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책을 보았을 때 인터넷 mp3 다운로드 사이트인 소리바다와 관련된 젊은이들의 현대적인 사랑을 담은 장편소설이라 생각했다. 요즘 아이들은 어떤 식으로 사랑하며 어떤 감정에 괴로워하고 또 어떠한 사랑을 꿈꾸는지 자못 궁금했었지 때문이다. 그러나 그런 나의 상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그래서 책을 읽은지 일주일이 지나갔지만 지은이가 어떤 사랑을 말해주려했는지 아직도 가늠이 가질 않는다. 이 소설에서 말하는 소리바다는 인터넷과 관련된 장소도 그런 느낌의 무대와도 전혀 다른 느낌의 장소이다. 그것은 흡사 어린왕자가 살고 있고 인어공주가 사는 곳 같은 상상속의 바다이기 때문이다. 이 책을 손에 잡기 전 알베르 까뮈의 <작가수첩1>을 읽고 있었다. 그러던 중 가볍게 국내소설이나 한편 읽자고 택한 것이 바로 이 소설이다. 역시 여고생이란 지은이의 나이가 말해주듯 애써 어려운 문장을 구사할려고 하지 않았다. 지은이의 말처럼 글쓰는 것 자체를 즐기는 듯 일상의 언어들을 한편의 동화책처럼 가볍게 그려 놓았다. 그러나 누구나 쉽게 상상할 수 있는 그런 류의 느낌은 절대 아니다. 그러니 까뮈의 책과 비교하려던 생각에 콧웃음이 절로 나올 수 밖에. 아울러 작가는 "살고 싶어서 글을 썼고 누군가를 살리고 싶어서 글을 썼는데 이제야 비로서 전자를 이룬 기분이다"라고 책 후기에 써놓았느데 글쎄 나도 한 때 소설을 쓰고 싶다는 생각은 많이 해 보았으나 그정도로 그랬는지 이젠 그런 기억마저도 가물가물하기만 하다. 지은이는 1993년생으로 초등학교 6학년 때부터 소설을 써왔다고 한다. 그정도라면 정말 어느 정도 책을 좋아하는지 상상이 간다. 가끔 도서관에 가보면 정말 책속에 묻혀서 놀고 있는 애들을 보며 놀라곤 한다. 내가 어렸을 때는 책 읽기보다 책 자체를 구하기가 힘들었다. 물론 촌에 살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책이라고 해봐야 겉장이 떨어져 나간 위인전이나 대를 물린 곰팡이 핀 동화책정도의 책이었다. 그러니 요즘 애들의 독서량을 어찌 감히 따라 갈 수 있겠는가. 그러나 책보다 더 재밌는 것들이 많은 세상이니 한편으로는 애들이 부럽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안타깝기도 하다. 책을 읽는 것보다 책을 선별하는 시간이 많이 걸리고 어쩌면 책 읽는 속도보다 책 나오는 속도가 더 빠른 세상인지 모르겠다. 이 책의 줄거리는 유의라는 고3 수험생이 J라는 친구와의 관계를 통해 소리바다를 경험하고 사람과 사람사이의 관계를 깨닫게 된다는 내용이다. 특히 마지막 부분의 반전이 흥미롭다. 유치 찬란한 사랑놀음도 아니고 그렇다고 의미신중한 사랑애기도 아니다. 책 중간 중간에 그려진 삽화는 동화책을 보는 듯한 옛 생각을 하기에 충분했다. 아쉬운 점이 있었다면 재생종이가 아니었더라면 더 좋았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어린 작가의 다음 작품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