. 능지처참은 서양인의 시선에서 볼 때 살점을 수천 번 도려내서 천천히 고통스럽게 죽이는 잔혹한 형벌로 알려졌지만 사실 능지처참은 신체를 훼손함으로써 유교적인 사회의 전통과 가치의 기준에서 가장 불명예스러운 죽음이었다. 

이것은 서양인들은 이해하지 못한다. 동양인, 그것도 유교적인 사회 안에서 자란 동양인은 바로 이해한다. 예를 들어 아직도 우리 사회에서 문신을 불쾌하게 받아들인다. 내가 가는 사진 동호회에서 여성의 몸에 작은 문신이 있는 것에 대해 어떤 남성 회원은 덧글로 즉각 불쾌감을 나타냈다. 이것은 그 남성이 이성에 대한 취향의 문제가 아니라 그 남성이 유교적인 사회의 가치관에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예로부터 '신체발부수지부모'라고 조선 시대 선비는 머리도 안 자르고 살았다. 문신은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신체를 훼손하는 행위므로 불쾌하고 범죄자나 할만한 표식 같은 것이다. 하지만, 이런 가치관은 변했다. 아니 적어도 변하고 있다. 이런 가치관은 유교적인 사회에서 나온 것이다. 능지처참의 잔혹성은 시각적이나 육체적인 것이 아니라 부모에게 물려받은 육체를 조각내서 훼손함으로써 그 사회에서 광범위하게 적용되는 가치관을 훼손하는 행위다. 즉 육체의 훼손은 고통이나 고문을 목적으로 한것이 아니라 영혼의 죽음, 가치의 죽음인것이다.
그러나 당장 능지처참에 관련한 사진을 올려놓는다면 이런 이해는 물 건너간다. 거기에 사실과 전혀 다른 왜곡된 정보는 이런 몰이해를 더 부추긴다.  

이 글에서 내가 능지처참이라는 오래된 형벌을 평가하려는 건 아니다. 만약 우리 시대의 가치관으로 평가한다면 나도 당연히 야만적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 문제가 그렇게 간단하지만은 않다. 

능지처참의 왜곡된 이미지는 서구가 제국주의 깃발을 높이 들었을 때 시작됐다. 말하자면 어떤 나라를 침략하고 싶어서 대중을 선동하고 싶다. 어떻게 해야 할까? 그 나라의 이해 못 할 문화를 앞뒤 다 잘라버리고 가져와서 대중에게 보여준다. 이상한 머리모양이라던가 이해 못 할 의식이나 종교, 법체제 같은 게 아주 좋은 아이템이다. 그중에 능지처참은 아주 이용해 먹기 좋다. 왜냐하면, 그전까지 불과 수십 년 전까지도 서구도 똑같이 잔인한 형벌을 행했지만, 이제는 형벌이나 고문을 없애고 범죄자를 감방에 처넣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중국의 곤장은 매우 흥미로웠을 것이다. 고문은 더 그럴 테고 참형과 효시, 연좌제, 능지처참은 특히 더 흥미롭고 이용하기 좋았을 것이다. 야만인들이 아직도 이렇게 살고 있다. 우리가 이 야만인을 문명화시켜야 한다. 그것은 제국주의자들의 좋은 구실이며 대중을 선동하기 손쉬운 방법이다. 언제나 그렇듯이 한 문화가 한 문화를 침범하고 짓밟을 때 이런 식의 왜곡된 날조가 시작된다. 굉장히 흥미로운 것은 같은 유교 문화권이며 조선시대까지 거의 비슷한 형벌을 집행한 우리도 이런 왜곡된 시선을 가지고 있다. 

나는 이 책에서 중국의 잔혹성에 대한 서구의 왜곡된 시선이 흥미로웠던 것보다 이 부분이 더 흥미로웠다. 우리는 언제부터 중국에 대해서 이런 왜곡된 시선을 가졌을까? 조선시대는 분명히 아니다. 해방 이후? 아니면 분단 후? 아마도 이 부분은 학자들이 연구해야 되겠지만, 나의 짧은 지식으로 추론해본다면 아마도 분단 후, 독특한 정치적 상황 때문이었을 것이다. 남북으로 분단 후 서구인 미국은 우방이었지만 중국은 우리의 적이었다. 지금은 상황이 조금 변했지만, 여전히 중국이 우방은 아니다. 중국의 왜곡된 이미지는 어쩌면 이때부터였을지도 모른다. 우리는 가금 홍콩 영화를 보면 중국인이 잔혹하며 복수에 목을 매는 이상한 민족으로 오인하곤 한다. 특히 무협 영화에서 흔하게 잔혹한 죽음이 나오고 아버지나 스승의 복수를 하려 하는 주인공을 보게 된다. 어쩌면 이것은 서구에 의해서 변형된, 즉 고착화 된 중국의 이미지가 그대로 투영된 것은 아닐까?
여전히 우리는 웹에서 중국에 대한 안 좋은 이미지를 쉽게 찾을 수 있다. 그중에 상당수는 사실과 거리가 멀고 또 진정성이 의심되는 것이 많다. 지난번 포스팅에서도 다뤘지만, 중국의 사형에 대한 이미지중에 진짜 사형인 것처럼 올려놓은 사진이 사실은 연출된 것도 있다. 우리는 얼마나 많은 왜곡된 이미지를 가지고 있을까?
그것은 이미 서구에 의해서 왜곡되었거나 우리 자신이 왜곡시킨 것이다. 또 그런 왜곡은 서로 단절된 문화일수록 더 손쉽게 일어난다. 중국과 우리는 아는 게 많지 않다. 중국 여행이 가능해진 건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박지원이 중국을 다녀와서 <열화일기>를 쓰던 시대와 지금을 비교해보면 마치 각각 다른 나라의 일같이 느껴진다.

이 책은 무척 흥미롭다. 정말 오랫동안 읽었는데, 중간마다 어려운 용어가 조금씩 나와서 신경을 긁긴 했지만 대체로 짜임새가 있고 이해하는 데 무리가 없었다. 능지처참은 과거에 우리나라에서도 행해졌던 형벌이다. 우리는 그걸 서구인보다 더 빨리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이 글을 읽은 대다수 사람은 이해하고 있지 않을 거다. 나도 책을 읽기 전에 그랬으니깐, 능지처참이 어떻게 시행되었는지 이 책에서는 직접 문헌을 가지고 설명을 한다. 거기에는 왜곡된 이미지나 지어낸 이야기가 없다. 있는 그대로다. 또 그런 능지처참이 서구에 의해서 어떻게 왜곡되고 날조되었는지 그 과정이 쓰여 있다 그리고 그런 이미지를 서구인들이 어떻게 이해하고 수용했는지에 대한 이야기다. 

책의 서문에서 저자는 한국의 형벌의 역사도 탐구되길 희망했다. 나는 서구인들이 한국 사극 드라마에 고문 장면을 어떻게 이해하는지? 모반을 하면 3대를 멸족하거나 노비로 삼거나 하는 것을 어떻게 이해하는지 궁금했다. 또 그전에 우리는 그걸 어떻게 이해하는 걸까? 앞서 말했듯이 어떤 문화나 가치관은 그 시대에 보편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범주를 이야기한다. 그렇지만, 그렇다고 그 시대의 모든 사람이 그것을 받아 드렸다고는 볼 수 없다. 말 그대로 다수의 사람만이 받아 드린 것이다. 우리는 그것을 이해하려고 할 때 그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 그렇지 않고 전부 뭉뚱그려서 비약해서는 안 된다. 그리고 더 중요한 것은 우리의 가치관에서 그것을 이해할 뿐이지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꼭 안된다는 말은 아니고 굳이 할 필요성은 없다.) 받아들이려고 하는 순간 혐오하고 부정하게 된다. 예를 들어 개고기를 먹지 않는 문화권의 사람이 우리를 야만인으로 규정하는 행위와 비슷하다. 그 사람들이 우리의 음식문화를 받아들일 필요까지는 없다. 다만, 좀 더 생각이 있는 사람이라면 단지 이해만 하면 된다.

능지처참에 대한 이해도 그렇게 해야 한다. 지금의 가치관에서는 단지 잔혹하고 야만적일 뿐이다. 만약 이해할 준비가 되었다면…. 이 책을 읽어볼 준비가 된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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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세의 사람들
아일린 파워 지음, 이종인 옮김 / 즐거운상상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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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왜 우리나라엔 ‘아일린 파워’의 책이 별로 번역이 안 된 걸까? 아마도 우리는 영웅 위주의 역사를 더 선호하기 때문일까? 어쨌든 '중세의 사람들'은 2007년에 출간이 되었다. 다른 출판사 다른 번역이고 간단히 비교해보니 본서에는 <중세 이전의 사람들>이란 챕터가 추가된 증보판이다. 원서는 1924년에 출판됐고(근데 전혀 옛날 느낌이 안 난다.) 증보판은 1963년에 출판됐는데 첫 번역서는 왜 증보판으로 번역하지 않았을까? 희한한 일이다. 좀 엉뚱한 생각이지만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자꾸만 코니 월리스를 떠올렸다. 특히 "개는 말할 것도 없고"라는 장편 소설 말이다. 유머러스하고 아름답다는 점이 유사하다. 그리고 옛날의 일들을 생생하게 다시 재현했다는 점도 똑 닮았다.
 
누가 이걸 역사서로 논문으로 생각할 수 있을까. 문장이 매우 좋다. 문장이 아름답지만 지나치게 화려하지 않다. 거기에 유머가 곳곳에 베어 있어 읽으면서 혼자 킥킥거리며 웃었다. 어려운 단어도 거의 안 나오고 (물론 수녀원장이나 상인, 농민을 다뤘으니 그것에 대한 전문용어는 나온다. 하지만, 설명이 충분함으로 이해하는데 별다른 어려움이 없다.) 중세 사람들이 어떻게 살았는지 손에 잡힐 듯이 섬세하게 묘사하고 있다. 앞서 코니 월리스 얘기를 했지만, 이 작가의 글을 읽다 보면 작가가 작품을 쓰려고 도서관에서 아주 살림 판을 벌였겠구나 그런 생각이 들 정도였는데 그런 점이 비슷하다. 한 문장 한 단락을 쓰려고 얼마나 많은 고서를 뒤적거렸을까? 책 뒤에 지혜와 아름다움이 동시에 느껴진다고 썼는데 아주 딱 맞는 표현이다.
 
중세에 대해서 우리가 아는 게 뭘까? 왕, 기사, 공주, 성, 전쟁, 전염병, 봉건사회 등등 어둡게 칙칙한 것투성이다. 말로만 들으면 도대체 그런 세상에 사람이 살아갈 수나 있을까? 의심이 생긴다. 그러나 이 책을 읽다 보면 그런 안개가 하나둘씩 거친다. 농노, 여행가, 수녀원장, 가장과 주부, 양모 상인, 직물업자의 얘기를 듣다 보면 어느새 책이 끝나고 만다. (사실 여행가는 좀 실망이었다. '마르코 폴로'의 이야기는 흥미로운 것이긴 했지만 나는 좀 더 평범한 여행가를 따라가고 싶었다.) 물론 이런 평범한 사람의 이야기에 흥미가 없는 사람도 있을 거다. 앞서 말했듯이 아직도 배우고 읽는 역사에는 평범한 사람이 좀처럼 등장하지 않는다. 아마도 기존에 역사서에 익숙한 사람이라면 흥미가 떨어질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난 좋았다. 앞으로 아일린 파워의 책이 좀 더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 (같은 출판사에서 ‘중세의 여인들’이란 책도 같이 번역됐다.)

올해 최고의 책 후보에 올려둔다. 사놓고 안 읽은 책이 너무 많지만 뽑긴 뽑아야 하니깐…. 간만에 진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즐겁게 읽은 책이다.

아쉬운 점이라면 번역도 좋았고 양장이라 좀 그랬지만, 책 자체도 나쁘지 않았는데 출판사가 좀 성의없어 보였다. 읽다가 갑자기 모르는 단어 옆에 ‘(설명추가)’라고 되어 있지 않나. 갑자기 주석번호가 사라지지 않나. 아무리 찾아도 없다. 주석이 없는 일도 있다. 분명히 번호는 있는데 주석 페이지에 주석이 빠졌다. 오타 나는 거는 솔직히 사람이 하는 일이니 아주 많지만 않다면 봐줄 만하다. 근데 이건 좀 많이 심했다. 좀 더 꼼꼼하게 만들었으면 좋았을 걸 아쉽다.
또 우리의 역사서도 좀 이런 게 많이 나왔으면 싶다. 읽으면서 아쉬웠던 게 유럽의 역사도 흥미롭지만 그래도 우리 땅에 살았던 조상의 역사가 더 흥미롭지 않겠는가? 이제 왕이나 장군의 역사, 전쟁의 역사 말고 삶에 대한 역사를 좀 읽고 싶다. 

덧. 여담이지만 이 책이 1924년에 쓰였고 우리나라에서 대단히 많이 팔리는 인류 이야기(헨드릭 빌렘 반 룬)는 3년 전인 1921년에 쓰였다. 단적으로 비교해 본다면 난 아이들이 '중세의 사람들'을 읽기에는 좀 어려울지는 모르지만 그래도 이 책을 권해주고 싶다. 아마도 고등학생 정도면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중학생도 읽을 수 있을지도…….) 물론 두 책의 역사를 바라보는 관점이 좀 많이 다르다. 인류 이야기는 전체적인 큰 그림이고 '중세의 사람들'은 세부 그림이라고 할만하다. 하지만 '중세의 사람들'가 역사에 좀 더 많이 접근해 있다고 생각한다. 또 역사가가 역사를 해석할 때 얼마나 편협해질 수 있다는 걸 가만해 본다면 '중세의 사람들'은 그런 면에서는 좀 더 자유로울 수 있으니 말이다.
 

책갈피- 

오늘날 역사가들은 전쟁과 왕자들의 음모 이외에도 과거의 사회사에 대하여 흥미를 갖는다. 현대의 저술가에게 14세기는 백년전쟁, 흑태자와 에드워드 3세의 세기로만 기억되지 않는다. 그는 영국내의 농노 제도가 서서히 붕괴되어 가는 과정을 더 중시한다. 이것은 장기적으로 볼 때 프랑스의 여러 주를 놓고 벌인 정쟁보다 더 획기적인 사건이다. 우리는 여전히 유명한 사람을 칭송한다.
역사의 페이지에 영광과 로맨스를 가져온 위대한 인물을 생략해 버린다면, 위인뿐 아니라 사람들 전체 혹은 어느 이름 없는 묘지에 지금 잠들어 있는 무명의 대중들이 역사에 등장해야 한다. 이렇게 해서 우리를 낳은 아버지들이 마침내 제대로 평가받게 되었다. 액튼경(영국의 역사학자)은 그것을 이렇게 표현했다. 위대한 역사가는 이제 주방에서 식사를 한다.
중세 사람들 - 아일린 파워 p.74 
 
이 '오늘날'이라는 건 영국의 1920년대를 지칭한다. 이 책이 쓰인 연도는 1924년도다. 어렸을 때 국사 시간에 조선의 역대 왕을 모두 외운 적이 있다. 물론 나같이 외우는 건 젬병인 사람은 그것 때문에 참 고생 많이 했다. 세계사도 그렇지만 국사도 참 지루하고 재미없는 과목이다. 만약 역사에서 보통 사람의 삶이 나왔다면 더 흥미로울 것이다. 그러니깐 삼국시대를 공부할 때 주몽이 고구려를 건국하고 광개토대왕이 어디까지 영토를 넓히고 이런 거보다 그 시대 평민은 무슨 일을 했고 뭘 먹고 살았고 주거환경은 어땠고 그런 시시콜콜한 걸 배웠다면 더 흥미로웠을 것이다.
 
아마도 그랬다면 어땠을까? 시험 문제 내기 참 곤란했을 거다. 그때의 교육은 그렇게 단순 암기에 적합한 형태였다. 왜 그렇다면 시험을 바꾸거나 시험제도를 폐지해서라도 좀 더 '오늘날'에 걸맞은 역사교육을 하지 않았을까? 지금은 바꿨을까? 모르겠다. 내가 중고생의 교과서를 본 적이 없고 수업을 참관한 적이 없어서….
 
서점에 가면 전부 왕이나 장군들 이야기만 있는 걸까? 서점이나 도서관에 가면 세계사를 요약한 책을 보면 얼마나 지루한지 끝까지 읽기가 부담스러울 정도다. 그 책 안엔 누가 누구를 정복하고 전쟁하고 죽이고 그런 내용밖엔 없다. 물론 그런 역사가 하찮다는 건 아니다. 다만, 역사란 게 그것보다는 할 이야기가 더 많다고 생각한다. 요즘엔 그래도 '오늘날'에 들어맞는 책이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 여전히 그렇지 않은 게 주류를 이루고 있긴 하지만, 이제 왕의 역사는 시시콜콜한 사극 드라마로 충분하다. 알고 싶지 않은 건 아니다. 그냥 자세히는 알고 싶지 않다. 그보다 더 깊은 이야기를 듣고 싶은 거다.  

 

우스터셔의 한 사제에 대한 이야기가 전해진다. 그는 사람들이 교회 마당에서 밤새 ‘애인이여 자비를 베푸소서’라는 후렴구의 노래를 부르며 춤을 춰 대는 바람에 한숨도 못 잤다. 그 후렴구를 너무 많이 들어서 사제의 머릿속에도 깊이 박혀버렸다. 그 다음 날 아침 미사 때 그는 “주님께서 여러분과 함께”라고 말하는 대신, “애인이여 자비를 베푸소서”라고 말해버렸다. 그것은 곧 심각한 스캔들이 되었고 연대기에 기록되기에 이르렀다.
중세 사람들 - 아일린 파워 p.95 
 

아, 웃겨. 얼마나 밤새도록 그 노래를 들었으면..ㅋㅋㅋㅋ 로마가 쇠퇴하자 중세가 들어섰다. 중세는 야만의 시대라고 알려졌는데 로마가 분열되고 각종 야만인의 왕조가 들어섰기 때문이다. 또 무슬림의 지하드도 유럽을 휩쓸었고, 어쨌든 중세는 봉건사회고 초창기 봉건사회의 농민착취는 주교가 앞장섰다. 왕에게 영지를 받고 조직적으로 착취해서 세금을 나라에 바쳤다. 대신 주일은 쉬게 했는데, 착취 대상의 농노도 교회에 꼭 참석하게 했다. 그날은 미사가 끝나면 교회 앞마당에서 온종일 놀며 춤추고 노래를 부르는 게 전통이었다. 한마디로 한 주 내내 착취를 당하다가 하루 맘껏 노는 거다. 그래서 우스터셔의 한 사제 이야기도 나오게 된 거다.
실제로 주교는 마당에서 춤추고 노래하는 것까지는 허용했지만, 노골적인 가사의 노래는 금지했다고 한다.1지금 들으면 뭐 그다지 노골적이고 방종하게 들리지 않지만, 그땐 그랬나 보다.

로마가 이교도였을 때는 번성했지만, 주님을 받아들이자 쇠퇴하기 시작했다. 사실 중세의 주님은 구원과 자비가 아니라 권력과 착취를 의미했다. 혹 이 블로그에 들어오는 해당 종교인들은 너무 분노하지 마시라. 옛날에 그랬다는 거다. 최소한 옛날엔 그랬다. 요즘엔 어떤지는 말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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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루스 서양미술사 - 전7권 세트 (개정판) 라루스 서양미술사
자닉 뒤랑 외 지음, 조성애 외 옮김 / 생각의나무 / 200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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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국내에 출판된 미술사나 미술 관련 서적을 아주 많이 본 건 아니다. 그래도 이건 내가 본 거 중에 최악의 책이 아닐까 싶다물론 오래된 책 중에 번역이나 도판, 편집 상태가 영 아닌 게 많긴 하다. 예를 들어 지난번에 리뷰했던 <라파엘전파 - 팀베린저>는 내용은 알차고 편집도 나쁘지 않지만, 도판이 형편없었다. 근데 이 책은 2002년에 나온 책이다. (원서는 1998) 그러니 10년 전쯤은 인쇄 시스템상 도판의 질이 떨어지는 거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별하나 주기도 너무 아까운 책이다.

오늘 소개할 이 <라루스 서양미술사>는 개정판을 기준으로 2006(초판 2005)에 나온 책이다. 거기에 떡 하니 미술사책이란 점에서 상당히 충격적이었다. 거기에 더 충격받은 건 이 책을 검색해보면 알겠지만, 그냥 대충 훑어봐도 쓰레기 같은 책인데 누구도 이런 얘기를 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나만 유독 예민하게 구는 걸까? 왜 내가 이 책을 사지 말자고 하는지 아주 일부만 여기에 포스팅 해본다. 판단은 알아서 하시길…….

최악의 양장 제본, 님 책을 발로 만든거심?
말이 양장이지 이건 완전 걸레 수준이다. 일단 보자 


(사진1) 심각한 제본 상태  

내가 이 책, 7권 중에 가장 먼저 본 것이 첫권 <중세> 편이다. 근데 제본이 개판이기에 나는 이 책이 파본 인 줄 알았다. 혹은 도서관에서 많이 대출이 된 책인가 그런가 했지만 아니다. 책은 아주 깨끗하고 나머지 6권도 제본 상태가 똑같았다. 일단 풀이 떡칠 되어 있는데 위에 (사진1)을 보면 위에는 풀이 떡칠 되어 있고 아래는 갈라졌다. 실밥은 다 보이고 뜯져 있고 갈라지고 제대로 펴지지 않고 한마디로 이런 책은 옛날에 사기 쳐서 전집 팔아먹는 놈들이 들고 다니는 쓰레기 책 수준이다.
양장 상태가 개판이니 책을 펼칠 때마다 짜악~ 쩌어~ 경쾌한 사운드가 들린다. 이 책은 유리 진열장에 장식품으로써 쓸만한 것 같다. 껍데기는 그런대로 봐줄 만하기 때문이다.

외형에 경악하고 내용을 보면 더 경악한다
. 이야기는 이게 끝이 아니다


(도판1) 라루스 서양미술사 2권 <르네상스> 170p 
도판에 모자이크 처리했냐? 설마 조각이 나체여서 모자이크 크리? 

정말 최악의 도판. 죄송이요~ 윈도우 그림판으로 작업했어요!
이 책에 실린 모든 도판이 최악인 건 아니다. 그러나 상당수 도판이 최악이다. 인쇄 품질이 떨어지는 건 일일이 언급하고 싶지 않다. 너무 많아서 그건 그냥 애교로 넘어가자. 왜냐하면, 보다 보면 도트가 깨져 보이는 도판(도판1)부터 흐릿해서 도대체 원본파일을 뭐로 사용했는지 궁금한 도판부터 색감이 가 경악할만한 도판까지 여러 가지다. 그중에 가장 심각한 사례 딱 두 개만 여기에 올려놓는다. 지면 관계상 두 개만 올려놓는 것이다. 나머지는 알아서 찾아보시길…. 너무 많아서 찾기는 수월할 것이다


(도판2) 라루스 서양미술사 3권 <고전주의와 바로크> 116p 

(도판2)은 중간에 줄이 가 있다. 내가 진짜 순진하게 원본 그림에 저런 줄이 가 있진 않을까? 웹에서 도판을 찾아봤다.ㅋㅋㅋㅋ 이렇게 상처와 자국이 나 있는 도판이 많다. 도대체 이 출판사 도판을 만들 때 어떤 이미지파일을 사용했을까? 원서도 이런 식일까?
 


(도판3) 라루스 서양미술사 2권 <르네상스> 163p 

(도판3)은 가장 놀랐던 사례이다. 밑에 제대로 된 (도판4)을 올려 두니 같이 보기 바란다. 

(도판4) 웹에서 검색해 내려받은 도판  

성모 머리 위에 푸른색은 스캐너의 문제가 아니라 도판이 그렇다. 이건 그냥 애교로 넘어가자. 이런 도판 많다. 일단 그림이 좌우가 바꿨다. 본문에선 도판이 좌우가 바뀐 지도 모르고 왼쪽에 기둥이 어쩌고저쩌고 설명하고 있다. 이 그림을 또 자세히 살펴보면 도판이 크롭된 걸 알 수 있다. 즉 왼쪽에 허벅지를 들어내는 천사가 많이 잘렸다. 또 성모의 발 하나도 잘렸고 뒤에 남자도 발목이 잘렸다.
아니 파르미자니노가 무슨 드가냐? 인물을 프레임 밖으로 내몰게? 이건 진짜 아니지 않으냐? 미술사 도판은 전체를 다 보여줘야 한다. 그렇지 않으려면 도대체 도판을 왜 수록한 것인가
(앞서 말했지만, 다시 강조하자면 이 두 개의 도판은 빙산의 일각이다.) 

문제는 이 책이 미술사 책이라는 점이다. 미술사 책은 도판이 꼼꼼해야 한다. 적어도 좌우가 바꿔서는 안 된다. 좌우가 바뀐 도판이 이거 하나인지는 모르겠다. 그냥 보다가 눈에 띄어서 찾아낸 거고, 꼼꼼하게 찾아보진 않았다. 어쨌든 미술사 책에서 도판은 생명인데 해도 해도 너무하다

그럼 도판은 그냥 넘어간다고 치자. 그럼 우리 인간적으로 편집만은…. 좀 편집만은 제대로 하자
중세를 읽다 돌아버리는 줄 알았다. 도대체 본문과 도판이 따로 놀아서 도판을 찾을 수가 없다. 심지어 본문과 별 관련이 없는 도판도 막 넣어져 있다. 왜 그런 걸 넣었을까? 여백이 남는데 그냥 두기 아까워서 넣었을까? 무슨 미술사 도판이 짤방이냐? 기본적으로 도판이 나오는 책은 도판에 고유번호를 매긴다. 그리고 읽는 사람을 위해 그 도판 번호를 본문에서 설명할 때 기재해줘서 도판을 찾아보기 쉽게 해놓는다. 이게 미술책의 기본 편집이다. 근데 이 책은 그런 아주 기본적인 편집 원칙도 지키지 않고 있다.

중세에서 르네상스로 넘어가면 그나마 조금 나아졌지만, 여전히 도판을 찾기가 성가시다.또 본문에서 중요하게 다룬 그림의 도판은 어디로 가셨고 별로 중요하지 않은 도판이 마구 등장하며 본문에서 언급한 도판이 도대체 어디에 있는지 글을 읽다가 막 찾아야 한다.
그러니 내가 최근에 출판된 미술책을 읽고 도판이 한두 페이지 정도 뒤에 가 있으면 왜 이렇게 편집했느냐고 불평한 것은 정말 행복에 겨워 배부른 소리를 하는 거다. 이 책을 보면 진짜 편집자를 이 책 7권으로 후려치고 싶어진다. 그나마 바로크부턴 좀 보기 수월하다.

이 책의 쌍팔년대 복고풍의 제본 상태, 짜증 나는 편집, 다수의 쓰레기 도판을 포함하고 있는데도 관련 검색에 걸린 신문기사들은 이 책의 원서를 만든 곳이 세계 3대 미술 출판사로 꼽히며 전문 미술가들의 집필이 어쩌고 하면서 엄청나게 찬양하고 있다. 더 웃긴 것은 '크고 화려한 도판을 풍부하게 곁들여 있어서 보는 재미가 더한다.'라고까지 한다. 그리고 이 책이 미술사 책의 신약성서라고까지 극찬한다기자들이야 잘 알아보지도 않고 뻘글 쓰는 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이 책의 광고에서 전부 극찬을 하면 미술가. 미술교수, 미술비평가는 도대체 어떻게 된 것일까

내용이 뮝미?
<중세>편을 읽다가 짜증 났던 게 한두 개가 아니지만, 이 책은 미술을 이해시키는 게 아니라 무슨 미대 입시생을 위한 교과서가 아닌가 착각이 들 정도였다. 교양서로써 미술을 이해하려면 도판 중심으로 편안하게 설명을 해줘야 한다. 도판이 없는 건 설명을 하지 않는 다라는 게 요즘 제대로 된 미술책의 기본 원칙이다. 근데 이놈의 미술사 책은 쓸데없는 작품 나열을 마구 하신다. 화가와 주요작품을 도판 없이 마구 끊임없이 나열해서 지면을 낭비하는 짓은 왜 하는 건인가? 내가 중세 미술을 이해하는데 양식 따위나 화가의 스승이 누구고 주요작품이 어떻고 따위를 알아야 하겠는가? 그게 중요한가?

아래 본문에서 발췌한 문장을 하나 보자.

그의 엉뚱한 창조물들은 세한 터치로 그려져 미묘하게 룸바르디아적인 투명성을 보여주고 있다. 그는 쇠퇴해가는 고딕식 조각보다는 오히려 민감하고 외부에 열려 있는 예술인 채색술과 연관돼 있었다. 그리고 특히. 그는 정신 분석적인 해석이 필요할 정도로 비현실적인 종교적 모티프들 깊이 내면화했다.
라루스 서양미술사 2권 <르네상스> 145p

이것은 보스에 대한 설명 글인데…. 도대체 무슨 말인지.-.-;;; 룸바르디아적인 투명성이란 게 뭔 말인지...ㅋㅋㅋ 한마디로 교양서 집필은 자기가 뭘 알고 있다는 걸 뽐내며 자뻑해서는 안된다. 나는 이런 비효율적인 문장과 '쉽게 얘기해서'라는 단어를 난발하는 필자를 무척 싫어한다. 이런 문장이 원서가 원래 그런 것인지 아니면 번역의 문제인지는 모르나…. 아무튼, 전반적으로 고리타분한 서술 방식이다. 요즘에 교양서는 이렇게 쓰지 않는다. 2006년이 그렇게 옛날도 아닌데. 왜 이렇게 꼰대 냄새가 나는 걸까? 솔직히 르네상스 이후엔 읽어보고 싶지 않아서 대충 보다 말았다. 이 책을 다 읽는 것조차 고문이다. 그나마 꼼꼼하게 읽은건 아니지만 <낭만주의> 이후부턴 가독성이 조금 좋아진다.

이런 리뷰를 시간을 허비하며 쓰는 것조차 너무 아깝다. 이런 책은 돈 주고 사지 말자. 돈도 아까울뿐더러 이런 책이 무슨 미술사 추천 도서에 오르고 추천받고 이러면 정말 비극적인 일이 될 거다. 이 책의 원서는 어떨지 모르지만, 원서는 좋은데 번역되면서 엉망이 되는 사례가 참 많지 않았던가? 이런 책은 권당 4천원씩 팔아도 살 만한 책이 아니다. 그런데 정가는 10만원이 넘어간다. 물론 할인판매해서 6만원에 팔고 있지만, 절대 사지 마라. 그 돈이면 곰브리치 교수가 쓴 미술사 책을 사고 나머지 돈으로 과자 사먹길 바란다.^^

예전에 어느 일본의 덕후가 만화책에 등장하는 캐릭터가 처녀성을 잃었다고 만화책을 찢어 출판사로 보낸 일화가 있었다. 우리나라에서 라이트 노벨 소설을 화형에 처하는 동영상인지 사진인지를 블로그에 올려서 논란이 된 적도 있지만, 진짜 이런 책은 불태워서 출판사로 보내주고 싶다. 다만, 산 책이 아녀서, 또 책을 불태우고 훼손하는 건 왠지 맘에 걸리는 일이기 때문에 좋아 보이진 않아 좀 과하긴 해도 이런 책은 그런 대우를 받을 만 하다. 책이 무슨 잘못이 있겠는가만은 이 정도 수준의 책은 한 20년 전에나 나올법한 책이다. 제발 출판사 정신 좀 챙기자

<생각의 나무>, 이 출판사 뭔가 좀 이상하다. 저번에 나도 <고흐>를 이 출판사에서 낸 걸 샀는데 반값에 사고 포인트로 사서 그럭저럭 봐줄 만했는데 이 미술사 책을 보니 출판사가 도대체 제정신으로 이런 책을 만들어 파는지 상도덕이 의심스러울 정도다곰브리치 교수의 <서양미술사>의 서문을 보면 저자가 내용과 함께 도판을 더 많이 수록하고 고쳤다고 밝힌다. 그만큼 저자가 도판을 꼼꼼하게 신경 쓰고 있다는 거다. 또 본문에서 도판의 크기가 작아서 제대로 그림을 감상하지 못할 거라는 걱정이 몇 번씩 나온다. 정말 비교되는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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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인생 2010-11-27 10: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책 걸리면.. 정말..
하여튼 억울하겠습니다.

헐 ㅋㅋㅋ 2012-05-16 16: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님 감사합니다 ㅋㅋㅋ 저 이 책 50퍼센트 할인하길래 사려고 들어왔다가 님 리뷰보고 그냥 곰브리치 사기로 했어요 ㅋㅋㅋ 감사해요 ㅋㅋ

양파 2013-02-03 20: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사려고 검색 중이었는데 감사합니다...이 회사 책들이 사진자료가 조금 그런데...ㅠㅠ 이 책은 더 심하네요...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