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all Things Like These : Shortlisted for the Booker Prize 2022 (Paperback, Main) - 『이처럼 사소한 것들』원서
Claire Keegan / Faber & Faber / 2022년 1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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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만에 큰 울림이 있는 책을 만나니 누군가 너무 절묘한 타이밍에 나를 위해 준비한 선물 같다. 어제 늦게까지 읽다가 살짝 피곤했는데 마지막 페이지가 너무 큰 감동이 되어 잠이 확 깨면서 흥분 상태가 되어 잠을 설치기도 했다. 갑자기 J.K.Rowling의 명언이 떠올랐다. “If you don’t like to read, you haven’t found the right book.” 역시나, 심금을 울리는 좋은 책을 만나면 아니 읽을 수 없고 지루할 수가 없다.

이 책은 허구이지만 가슴 아픈 실화를 바탕으로 한 사회 고발 소설이다. 아일랜드 Magdalen Laundry를 검색하면 믿을 수 없는 과거의 흑역사를 알 수가 있다. 18세기에 자행되었는데 최근까지 지속되었고, 정부가 알면서 묵인했다는 것은 믿기 어려운 일이다. 사랑과 자비를 실천해야 하는 수녀원과 교회가 한 통속이 되어 3만명 이상에게 강제 노동을 시키고 몇 백명의 여자 아이들이 죽었다는 것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무엇이 사람을 이렇게 악하게 만드는 것일까? 난 철없을 때 성선설을 믿었지만 이제는 원죄설을 믿는다. 상상하기 힘든 아일랜드의 암울한 이 역사가 바로 인간이 얼마나 악하고 가증스러운지 말해 주지 않나 싶다. 이 사건이 수녀원에서 일어났다는 것 때문에 아주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주인공 아내 Eileen은 불편한 심기를 참지 못하는 남편에게 묵인하고 넘어가는 것이 있어야 삶을 제대로 살 수 있다고 한다. 즉, 자신의 자녀가 아니니 눈을 감으라고 조언한다. 마을 사람들도 소문으로 수녀원에서의 악행을 알고 있었지만 간과하며 모두 공범이 된 셈이다.

한 쪽 눈을 쉽게 감고, 한 쪽 귀를 잘 닫는 보통 사람과 다른 여린 심성의 주인공 Bill Furlong이 있다. 아침부터 저녁 늦게까지 쉬지 않고 일하며 눈 뜨자마자 일터로 달려가는 그에게 아내와 다섯명의 딸들은 소중한 자산이고 살아가는 이유였다. 그럼에도 문득 문득, 삶에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공허감도 느끼곤 했다. 크리스마스는 사람들 안에 있는 최상의 것과 최악의 것을 끌어낼 수 있다는 것은 슬프지만 사실인 것 같다. 사랑으로 오신 예수님의 탄생을 축하하는 크리스마스에도 풍요의 건너편에 상대적 박탈감과 상실감을 더 많이 느끼는 그늘이 존재하지 않는가?

크리스마스에 수녀원으로 석탄 배달을 갔다가 고통을 호소하는 어린 소녀를 도와주지 못하고 돌아선 주인공은 자신의 위선에 실망감을 느끼고 결국엔 다시 발길을 돌려 그녀를 구출해 온다. 무엇이 그를 용감하게 했을까? 삶의 재정적 형편이 좋은 편이 아니기에 아내가 눈 감으라고 하지 않았는가? 마을 사람들, 심지어 신부님도 악행을 알고 있지만 묵인했기에, 소녀를 구출한 그는 앞으로 더 큰 것과 싸워야 한다. 최악의 것이 아직 그에게 오직 않았다(The worst is yet to come.)는걸 알면서 과감한 행동을 한다. 그런 그는 완전 새롭고 감지하기 어려운 기쁨이 가슴 속에서 샘솟는걸 느낀다. 자신만을 위해 살아갈 땐 느끼지 못하던 뜨거움이다.

그의 마음을 움직인 동력은 불우한 시절에 Mrs Wilson이 그에게 보여주고 행했던 작은 것들 때문이었다. 그런 작은 친절이 없었다면 그 역시 수녀원의 소녀들 처럼 착취당하며 살았을 수도 있었다고 생각했다. 그녀가 베푼 것들은 작은 것들(책 제목: 이와 같이 작은 것들)이었으나 오늘날의 그를 만들었기에, 그 역시 소녀를 간과할 수 없다는 양심의 소리가 있지 않았나 한다. 일상의 작은 친절은 결코 작지 않은 큰 일을 만들어 갈 때가 매우 많은 것 같다. 누군가의 운명을 바꾸기도 하지 않는가?

마지막 큰 울림을 준 문장은 오래 오래 곱씹으며 나를 돌아보게 하는 명언이 될 것 같다.

“서로 돕지 않고 살아감이 무슨 의미가 있는가? 단 한번이라도 용기내어 도전하지 않고, 몇 년을, 몇 십 년을, 평생을 살아가면서 거울 속 자신을 보면서 기독교인이라 부를 수 있는가”
“Was there any point in being alive without helping one another? Was it possible to carry on along through all the years, the decades, through an entire life, without once being brave enough to go against what was there and yet call yourself a Christian, and face yourself in the mirror?” P. 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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