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umbling on Happiness (Paperback) - 『행복에 걸려 비틀거리다』원서
대니얼 길버트 지음 / Vintage / 200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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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가 지적했듯이, 이 책은 자기계발서로 분류되어 있으나, 결론적으로는 일종의 심리학, 인지신경학, 철학, 행동주의 경제학을 기반으로 하는 일종의 과학 서적이다. 단순히 제목만으로 쉽게 접근한 나는 또 다시 독서의 어려움을 겪었다. 나는 왜, 행복이란 단어에 습관적으로 끌리고, 구조적인 분석을 통해 행복의 실체를 알고자 하는가? 행복하지 않다는 반증일 수도 있다. 물론 불행하지 않으면 행복한 것이다라고 위안은 삼으면서도 기본적으로 행복관련 도서는 자석처럼 끌리게 된다.

결국 이 책은 행복해지는 비결을 알려주는 것은 아니다. 오리려 우리가 행복에 대해 잘못 알고 있는 것을 여러가지 다양한 실험을 바탕으로 입증한 후, 행복을 찾는 단순한 공식은 없다고 끝이 난다. 물론 왜 행복에 대한 단순한 공식이 없는지, 왜 우리가 행복이라는 개념에 대해 잘못 인지할 수 밖에 없는지를 알게 해 주는 책이다. 제일 잘 알 것 같은 ‘나 자신’에 대해서도, 즉 ‘나 자신의 과거’도 정확히 기억하지 못하며, ‘나 자신의 현재 감정’에 대해서도 정확히 서술하지 못하는 불완전한 인간이 어찌 추상적인 행복의 실체를 제대로 알 수 있겠는가? 어쩌면 알려고 도전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처음부터 착시(optical illusion)라는 단어가 서문에 등장한다. 이 단어가 행복에 대한 정의를 단적으로 말해주는 것이 아닌가 한다. 인간만이 미래(future)에 대해 생각하는 유일한 동물이라 한다. 실수와 오점으로 점철된 과거는 절대 고칠 수 없고, 현재는 늘 괴롭다. 그래서 우리는 미래 속에 살고자 하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우리가 미래를 상상하는 것도 미래 자체를 온전히 있는 그대로 상상하지 못하고 완전히 새롭게 제조(manufacture)한다는 것이 많은 실험으로 입증되었다. 어떤 일이 일어나면 어떤 감정일거라 추측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과거를 기억한다는 것도 온전히 경험을 있는 그대로 떠올리지 않는다. 수 많은 경험이 압축, 요약되고, 중요 포인트만 재 조명되어 기억이라는 이름으로 떠올리게 된다. 상상력의 과정은 더 채워넣기, 생략하기, 현재의 렌즈로 바라보기, 합리화 하기 등등의 결점을 가지고 있다. 우리가 장애인들이나 만성적 질환을 가진 사람들은 정상인들보다 더 불행할 것이라 추측하는 것도 틀리다는 것으로 입증되었다.

객관적인 환경도 현저하게 다양한 주관적 경험을 일으키기 때문에 쉽게 행복과 불행을 단정지을 수가 없다. 과거에 행복했다는 기억도, 현재 불행하다는 느끼는 인지력도, 미래에 행복할거라 느끼는 상상력도 모두 틀릴 수가 있다. 실제 경험의 색깔은 아주 다양하지만 상상은 즐거움을 선사한다고 생각하며, 경험보다 상상을 선호하게 된다. 물론 즐거운 상상은 현실의 곤고함을 잘 견디게 하고, 불쾌한 상상도 다가올 고통에 대한 영향력을 최소화 시키며 완충제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상상력을 이미 그 소임을 다하지만 상상력의 결점을 알고 나니 행복에 대한 환상이 깨지기도 한다.

현재가 너무 힘들 때 현재만 벗어나면 나의 미래는 마냥 행복하고 줄거울 듯 착각을 하지만, 막상 미래가 되었을 때 상상했던 것 만큼 기쁘지 않았던 기억이 내게도 많다. 상상은 현재의 부재(absence in the present), 미래의 부재(absence in the future)를 놓치게 하고, 그런 놓치고 있는 것들이 중요하다는 부분이 인상적이다. 셜록 홈즈가 범죄의 단서를 개가 당연히 짖었어야 하나, 밤에 누군가 들어 왔는데 짖지 않으며 침묵을 지켰다는 것을 알아냈듯이 말이다. 개가 짖지 않았다는 것, 즉 개 짖는 소리가 없었다는 것(absence)을 셜록 홈즈 아닌 평범한 사람들은 찾아내기가 어렵다. 어쩌면 나도 먼 미래에서 다가올 나의 행복을 찾고 있기에, 현재 내게 없어서 중요한 것을 놓치며 불행하다 판단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현재의 개입으로 바라보는 과거의 기억과 미래의 상상은 정확치가 않음을 알게 되었다. 가끔 나의 과거가 지나치게 아름답게 혹은 너무 우울하게 느껴질 때 현재의 렌즈을 벗어보자. 그리고 다가올 미래에 대해 불안한 두려움이 엄습할 때, 실제로 내가 맞이할 미래는 현재 나의 상상과 다를 수 있다고 위안을 삼아보자. 행복이란 나의 기억(memory), 인지(perception), 상상(imagination)과 완전히 다를 수 있다는 걸 기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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