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왜 타인의 욕망을 욕망하는가 - 타인 지향적 삶과 이별하는 자기 돌봄의 인류학 수업 서가명강 시리즈 28
이현정 지음 / 21세기북스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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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서울대학교 인류학과 교수로 서울대학교 인류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워싱턴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습니다. 한국과 중국을 연구하는 의료인류학자로서 사회적 고통과 지역적 맥락과 다양한 사회·문화적 요소의 관계를 파악하는 데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그럼, 저자가 쓴 <우리는 왜 타인의 욕망을 욕망하는가>를 보겠습니다.



몸은 우리가 세계 속에 존재할 수 있게 만드는 매개체입니다. 몸은 두 가지 방향으로 나와 내 주변 세계를 연결하는데 먼저 '통로'로의 역할과 우리가 세계를 향해 반응할 수 있게 만드는 '수단'이기도 합니다. 몸에 대한 인식은 동서양에서 차이를 보입니다. 서양은 심신이원론에 바탕을 두어 기계처럼 구조와 기능을 가지고 작동하는 물질의 복합체로 간주되었고, 자연과학적 탐구와 분석의 대상이 되었습니다. 반면 동아시아에서는 몸은 마음과 완전히 분리된 영역으로 보지 않았고, 몸은 마음을 넘어 사회적 관계를 뜻하기도 했습니다. 후기 근대에는 몸에 대한 태도도 급진화되어 각자의 욕망에 따라 몸의 변화가 자유롭게 이루어질 수 있다는 환상과 가능성의 영역에서 몸이 언급됩니다. 우리는 무엇인가를 욕망하면서 살아갑니다. 그런데 이 욕망이 나의 욕망이 아니라 타자의 욕망이라고 자크 라캉은 말합니다. 자신이 욕망하는 것처럼 생각하지만, 사실 그 욕망은 다른 사람이 자신에게 바라는 욕망이라는 것입니다.


가족은 결혼을 통해 형성되는데, 요즘은 결혼한 수의 약 30% 이상이 이혼을 한다고 합니다. 이는 과거에는 경시되었던 한 부모 가족의 급격한 증가로 나타납니다. 외국인과의 결혼과 동거로 인한 다문화 가족의 증가, 아이를 낳지 않는 부부,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1인 가구 등 오늘날 가족의 형태는 다양합니다. 또한 동성 친구와 함께 사는 가족의 형태도 서서히 늘어가고 있습니다. 이런 현상 속에서 한국 사회는 기존의 정상가족의 범위에서 벗어나 가족에 대한 더 많은 생각과 상상이 필요합니다. 삶을 저마다의 방식으로, 친밀감과 협력에 기초한 새로운 가족의 탄생을 우리 사회는 제도적으로나 인식적으로나 수용해야 할 것입니다.


혐오의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로서 누가 평등을 '감히' 이야기할 수 있을까요. 차라리 입 다물고 있으면 중간은 가니 저마다 나서지 않고 터부시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성 평등은 어려운 이야기가 아닙니다. 모든 사람을 그 자체로 존중하고 평등하게 대하는 것, 그것이 성 평등의 전부가 아닐까요.


한국 사회에서는 생애 단계마다 정해진 미션이 있습니다. 10대에는 입시를 위한 공부, 20~30대에는 취직과 결혼, 30~50대는 자녀 교육과 내 집 마련이 그러합니다. 생애 주기에 따른 과업을 달성하지 못하거나 서서히 준비하는 사람은 어딘지 이상하거나 문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모든 국민이 지배적으로 통용된 사회적 분위기에 편승해야 한다는 생각은 개별적 선택을 의아하게 여기거나 차별의 대상으로 바라보게 합니다. 그렇게 한국 사회는 한국인의 삶을 보편적이게 만듭니다. 이제 한국 사회에는 좀 더 다양한 삶의 가치가 등장해야 하고, 그에 대한 관용의 문화가 필요합니다. 실패의 경험, 다른 방식의 삶을 인정하고 그것이 하나의 가능성이 될 수 있다는 사회적 분위기가 필요합니다. 다른 기회, 실패를 통한 성장 등 우리 사회에 삶에 대한 믿음이 전반적으로 생긴다면 자신의 분노감을 타인에게 투사하는 폭력적인 태도는 점점 줄어들 것입니다.




우리 삶은 다양한 영역에 둘러싸여 구성됩니다. 몸, 가족, 젠더는 내 삶의 제약으로 작용할 수 있지만 동시에 우리 각자가 자신의 내면을 표현하고 또 더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게 하는 중요한 삶의 요소입니다. 나를 가꾸고 드러내는 일, 가족과 함께 마음을 나누며 더 풍성한 일상을 만드는 일, 또 여성 혹은 남성으로서 타인과 관계 맺고 사랑하는 일 등은 삶의 거대한 축복입니다. 따라서 이들은 단지 제약이나 어려움으로 생각할 필요는 없습니다. 오히려 내가 하려는 일이 진정 '내'가 하려는 것인지 아니면 누군가가 하기를 원해서 끌려가며 하는 것인지 헷갈리는 상황일 때가 많습니다. 만약 이렇다면 더 늦지 않도록 멈추고 되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런 삶은 내 삶을 종속적이고 불행하게 만들 뿐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불필요한 경쟁과 질투, 혐오를 낳는 원인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왜 타인의 욕망을 욕망하는가>를 통해 보다 더 자유롭고 자기다운 삶을 꾸려가는 계기가 되길 바랍니다.




네이버카페 이벤트에 당첨되어 책을 제공받고 쓴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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