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언 블루
오승호 지음, 이연승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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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1년 일본 아오모리현에서 태어난 재일 교포 3세인 저자는 오사카 예술대학 영상학과를 졸업했습니다. 2015년 "도덕의 시간"으로 제61회 에도가와 란포상을 수상하며 데뷔했습니다. 제73회 일본 추리작가 협회상 수상작이며 제41회 요시카와 에이지 문학신인상 수상작인 "스완", 2023년 미스터리가 읽고 싶어 1위인 "폭탄", 제20회 오야부 하루히코상 수상작 "하얀 충동" 등을 썼습니다. 그럼, 경찰 소설의 대가 사사키 조가 극찬한 <라이언 블루>를 보겠습니다.



주인공이자 화자인 사와노보리 요지는 고향인 시시오이 파출소로 근무지 이동을 자원해 10년 만에 귀향합니다. 그는 현에서 유명한 야구 명문 고등학교에서 투수로 예선전에서 큰 활약을 보여 고시엔에 진출했습니다. 시시오이군 전체가 지역 에이스의 승리를 응원했고 지역 유지인 지토세 집안에서 거액을 기부하기도 했습니다. 마운드에 선 요지는 4자 연속 포볼, 그리고 5번 타자에게 던진 첫 번째 공은 상대의 관자놀이를 강타했습니다. 그 데드볼로 교체돼 벤치로 돌아갔고 결국 2:0으로 졌습니다. 마운드에 서서 망연자실해 있는 고교생 야구 선수의 모습은 스포츠 뉴스의 화젯거리가 되었고 요지도 그날 자신은 죽었다고 생각했습니다. 이후 고향을 떠나 경찰이 되어 경찰학교에서 나가하라 신스케를 만나 많은 도움을 받았고 다시 태어나게 되었습니다. 나가하라는 홀로된 엄마와 산사태로 죽은 누나 부부의 딸 스미레를 부양하기 위해 경찰이 되었고, 시시오이 파출소에서 근무하던 중 권총, 경찰수첩, 무전기 등을 소지한 채 실종되었습니다. 아버지가 쓰러져 병원에 입원하고 나가하라 실종의 진실을 밝히기 고향에 돌아온 요지는 그의 순찰 기록을 살펴보고, 같이 근무한 사람들에게 물어보았습니다.


나가하라 집과 가까운 곳에 있는 모리 준이치로의 집에 화재가 발생했다는 통보로 모두가 달려갔습니다. 사망자는 모리 준이치로뿐이고 아내는 남편과 종종 있는 다툼으로 여동생 집에 있어서 화를 피할 수 있었습니다. 집은 쓰레기로 가득 차 있었고 모리 씨는 술과 담배를 많이 하며 평소에도 말썽을 잘 일으켜 동네 골칫거리였습니다. 그의 죽음이 사고인지 타살인지 수사는 시작되고 결국 사고로 마무리되었습니다. 실종된 나가하라도 모리의 집을 자주 찾았고, 실종 직전 마지막으로 순찰한 곳 역시 모리 준이치로의 집이었습니다. 그래서 요지는 단순한 화재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요지는 마을에서 인정받는 순경 아키미쓰 다이고와 함께 순찰을 하던 중 발포음으로 추정되는 소리를 듣고 무전으로 보고합니다. 근처 민가는 지역 폭력 조직 두목 가나이의 별장이고 가나이가 나가하라의 총을 손에 쥔 채 죽었습니다.


시시오이군 주민들은 개발을 미끼로 한 오토리시와의 합병을 찬성하는 쪽과 반대하는 쪽이 나뉘었고, 개발 예정지에 요지의 땅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요지가 이곳에 부임한 지 한 달간 수상한 사망 사건이 두 번이나 벌어졌는데 이권다툼의 희생양인지, 나가하라 실종의 원인은 무엇인지, <라이언 블루>에서 확인하세요.




겉으로 보기에 조용한 시골 마을, 하지만 살펴보면 도시보다 더 시끄럽습니다. 모두들 입을 다물어서 조용해 보일 뿐입니다. 자신을 다시 살려준 동기 나가하라 순경이 실종된 사건을 수사하기 위해서 요지는 10년 만에 고향으로 돌아왔습니다. 변한 것도 있지만 안 변한 것이 더 많은 이곳은 아직도 지역 유지 가문을 거스르는 일은 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모두가 눈치를 보며 몸을 사리고, 파출소 순경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지역 개발 프로젝트를 둘러싸고 찬성과 반대로 나뉘고, 개발에 따른 이권을 위해 사람들이 움직입니다. 요지가 나가하라 실종 사건을 수사하면서 수상한 사망 사건들이 벌어지고, 자살과 사고로 마무리되었던 옛날 사건들도 재조명됩니다.


나이가 들면 한적한 시골에서 농사 지으며 살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들 합니다.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고 실천에 옮긴 사람들은 대부분 몇 년 있다가 다시 도시로 돌아옵니다. 불편해서이기 보다 그곳 사람들의 텃세 때문에 적응을 못하고 떠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오랫동안 본 동네 사람들이라 결속력이 강해 가족처럼 챙기지만 그만큼 타지인에 대한 배척이 심합니다. 좋은 것이 있으면 함께 나눠먹고 같이 모여서 즐겁게 지내는 장면들은 자신들이 인정한 동네 사람들끼리의 모습입니다. '좁은 동네야. 사이좋게 지내야지.'란 문장이 마음 깊이 남는 경찰 미스터리 <라이언 블루>. 좋게 좋게 넘어가는 것이 옳은 일인지, 이유도 모른 채 그저 행하는 것이 옳은 일인지를 생각하게 합니다.


한 명보다는 둘이 강하다.

둘보다는 셋이 강하다.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팔다리를 제압당하면 그저 샌드백일 뿐이다.

하지만 세 명을 움직이는 건, 한 명이다.

그리고 그 한 명이 옳고 그름을 정한다. (p. 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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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는 비밀이 없다
우샤오러 지음, 강초아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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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9년에 태어난 대만의 소설가이자 사회평론가인 저자는 국립대만대학교 법학과를 졸업한 후 바라지 않은 진로와 전공으로 방황하다 끝내 변호사 자격시험을 포기합니다. 대학 재학 시절부터 오랜 기간 이어온 가정교사 경험을 통해 대만 특유의 교육 문제와 부모와 자녀 간의 관계에 대해 탐구하였고, 사회적 반향이 큰 소설을 창작해 높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장편소설로 "상류 아이"가 있으며 작품집 "네 아이는 네 아이가 아니다"에 실린 단편소설 5편은 넷플릭스 드라마로도 제작돼 전 세계의 찬사를 받았습니다. 그럼, 사회의 또 다른 어두운 면을 직시한 미스터리 소설 <우리에게는 비밀이 없다>를 보겠습니다.



변호사 판옌중은 할머니 집에서 방과 후 숙제를 하는 딸 쑹뤼를 데리고 아내 우신핑이 일하는 학원에 들렀습니다. 안내 데스크에 아내에 대해 묻자 오늘 휴가를 냈다고 합니다. 학원 인턴사원이라는 시시는 반년에서 일 년쯤 전부터 그녀가 한 달에 한 번 고정적으로 병원 진료라는 사유로 휴가를 냈답니다. 판옌중이 청혼을 했을 때 아내는 부모님이 돌아가셨고, 오빠와 연락이 끊긴지 오래되었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합의하에 결혼식은 생략하고 자식을 낳지 않겠다는 그녀의 생각을 존중하며 전처 옌아이써 사이에서 낳은 딸 쑹뤼와 살았습니다. 별일 없이 지내고 있다고 생각한 판옌중에게 아내가 갑자기 사라집니다. 우신핑에겐 친구가 거의 없었고 인터넷에 삶을 털어놓는 것도 꺼려 했습니다. 아내가 언급한 학원 동료 강사 젠만팅이 생각나 그녀를 만나러 다시 학원으로 가서 몇 달 전부터 달마다 휴가를 낸 이유를 아는지 물어봤습니다. 젠만팅은 잘 모르겠지만 혹시 친정에 가지 않았냐고 말하면서 얼마 전 우 선생 어머니라는 사람이 학원에 찾아왔다고 합니다. 자신은 바로 수업에 들어가서 그 이후의 상황은 잘 모르고 시시란 직원이 그 사람과 대화를 했다고 합니다.


젠만팅은 대학교에서 만난 남자친구 사이에서 임신을 하자 결혼을 했고, 지난 10년 동안 몇 번이나 아이들을 데리고 남편 스더구의 부모님을 찾아가 경제적인 도움을 청했습니다. 처음엔 도와주다가 부모님은 다른 자식들에게 불공평하다는 이유로 그들이 내민 손을 거절했고, 젠만팅은 학원에서 일하기 시작했습니다. 그곳에서 우신핑을 만났는데 그녀가 다른 사람들과 거리를 두는 모습이 참 좋았습니다. 다른 사람들이 우신핑에 대해 캐물어도 요령 있게 피해 갔고 젠만팅은 이혼녀라서 그렇다고 혼자 짐작했습니다. 그런데 변호사라는 남편이라는 사람이 찾아와서 그녀의 행방에 대해 물어보니, 그동안 우신핑을 딱하게 생각했던 자신의 생각이 틀렸음을 알고 충격이었습니다. 그런데 아내가 사라졌는데도 경찰에 신고를 하지 않는 판옌중의 태도에 이상함을 느끼고 인터넷으로 검색해 보니 유명한 기업가의 딸과 결혼한 후 구타하고 이혼했다는 기사를 봅니다.


어딘가에서 눈을 뜬 여자, 얼마나 지났는지도 모르는 이곳에서 눈앞의 여자는 잠들어 있습니다. 차라리 잠들어 있는 게 잘된 일이라고 생각한 그녀는 방금 꾼 어릴 적 기억을 떠올립니다. 천식을 앓던 그녀는 사업을 하는 아빠와 엄마, 자신을 잘 챙기는 오빠와 함께 삽니다. 엄마는 오빠를 편애했고, 한 번씩 보는 이모는 자신에게 비싼 것들을 사줍니다. 초등학생 때 야오전이란 친구랑 친해졌고, 마음을 나눴는데 반장이 야오전을 좋아한다는 소문이 납니다. 하나뿐인 친구를 빼앗긴다는 생각에 고민을 털어놓는 야오전을 위해주는 척하며 둘 사이를 방해합니다. 출생의 비밀을 알게 된 그녀가 야오전에게 달려갔는데 자신의 아빠가 출소했다며 다른 지역으로 이사 가야 한다고 합니다. 첫 번째 친구이자 유일한 친구인 야오전이 자신에게 숨겨왔던 비밀이 있다는 것에 배신을 느꼈고, 갑자기 이사를 간다는 것에도 화가 난 그녀는 야오전이 그리웠던 만큼 증오했습니다.


판옌중은 시시란 직원을 통해 학원에 왔다는 여자의 연락처를 알아 그녀가 사는 집으로 갔습니다. 그곳에서 우신핑을 은혜도 모른다고 욕하는 엄마 황칭롄를 만납니다. 또한 우신핑이 예전에 저지른 일 때문에 동네 사람들 마음을 아프게 했다는 오빠 우치위안의 말을 듣습니다. 그리고 우신핑을 찾는 친구 오드리를 만납니다. 도대체 우신핑은 어디로 사라졌는지, 우신핑이 감추고 있는 비밀은 무엇인지, 남편을 의심하는 오드리가 어떤 행동을 하는지, 누구인지 모르는 그녀의 정체까지, 자세한 이야기는 <우리에게는 비밀이 없다>에서 확인하세요.




어느 날 사라진 아내 우신핑의 행방을 찾기 시작한 변호사 판옌중은 그녀가 감춘 비밀에 놀랍니다. 부모가 돌아가셨다는 아내에게 엄마가 살아계셨고, 직장에서 한 달에 한 번씩 휴가를 냈으며,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 친구의 존재까지, 아내는 판옌중에게 아무것도 말하지 않았습니다. 보통 아내가 사라지면 경찰에 신고하기 마련이지만 그에겐 재력가의 딸인 전처와의 사건 때문에 신고하지 않습니다. 또한 아내의 고향 동창에게서 고등학생 때 강간을 당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피해자인 아내를 딱하게 생각하지 않고 도리어 가해자인 선배가 불쌍하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지금 아내에게 문제가 생긴 건 인과응보라고 말합니다. 지금까지 자신이 알고 있는 아내의 모습과 다른 모습들이 드러나면서, 그는 아내의 진짜 모습은 무엇인지 생각합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상대방은 어디까지가 진짜 모습일까요. 우리도 자리에 따라 이런 모습을 보이고, 저런 모습을 보이면서 행동합니다. 그렇기에 어떤 상황에서의 모습은 그 사람의 한 가지 모습일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우린 상대방을 우리가 본 모습의 사람이라고 단정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가족이라면 오랫동안 오랜 시간 봤기에 그 사람을 잘 안다고 생각하기 마련입니다. <우리에게는 비밀이 없다>에서도 실종한 아내를 찾으면서 알게 된 새로운 사실들을 통해 그동안 한 사람을 단편적으로, 자신이 생각대로만 알고 있었음을 깨닫게 됩니다. 또한 피해자라는 프레임처럼 행동하지 않는 사람에게 사회가 얼마나 가혹한지도 느끼게 됩니다. 프레임이란 기준에 따르지 않는다고 그 사람을 매도하고, 틀렸다고 생각하고 있는 자신을 반성하게 되었습니다.


비밀이란 그런 것이다.

비밀의 존재를 숨기고 없는 척할수록

그 비밀이 인생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커진다. (p. 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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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왜 타인의 욕망을 욕망하는가 - 타인 지향적 삶과 이별하는 자기 돌봄의 인류학 수업 서가명강 시리즈 28
이현정 지음 / 21세기북스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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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서울대학교 인류학과 교수로 서울대학교 인류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워싱턴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습니다. 한국과 중국을 연구하는 의료인류학자로서 사회적 고통과 지역적 맥락과 다양한 사회·문화적 요소의 관계를 파악하는 데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그럼, 저자가 쓴 <우리는 왜 타인의 욕망을 욕망하는가>를 보겠습니다.



몸은 우리가 세계 속에 존재할 수 있게 만드는 매개체입니다. 몸은 두 가지 방향으로 나와 내 주변 세계를 연결하는데 먼저 '통로'로의 역할과 우리가 세계를 향해 반응할 수 있게 만드는 '수단'이기도 합니다. 몸에 대한 인식은 동서양에서 차이를 보입니다. 서양은 심신이원론에 바탕을 두어 기계처럼 구조와 기능을 가지고 작동하는 물질의 복합체로 간주되었고, 자연과학적 탐구와 분석의 대상이 되었습니다. 반면 동아시아에서는 몸은 마음과 완전히 분리된 영역으로 보지 않았고, 몸은 마음을 넘어 사회적 관계를 뜻하기도 했습니다. 후기 근대에는 몸에 대한 태도도 급진화되어 각자의 욕망에 따라 몸의 변화가 자유롭게 이루어질 수 있다는 환상과 가능성의 영역에서 몸이 언급됩니다. 우리는 무엇인가를 욕망하면서 살아갑니다. 그런데 이 욕망이 나의 욕망이 아니라 타자의 욕망이라고 자크 라캉은 말합니다. 자신이 욕망하는 것처럼 생각하지만, 사실 그 욕망은 다른 사람이 자신에게 바라는 욕망이라는 것입니다.


가족은 결혼을 통해 형성되는데, 요즘은 결혼한 수의 약 30% 이상이 이혼을 한다고 합니다. 이는 과거에는 경시되었던 한 부모 가족의 급격한 증가로 나타납니다. 외국인과의 결혼과 동거로 인한 다문화 가족의 증가, 아이를 낳지 않는 부부,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1인 가구 등 오늘날 가족의 형태는 다양합니다. 또한 동성 친구와 함께 사는 가족의 형태도 서서히 늘어가고 있습니다. 이런 현상 속에서 한국 사회는 기존의 정상가족의 범위에서 벗어나 가족에 대한 더 많은 생각과 상상이 필요합니다. 삶을 저마다의 방식으로, 친밀감과 협력에 기초한 새로운 가족의 탄생을 우리 사회는 제도적으로나 인식적으로나 수용해야 할 것입니다.


혐오의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로서 누가 평등을 '감히' 이야기할 수 있을까요. 차라리 입 다물고 있으면 중간은 가니 저마다 나서지 않고 터부시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성 평등은 어려운 이야기가 아닙니다. 모든 사람을 그 자체로 존중하고 평등하게 대하는 것, 그것이 성 평등의 전부가 아닐까요.


한국 사회에서는 생애 단계마다 정해진 미션이 있습니다. 10대에는 입시를 위한 공부, 20~30대에는 취직과 결혼, 30~50대는 자녀 교육과 내 집 마련이 그러합니다. 생애 주기에 따른 과업을 달성하지 못하거나 서서히 준비하는 사람은 어딘지 이상하거나 문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모든 국민이 지배적으로 통용된 사회적 분위기에 편승해야 한다는 생각은 개별적 선택을 의아하게 여기거나 차별의 대상으로 바라보게 합니다. 그렇게 한국 사회는 한국인의 삶을 보편적이게 만듭니다. 이제 한국 사회에는 좀 더 다양한 삶의 가치가 등장해야 하고, 그에 대한 관용의 문화가 필요합니다. 실패의 경험, 다른 방식의 삶을 인정하고 그것이 하나의 가능성이 될 수 있다는 사회적 분위기가 필요합니다. 다른 기회, 실패를 통한 성장 등 우리 사회에 삶에 대한 믿음이 전반적으로 생긴다면 자신의 분노감을 타인에게 투사하는 폭력적인 태도는 점점 줄어들 것입니다.




우리 삶은 다양한 영역에 둘러싸여 구성됩니다. 몸, 가족, 젠더는 내 삶의 제약으로 작용할 수 있지만 동시에 우리 각자가 자신의 내면을 표현하고 또 더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게 하는 중요한 삶의 요소입니다. 나를 가꾸고 드러내는 일, 가족과 함께 마음을 나누며 더 풍성한 일상을 만드는 일, 또 여성 혹은 남성으로서 타인과 관계 맺고 사랑하는 일 등은 삶의 거대한 축복입니다. 따라서 이들은 단지 제약이나 어려움으로 생각할 필요는 없습니다. 오히려 내가 하려는 일이 진정 '내'가 하려는 것인지 아니면 누군가가 하기를 원해서 끌려가며 하는 것인지 헷갈리는 상황일 때가 많습니다. 만약 이렇다면 더 늦지 않도록 멈추고 되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런 삶은 내 삶을 종속적이고 불행하게 만들 뿐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불필요한 경쟁과 질투, 혐오를 낳는 원인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왜 타인의 욕망을 욕망하는가>를 통해 보다 더 자유롭고 자기다운 삶을 꾸려가는 계기가 되길 바랍니다.




네이버카페 이벤트에 당첨되어 책을 제공받고 쓴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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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
마리 유키코 지음, 김은모 옮김 / 작가정신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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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4년 일본 미야자키현에서 태어나 1987년 다마예술학원 영화과를 졸업한 저자는 평범한 회사원으로 일하다가 소설가로 전향했습니다. 글쓰기에 매진한 지 5년여에 걸쳐 신인상에 응모하다가 마침내 2005년 "고충증"으로 메피스토 상을 수상하며 데뷔했습니다. 2008년에 출간한 "살인귀 후지코의 충동"이 화제가 되면서 일본에서만 50만 부 이상 팔린 베스트셀러에 올라 작가로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습니다. 이후 "깊고 깊게 모래에 묻고", "갱년기 소녀", "파리 묵시록", "다섯 명의 준코", "골든애플" 등의 작품을 발표하며 기리노 나쓰오, 미나토 가나에의 뒤를 잇는 '다크 미스터리'의 여왕이라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그럼, 저자가 쓴 <이사>를 보겠습니다.



첫 번째 '문'은 새롭게 이사 갈 집을 알아보려는 기요코 이야기입니다. 맨션 관리인 아오시마의 안내로 둘러본 곳은 준공 5년 차 건물입니다. 그녀는 지금 사는 집에 살인범이 살았다는 정황이 있어 기분이 찜찜해 서둘러 다른 곳을 알아보고 있습니다. 그래서 전에 살던 사람이 누구인지 물었더니 결혼 때문에 이사한 여성분이라고 아오시마 씨가 대답합니다. 저번 집처럼 급하게 결정할 수 없었던 기요코는 볼일이 있어 시간을 낼 수 없다는 관리인의 말에 혼자서라도 더 둘러보고 나갈 때 관리인실에 말하겠다며 부탁합니다. 신축이 아니라는 점과 벽에 뚫린 구멍, 창밖의 소음 빼고는 나무랄 곳이 없는 이 집을 계약하기로 결정하고 부동산업체 직원에게 연락했습니다. 연결이 되지 않아 음성사서함에 메시지를 남겼고 나가려던 중 마지막으로 대피 경로를 체크하기로 합니다. 대피 경로는 세 가지로, 베란다의 피난 해치, 바깥에 있는 비상계단, 현관문 옆 비상문입니다. 비상문을 당겨 들어가니 비상구라고 적힌 철문이 있고, 다시 당기니 어른 한 명이 간신히 들어갈 수 있는 작은방이 있습니다. 바닥에 대피 사다리라고 적혀 있고 둘러보는데 천장에서 뭔가가 움직입니다. 몸을 틀다가 어깨에서 빠진 토트백 끈이 문 손잡이에 걸려 당기자 끼이익 소리와 함께 철문이 닫힙니다.


네 번째 '상자'는 사토 유미에가 다니는 회사에서 대규모 배치전환을 한 이후의 이야기입니다. 배치전환은 자리 교체인데 33층까지 있는 회사다 보니 부서가 옮겨지거나 소속 부서가 이동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유미에는 입사 2년 차라 이동되지 않았지만 소속 부서 자체 위치가 바뀌어 3층에서 7층으로 이사하게 됐습니다. 자신의 짐을 회사에서 제공한 골판지 상자 3군데에 담고 스티커와 숫자를 적었습니다. 스티커는 층별로 색깔이 달랐고, 알파벳은 부서를, 그 옆의 숫자는 책상 번호입니다. 7층 자신의 자리에 갔더니 자신의 상자가 아닌 다른 상자 43개가 있습니다. 입사 동기 교코에게 SOS를 보냈고 그녀는 파견사원들이 손으로 작성한 좌석 명부가 있다며 PDF로 보내준다고 합니다. 좌석 명부를 열람해 7층 자기 자리를 보니 대피소라고 적혀 있고 그 밑에 작게 뭉개진 글씨로 배송처가 불확실한 물건 또는 배송처가 없는 물건은 일단 이 자리에 놓아둘 것이라고 쓰여 있습니다. 파견사원은 유미에에게 열쇠나 불만 이력 등을 재촉했고, 자신의 짐이 어디 있는지 모르는 유미에는 난감합니다.


비상구에 갇힌 기요코와 유미에의 짐은 어디에 있을지, 그리고 네 개의 이야기는 <이사>에서 확인하세요.




현관문 옆에 벽과 똑같은 색깔로 칠해진 비상구에 갇힌 기요코의 '문', 갑작스러운 이사로 수납장을 정리하는 나오코의 '수납장', 전 직원이 사용하던 책상 서랍에서 나온 편지의 '책상', 잘못 온 사무실 물건의 '상자', 동료 직원의 옆집에서 들리는 폭행 소리 '벽', 호러 게시판과 거리 뷰 기능으로 동네를 보는 것이 취미인 사야카의 '끈'. 여섯 편의 이야기는 '이사'를 주제로 우리가 겪을 수 있는 상황들을 다루고 있어 괴물이나 연쇄살인범처럼 우리가 일상에서 만나기 힘든 존재가 아닌 평범한 일이라 더욱 기괴하고 소름이 돋습니다. 저자는 '이야미스' 장르를 개척한 작가로 평가받는데, '이야미스'란 싫다라는 뜻의 일본어와 미스터리를 합친 조어로 인간의 내면 깊숙이 자리 잡은 불쾌하고 어두운 감정을 파헤쳐 읽고 나면 심리적 불편함과 함께 깊은 여운을 남기는 장르를 일컫습니다. 그래서인지 <이사>를 읽고나면 이야마스란 용어는 몰라도 뜻을 정의한 그 기분을 그대로 느낄 수 있습니다. 한동안 찜찜한 기분에 책을 외면했다가도 저자의 다른 작품은 어떤지 궁금해지는 것은 바로 '이야미스' 장르의 매력이 아닐까 싶습니다. 비가 내리거나, 구름이 가득한 흐린 날에 읽으면 좋은 인간 내면에 존재하는 더럽고 불쾌한 이야기, <이사>입니다.




뽀야맘책장에서 읽고 쓴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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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 어둠
렌조 미키히코 저자, 양윤옥 역자 / 모모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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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8년 일본 나고야에서 태어나 와세다대학 정치경제학부를 졸업하고, 1975년 "변조, 둘이서 한 옷 입기"로 신인상을 수상하며 등단한 작가는 이후 발표하는 작품마다 동시대 작가들에게 경외에 찬 질시를 받았습니다. "회귀천 정사"로 일본 추리작가 협회상, "달맞이꽃 야정"으로 요시카와 에이지 문학상 신인상, "연문"으로 나오키상, "숨은 국화"로 시바타 렌자부로상을 수상했습니다. 2013년 세상을 떠났으며 미스터리 단편소설 아홉 편을 모은 <열린 어둠>은 일본에서 1980년대 처음 출간된 이후 2014년에 복간 희망 1위로 꼽히면서 복간이 이루어졌습니다. 공식 인스타그램에서 "출간기념 반전에 놀라지 않거나 재미없으면 100% 환불해드리는 환불이벤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럼 내용을 보겠습니다.



첫 번째 '두 개의 얼굴'은 화가 마사키에게 신주쿠 호텔에서 죽은 여성이 아내 게이코인 것 같다는 경찰의 전화로 시작되는 이야기입니다. 시신 확인을 위해 호텔로 와달라는 말을 듣고 정신이 없는 나는 절대로 있을 수 없는 일이라 생각합니다. 왜냐면 게이코는 자신의 손으로 이 침실에서 죽였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전화벨이 울렸을 때는 사체를 뒷마당에 파묻고 흙 범벅이 된 손을 욕실에서 씻는 참이었습니다. 고속도로를 달려 도착한 살인 현장, 방에 들어선 순간 기묘한 혼란에 빠졌습니다. 방의 인상이 우리 집 침실, 즉 실제로 아내를 살해한 현장과 흡사했기 때문입니다. 형사가 말하길 범인은 허리 끈으로 여자의 목을 졸라 죽인 뒤에 스패너로 얼굴을 내리쳤다고 합니다. 모든 것이 내가 저지른 짓과 같았습니다. 얼굴은 알아볼 수 없었지만 왼손 약지에 끼워져 있는 반지는 희귀한 디자인이었고, 핸드백에 들어있는 편지는 남편에게 이혼하자는 내용이 적혀 있습니다. 겉에는 우리 집 주소와 이름이 적혀 있고, 뒤에는 게이코라는 이름만 있습니다. 아무리 봐도 호텔에서 죽은 여자는 아내 게이코인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나는 대체 누구를 죽인 것일까요.


여섯 번째 '이중생활'은 삼각관계 이야기입니다. 육 년 전 마키코는 일하던 클럽에서 만나 16살 연상인 슈헤이와 관계를 이어오고 있습니다. 주변 사람들은 젊은 남자를 만나라고 하지만 서른이 된 지금은 사랑, 돈도 아닌 증오만 남았습니다. 일 년 전에 슈헤이가 헤어지자고 했지만 그녀는 자신의 청춘을 써버린 그가 미웠고, 슈헤이와 함께 사는 시즈코가 더욱 미웠습니다. 슈헤이는 일 년 전에 헤어지자는 말을 꺼냈을 때 반쯤은 본심이지만 나머지 반쯤은 헤어질 수 없다는 마키코의 대답에 안심했습니다. 오늘 마키코가 뿌린 향수를 닦지 않고 이 집에 돌아온 것도 그 괴로움의 균형을 무너뜨리고 싶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마키코가 괴로워하는 만큼 시즈코도 괴로워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런 균형이 언제까지고 유지될 리는 없습니다.


아홉 번째 이야기이자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한 '열린 어둠'은 사립 고등학교 음악 교사인 마사가 폭주족으로 얼마 전에 퇴학당한 노리코에게서 전화를 받으며 시작합니다. 지하철 X역 개표구에서 만나자는 내용이었고, 마사는 그저께 체육 교사 아카자와 다케시가 살해된 일로 학교에서 수사 중인 형사들을 지나치며 지하철을 탔습니다. 폭주족 블랙호크스 5인조 다카키, 노리코, 가챠, 스즈타, 오사요는 노리코의 작은아버지 별장을 아지트로 삼아 지내고 있습니다. 오전 7시에 다카기가 혼자 2층에 올라갔고 곧바로 카세트테이프리코더를 가지러 아래층으로 내려왔다가 노리코와 함께 2층으로 갔습니다. 아래층에 있던 가챠, 스즈타, 오사요는 시너를 흡입해 잠에 빠졌고, 오후 4시쯤에 가챠가 멍한 채로 다카기 방에 들어갔다가 그의 시체를 발견했습니다. 다른 세 사람과 의논한 뒤에 우선 마사를 부르기로 했답니다. 경찰은 믿을 수 없다며 제한속도를 지켜 달려도 곤봉으로 때리고 보는 사람이기 때문이랍니다. 노리코는 어제 다카기가 헤어지자고 해서 심하게 싸웠고, 다카기 가슴에 꽂힌 나이프도 노리코 것이고, 꽉 쥔 오른손에 노리코의 리본이 있어서 경찰을 부르면 노리코가 잡혀갈 거랍니다.


소개한 단편의 남은 이야기와 다른 여섯 편의 단편은 <열린 어둠>에서 확인하세요.




'관능'과 '트릭'이 버무려진 아홉 편의 단편 미스터리 <열린 어둠>은 "백광"으로 유명해진 렌조 미키히코의 단편집입니다. 일본에서 1980년대 출간되었고 우리나라에선 처음 소개된 책으로 애증을 배경으로 한 반전을 품은 이야기들입니다. 등장인물 중 한 명의 시점으로 이야기가 진행되기에 서술자의 심리는 알 수 있지만 시선의 한계로 인해 놓치는 부분이 생깁니다. 작가는 그 틈을 파고들어 이야기 마지막에 반전을 선사합니다. 방금 내가 죽인 아내가 다른 곳에서 똑같은 방법으로 살해되어 발견된 '두 개의 얼굴', 유괴당한 소년이 커서 형사가 되어 맡게 된 유괴 사건 '과거에서 온 목소리', 사고로 장애를 갖게 된 딸과 죄책감에 이혼한 부모의 마음 '화석의 열쇠', 부부 사이의 믿음이 어디까지인지를 이야기하는 '기묘한 의뢰', 남들에겐 사소한 것일지라도 상처가 된 남자의 복수 '밤이여, 쥐들을 위해', 슈헤이를 사이에 둔 마키코, 시즈코의 삼각관계 '이중생활', 톱스타가 찾는 대역의 역할 '대역', 조직생활에서의 배신과 충성 '베이 시티에서 죽다', 폭주족 5명의 학생과 학교 선생 마사 이야기 '열린 어둠'까지 각각의 내용은 소재도 신선하고 서술하는 대상의 심리가 어딘가 미묘해서 읽는 내내 찝찝함을 떨칠 수가 없습니다. 사건의 범인이 누구인지 보다 사건이 일어나는 상황과 왜 이렇게밖에 할 수 없었는지에 대한 심리묘사에 집중하고 있는 <열린 어둠>은 '렌조 미키히코'의 매력이 돋보이는 책입니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고 쓴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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