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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소리바다
김누리 지음, 스튜디오 돌 그림 / 잇북(Itbook)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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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처음 책을 보았을 때 인터넷 mp3 다운로드 사이트인 소리바다와 관련된 젊은이들의 현대적인 사랑을 담은 장편소설이라 생각했다. 요즘 아이들은 어떤 식으로 사랑하며 어떤  감정에 괴로워하고 또 어떠한 사랑을 꿈꾸는지 자못 궁금했었지 때문이다. 그러나 그런 나의 상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그래서 책을 읽은지 일주일이 지나갔지만 지은이가 어떤 사랑을 말해주려했는지 아직도 가늠이 가질 않는다. 이 소설에서 말하는 소리바다는 인터넷과 관련된 장소도 그런 느낌의 무대와도 전혀 다른 느낌의 장소이다. 그것은 흡사 어린왕자가 살고 있고 인어공주가 사는 곳 같은 상상속의 바다이기 때문이다. 
 
  이 책을 손에 잡기 전 알베르 까뮈의 <작가수첩1>을 읽고 있었다. 그러던 중 가볍게 국내소설이나 한편 읽자고 택한 것이 바로 이 소설이다. 역시 여고생이란 지은이의 나이가 말해주듯 애써 어려운 문장을 구사할려고 하지 않았다. 지은이의 말처럼 글쓰는 것 자체를 즐기는 듯 일상의 언어들을 한편의 동화책처럼 가볍게 그려 놓았다. 그러나 누구나 쉽게 상상할 수 있는 그런 류의 느낌은 절대 아니다. 그러니 까뮈의 책과 비교하려던 생각에 콧웃음이 절로 나올 수 밖에. 아울러 작가는 "살고 싶어서 글을 썼고 누군가를 살리고 싶어서 글을 썼는데 이제야 비로서 전자를 이룬 기분이다"라고 책 후기에 써놓았느데 글쎄 나도 한 때 소설을 쓰고 싶다는 생각은 많이 해 보았으나 그정도로 그랬는지 이젠 그런 기억마저도 가물가물하기만 하다. 

    지은이는 1993년생으로 초등학교 6학년 때부터 소설을 써왔다고 한다. 그정도라면 정말 어느 정도 책을 좋아하는지 상상이 간다. 가끔 도서관에 가보면 정말 책속에 묻혀서 놀고 있는 애들을 보며 놀라곤 한다. 내가 어렸을 때는 책 읽기보다 책 자체를 구하기가 힘들었다. 물론 촌에 살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책이라고 해봐야 겉장이 떨어져 나간 위인전이나 대를 물린 곰팡이 핀 동화책정도의 책이었다. 그러니 요즘 애들의 독서량을 어찌 감히 따라 갈 수 있겠는가. 그러나 책보다 더 재밌는 것들이 많은 세상이니 한편으로는 애들이 부럽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안타깝기도 하다. 책을 읽는 것보다 책을 선별하는 시간이 많이 걸리고 어쩌면 책 읽는 속도보다 책 나오는 속도가 더 빠른 세상인지 모르겠다.

   이 책의 줄거리는 유의라는 고3 수험생이 J라는 친구와의 관계를 통해 소리바다를 경험하고 사람과 사람사이의 관계를 깨닫게 된다는 내용이다. 특히 마지막 부분의 반전이 흥미롭다. 유치 찬란한 사랑놀음도 아니고 그렇다고 의미신중한 사랑애기도 아니다. 책 중간 중간에 그려진 삽화는 동화책을 보는 듯한 옛 생각을 하기에 충분했다. 아쉬운 점이 있었다면 재생종이가 아니었더라면 더 좋았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어린 작가의 다음 작품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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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에 이슬 하나
전택원 지음 / 바보새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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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혜로운 선비의 뜻은 통하는 길이 없고, 어리석은 지아비의 말은 반드시 맞아 떨어진다."
   智士之意未道, 愚夫之信必中.(196p 도선비결 중에서)

  이런 우문현답이 있나. 처음 앞부분을 읽으면서 적잖이 실망했다. 무슨 놈의 책을 이렇게 재미없게 썼나. 정말 서울대 철학과를 나오신 분이 맞나. 현학적인 글을 기대한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신변잡기를 기대하지도 않았다. 하지만 그런 생각이야말로 형장의 이슬처럼 당장 사라져야할 무지몽매한 생각이었다. 투박한 책표지 사진(수운水雲선생 묘지앞 석상)에서 범상치 않음을 느꼈음에도, 간사한 마음에 성급한 판단으로 좋은 책을 그냥 지나칠 뻔했다. 이 책은 잡다한 지식을 제멋대로 끌어다 모으고 제 생각인냥 뽐내는 책과는 그 성격이 다르다. 

  이 책에는 아침이슬처럼 영롱한 마음이 있다. 아울러 읽으면 읽을수록 저자의 겸손함이 묻어있어 고개가 절로 숙여진다. 속세의 난쟁이들은 거인의 어깨라도 슬쩍 만지면 그 위에 우뚝 올라탄 듯 자기자랑하기 바쁜데, 박사학위에 강단에 서고 중국특파원까지 다녀오신 분께서 대산(大山)선생님의 주역애기를 하며 아는 것이 없다고 겸손해 하신다. 역시 "言者부지(언자부지)요 지자불언(知者不言)"이란 말이 참말인가 보다.

 
"누구하고 결혼하느냐 보다 더 중요한 것은 언제 결혼하느냐는 것이다(콘라드 로렌츠)" 이런 말은 사실 처음 들어본다.(163p) 한참 묵묵이 읽어가던 중 저자의 결혼담에 실소가 터졌다. 금강경을 읽고 연애를 결심한 저자가 그녀를 만나 우여곡절을 겪고 5년의시간이 지난 뒤, 그녀에게 한마디 했다. "우리 결혼이나 하지." 역시 철학도다운 프로포즈다.

  2부 예언속으로는 다소 어려웠다. 도선비결과 동학을 넘나들며 서양철학까지 곁들여 서술되다보니 정확한 문맥을 찾기 힘들었다. 그러나 풍류와 같은 소개는 상당히 유익했다. "깨닮음으로 하여 밝아오는 진리의 세계를 뜻하는 한자말 가운데 하나가 풍류(風流)입니다. 풍류는 '밝음'을 이두(吏讀)로 표기한 것입니다. 바람 풍(風)의 초중성인 '바', 흐를 류(流)의 초성인 'ㄹ'를 반절식으로 합쳐 '밝'을  뜻하게 됩니다. 우리말 '밝'을 '풍'과'류'로 표시한 것입니다. (393p)" 아울러 맺음말에서 언급한 '에베레스트'에 대한 애기 또한 상당히 의미있었다. "해발 8,848미터, 쵸모랑마는 에베레스트입니다. 에베레스트는 영국사람 이름입니다. 제국주의 영국이 인도를 지배할 때 측량담당 국장을 지냈던 사람의 이름을 딴 것입니다. 쵸모랑마의 고향에서는 아무도 에베레스트라고 하지 않습니다. 그것은 우리가 독도를 '다케시마'라고 하지 않는 것과 다를 바 없습니다.(511p)"

  한 때 녹두장군(전봉준)의 절명시가 너무 좋아 무작정 정읍 황토현의 동학농민혁명기념관과 그 일대에 다녀온 적 있다. 초라하기 그지없던 장군의 초가에는 햇쌀만 가득했고  봉기의 목소리가 사라져버린 말목장터는 옛모습을 찾을 수 없었다. 오직 만석보유지비(고부군수 조병갑의 횡포에 대항하여 만석보(萬石洑)를 때려부수고 세운 비석)만 썰렁한 배들평야 방죽을 한없이 바라보며 있었는데, 어디선가 "서면 백산(白山)이요, 앉으면 죽산(竹山)이라" 말이 들려오는 듯 했다. 백의(白衣)에 죽창들은 농민들의 한맺힌 원성소리가 가슴에 울먹거려 아직도 그 시절을 상상하면 눈시울이 뜨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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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오천축국전 - 혜초, 천축 다섯 나라를 순례하다
혜초 지음, 지안 옮김 / 불광출판사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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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보다 책이 무척 얇다. 그러나 쥐색표지에 원문으로 가득 매워진 책표지가 너무 멋지다. 보통 불교관련 책은 어렵고 두꺼운데 반해 이 책은 시집처럼 얇고 내용 또한 기행문이라 그런지 크게 어렵지 않다. 저자 혜초스님(704년-787년)은 신라시대에 태어나 당나라로 유학을 가서 인도출신의 밀교승 금강지를 만나 사사받고, 스승의 권유로 인도로 구법여행을 다녀와 이 책을 서술했다.
  <왕오천축국전>은 가로 42cm, 세로 28.5cm의 황마지 9장을 이어붙인 종이 두루마리에 총 227행, 5893자의 한자가 필사되어 있는 절략본으로 1908년 중국 감숙성의 돈황 천불동에서 프랑스 학자 펠리오가 발견했다. 아울러 저자인 혜초가 신라사람으로 밝혀진 것은 <왕오천축국전>이 발견되고 7년이 지난 1915년 일본의 불교학자 다카쿠구 준지로에 의해서 밝혀졌다고 한다(15p). 그 이전만해도 혜초는 중국의 밀교승으로 불공 삼장의 제자였다는 정도만 알려져 있었다고 한다.
 

  "중천축국에서는 대승과 소승이 함께 행해진다. 그리고 여기 중천축국 경내에 네개의 큰 탑이 있다. 하나는 사위국(슈라바스티) 급고독원에 있고, 둘째는 비야리성(바이샬리) 암라원에 있으며, 셋째는 가비야라국(카필라바스투)에 있은 것으로 그곳은 바로 석가모니 부처님이 태어난 성이다. 거기서 무우수(無憂樹)는 봤으나 성은 이미 폐허가 되어 있었다. 넷째는 삼도보계탑으로 중천국의 왕이 사는 성에서 서쪽으로 7일 거리의 두 항하(갠지스) 사이에 있다. 이곳은 부처님이 도리천으로부터 삼도보계가 만들어지자 염부제 땅으로 내려온 곳이다.(53-54p발췌)"

  기행문이라 저자는 그 지역의 특색과 불교의 모습만을 간단히 기술하였고, 역자는 원문을 실고 그 원문아래 해설을 뒤붙였다. 급고독원은 금강경에 나오는 "기수급고독원"으로 기원정사라고 부르던 절이다. 제타(한역으로 祇樹)태자가 그 땅의 일부를 기증하고, 수다타(한역으로 須達)장자가 그위에 절을 지어 부처님께 헌납하여 두 사람의 이름을 넣어 절이름으로 삼았다. 수다타는 아나타핀다다(한역 給孤獨園, 외로운 이를 돕는자)라는 별명이 있었다. 아울러 무우수나무는 부처님의 생모 마야부인이 룸비니 동산에서 무우수 가지에 피어 있던 꽃을 따려다 싯다르타 태자를 낳으셨는데, 어떠한 고통이나 근심도 없이 태자를 낳았기에 무우수라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도리천은 욕계의 여섯 하늘 가운데 아래에서 두번째 하늘이다. 삼십삼천이라고도 하는데, 사방으로 각각 8개의 천계가 펼쳐지고 중앙에 선견천이라는 천계가 있어 모두 합하여 33천이다. 고대 인도인들은 우주를 수미산을 중심으로 사방에 큰 대륙이 네 개가 있다고 생각했다. 동쪽은 불바제, 서쪽은 구야니, 남쪽은 염부제, 북쪽은 울단월이다. 염부제의 염부는 본래 나무 이름인데, 이 염부나무가 많이 자라 번청한 곳이라는 뜻에서 염부제(閻浮提)라고 하였다. 사바세계, 즉 인간세상을 가리키는 말로 때로는 섬부주(贍浮州)라 부른다.

  책 중간에(61p) 한시가 있다. "편지라도 써서 구름편에 부치고 싶건만. 바람이 급해 구름은 돌아보지도 않는구나...더운 남쪽 천축은 기러기도 없으니 누가 고향 숲을 행해 날아가려나"라는 구절이 눈에 뜬다. 저자는 마지막 해설에서 위법망구(爲法忘軀, 법을 위해서 몸을 돌보지않고 온갖 고행을 자초한다)라는 말로써 혜초의 고행을 말하고 있다. 8세기 천축국을 여행한다는 것은 현대인은 상상하기도 어려운 일라고 한다. 혜초나 대당서역기를 쓴 현장이외에도 수많은 구법승들이 서행구법(西行求法)여행을 떠났고 대부분은 돌아오지 못했다고 한다. 생명의 위협을 무릅쓰고 법을 위해 그렇게 당당히 걸을 수 있는 것은 과연 종교의 힘인가 인간의 위대함인가. 천년전 그 시절에도 이 가을처럼 단풍들고 낙엽지는 쓸쓸함이 있었을텐데 그 인간적인 옹벽을 넘어 구도행각을 떠났던 수많은 영혼들에게 조용히 합장하고 아울러 이 책을 남긴 스님과 다시 만나게 해준 인연들에 대해 고개숙여 존경을 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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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 동아시아를 만나다 금강인문총서 2
석길암 지음 / 불광출판사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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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랜만에 책을 읽는 동안 마음이 심난하지 않고 무척 편했다. 그것은 이 책이 아무것도 강요하지 않았고 나 또한 이 책속에서 아무것도 바라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비약일지 모르지만 어찌보면 종교란 인간의 공짜심리에서 기인하는 것 같다. 아무것도 안하고 아무것도 주지않으면서 오로지 뭔가를 받고 위안을 얻으려는 심리가 그대로 반영된 것이 종교가 아닌가 싶다. 아울러 인간은 강요받기를 싫어한다. 아무리 좋은 종교도 누군가 강요하면 왠지모르게 반발하고 발뺌하고 싶은게 인지상정이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불교에 관한 책이면서 불교를 강요하지 않는다. 종교책이지만 불교에 대해 호감을 가진 사람에게는 양서임에 틀림없다. 전체를 이야기 하면서 부분적인 불교상식도 갖추고 있어 산과 나무를 동시에 볼 수 있는 훌륭한 책이라고 생각한다.

  책 뒷표지에서도 얼핏 나와 있듯이 저자는 "이미 존재했던 동아시아에 불교가 전해진 것이 아니라, 불교가 전해지면서 불교에 의해 동아시아라는 문화적 네트워크가 만들어지기 시작했다"고 말하고 있다. 그만큼 동아시아(한국, 중국, 일본, 대만, 티벳, 동남아시아 일부)에서 불교의 위치는 빼놓을 수없는 중심축에 있으며 바로 문화로 직결되어 있다. 저자는 그런 불교의 화려했던 역사적 위치와 침잠하고 있는 현재의 위치 그리고 앞으로 어디로 나아가야 할 것인가를 자연스럽게 말하고 있다. 
  상식적인 애기일지 모르나 고대인도에서 발생한 종교는 인도의 북쪽지역을 경유하여 전파된 북방불교(대승불교)와 남쪽지역으로 전파된 남방불교(소승불교)로 크게 대별된다. 이 중 대승불교는 실크로드(비단길)를 거쳐 중국으로 유입되었는데 이때부터 동아시아라는 지역적 문화적 개념이 정착되었다. 

  한때 불교에 심취해서 3경3게(천수경,반야심경,금강경,법성게,화엄경약찬게,무상게)를 암송하고 다닌 적이 있다. 비록 능엄경과 천주팔양신주경까지 욕심내다 마군에 무릎꿇고 사도(私道)에 빠져 형편없이 전락(轉落)해 버렸지만 아직도 불교를 생각하면 돌아온 탕자처럼 믿는 구석이 남아있다. 이 책에서도 역경(譯經)의 역사를 소개하며 구마라집과 현장법사 그리고 위경(僞經) 부모은중경과 천주팔양신주경 이야기가  나온다. 우리가 보통 읽는 한문섞인 금강경이 바로 서역 구자국(龜玆國,중국 신장위구르 자치구의 쿠차 현) 출신인 구마라집(344-409)의 한역본이다. 구마라집의 일화가 재미있다. 구마라집이 죽음에 임박하여 대중앞에서 맹세하길 "만약 내가 번역한 것이 잘못됨이 없다면 나를 화장한 후에도 내 혀만은 불에 타지 않을 것이다"라고 말하였는데 오직 그의 혀만은 재가 되지않아서 그의 혀를 모신 사리탑을 장안 초당사에 세웠다고 한다.(33p) 현장법사는 서유기의 삼장 현장법사로 잘 알려졌는데 그가 벌인 역경사업이 너무 방대하고 영향이 커서 현장이전의 번역을 구역(舊譯), 현장의 번역을 신역(新譯)이라고 부를 정도였다.(38p) 여기서 삼장(三藏)이란 경과 율과 논의 삼장에 달통한 자를 지칭한다고 한다.(30p)

  이 책에서 가장 좋았던 부분은 바로 원시불교에서 대승불교로 갈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쉽게 잘 설명되어 있다는 것이다. 대승경전과 보살에 대한 설명도 역사적 배경을 통해 잘 설명되어 있고, 구족계를 포기하고 노동을 택한 삼계교(三階敎)의 신행(信行540-594)에 대한 이야기도 무척 흥미로웠다. 출가 승려는 네가지 규칙(四依)을 지켜야 했는데 사의란 분소의(糞掃衣), 수하주(樹下住), 걸식(乞食), 진기약(陳棄藥)을 말한다. 분소의는 시체감싼 천이나 분(똥)을 닦은 천으로 만든 옷이고, 수하주는 집없이 나무아래서 머무는 것이며, 걸식은 재가자의 호의에 의존하여 먹는 것을 말하고, 진기약은 소의 소변으로 만든 약으로 출가자는 이것만 약으로 사용할수 있었다.(105p) 이러한 기본생활 규정에 의하여 일체의 세속적 직업이나 생산노농을 금지했던 구족계를 포기하고, 일체의 비전(悲田,중생)과 경전(敬田, 삼보) 공양하고 중생구제를 위해 노동의 역사가 시작되었고, 그것이 인도불교와 다른 동아시아 대승불교의 특징이라는 구절은 감동스럽기 그지 없었다.. 아울러 마지막 부분에 불국사의 석가탑(무영탑)과 다보답의 이불병좌(二佛竝座)를 거론하며 화엄경의 연화장세계해를 신라인들이 화엄불국으로 재창조에 대한 이야기도 상당히 유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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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데르센 동화집 1 안데르센 동화집 1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 지음, 빌헬름 페데르센 외 그림, 햇살과나무꾼 옮김 / 시공주니어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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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뜨겁던 한여름의 열기못지 않게 한 달 넘게 책장을 접었다 폈다 지지부진하게 읽었던 장 폴 샤르트르의 <구토>를 다 읽고 한마디 외쳤다. 자! 이젠 <안델센 동화집>을 읽자. 나도 모르게 뱉어버린 그 말에 헛웃음이 나왔다. 어렵다는 실존주의 철학자의 소설을 완독 후 동화책이라니. 그러나 인생이란 그 보다 더 아이러니하지 않을까. 먼 곳을 돌고 돌아 수많은 세월을 헤집고 돌아와 그렇게 다시 이 동화집을 집어 들었다. 그것이 무슨 의미를 줄지 생각하지 않는다. 그런 생각을 하는 것 자체가 유치찬란할 뿐이다. 그냥 다시 찾은 인연처럼 옛생각에 잠기면서 책장을 넘기는 것이다. 그러다 보면 시공간이 사라지고 잊혀졌던 기억들이 춤을 추며 아련한 상념과 옛추억들이 어루만져 질 것이다. 책이 없었던 초등학교시절 유일하게 집에 있었던 동화집이 바로 이 <안델센 동화집>이었다. 다리가 없는 앉은뱅이 책상위에 세칸짜리 나무 책꽂이가 있었고 그 위에 노란색표지의 3권짜리 <안델센 동화집>이었다. 그 이야기들 중에 압권은 역시 <인어공주>이었고 물거품이 되어버린 인어공주때문에 슬퍼했던 기억이 아직도 마음에 선하다. 그렇게 다시 찾은 <인어공주>는 익산역에서 무궁화를 타고 읽기 시작하여 논산역을 지나칠 무렵 다 읽었다. 그리고 <백조왕자>로 기억되어 있던 <들판의 백조>를 읽으니 어느새 하차역인 서대전역에 와 있었다. 
 
  바닷속 깊은 곳에 인어들이 살고 있었어요. 그 곳 성벽은 산호로 쌓여 있고 위가 뾰족한 높은 창은 한없이 투명한 호박석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지붕은 조개겁데기로 만들어져 있지요. 그 성에 인어 임금님이 왕비을 잃고  몇해째 혼자 지내고 있었고, 늙으신 임금님의 어머니는 여섯 명의 어린공주들을 무척 귀여워하셨답니다. 그중에서도 막내공주가  가장 사랑스러웠어요. 공주들은 바다 밖의 세상 이야기를 들을 때 가장 즐거워했고 열 다섯 살이 되면 바다 위로 올라갈 수 있었어요. 다섯 언니들이 세상 구경을 한 뒤 그 이야기를 들려주었고, 드디어 열 다섯 살이 된 막내 공주도 바다 위로 올라갔어요. 해질무렵 구름은 아직 장밋빛과 황금빛으로 빛나고, 분홍빛 하늘에는 초저녁 샛별이 반짝이고 있었지요. 바다 위에는 돛이 세개 달린 배가 떠 있었고 배안엔 많은 사람이 있었는데 그중 가장 아름다운 사람은 눈이 크고 검은 열 여섯 살쯤 되어 보이는 젊은 왕자였어요. 밤이 깊어지자 파도가 거칠어지고 커다란 먹구름이 몰려오더니 배가 집채만한 파도에 부딪쳐 두 동강나고 왕자님도 물속에 빠졌어요. 물속에 빠진 왕자님을 구한 인어공주는 왕자님을 사랑하게 되고 영원히 죽지않은 영혼을 가진 인간이 되기로 결심합니다. 그래서 소용돌이 속에 살고 있는 마녀를 찾아가 가장 아름다운 목소리를 댓가로 주고 물고기 꼬리 대신 인간의 다리를 가질 수 있는 물약을 얻습니다. 마녀는 말합니다. "한번 인간의 모습이 되고 나면 다시는 인어로 돌아올 수 없다는 것을 명심해라. 그리고 왕자가 자기 부모보다 널 사랑하여 부부가 되지 않는다면 결코 영혼을 얻을 수 없다. 만약 왕자가 다른 여자와 결혼하면 너는 그 다음날 아침 물거품이 될 것이다"  물약을 먹고 인간의 다리를 얻은 인어공주는 왕자님을 다시 만나게 되고  왕자님도 인어공주를 좋아합니다. 그러나 자신이 물에 빠졌을 때 자신을 구해준 아가씨를 더 찾는데 벙어리가 된 인어공주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어요. 결국 왕자님은 이웃나라의 아름다운 공주를 아내로 맞이하려고 합니다. 왕자님의 사랑스런 신부가 되지 못해 인간의 영혼도 얻지못하고 물거품이 되어야 할 인어공주가 상심에 젖어 있을 때 머리카락이 싹둑 잘려 있는 언니들을 보게 됩니다. 언니들은 말합니다. " 우린 마녀한테 머리카락을 잘라줬어. 너를 살려 달라고. 그랬더니 마녀가 단도를 줬어. 해가 떠오르기 전에 이걸로 왕자의 심장을 찔러야 해. 왕자의 따뜻한 피가 다리에 묻으면 다리는 예전처럼 물고기의 꼬리로 변해 다시 인어가 될 수 있단다. 그리고 죽어서 물거품이 될때까지 300년은 너끈히 우리와 행복하게 살 수 있어. " 하지만 인어공주는 왕자님을 비수로 찌르지 못하고 아침해가 떠오르자 물거품이 되어 사라져 버렸답니다. 

  "사라져 버린다는 것" 그것은 참을 수 없는 아픔이고 견딜 수 없는 두려움이다. "물거품이 되어 사라져 버린다는 것" 그것은 동화책에 나오는 애기이지만 철학의 영원한 화두이기도 하다. 어린 아이 적이 있었던가.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다. 새파란 청춘이 있었던가. 어느새 지나가 버렸다. 이것은 늙은이의 넋두리가 아니다. 나는 아직도 젊고 아직도 사라지기엔 이르다. 아니 모두에게 자신은 항상 사라지기엔 이른 것이다. 그러나 우리 모두는 사라질 수 밖에 없다. 동화책속에서만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역사속에서도 사라지고 가정에서도 사라지고 기억속에서도 사라진다. 그렇게 사라짐은 항상 우리곁에 있다. 사실 동화책도  내 기억속에서 오래동안 사라져 있었다. 그런데 몇십년만에 다시 돌아왔다. 역시 느낌이 다르다. 그러나 사람은 다 때가 있는 법이다. 늦기전에 애들에게 권해 주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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