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tes and Furies (Paperback)
로렌 그로프 / Riverhead Books / 2016년 9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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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세를 많이 탄 이 책이 단순히 재미있을거라 덤볐던 나는 호되게 맞은 기분이다. 나의 역량에 너무나 힘겨운 책이었고, 어려운 책이었다. 지나치게 어렵게 사용된 단어와 기교를 부린 수사력 때문에 책의 진도는 매우 느렸고 길을 잃기도 했다. 그러나 감동적인 책인것만은 분명하고 많은 우수한 문장들이 여러 페이지 곳곳에서 보석처럼 빛나고 있다.

나의 삶을 객관화시키거나 전지적 관점에서 볼 수 있다면 얼마나 내가 나를 잘 이해할 수 있을까 싶다. 책을 두 사람의 관점에서 같은 이야기를 다르게 풀어낸 작가의 우수한 독창력이 돋보이는 책이다. 내가 여자라 그런지, Lotto의 Fate편 보다는, Mathilde의 Furies편이 더 공감이 많이 되었다.

누구의 관점이든 이 책에서 인상깊은 수 많은 표현 중에,
Tragedy, comedy. It’s all a matter of vision.(p. 196)이 있다. 내가 생각하는 주제 문장격이다.
눈처럼 순수하고, 슬프고 외로운 Mathilde와 운명적인 사랑이라 느껴 이주만에 결혼하고 23년간 그녀만을 바라보며 살았던 Lotto가, 사실은 그녀가 Ariel의 정부였다는 걸 알고 비통해하며 하는 말이다.

왜 그녀가 그렇게 살 수밖에 없었는지에 대해 생각하지 않으며 주체할 수없은 배신감에 쌓여있다. 그녀가 얼마나 외롭게 살았는지는 대략 안다. 너무 너무 외로워 그녀 몸에 붙은 거머리마져 떼내지 않고 있다가 샤워 중에 죽자 그것도 슬퍼했던 그녀의 과거는 상기해내지 못한다. 결혼 전에 무수히 많은 여성편력을 부렸던 그가, 아내는 거짓말을 한 것이 아니라, 말을 안한 것임을 받아 들이지 못한다.

Mathilde가 마지막에 했던 표현 중에
A question, in the end, of vision. (P. 390)이 있다.
그녀가 최선을 다해 살려고 노력했던 삶에 대해 후회가 없지만, 단 하나 있다면, 결혼으로 인해 많은 선물을 받았음에도, 과거의 Mathilde와 Lotto가 Mathilde에게 기대했던 이미지 사이에 이을 수 없는 간극이 있었다는 것이 후회된다는 것이다. 사실은 모두 같은 그녀인데, 다르게 보여졌고 이해받지 못했다는 뜻이리라.

물론, 이것은 어떻게 바라보느냐의 문제이다.
그녀가 비록 수학적 결혼이었다 인정하지만, 그녀는 놀라운 지혜를 발휘했다. 그녀 안의 어두운 그늘과 악함을 그가 알게 하지 못하게 하면서 그가 그녀의 위대한 사랑과 빛임을 알게 하겠다고 다짐했고 평생을 그렇게 노력했다. 그녀의 아픈 과거는 그녀의 의지와 상관없는 것이었고 결혼 생활은 노력이었는데, 과거와 현재의 간극을 지혜롭게 이으려고 노력했음에도 누가 어떤 시선으로 보느냐에 따라 그녀의 평가는 매우 달라질 수 있다.

나의 삶도 내가 보기에 비극인데, 누군가의 시선에는 희극으로 보일 수 있을까? 아님 그 반대로.
행복의 상대성 때문에 비교와 평가라는 것을 아니할 수 없는 세상에서 누군가의 삶을 겉으로 드러나는 것만으로 이야기하는 것이 위험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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