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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루스 서양미술사 - 전7권 세트 (개정판) ㅣ 라루스 서양미술사
자닉 뒤랑 외 지음, 조성애 외 옮김 / 생각의나무 / 2006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국내에 출판된 미술사나 미술 관련 서적을 아주 많이 본 건 아니다. 그래도 이건 내가 본 거 중에 최악의 책이 아닐까 싶다. 물론 오래된 책 중에 번역이나 도판, 편집 상태가 영 아닌 게 많긴 하다. 예를 들어 지난번에 리뷰했던 <라파엘전파 - 팀베린저>는 내용은 알차고 편집도 나쁘지 않지만, 도판이 형편없었다. 근데 이 책은 2002년에 나온 책이다. (원서는 1998년) 그러니 10년 전쯤은 인쇄 시스템상 도판의 질이 떨어지는 거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별하나 주기도 너무 아까운 책이다.
오늘 소개할 이 <라루스 서양미술사>는 개정판을 기준으로 2006년(초판 2005년)에 나온 책이다. 거기에 떡 하니 미술사책이란 점에서 상당히 충격적이었다. 거기에 더 충격받은 건 이 책을 검색해보면 알겠지만, 그냥 대충 훑어봐도 쓰레기 같은 책인데 누구도 이런 얘기를 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나만 유독 예민하게 구는 걸까? 왜 내가 이 책을 사지 말자고 하는지 아주 일부만 여기에 포스팅 해본다. 판단은 알아서 하시길…….
최악의 양장 제본, 님 책을 발로 만든거심?
말이 양장이지 이건 완전 걸레 수준이다. 일단 보자

(사진1) 심각한 제본 상태
내가 이 책, 7권 중에 가장 먼저 본 것이 첫권 <중세> 편이다. 근데 제본이 개판이기에 나는 이 책이 파본 인 줄 알았다. 혹은 도서관에서 많이 대출이 된 책인가 그런가 했지만 아니다. 책은 아주 깨끗하고 나머지 6권도 제본 상태가 똑같았다. 일단 풀이 떡칠 되어 있는데 위에 (사진1)을 보면 위에는 풀이 떡칠 되어 있고 아래는 갈라졌다. 실밥은 다 보이고 뜯어져 있고 갈라지고 제대로 펴지지 않고 한마디로 이런 책은 옛날에 사기 쳐서 전집 팔아먹는 놈들이 들고 다니는 쓰레기 책 수준이다.
양장 상태가 개판이니 책을 펼칠 때마다 짜악~ 쩌어~ 경쾌한 사운드가 들린다. 이 책은 유리 진열장에 장식품으로써 쓸만한 것 같다. 껍데기는 그런대로 봐줄 만하기 때문이다.
외형에 경악하고 내용을 보면 더 경악한다. 이야기는 이게 끝이 아니다.

(도판1) 라루스 서양미술사 2권 <르네상스> 170p
도판에 모자이크 처리했냐? 설마 조각이 나체여서 모자이크 크리?
정말 최악의 도판. 죄송이요~ 윈도우 그림판으로 작업했어요!
이 책에 실린 모든 도판이 최악인 건 아니다. 그러나 상당수 도판이 최악이다. 인쇄 품질이 떨어지는 건 일일이 언급하고 싶지 않다. 너무 많아서 그건 그냥 애교로 넘어가자. 왜냐하면, 보다 보면 도트가 깨져 보이는 도판(도판1)부터 흐릿해서 도대체 원본파일을 뭐로 사용했는지 궁금한 도판부터 색감이 가히 경악할만한 도판까지 여러 가지다. 그중에 가장 심각한 사례 딱 두 개만 여기에 올려놓는다. 지면 관계상 두 개만 올려놓는 것이다. 나머지는 알아서 찾아보시길…. 너무 많아서 찾기는 수월할 것이다.

(도판2) 라루스 서양미술사 3권 <고전주의와 바로크> 116p
이 (도판2)은 중간에 줄이 가 있다. 내가 진짜 순진하게 원본 그림에 저런 줄이 가 있진 않을까? 웹에서 도판을 찾아봤다.ㅋㅋㅋㅋ 이렇게 상처와 자국이 나 있는 도판이 많다. 도대체 이 출판사 도판을 만들 때 어떤 이미지파일을 사용했을까? 원서도 이런 식일까?

(도판3) 라루스 서양미술사 2권 <르네상스> 163p
이 (도판3)은 가장 놀랐던 사례이다. 밑에 제대로 된 (도판4)을 올려 두니 같이 보기 바란다.
(도판4) 웹에서 검색해 내려받은 도판
성모 머리 위에 푸른색은 스캐너의 문제가 아니라 도판이 그렇다. 이건 그냥 애교로 넘어가자. 이런 도판 많다. 일단 그림이 좌우가 바꿨다. 본문에선 도판이 좌우가 바뀐 지도 모르고 왼쪽에 기둥이 어쩌고저쩌고 설명하고 있다. 이 그림을 또 자세히 살펴보면 도판이 크롭된 걸 알 수 있다. 즉 왼쪽에 허벅지를 들어내는 천사가 많이 잘렸다. 또 성모의 발 하나도 잘렸고 뒤에 남자도 발목이 잘렸다.
아니 파르미자니노가 무슨 드가냐? 인물을 프레임 밖으로 내몰게? 이건 진짜 아니지 않으냐? 미술사 도판은 전체를 다 보여줘야 한다. 그렇지 않으려면 도대체 도판을 왜 수록한 것인가?
(앞서 말했지만, 다시 강조하자면 이 두 개의 도판은 빙산의 일각이다.)
문제는 이 책이 미술사 책이라는 점이다. 미술사 책은 도판이 꼼꼼해야 한다. 적어도 좌우가 바꿔서는 안 된다. 좌우가 바뀐 도판이 이거 하나인지는 모르겠다. 그냥 보다가 눈에 띄어서 찾아낸 거고, 꼼꼼하게 찾아보진 않았다. 어쨌든 미술사 책에서 도판은 생명인데 해도 해도 너무하다.
그럼 도판은 그냥 넘어간다고 치자. 그럼 우리 인간적으로 편집만은…. 좀 편집만은 제대로 하자.
중세를 읽다가 돌아버리는 줄 알았다. 도대체 본문과 도판이 따로 놀아서 도판을 찾을 수가 없다. 심지어 본문과 별 관련이 없는 도판도 막 넣어져 있다. 왜 그런 걸 넣었을까? 여백이 남는데 그냥 두기 아까워서 넣었을까? 무슨 미술사 도판이 짤방이냐? 기본적으로 도판이 나오는 책은 도판에 고유번호를 매긴다. 그리고 읽는 사람을 위해 그 도판 번호를 본문에서 설명할 때 기재해줘서 도판을 찾아보기 쉽게 해놓는다. 이게 미술책의 기본 편집이다. 근데 이 책은 그런 아주 기본적인 편집 원칙도 지키지 않고 있다.
중세에서 르네상스로 넘어가면 그나마 조금 나아졌지만, 여전히 도판을 찾기가 성가시다.또 본문에서 중요하게 다룬 그림의 도판은 어디로 가셨고 별로 중요하지 않은 도판이 마구 등장하며 본문에서 언급한 도판이 도대체 어디에 있는지 글을 읽다가 막 찾아야 한다.
그러니 내가 최근에 출판된 미술책을 읽고 도판이 한두 페이지 정도 뒤에 가 있으면 왜 이렇게 편집했느냐고 불평한 것은 정말 행복에 겨워 배부른 소리를 하는 거다. 이 책을 보면 진짜 편집자를 이 책 7권으로 후려치고 싶어진다. 그나마 바로크부턴 좀 보기 수월하다.
이 책의 쌍팔년대 복고풍의 제본 상태, 짜증 나는 편집, 다수의 쓰레기 도판을 포함하고 있는데도 관련 검색에 걸린 신문기사들은 이 책의 원서를 만든 곳이 세계 3대 미술 출판사로 꼽히며 전문 미술가들의 집필이 어쩌고 하면서 엄청나게 찬양하고 있다. 더 웃긴 것은 '크고 화려한 도판을 풍부하게 곁들여 있어서 보는 재미가 더한다.'라고까지 한다. 그리고 이 책이 미술사 책의 신약성서라고까지 극찬한다. 기자들이야 잘 알아보지도 않고 뻘글 쓰는 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이 책의 광고에서 전부 극찬을 하면 미술가. 미술교수, 미술비평가는 도대체 어떻게 된 것일까?
내용이 뮝미?
<중세>편을 읽다가 짜증 났던 게 한두 개가 아니지만, 이 책은 미술을 이해시키는 게 아니라 무슨 미대 입시생을 위한 교과서가 아닌가 착각이 들 정도였다. 교양서로써 미술을 이해하려면 도판 중심으로 편안하게 설명을 해줘야 한다. 도판이 없는 건 설명을 하지 않는 다라는 게 요즘 제대로 된 미술책의 기본 원칙이다. 근데 이놈의 미술사 책은 쓸데없는 작품 나열을 마구 하신다. 화가와 주요작품을 도판 없이 마구 끊임없이 나열해서 지면을 낭비하는 짓은 왜 하는 건인가? 내가 중세 미술을 이해하는데 양식 따위나 화가의 스승이 누구고 주요작품이 어떻고 따위를 알아야 하겠는가? 그게 중요한가?
아래 본문에서 발췌한 문장을 하나 보자.
그의 엉뚱한 창조물들은 섬세한 터치로 그려져 미묘하게 룸바르디아적인 투명성을 보여주고 있다. 그는 쇠퇴해가는 고딕식 조각보다는 오히려 민감하고 외부에 열려 있는 예술인 채색술과 연관돼 있었다. 그리고 특히. 그는 정신 분석적인 해석이 필요할 정도로 비현실적인 종교적 모티프들 깊이 내면화했다.
라루스 서양미술사 2권 <르네상스> 145p
이것은 보스에 대한 설명 글인데…. 도대체 무슨 말인지.-.-;;; 룸바르디아적인 투명성이란 게 뭔 말인지...ㅋㅋㅋ 한마디로 교양서 집필은 자기가 뭘 알고 있다는 걸 뽐내며 자뻑해서는 안된다. 나는 이런 비효율적인 문장과 '쉽게 얘기해서'라는 단어를 난발하는 필자를 무척 싫어한다. 이런 문장이 원서가 원래 그런 것인지 아니면 번역의 문제인지는 모르나…. 아무튼, 전반적으로 고리타분한 서술 방식이다. 요즘에 교양서는 이렇게 쓰지 않는다. 2006년이 그렇게 옛날도 아닌데. 왜 이렇게 꼰대 냄새가 나는 걸까? 솔직히 르네상스 이후엔 읽어보고 싶지 않아서 대충 보다 말았다. 이 책을 다 읽는 것조차 고문이다. 그나마 꼼꼼하게 읽은건 아니지만 <낭만주의> 이후부턴 가독성이 조금 좋아진다.
이런 리뷰를 시간을 허비하며 쓰는 것조차 너무 아깝다. 이런 책은 돈 주고 사지 말자. 돈도 아까울뿐더러 이런 책이 무슨 미술사 추천 도서에 오르고 추천받고 이러면 정말 비극적인 일이 될 거다. 이 책의 원서는 어떨지 모르지만, 원서는 좋은데 번역되면서 엉망이 되는 사례가 참 많지 않았던가? 이런 책은 권당 4천원씩 팔아도 살 만한 책이 아니다. 그런데 정가는 10만원이 넘어간다. 물론 할인판매해서 6만원에 팔고 있지만, 절대 사지 마라. 그 돈이면 곰브리치 교수가 쓴 미술사 책을 사고 나머지 돈으로 과자 사먹길 바란다.^^
예전에 어느 일본의 덕후가 만화책에 등장하는 캐릭터가 처녀성을 잃었다고 만화책을 찢어 출판사로 보낸 일화가 있었다. 우리나라에서 라이트 노벨 소설을 화형에 처하는 동영상인지 사진인지를 블로그에 올려서 논란이 된 적도 있지만, 진짜 이런 책은 불태워서 출판사로 보내주고 싶다. 다만, 산 책이 아녀서, 또 책을 불태우고 훼손하는 건 왠지 맘에 걸리는 일이기 때문에 좋아 보이진 않아 좀 과하긴 해도 이런 책은 그런 대우를 받을 만 하다. 책이 무슨 잘못이 있겠는가만은 이 정도 수준의 책은 한 20년 전에나 나올법한 책이다. 제발 출판사 정신 좀 챙기자.
덧. <생각의 나무>, 이 출판사 뭔가 좀 이상하다. 저번에 나도 <고흐>를 이 출판사에서 낸 걸 샀는데 반값에 사고 포인트로 사서 그럭저럭 봐줄 만했는데 이 미술사 책을 보니 출판사가 도대체 제정신으로 이런 책을 만들어 파는지 상도덕이 의심스러울 정도다. 곰브리치 교수의 <서양미술사>의 서문을 보면 저자가 내용과 함께 도판을 더 많이 수록하고 고쳤다고 밝힌다. 그만큼 저자가 도판을 꼼꼼하게 신경 쓰고 있다는 거다. 또 본문에서 도판의 크기가 작아서 제대로 그림을 감상하지 못할 거라는 걱정이 몇 번씩 나온다. 정말 비교되는 부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