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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공자의 수사학 : 군자의 리더십과 인성론 - 군자의 리더십과 인성론
안성재 지음 / 어문학사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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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자의 수사학(修辭學)’ 이란 이 책을 처음 봤을 때 나는 사실제목의 ‘공자’보다는 ‘수사학’에 관심이 갔다. 공자는 누구라도 알고 있는 동양의 성인이라서 따로 설명할 필요가 없지만 공자님이 수사학에 대해서 말씀하셨다고 말하는 이 책의 제목이 다소 생소했기 때문이다. 수사학의 사전적 의미는 “언어의 사용법을 연구하는 학문으로 의미 전달에 효과적인 문장과 어휘를 사용해서 설득의 효과를 높이기 위한 표현방법을 연구하는 학문”이다. 이 책의 서두에서도 언급했듯이 보통 서양의 레토릭(rhetoric)을 동양에서는 수사학으로 번역하여 사용하고 있다. 나에게 수사학은 아리스토텔레스의 ‘수사학’을 연상하게 한다. 공교롭게도 올 초에 시학과 같이 번역된 아리스토텔레스의 수사학을 접했기 때문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수사학을 “주어진 경우에 가능한 모든 설득 수단을 찾아내는 능력”이라고 정의하고 있으며, 수사학의 본성은 변증술과 짝을 이룬다고 하였다. 아울러 아리스토텔레스는 수사학 종류를 세 가지로 분류하였다. 모든 연설이 말하는 사람, 주제 듣는 사람이라는 세 요소로 구성되는데 이에 따라서 심의용 연설, 법정 연설, 과시용 연설로 수사학을 구분하였다.

   이러한 수사학에 대해 공자님은 어떻게 말씀하고 있을까 생각하면서 이 책을 펼쳤다. 하지만 내 예상은 이 책의 첫 장에 나오는 구절 논어(論語)의 ‘술이부작(述而不作)’에서 정확하게 빗나갔다. 우리가 생각하는 수사학(修辭學)을 한자 그대로 해석하면 말이나 글을 그럴 듯하게 꾸미는 것인데 공자님은 술이부작(述而不作)으로 원론적으로 수사를 부정하고 있다. 수사하면 바로 사문난적(斯文亂賊)인 것이다. 하지만 저자는 결코 그렇지 않다고 말하고 있다.

子曰: “述而不作 信而好古, 竊比於我老彭”

자왈: “술이부작, 신이호고, 절비어아노팽”

[미언] 공자가 이르시기를 : “서술하지만 창작하지 않고, 믿어서 옛것을 좋아하니, 슬그머니 나를 노팽에 견주어본다.”

[대의] 공자가 이르시기를 : “객관적인 사실만을 있는 그대로 기록하고, 확실하지 않은 것은 임의로 지어내지 않으며, 또 옛 성현들의 도를 믿고 따르는 나의 모습을, 조심스럽게 노팽에 비유하여 표현해본다.”

언뜻 보기에도 이는 서양의 레토릭과 아무런 관련이 없거니와, 심지어 공자의 글쓰기 혹은 말하기 이론으로 간주하기에는 더 큰 무리가 있어 보인다. 더욱이 ‘문질빈빈(文質彬彬)’이라는 표현은 글쓰기나 말하기와는 하등 관련이 없는 전혀 다른 의미를 지닌다. -5p-

이 책의 편제는 위와 같다. 논어의 한 구절을 미언으로 글자 그대로 풀이하고, 대의로 그 뜻을 풀이한 후 저자의 그렇게 생각한 근거를 제시하는 방식이다. 전체적으로 논어의 한 구절를 소제목으로 하여, 이 소제목에 대하여 유교경전인 예기(禮記)에 나오는 구절을 근거로 풀이하였다. 즉 단순하게 논어만을 풀이한 책이 아니다. 고로 결코 쉬운 책은 아니다. 하지만 소제목들을 보면 그나마 저자가 무슨 이야기를 하려고 하는지 짐작은 할 수 있다.

소제목을 열거해 보면 “ 5.군자 : 참된 지도자, 6. 도 : 지도자의 통치이념, 7. 덕 : 강함과 유함을 조화롭게 실천하는 강조, 8. 중화(中和) : 덕의 양대 요소, 10. 인(仁) : 진심으로 섬기고 따르는 어짊, 11. 의(義) : 신분에 따른 의미를 다하는 의로움, 12. 예(禮) : 조화를 위한 절제와 통제, 13. 악(樂) : 예를 보완하는 온유함” 등 전부 21가지가 있다.


 

   이렇게 어려운 많은 내용을 전부 다 요약할 수 없고 또 리뷰를 한다는 것은 나에게 중과부적(衆寡不敵)이다. 하지만 이 중에서 흥미롭게 읽은 의(義)에 대해서 간략하게 알아보고 리뷰를 마무리하기로 한다. 보통 우리가 생각하는 의(義)는 정의(正義:사회나 공동체를 위한 옳고 바른 도리)라는 단어와 가깝다. 하지만 이 책을 읽어보면 그 의미가 다름을 알 수 있다. 저자는 우선 예기의 한 구절을 인용한다.

“ 염이불귀(廉而不劌), 의야(義也)

모가 나지만 상처를 입히지 않는 것이, 의로움이다. -禮記 聘義(빙의)-

故國有患(고국유환), 君死社稷(군사사직), 謂之義(위지의).

大夫死宗廟(대부사종묘), 謂之變(위지변).

따라서 나라에 환난이 있음에, 임금이 사직에 목숨을 거는 것, 그것을 일컬어 의라고 한다. 대부가 종묘에 목숨을 거는 것, 그것을 일컬어 변이라고 한다. -禮記 禮運(예운)-

이는 의라는 거이 옳다고 생각하는 것에 목숨을 걸 수 있는 자세를 뜻한다. 그렇다면 무엇이 옳다고 여기는 것일까. 이어서 또 다음의 기록을 살펴보자.

(한자 생략) 무엇을 의라고 일컫는가? 아버지는 자애롭고, 아들은 효도하며, 형은 착하고, 아우는 공경하며, 남편은 합당한 행동을 하고, 아내는 순종하며, 어른은 은혜를 베풀고, 어린이는 따르며, 임금은 진심으로 섬겨서 따르고, 신하는 충후해야 하니, 이 열 가지를 사람의 의라고 일컫는다. -예기 예운- 

(중략) 따라서 의(義)는 사실상 신분과 계급상의 서열을 명확하게 하고 그 서열에서 마땅히 지켜야 할 바를 목숨 걸고 지키는 것이 된다.” -199p~201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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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독립전쟁사의 재조명
이덕일 지음 / 만권당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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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8월 15일 일본의 아베신조는 A급 전범 도조히데키 등의 합사된 도쿄 구단키타에 있는 야스쿠니 신사에 공물을 납부했다. 또한 이날 일본 총무상 등 각료들과 여야 의원 80여명은 집단으로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했다. 2013년에는 아배신조 총리가 직접 야스쿠니 신사를 방문해 참배를 단행했고, 이후에는 매년 공물을 보내고 있다. -15P-

위 글을 보면 일본 정치인의 행태가 우리나라와 별반 다르지 않다. 우리나라에서도 대통령이 선출되거나 여야 당대표가 선출되면 어김없이 현충원에 참배하는 모습이 언론에 보도되고 있다. 그런데 일본 정치인들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가 무엇이 문제란 말인가. 그 이유를 이 책에서는 정확한 역사적 사실을 들어 지적하고 있다. 즉 신사 참배가 문제가 아니라 전범들이 합사되어 있는 신사가 있다는 사실 그 자체이다. 어떻게 해서 A급 전범들이 분류되고, 신사에 합사되어 있는지 발췌해 보면 다음과 같다.

“미군은 처형당한 전범 7명을 화장해 도쿄만에 뿌렸다. 그러나 1948년 12월 15일 고이소 구니아키의 변호인 산몬지 쇼헤이가 유골 일부를 회수해 근처의 흥선사에 맡겼다가 1949년 5월 이즈산의 흥아관음사에 비밀리에 안장했다. 그 후 전범들이 다시 일본 정치의 주역으로 등장한 1960년 8월 16일 아이치현의 산가네산의 정상에 옮겨서 ‘순국칠사묘’로 현창되었다. 인류를 전쟁으로 내몬 전범들이 순국자로 화려하게 재등장한 것이었다. 만일 독일에서 나치 전범으로 사형당한 인물들의 유골을 몰래 수습해 ‘순국지사묘’라고 추앙한다면 어떻게 될까? 일단 유럽 각국에서 단교 조치에 나설 것이고, 독일 내부적으로도 ‘나치즘 군국주의 청산법’, 아우슈비츠 부인에 관한 처벌법’ 등에 의해 사법 처리될 것이다. 그러나 일본은 사법처리는커녕 1978년 일본에 우경화 바람이 불 때 야스쿠니 신사에 A급 전범 14명을 합사했다-36P-”

이와 더불어 저자는 1945년 9월에 열린 일본 전범들을 처리한 극동국제군사재판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첫째는 철저하게 전승국의 관점과 이익에 따라 진행되었다는 것이다. 1931년 만주사변부터 1945년 제2차 세계대전 패전까지의 행적에 국한하고, 1905년 을사늑약부터 40년 동안 한국을 침략한 전범들은 모두 누락되었다는 점이다. 그리고 두 번째 일왕과 재벌을 전범 기소에서 제외했다는 것이다. 군국주의의 최정점에 있는 일왕의 전쟁 책임을 묻지 않은 것은 히틀러나 무솔리니의 책임을 묻지 않은 것과 같고, 만주 침략과 중국 침략은 재벌들과 긴밀한 공조 속에 이루어진 것이고 낙후된 일본 경제는 전쟁에 의해서만 수요를 창출할 수 있었으므로 재벌들은 침략전쟁의 직접적인 수혜자였음에도 일체의 처벌들이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 책의 핵심은 책제목에서 보이듯이 ‘우당 이회영과 석주 이상룡의 아나키즘 독립전쟁사’일 것이다. 그러나 이 부분은 스포일러 일 듯 해 과감히 생략하고, 제 3장에서 언급된 ‘고종은 왜 망국 군주가 되었는가’에 대해 언급하고 리뷰를 마무리하고자 한다. 다만 한가지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 있다. 그것은 집단 망명으로 일제 점령에 항거한 세력이 있는데, 이들의 당파적 배경은 대부분 소론 계열이며 사상적 배경은 양명학에 있었다는 것이다. 아울러 한 가지 더 웃기는 부분이 있는데 바로 ‘만동묘 복설’에 관한 것이다.

“최익현의 스승이었던 화서 이항로는 대원군이 내린 벼슬을 사양하면서 ‘만동묘 복설’을 요구했는데. 최익현 역시 1873년 11월 재차 올린 상소에서 황묘(만동묘)를 없애버리니 임금과 신하 사이의 윤리가 썩게 되었다면서 만동묘 복설과 서원 복구를 건의했다. 만동묘는 군사를 보내준 명나라 신종과 명나라 마지막 임금 의종을 제사지내는 곳으로 우암 송시열이 세운 것이다. 의종(1628~1644)을 끝으로 명나라는 망한지 230여 년이 되었는데, 청나라도 아니고 망한 명나라를 사대하는 만동묘 복설을 요구할 정도로 이항로와 최익현의 현실 인식은 시대에 뒤떨어진 것이었다. 이러한 최익현의 대원군 비판 상소를 계기로 고종의 친정이 시작되었다 -140P-”

일단 역사적 큰 사건들을 대략적으로 나열하자면, 1876년 강화도 조약, 1882년 임오군란, 1884년 갑신정변, 1894년 동학농민운동, 갑오경장, 청일전쟁 1895년 민비시해 1896년 아관파천 1904년 러일전쟁 1905 가쓰라 태프트 밀약, 을사늑약 1909년 안중근 의거, 1910년 한일병탄 늑약 등이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1910년 한일병합(?)이 되기 전까지 기회가 아주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고종은 개화를 표방했으나 정작 정권은 민청 수구파의 손에 있었다.

“ 급진개화파가 추진하는 조선의 대개혁을 추인하는 듯했던 고종은 상황이 달라지자 태도를 바꾸었다. 고종은 신정부가 대개혁을 단행할 것이라고 발표했지만 마음은 이미 신정권을 떠나 있었다. 고종은 적은 병력의 신정권이 방어하기 곤란한 창덕궁으로 이어할 것을 거듭 요청해 관철시켰고 청군 1500명이 돈화문과 신인문을 공격하면서 수세에 몰린 개화파는 갑신정변 ‘3일 천하’로 끝나고 말았다. 개화를 추진한다면서 정권은 수구 세력에게 주고, 부국강병한 근대 국가 건설에 목숨을 걸었던 개화당을 제거했다. 아울러 고종은 갑신정변으로 급진개화파를 제거한 후 일본군과 손잡고 동학농민혁명군을 진압했다.-149-”

동학농민운동관한 내용은 생략하기로 한다. 조선정부(고종)는 동학농민군과 연합함으로써 일본의 침략 저지에 나서야 했으나 오히려 관군을 일본군에게 붙여 개혁을 요구하는 동학농민군을 진압하는데 앞장섰다. 즉 한나라를 이끌어가는 지도자들인 임금과 신하가 한통속이 되어 망국으로 가는 고속도로를 닦아 놓은 것이다. 더 이상 무슨 말이 필요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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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대혁명 - 홍익인간형 플랫폼국가로 가는
최동환 지음 / 물병자리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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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대혁명이란 책 제목이 거창하다. 우리나라가 과연 어떻게 어떤 식으로 대혁명을 이룰 수 있을까. 대혁명이란 과연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가. 대혁명은 극히 어려운 일이다. 아니 유사 이래로 대혁명이 있었던 적도 대혁명이 가능한 때도 없었다. 모든 것을 갈아엎는 주체적인 힘은 어느 시대에도 없었다. 그럼에도 지은이는 한국대혁명을 말하고 있다. 홍익인간형 플랫폼국가로 가는 한국 대혁명을 말하고 있다. 그렇다면 홍익인간형 플랫폼 국가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우선 그 의미를 살펴보기로 하자.

저자는 플랫폼 국가를 허브국가로 설명하고 있다. 그리고 플랫폼은 기차역이라고 설명한다. 역에서 사람들이 기차에 탑승하기 위해 만든 승강장이 플랫폼이다.

“플랫폼국가는 항상 양극단의 세력이 만나는 교차영역에서 발생하여 양극단을 연결하며 신뢰를 형성하면서 자신의 능력과 가치를 증폭하면서 발생한다. 그 양극단이 만나 연결되는 경계면의 영역이 새로운 역사를 창조하는 의사소통과 신뢰와 힘의 증폭이 이루어지는 ‘온힘의 영역’이다. ‘온’이란 순수한 우리말로 전체를 의미하며 100을 의미한다. ‘온힘’은 대립하는 양극단의 영역을 소통과 신뢰를 통해 연결하여 전체인 ‘온’을 만들어 능력과 가치를 증폭하게 만드는 커뮤니케이션과 미디어의 영역이다. 이를 중용이라고 해도 좋지만, 순수한 우리말 ‘온힘’이 더 풍부하고 심원한 의미를 담는다. 플랫폼국가는 아리스토텔레스의 형식논리학의 동일률과 모순율과 배중률 그리고 칸트의 이율배반과 헤겔과 마르크스 변증법을 철저하게 무시하고 온힘의 영역을 구축하여 양극단을 통합하며 성립한다. 개벽상태는 천하대란을 극복하며 플랫폼국가의 만들어가는 첫 번째 상태이다.” -18p-

저자는 홍익인간형을 설명하면서 역사철학을 세 가지로 나누어서 설명한다. 이원론적 유토피아론과 순환적 역사관 과 ‘홍익인간 모형’이다.

“ 지난 3천 년 간 동서양을 지배해온 사상은 차라투스트라의 이원론적 유토피아론이었다. 이원론과 유토피아론이 결합할 때 그것은 정치와 종교의 가장 근본적인 핵심원리가 되었다. 이 원리가 역사를 설명하면서 창조와 종말이 직선적으로 설명되는 일환론(一環論)의 역사관이 된다. 이 일환론을 완전히 부정하며 역사는 살아있는 생명체로 생장쇠멸의 과정으로 거치며 순환한다고 주장하는 역사관리 순환사관이다. 이는 고대인들의 우주순환론과 이든 할둔과 슈팽글러와 토인비가 설명한다. ‘홍익인간 모형’은 역사순환론의 생명쇠멸의 과정을 인정한다. 그러나 역사순환론과 다른 새로운 생명의 과정을 설명한다. ‘홍익인간 모형’은 단순환 순환론이 아니라 개인과 국가와 사회에 주어진 상태들을 최적화하여 순환론을 극복하는 이론체계라는 점에서 순환론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다시 말하면 인간 개인과 대중은 자신이 중심에 존재하는 하나님으로 인해 만들어진 인간의 존엄성인 인존성을 바탕으로 전체 과정안의 모든 상태들을 자율과 자치의 힘으로 능동적으로 최적화 할 수 있다. 그럼으로써 각 상태를 최적화할 때 마다 자신에게 주어진 삶의 가치와 능력을 증폭시키면서 최종적으로는 인간의 가치와 능력을 극대화하는 것이다.” -147p~148p-

저자는 위 설명이외에도 플랫폼국가 기본모형을 도형을 제시하여 설명하면서, 음양오행과 개벽상태와 태극과 64괘 등 동양철학에 나오는 용어를 사용했다. 아울러 산업혁명, 유럽 플랫폼국가의 흥망성쇠, 영국과 러시아의 교훈, 포스트 전체주의 국가 중국, 반도체 문명, 서양철학, 백범사상 등을 소제목으로 하여 홍익인간형 플랫폼 국가를 자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왠지 현실적이거나 구체적이지 못하고, 관념적이며 이상적인 제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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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국과 식민지 사이 - 경계인으로서의 재조일본인 히토쓰바시대학 한국학연구센터 학술총서 1
이규수 지음 / 어문학사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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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은 히토쓰바시대학 한국학 연구센터 교수로 재직 중인 이규수 교수님의 학술 논문이다. 책의 내용은 제목에서 엿볼 수 있듯 제국과 식민지의 경계인으로 생활한 재조 일본인의 체험과 기억을 바탕으로 하여 ‘식민지 수탈론’과 대비되는 ‘식민지 근대화론’과 ‘식민지 근대성론’에 대한 연구 내지는 재조일본인들에 의해 왜곡된 식민지론의 재생산에 대한 현주소를 연구한 논문이다. 제 1부는 재조일본인의 연구와 존재 양태로 ‘연구의 현황과 과제, 재조일본인의 존재 양태’로 구분하여 설명하고 있다. 그리고 제 2부는 식민정책론과 재조일본인 사회이며, 제 3부는 식민자의 체험과 기억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다.

   1960년대 이후 ‘식민지 수탈론’이 한국 사학계의 통설로 자리매김하였는데, 1980년데 중반 이후에 일본의 식민지 지배를 어떻게 바로 볼 것인가를 둘러싸고, ‘식민지근대화론’이 민족주의 역사학에 기초한 ‘식민지 수탈론’을 비판하는 양상으로 진행되었다는 것은 내가 보기에 참으로 놀라운 사실이다. 일제강점기를 ‘수탈과 저항’의 역사가 아닌 ‘수탈과 개발’의 역사로 바라보자는 ‘식민지 개발론’이나 이를 수정한 ‘식민지 근대화론’ 등장하고, ‘식민지 수탈론’과 ‘식민지 근대화론’ 양자를 모두 비판하는 ‘식민지 근대성론’이 1990년대 중반이후 탈근대주의 입장에서 대두되었다는 사실 또한 참으로 놀라운 사실이 아닐 수 없다. 아래 내용을 보면 그런 용어들의 개념을 확실하게 이해할 수 있다.

“ ‘식민지 근대화론’은 일제강점기의 근대적 변화에 대해 변화의 주체 문제를 등한시한 채 경제적 측면에서 해방이후 한국자본주의 고도성장과 연관시킨다. 반면, ‘식민지 근대성론’은 사회문화 측면에서 민족주의의 차별과 배제논리, 규율권력의 개인적 내면화를 근대성 일반이 이미 일제강점기에 형성되었음에 주목하고, 이를 탈근대의 문제의식과 연관시킨다. 요컨대 ‘식민지 근대화론’이나 ‘식민지 근대성론’ 모두 ‘식민지 수탈론’에 내표된 민족주의를 비판하지만, ‘식민지 근대화론’은 선진근대국가의 완성을 지향하는 근대지상주의인 반면, ‘식민지 근대성론’은 민족주의에 기초한 근대국가로부터의 벗어남을 지향하는 탈근대주의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들 ‘식민지 근대화론’과 ‘식민지 근대성론’이 지닌 최대 결함은 일제강점기의 ‘근대성’에 주목하면서 ‘식민성’에는 관심을 갖지 않는다는 점이다” -22p-

  

  일본인들이 처음 조선에 진출한 것은 1876년 운양호사건을 계기로 ‘조일수호조규’에 의하여 부산이외에 원산과 인천에 개항장을 통해서였다. 이후 일본은 1895년 청일전쟁과 1905년 러일전쟁에서 승리하면서, 본격적으로 다양한 일본인들이 조선에 진출한다. 이 재조일본인들은 청일전쟁이 발발하자 전쟁에 적극 협력했으며, 러일전쟁 이후에 개항장 인천은 일본의 식민기지로 변화했다. 1904년 전북 군산에 설립한 군산농사조합은 개항장 군산을 거점으로 비옥한 곡창지대에 토지소유권과 저당권을 획득한 일본인 지주의 토지 집적방식의 특징을 잘 보여준다.

“일본인 지주의 밀집지대인 군산 부근의 1단보당 가격은 상답 15~20원, 중답 10~15원, 하답 10원이었다. 또 전주는 상답 17원, 옥구는 중답 13.5원, 김제는 중답 8.3원이었다. 이런 한국의 매매지가는 일본 관서지방에 비해 약 10퍼센트에 불과한 것이었다. 1904년 일본의 1반보당 평균 매매 가격은 논 150원, 밭 86원이었다. 즉 일본인은 일본 국내의 토지를 처분하여 한국에 진출하면 토지 면적을 10배로 확대시킬 수 있었다. 한국의 저렴한 지가와 소작제 농장 경영을 통한 고율의 토지 수익률은 상업 자본가와 지주 계층의 토지매수를 가속화했다. 그들은 자본가의 임무를 내세우며 한국의 실질적인 통치자임을 자부했다” -153p-

아울러 재조일본인들은 조선인들과 많은 갈등을 일으켰는데, 이 책에서는 전남 벌교에서의 사례가 소개되어 있다. 이 갈등은 일본인 지주의 소작제 농장경영과 가혹한 소작료 징수문제였다고 한다. 재조일본인들은 남아있는 자료만으로 판단한다 해도 관헌이상으로 아주 강렬한 식민지배자였으며, 조선인에 대해 국가의 논리로 무장한 냉혹한 에고이스트이자 편견의 소유자, 차별과 박해의 실행자였다. 이런 귀환자들은 지금도 자기 체험에 대한 근본적인 반성과 평가의 기회를 상실한 채 왜곡된 기억과 역사인식을 재생산하고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잊고 지냈던 조선말부터 일제강점기까지의 주요 사건들을 다시 찾아보게 되었다. 1882년 임오군란, 1884년 갑신정변, 1894년 동학농민운동, 1894년~1895년 청일전쟁, 1895년 민비시해사건, 1904년~1905년 러일전쟁, 1905년 을사조약, 그리고 1910년 8월 29일 경술국치일(한일합병조약)부터 광복까지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러나 막상 저번 주 8월 29일이 경술국치일인지는 생각한번 해보지 않고 지냈다. 신채호 선생님의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라는 말씀이 생각난다. 재조일본인들에게 경제적으로 수많은 수탈과 핍박을 했지만 아직도 이 나라가 이렇게 건재한 것은 슬픈 역사를 회피하지 않고 저자처럼 연구하고 반성하는 사람들이 있기에 가능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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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지도책
사라 파넬리 지음, 김산 옮김, 이선미 한글 손글씨 / 소동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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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을 볼 때쯤 지구본과 세계지도를 샀다. 지구본을 진작부터 갖고 싶었다. 아이들이 어렸을 때 구입한 적이 있었는데, 이사를 다니면서 받침대가 부러져서 버린 것 같다. 지구본을 가지고 있으면 마치 이 지구를 다 가진듯한 기분이 든다. 지구본을 보고 있노라면 세계의 모양이 한눈에 들어와서, 마치 여행을 갔다 온 듯 착각이 들고, 쉽게 여행을 할 수 있 거라는 착각에 빠져든다. 지구본은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처럼 환상을 불러온다. 지구본을 보고 있으면 어린아이처럼 마냥 즐겁다.

 

   <나의 지도책>은 사라 파넬리가 그린 그림책이다. 작가가 생소해서 검색해 보니 자세한 소개는 없고 여러 가지 그림책들이 검색된다. 이 책도 그런 책 중에 한 가지 그림책이고 신간인 듯싶다. 사라 파넬리는 이탈리아 피렌체에서 태어나 영국에서 활동하는 일러스트레이터이며, 손으로 직접 쓴 글과 콜라주 기법으로 독특한 그림책 세계를 보여준다고 소개되어 있다. 책의 뒤표지에도 "이탈리아에서 태어나고 런던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으며, 책과 지도와 단추와 강아지 보보와 달님을 사랑한다"고 쓰여 있다.

 

  "지도에는 많은 이야기가 숨어있어요. 이 책에는 보물지도나 마을지도처럼 익숙한 내용도 있고, 마음지도와 하루지도처럼 새로운 것도 있어요.

책 속 지도들의 점선 안에 '나의 그림지도'를 그려 보세요. 그럼 이 책이 나만의 지도책이 될 거예요. 그리고 책 겉표지 뒤의 커다란 종이에 내가 가장 좋아하는 지도를 그려 보세요" -사라 파넬리-

 

  그림책의 본문에 들어가기 전에 서문 형식으로 위 글이 쓰여 있다. 그리고 각각의 그림에는 명칭들이 쓰여 있는데, 다행스럽게 김산님이 어린아이들이 쓰는 글씨체의 한글로 옮겨 적어서 아주 자연스럽고 전혀 거부감이 없다. 그림지도는 첫번째 보물 지도, 두번째 내방의 지도, 세번째 우리 가족 지도, 네번째 나의 하루 지도, 다섯번째 내 배속 지도, 여섯번째 색깔 지도, 일곱번째 우리 마을 지도, 여덟번째 내 마음 지도, 아홉번째 내 강아지 지도, 열번째 도로 지도, 열한번째 내 얼굴 지도, 열두번째 해수욕장 지도까지 전부 열두 개의 지도가 각각의 양페이지에 크게 그려져 있다. 어른이 그렸다고는 생각할 수 없는 순수한 그림이라서 명확하게 그림을 설명할 수는 없을 것 같다. 그렇지만 이 중에 인상 깊은 ‘내 마음 지도’와 ‘강아지 지도’를 설명해 본다. 내 마음 지도는 주황색으로 색칠한 큰 하트 모양속에 검은 글씨들이 있다. 하트의 좌측엔 달님 별님 등 친구들과 동생이 있고, 우측엔 해님과 엄마와 아빠 초콜릿 있으며, 중앙에는 할아버지와 할머니 그리고 신나는 일이 있다. 강아지 지도는 큰 강아지 한 마리가 하얀색과 얼룩색이 있다. 좌측엔 강아지 꼬리가 말려서 그려져 있는데 꼬리라고 화살표로 이름을 적어 놓았다. 네 개의 다리에는 1,2,3,4라고 숫자가 써져 있고, 코에는 “축축한 코=건강한 강아지” 라고 설명이 되어 있다. 그리고 강아지 몸통 밖 귀에는 “귀를 쫑긋 세우면=누군가 왔어”라고 귀여운 글씨가 쓰여 있다.

 

   이 그림책은 딱 봐도 어른들이 보는 그림책은 아닌 듯싶다. 그래서 책을 보자마자 이 그림책의 주인은 유치원에 다니는 개구쟁이 조카 것이라는 생각이 단번에 들었다. 나중에 조카가 놀러 오면 이 그림책을 기꺼이 줄 것이다. 환하게 웃는 조카의 얼굴이 그려진다. 내가 어렸을 때는 이런 그림책을 한 권도 본 적이 없다. 그 때는 이런 책 대신에 실제로 나무들과 새들이 있었고, 거리엔 갖가지 풀들과 곤충들이 있었다. 집에서는 소와 돼지와 닭 등 키웠고, 해님과 달님도 수도 없이 보고 자랐다. 그런데 요즘 어린 아이들에게 새들과 가축들은 이런 그림 책속에서나 볼 수 있다. 그나마 이런 그림책을 좋아한다기보다 핸드폰 속 게임이나 동영상에 친숙하다. 그림책에 익숙한 아이들은 커서도 책에 익숙할 것이 분명하다. 어린아이들이 있는 분들게 이런 그림책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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