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 노승의 화려한 점심 - 있으면 행복하고 없으면 자유로운 삶
향봉 지음 / 불광출판사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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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날 유투브에서 한겨례 조현기자와 향봉 스님의 대담 영상을 보게되었다.

그런데 하시는 말씀중에 하나가 꽃였다.

'어디가 동쪽이고 어디가 서쪽이냐?' 는 질문에 스님의 대답은 '내가 있는 곳이 중심이고 나를 기준으로 동서 남북이 있다는 것' 이다.

일반적으로 태양이 뜨는곳이 동쪽이고, 태양이 지는곳이 서쪽이라고 하지만 그게 아니라는 것이다

세상의 방향은 정해진것이 아니란것이다. 나는 항상 동서남북의 중심에 있다는 것이다.

이는 곧 임제 선사의 수처작주 입처개진(隨處作主 入處皆眞: 내가 가는곳 마다 주인이 되고, 서있는곳 마다 진리가 된다.) 의 뜻이 된다는 것이라.

이 스님 뭐지?

스님의 외모는 중국에 있는 포대화상을 연상시키는 나이 많으신 할아버지 같은 푸근한 인상을 주셨다.

말투도 시골 스님의 푸근한 말투인데 말속에 선기(禪氣) 살아 있다.

보통 큰스님이라 하실만한 스님들의 법문을 들으면 그냥 평범한것 같은데 갑자기 뭔가 한방을 먹여주는것이 있다.

특히나 선을 수행하신 스님들의 말 한마디는 그냥 벼락이 되어 버린다.

그렇게 유투브를 통해 알게 된 책 <산골 노승의 화려한 점심> 이다.

스님의 말에 의하면 아주 늦게 철이 들어 중국과 티벳, 네팔,인도로 떠나 해외에서 15년을 구도행을 하셨다고 한다.

스님의 표현으로 '늦게 철이 들었다' 고 하셨는데 이건 '진짜 수행자의 본분' 을 자각하신것이 아닐까 싶다. 스님들 마다  출가의 사연은 다 다를것이다.

하지만 출가의 이유가 어쨓든 목적은 하나라고 짐작된다.

깨달아 부처를 이루겠다는것.

출가하여 스님이 되겠다는것은 '금생에 기필코 부처를 이루겠다' 는것의 다른 표현이라 생각된다.

세간과 출세간이 둘이 아니라고 했지만 그걸 깨닫기 전에는 여전히 다르다.

스님의 늦게 철들었다는 표현대로 겉으로 보이는 스님 노릇을 벗어난 진짜 '속공부' 를 하려고 15년간의 만행(萬行)을 하신것이다.

책의 초반에는 전전생(前前生)이라고 표현 한것처럼 까마득하게 여겨질 어린 속가 시절일화로 가볍게 시작된다.

초딩시절 길자년과 개구장이들과의 추억, 해인사시절 아련했던 러브스토리, 혈기 넘칠때 방장스님께 똥물을 뿌린사건과 현재 익산 미륵산 사자암의 소소한 일상이 담겨있다.

책의 중반부에는 중국과 티벳, 인도에서 만행중 체험하고 겪은 내용들로 구성 되어있다.

그중 인도 만행중에 우연히 만났던 영국인 부부 이야기는 긴 여운을 준다.

스님과 영국인 부부가 만났을 당시 부인은 말기암 환자였고 얼마남지 않은 생을 남편과 함께 인도를 여행하는 중이였다고 한다. 그렇게 잠깐의 인연으로 저녁식사를 함께 한후 스님과 이들 부부는 헤어졌었다고 한다. 이후 부인은 인도 다람살라에 가서 달라이라마를 만나 불교에 귀의한뒤 얼마안가 죽었다고 한다. 그뒤에 남편은 영국으로 돌아가지 않고 티벳의 승려가 되어 스님과 다시 한번 만나게 되었다고 한다. 티벳에선 사람이 죽으면 자루에 넣어 천장()이라고 하여 독수리 밥으로 작두질하여 뿌린다고 한다. 그런 작두질 하던 수행승이 바로 영국인 부부의 남편이었다고 한다.

점점 인연과 죽음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는 장이었다.

책의 후반부의 내용은 스님의 완전히 철들고 난후의 소식이다.

중도, 윤회, 무아와 연기, 선에 대한 스님의 견처를 내보이고 있다.

짧지만 곱씹어 볼 내용들이다.

<깨닫기 이전에도 사람이요 깨달은 이후에도 사람이다. 깨닫기 이전엔 '눈,귀,코,입,몸,뜻'으로 경계에 따라 윤회를 거듭하는 사람이지만,깨달은 이후엔 오온과 육정에서 집착하지 않는 자유로운 삶의 주인공이 되는것이다.> p.216

이 구절에서 보면 결국 스님이 표현하신 철이 든다는 것은 사람이 되는것이 아닐까 싶다.

참사람. 자유로운 주인공처럼 사는 사람을 말한것이다.

오늘 이 순간에 주인공이 되는 삶을 살자.

사자암의 화려한 점심 , 언제간 한번 맛 볼수 있지 않을까?

집착은 키울수록 병이 되고
욕심은 버릴수록 아름답다. - P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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