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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공자의 수사학 : 군자의 리더십과 인성론 - 군자의 리더십과 인성론
안성재 지음 / 어문학사 / 2017년 12월
평점 :
‘공자의 수사학(修辭學)’ 이란 이 책을 처음 봤을 때 나는 사실제목의 ‘공자’보다는 ‘수사학’에 관심이 갔다. 공자는 누구라도 알고 있는 동양의 성인이라서 따로 설명할 필요가 없지만 공자님이 수사학에 대해서 말씀하셨다고 말하는 이 책의 제목이 다소 생소했기 때문이다. 수사학의 사전적 의미는 “언어의 사용법을 연구하는 학문으로 의미 전달에 효과적인 문장과 어휘를 사용해서 설득의 효과를 높이기 위한 표현방법을 연구하는 학문”이다. 이 책의 서두에서도 언급했듯이 보통 서양의 레토릭(rhetoric)을 동양에서는 수사학으로 번역하여 사용하고 있다. 나에게 수사학은 아리스토텔레스의 ‘수사학’을 연상하게 한다. 공교롭게도 올 초에 시학과 같이 번역된 아리스토텔레스의 수사학을 접했기 때문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수사학을 “주어진 경우에 가능한 모든 설득 수단을 찾아내는 능력”이라고 정의하고 있으며, 수사학의 본성은 변증술과 짝을 이룬다고 하였다. 아울러 아리스토텔레스는 수사학 종류를 세 가지로 분류하였다. 모든 연설이 말하는 사람, 주제 듣는 사람이라는 세 요소로 구성되는데 이에 따라서 심의용 연설, 법정 연설, 과시용 연설로 수사학을 구분하였다.
이러한 수사학에 대해 공자님은 어떻게 말씀하고 있을까 생각하면서 이 책을 펼쳤다. 하지만 내 예상은 이 책의 첫 장에 나오는 구절 논어(論語)의 ‘술이부작(述而不作)’에서 정확하게 빗나갔다. 우리가 생각하는 수사학(修辭學)을 한자 그대로 해석하면 말이나 글을 그럴 듯하게 꾸미는 것인데 공자님은 술이부작(述而不作)으로 원론적으로 수사를 부정하고 있다. 수사하면 바로 사문난적(斯文亂賊)인 것이다. 하지만 저자는 결코 그렇지 않다고 말하고 있다.
子曰: “述而不作 信而好古, 竊比於我老彭”
자왈: “술이부작, 신이호고, 절비어아노팽”
[미언] 공자가 이르시기를 : “서술하지만 창작하지 않고, 믿어서 옛것을 좋아하니, 슬그머니 나를 노팽에 견주어본다.”
[대의] 공자가 이르시기를 : “객관적인 사실만을 있는 그대로 기록하고, 확실하지 않은 것은 임의로 지어내지 않으며, 또 옛 성현들의 도를 믿고 따르는 나의 모습을, 조심스럽게 노팽에 비유하여 표현해본다.”
언뜻 보기에도 이는 서양의 레토릭과 아무런 관련이 없거니와, 심지어 공자의 글쓰기 혹은 말하기 이론으로 간주하기에는 더 큰 무리가 있어 보인다. 더욱이 ‘문질빈빈(文質彬彬)’이라는 표현은 글쓰기나 말하기와는 하등 관련이 없는 전혀 다른 의미를 지닌다. -5p-
이 책의 편제는 위와 같다. 논어의 한 구절을 미언으로 글자 그대로 풀이하고, 대의로 그 뜻을 풀이한 후 저자의 그렇게 생각한 근거를 제시하는 방식이다. 전체적으로 논어의 한 구절를 소제목으로 하여, 이 소제목에 대하여 유교경전인 예기(禮記)에 나오는 구절을 근거로 풀이하였다. 즉 단순하게 논어만을 풀이한 책이 아니다. 고로 결코 쉬운 책은 아니다. 하지만 소제목들을 보면 그나마 저자가 무슨 이야기를 하려고 하는지 짐작은 할 수 있다.
소제목을 열거해 보면 “ 5.군자 : 참된 지도자, 6. 도 : 지도자의 통치이념, 7. 덕 : 강함과 유함을 조화롭게 실천하는 강조, 8. 중화(中和) : 덕의 양대 요소, 10. 인(仁) : 진심으로 섬기고 따르는 어짊, 11. 의(義) : 신분에 따른 의미를 다하는 의로움, 12. 예(禮) : 조화를 위한 절제와 통제, 13. 악(樂) : 예를 보완하는 온유함” 등 전부 21가지가 있다.
이렇게 어려운 많은 내용을 전부 다 요약할 수 없고 또 리뷰를 한다는 것은 나에게 중과부적(衆寡不敵)이다. 하지만 이 중에서 흥미롭게 읽은 의(義)에 대해서 간략하게 알아보고 리뷰를 마무리하기로 한다. 보통 우리가 생각하는 의(義)는 정의(正義:사회나 공동체를 위한 옳고 바른 도리)라는 단어와 가깝다. 하지만 이 책을 읽어보면 그 의미가 다름을 알 수 있다. 저자는 우선 예기의 한 구절을 인용한다.
“ 염이불귀(廉而不劌), 의야(義也)
모가 나지만 상처를 입히지 않는 것이, 의로움이다. -禮記 聘義(빙의)-
故國有患(고국유환), 君死社稷(군사사직), 謂之義(위지의).
大夫死宗廟(대부사종묘), 謂之變(위지변).
따라서 나라에 환난이 있음에, 임금이 사직에 목숨을 거는 것, 그것을 일컬어 의라고 한다. 대부가 종묘에 목숨을 거는 것, 그것을 일컬어 변이라고 한다. -禮記 禮運(예운)-
이는 의라는 거이 옳다고 생각하는 것에 목숨을 걸 수 있는 자세를 뜻한다. 그렇다면 무엇이 옳다고 여기는 것일까. 이어서 또 다음의 기록을 살펴보자.
(한자 생략) 무엇을 의라고 일컫는가? 아버지는 자애롭고, 아들은 효도하며, 형은 착하고, 아우는 공경하며, 남편은 합당한 행동을 하고, 아내는 순종하며, 어른은 은혜를 베풀고, 어린이는 따르며, 임금은 진심으로 섬겨서 따르고, 신하는 충후해야 하니, 이 열 가지를 사람의 의라고 일컫는다. -예기 예운-
(중략) 따라서 의(義)는 사실상 신분과 계급상의 서열을 명확하게 하고 그 서열에서 마땅히 지켜야 할 바를 목숨 걸고 지키는 것이 된다.” -199p~201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