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Problems of Philosophy (Paperback, 2)
Russell, Bertrand / Oxford Univ Pr / 199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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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으며 변화된 나의 모습 중 하나는 철학에 대한 나의 접근이다. 예전에는 철학하면 어렵고 지루하다는 선입관이 있었다. 기초 영양소이며 삶을 지탱해주는 토대라는 개념이 없었고 무조건 진입장벽이 어려울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이 방어벽을 내리고 나니 철학의 매력이 보인다. 어쩌면 우리의 삶이 철학을 토대로 구성되어 있고 그 자체가 철학일진데 철학과 너무 소원한 거리를 두고 있었던 것 같다. 이제는 철학을 만나면 고민의 답이 풀리면서 따뜻한 안식처에 들어온 느낌이다.

러셀은 수학자이며 철학자이다. 이 책은 순수하게 감정이나 심리를 뺀 상태로 수학자이며 과학자가 증류시켜 깔끔하게 만든 철학 입문서이다. 사실 그동안은 철학이란 단어가 들어갔어도 심리학의 경계에 있었던 것이 많아서 철학이라지만 마음을 읽는 심리서적 느낌이어서 쉬웠으나 이 책은 순수 철학 입문이라 약간 딱딱하기도 했고 신선하기도 했다. 물론 나의 한계에 도전받는 책이기도 했다.

내가 쉽게 말하는 ’나는 안다(know)’는 것도 여러 종류의 앎이 있다. 앎을 통해 지식(knowledge)을 얻는다. 이 지식(knowledge)도 얻는 과정이 다를 수 있다. 대면/직접 만남(acquaintance)을 통해 얻는 지식(knowledge by acquaintance)과 사적인 공간과 경험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게 해 주는 묘사/기술(description)에 의해 얻는 지식(knowledge by description)이 있다. 과거에 대한 앎에서 오는 기억(memory)이나, 내적 성찰(introspection)에 대한 지식도 있고, 내가 안다는 것을 알고 있는 정신적 영역인 자의식(self-consciousness)에 의한 지식도 있다.

2+2=4이다라는 일반적 명제는 연역법에 의해, 모든 인간은 죽는다라는 경험론적 일반화는 귀납법에 의해 설명된다. 의심할 수 있는 것이라면 모든 것을 의심하고 자신의 존재까지 의심하며 ‘방법론적 의심(methodical doubt)’을 만든 데카르트 내용은 여전히 신선했다. 모든 것을 의심할 수 있다는 것은 더 큰 불안 및 의구심과 만날 기회를 스스로 만드는 것이고 반대와 거절을 만날 용기를 내는 것이다.

플라톤의 이데아, 보편적 원리의 관계를 배타적으로 다루는 선험지식(priori knowledge), 정반합에 의해 도달한 절대적이고 완전한 관념(Absolute Idea)은 절대적 현실(Absolute Reality)을 구사하기에 적합하다는 헤겔(Hegel)의 이론은 여전히 어려웠다. 본질적인 불완전성을 이렇게 논리적이고 체계적으로 해결하려고 시도하는 것이 철학의 본질이고 가치일지도 모르겠다.

사실, 실용가치를 논할 때 철학은 뒤로 밀릴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지금은 천문학의 분야인 천체 연구도 한 때는 철학에 포함되었다거나, 과학자 Newton의 위대한 저서인 ‘자연 철학에 대한 수학적 원리’를 보아도 철학이 미쳤던 영향을 짐작할 수 있다. 지금은 심리학으로 독립했지만 인간의 마음에 관한 연구도 한 때는 철학의 부분이었다는 예도 마찬가지이다. 사실은 철학적 가치를 논할 때 학문이 무조건 실용적 가치가 있어야 한다는 편견에서 우리가 벗어야 할지도 모른다. 또한, 근본적 의식주 문제가 해결되고 삶의 질이 향상되었을 때에도 마음의 양식을 부지런히 채워야 하는 영역은 여전히 남아 있기에 철학은 어쩌면 가시적이지 않지만 높은 실용가치가 있다고 본다.

눈에 보이는 분명하고 확실한 답을 찾는 분야가 과학이라면 분명하지 않고 불확실성 속에서 끊임없는 탐구를 하며 불완전한 답과 익숙치 않은 수 많은 가능성을 찾아가는 과정이 철학이다. 낯선 환경에서도 익숙한 것들을 보여주며 습관의 폭군으로 부터 자유로와지는 것이 철학이었다. 상식, 확실성, 유한함, 명백함이 가지는 한계와 편견에 갇힌 나를 자유하게 하여 생각의 영역, 애정과 행동의 대상을 넓힘으로써 자유함과 공평함을 얻어 자유로운 지성인(free intellect)이 되는 것에 진정한 철학의 가치가 있다고 했다.

철학이 가지는 한계에도 불구하고 그 숭고한 가치를 볼 때 철학의 존재 이유가 보인다. 철학은 마음의 감옥에서 자유로와지는 지름길이며 지친 나를 달래고 보듬어 다시 회복력을 가지게 할 수 있는 영양제였다.

물론 내가 내용을 절반도 제대로 내재화하지 못했고, 읽고 싶고 마음에 담고 싶은 내용만 받았을 가능성이 있다. 첫째는 내 지식의 한계이고 둘째는 너무 오랜 시간 이 책을 붙들고 있으면서 내용의 흐름이 끊겼다는 문제도 있다. 영양제를 먹는데 바쁘다는 핑계는 이제 그만하는 습관을 꼭 형성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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