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성 - 죽을 만큼, 죽일 만큼 서로를 사랑했던 엄마와 딸
미나토 가나에 지음, 김진환 옮김 / 리드리드출판(한국능률협회)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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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모성"이란 작품명과 "미나토 가나에"의 결합 때문에 혼란스러웠습니다. 미나코 가나에의 모성은 이미 오래전에 출간되었던 책인데 뭔가 '같은 제목으로 번역이 되었지만 신간인가?' 하는 호기심이 들었습니다. 그때도 모성이란 작품을 알고 있었지만 읽어보지 않았기 때문에 의아함을 가지고 책을 보니 신간이기는 하지만 이미 북폴리오에서 2013년에 출간되었던 동명의 같은 작품이었습니다.



이 작품이 복간된 이유는 작년 말에 이 책을 원작으로 한 영화가 개봉되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토다 에리카"와 "나가노 메이"가 주연한 이 영화는 그러나 안타깝게도 국내에는 개봉되지도 않았고 크게 화제가 되지도 못했던 모양입니다. 그래도 제가 포스터를 본 기억이 나는 걸로 봐서는 아름아름 관심을 받기는 했던 것 같습니다.



이런 연유로 출간 10년 만에 복간된 이 소설을 읽어볼 기회를 갖게 되었으므로 저에게는 의미가 있는 복간이었다 싶습니다. 오랜만에 일본 작가의 소설을 읽어 신선했고 특유의 분위기와 화풍을 느낄 수 있어 만족스러웠습니다. 미나토 가나에의 작품은 거의 읽어보지 않았지만 일본 소설에서 느껴지는 특유의 집요함과 이질감을 즐겁게 즐겼습니다.



"미나코 가나에"가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에 있어서 실체적으로 느껴지는 불편함에 대해 천착하는 작가라고 봤을 때, 그 테마에 가장 빛날 수 있는 주제 중 하나가 바로 "모성"이 아닐까 합니다. 실제로 저자는 이 소설을 쓰면서 '작가를 그만두어도 좋다는 생각으로 썼다'라고 알려졌습니다. 저에게 얼마나 와닿았는가와는 별개로 "모성"이라는 주제에 대해 불편하리만치 노골적인 질문을 하고 있는 것 만은 분명해 보입니다.



이 소설에 나타나는 모녀 관계는 일반적으로 우리 사회에서 보기 쉬운 관계와 역전된 관계를 동시에 보여줍니다. 이로써 이중적이고 모순된 복잡 미묘한 관계의 문제를 조망하고 있습니다. 주인공은 어머니와 깊이 애착되어 인생의 의미를 '어머니에게 인정받고 사랑받는 것'으로 정해놓은 사람처럼 행동하고 사고합니다. 행복의 원천은 어머니의 반응입니다. 지나치게 경도되어 있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극단적인 모습을 보입니다.



결국 관계의 문제가 핵심이므로 캐릭터가 가장 중요한 소설입니다. 이 소설은 저자가 보여주고 싶은 모성에 관한 아이러니한 양상을 극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다소 극단적인 캐릭터의 모습을 창조해두었습니다. 소설을 읽다 보면 여러 캐릭터의 행동과 입장이 어느 정도는 이해가 되면서도 비현실적인 면이 많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렇기에 인간에 대한 이해의 폭이 조금은 넓어지는 기분입니다.



이 소설은 상당히 독특한 전개 방식을 가지고 있습니다. 크게 세 가지 시점이 순차적으로 반복되며 이야기를 쌓아나갑니다. '모성에 관하여 - 어머니의 고백 - 딸의 독백'이라는 세 가지 파트가 총 7번 반복하며 이야기를 완성하는 구조입니다. 소설에서 화자를 어떻게 가지고 가느냐가 굉장히 중요합니다. 독자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바를 어떤 느낌으로 전하는가가 완전히 달라질 수 있어 소설의 질감 자체가 달라집니다.



개인적으로 저자가 다루고 있는 주제와 양상이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소설의 구조와 기술 방식, 독자의 극적인 감정 변화를 유도하는 장치의 효율적인 사용 등은 눈여겨볼 만합니다. 이야기 자체는 재미있고, 생각이 많아지는 소설입니다. 소설을 읽으며 마음이 불편해지는 경험도 오랜만인 거 같아 반갑습니다. 한번은 읽어볼 가치가 충분한 소설이라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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챗GPT, 질문이 돈이 되는 세상 - 이미 시작된 AI의 미래와 생존 전략
전상훈.최서연 지음 / 미디어숲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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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드류 니콜 감독의 영화 <인 타임>에서는 모든 것이 시간으로 계산되는 세상을 그리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인 타임의 세상에서는 돈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돈 대신 각자가 가진 시간으로 비용을 치르게 됩니다. 모든 인간은 신체에 '카운티 바디 시계'를 가지고 태어나고 25세가 되면 이 바디 시계가 활성화되어 1년이라는 시간이 주어집니다.


인 타임 세상에서 25세가 된 성인은 1년이라는 시간을 활용해 평생 살아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커피 1잔만 마셔도 4분을 사용하고 권총을 한정 사려면 3년이라는 시간을 지불해야 합니다. 성인이 되면 노동을 하던 투자를 하던 뭔가 경제활동을 해서 시간을 벌어야 삶을 이어갈 수 있습니다.


가난한 사람은 시간이 없는 사람이라 늘 뛰어다닙니다. 반면 부자들은 가진 시간이 넘쳐나서 행동이 느리고 느긋합니다. 서로 시간을 줄 수도 있고 빼앗을 수도 있습니다. 시간을 빼앗기거나 모두 소비해서 0이 되면 즉시 사망합니다. 이 영화는 모든 것을 시간으로 환산하는 흥미롭고도 의미심장한 세상을 그리고 있습니다.


앤드류 니콜 감독의 예상과는 다르게 챗GPT의 등장으로 현실 세계는 사뭇 다른 양상으로 흘러가고 있습니다. 시간이 돈이 되는 세상이 아니라 "질문이 돈이 되는 세상이 도래하고 있습니다". 챗GPT의 존재는 애플의 아이폰이 포문을 연 모바일 세상의 충격보다 몇 배는 더 큰 충격을 주고 있다고 합니다.


미디어숲 출판사의 신간 <챗GPT, 질문이 돈이 되는 세상>은 전문가와 일반인 사이의 심각한 정보 격차와 체감의 차이를 메꾸어주기 위한 목적으로 출간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챗GPT를 사용해 본 분들이라면 누구나 "제대로 된 질문이 가장 중요하다."라는 사실을 이해하실 겁니다. 저 역시도 당장 설치 후 체험을 하고 싶은데 뭘 어떻게 물어야 할지 막막한 심정을 느꼈던 기억이 납니다.


이 책은 챗GPT로 대표되는 A.I의 시대를 맞아 세상이 근본적으로 어떻게 변화할 것이며, 나와 직접적으로 관련이 있는 직업의 세계는 어떤 형국으로 흘러갈 것인지, 그리고 우리가 목메다는 아이들 교육은 어떤 방식으로 변해야 하는지를 두루 돌아봅니다. 여기에 미래 사회를 맞아 우리는 어떤 생존 전략을 취해야 할지 전망합니다.


저자들은 첫 번째 파트에서 챗GPT로 대변되는 변화의 시작이 초래할 미래의 모습을 가볍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파트 1의 내용은 평소 관심이 있던 독자들은 얼마든지 들어보암직한 익숙한 이야기들입니다. 파트 1의 마지막 꼭지인 "데이터 배당 시대로의 대전환" 부분은 그중에서도 특히 흥미롭고 생각해 보아야 할 문제입니다.


로봇으로 노동이 대체되는 세상에 기본 소득의 문제와 맞물려 있는 데이터 배당 제도는 지금으로써는 상상하기 쉽지 않지만 어쩌면 빠른 시일 내로 도입될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위에서 언급한 인 타임처럼 시간이 돈이 되는 세상이 아니라 내가 생성해 낸 가치 있는 데이터가 돈이 되는 시대의 도래 말입니다.


두 번째 파트에서는 변화할 일자리 문제, 직업의 영역에서 발생할 일들을 다루고 있습니다. A.I에게 빼앗길 일자리의 문제를 다루면서 그동안 인간이 해오던 분야 중 대체될 분야와 대체 불가 분야 등을 살펴봅니다. 직업관이나 직업의식의 변화가 필요함을 역설하고 있고 미래의 인재상이 정말 새롭게 바뀔 것이라 설명합니다. 파트 2의 마지막 꼭지 "챗GPT를 활용하는 자 vs. 활용하지 못하는 자" 부분은 역시나 직업의 영역에서 가장 뜨거운 사안이 될 것이라 생각됩니다.


세 번째 파트는 교육 문제를 다루고 있는데, 개인적으로 가장 답이 안 나오고 변화의 여지가 적은 분야라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저자들은 교육 분야가 가장 많이 바뀌어야 한다는 주장을 역설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한 부분도 반론을 제기할 이야기는 없습니다만, 정말 쉽지는 않을 거라 예상됩니다. 특히 챗GPT 시대에 관심 있게 살펴보아야 할 A.I 윤리 교육에 대해 다룬 부분도 흥미롭습니다.


네 번째 파트에서는 미래의 사회를 전망하면서 챗GPT로 인해 발생할 다양한 상황을 상정하고 적극적으로 발전시켜 나갈 것인가? 사회 문제, 윤리 문제 등을 더 부각시켜 도전을 제한할 것인지 묻고 있습니다. 마지막 파트야 말로 저자들이 책을 통해 주장하고 싶은 바라 할 수 있고 상당히 진중하게 주장을 전개해나가고 있습니다. 이 파트를 읽다 보면 챗GPT로 인해 도래할 미래의 문제에 대해 저자들이 얼마나 진심인가를 알 수 있습니다. 상당히 좋은 파트라 생각됩니다.


저자들은 챗GPT의 충격을 일시적 현상으로 치부하지 말고, 어떻게 앞으로 A.I와 공존할지 진지하게 고민할 것을 제안합니다. 그리하여 실제로 챗GPT와 적극적으로 대화를 시작해 보라 조언해 주고 있습니다. 챗GPT라는 단어를 들어는 봤는데 정확히 개념 정리가 안되시는 분이나 이런 변화를 통해 향후 펼쳐지게 될 미래의 전반적인 전망에 대해 알고 싶으신 분들에게는 정말 좋은 교재가 될 책입니다. 일독을 권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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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 色을 입다 - 10가지 색, 100가지 패션, 1000가지 세계사
캐롤라인 영 지음, 명선혜 옮김 / 리드리드출판(한국능률협회)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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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초에 제주도 가족여행을 다녀왔습니다. 첫째가 중학생이니 모든 의사 결정은 첫째 중심으로 돌아갑니다. 4박 5일의 제주 여행 일정이 온통 첫째가 가고 싶은 장소 위주로 정해집니다. 그렇게 정해진 장소들은 하나같이 인스타그램 사진 스팟이었습니다. 인스타그램에 올릴 만한 사진을 찍는 것이 여행의 주요 목적이 되어버렸습니다. 인스타에서 핫한 모 식당에 갔는데 인테리어도 좋고 음식도 너무 예뻤습니다. 그러나, 우리 가족을 멘붕에 빠뜨린 건 실망스러운 음식 맛이었습니다. 그래도 사진은 잘 나왔습니다.



이렇게 우리는 사진이 잘 나오는 장소, 음식, 패션이 일 순위인 세상에 살고 있습니다. 소위 '인스타그램 빨 받는' 것이 중요한 선택 기준이 된 세상입니다. 인스타그램 화면 속 프레임을 위해서 중요한 요소는 배경, 피사체 등 여러 가지가 있지만 눈길을 끄는 화려한 색감도 무척 중요합니다. 그래서인지 우리는 다채로운 컬러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습니다.



<패션, 색을 입다>의 저자 캐롤라인 영은 색깔 자체를 통합해 다루지 않고 10 가지 색을 개별적으로 살펴보는 방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이 부분이 이 책의 가장 특징적인 부분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세계의 패션 역사에 있어 색을 다루는 인식이나 기술, 문화가 이렇게 변천해 왔다.' 정도로 그치지 않고 검정, 보라, 파랑, 녹색, 노랑, 주황, 갈색, 빨강, 핑크, 흰색까지 색을 하나하나 분리해, 이 색들의 역사적 발전과 인식 변화 등을 상세히 설명하는 방식입니다.



살면서 특정 색이 역사적으로 어떻게 인식되어 왔고, 어떤 특정 사건에서 촉발되어 그 색에 대한 생각들이 변화되었는지, 누구 때문에 더 활용하게 되었고, 파격적인 변화를 겪어 왔는가 등을 생각해 볼 일은 없었습니다. 그래서 이 책의 내용이 조금 버겁기는 했지만 그만큼 신기하고 재미있었습니다. 전혀 몰랐던 분야에 대한 지식을 쌓고 저자의 통찰을 나눠 가지는 경험은 상당히 의미 있었습니다.



챕터마다 설명되는 개별 색의 히스토리를 살펴보는 과정 자체가 상당히 재미있는 스토리가 됩니다. 각 색깔들마다 현대인들이 가지는 감정이나 느낌이 있고, 그 색을 활용한 옷을 입었을 때의 기분, 그 색을 입은 사람을 대할 때의 느낌들이 다양하게 존재합니다. 동일 시대와 장소에서 느끼는 입장은 유사하다 보니 이해도 쉽고 공감을 이끌어냅니다.



10가지 기본색의 역사를 소개하고 어떤 변천을 거쳤는지를 읽어나가면서 인류의 다이내믹한 가치관 변화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시대상을 반영한 사회적 합의가 색을 정의하고 사용하는 데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도 알 수 있었습니다. 따지고 보면 상당히 지루하고 관심을 가지기 어려운 내용이기도 한데, 패션이나 색에 대한 센스가 별로 없는 저도 그럭저럭 읽어낼 수 있었던 것은 작가의 필력이 상당히 훌륭하다는 반증이 아닐까 싶습니다.



책에서 언급된 각 색의 이미지 변천과 시대별 특징들을 잘 고려해 본인의 패션에 적용한다면 기존보다 훨씬 뛰어난 안목으로 센스 있는 패션을 선보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물론 이론적으로 색의 특성과 히스토리를 아는 것이 바로 내 패션 센스로 이어지지는 않지만 길게 보아 시야가 넓어지고 안목이 생기는 것은 무척 중요합니다. 패션에 관심이 있거나 깔 맞춤을 좋아하시거나 컬러에 관심이 있는 분들이 보아도 좋겠고, 이런 분야에 아예 젬병인 분들이 읽어도 너무 좋을 책입니다. 한 번쯤은 이런 특색 있는 책을 읽는 것이 독서력에 있어서도 큰 도움이 되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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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강달러 시대, 돈의 흐름 - 금융위기를 대처하는 돈 공부
홍재화 지음 / 포르체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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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안타깝게도 경제와 돈에 대해 잘 모릅니다. 모르려고 모르는 건 아닌데 돈에 대해 감이 좀 없는 것 같습니다. 부자가 되는 법 같은 걸 많이 읽어봤는데 욕구만 강해지고 실천해서 돈을 크게 벌어본 경험이 아직 없습니다. 돈을 모르는데 대관절 달러가 뭐란 말입니까? 달러라고 하면 그저 미국 돈이라는 정도, 옛날에 어른들이 "00라면 달러 빚을 얻어서라도 사야 된다." 뭐 이런 이야기하실 때나 듣던 말이기도 합니다.



누구나 사회생활을 하면 경제 활동을 하게 됩니다. 하는 일이나 직업에 따라 차이는 있을지라도 나라의 경제 상황에 따라 개인의 경제 활동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한국에 살고 있는 우리는 국내 경기에 영향을 받습니다. 그런데 국내 경기는 또 해외 경기, 특히 미국의 경제 상황에 심각하게 영향을 받습니다. 커플처럼 같이 움직이는 모양입니다. 이 때문에 우리 개인도 미국 돈인 달러에 대해 관심을 가져야 하는 것입니다.



<초강달러 시대, 돈의 흐름>의 저자 홍재화씨는 파나마 무역관으로 일하시다가 현재 자가 브랜드 신발을 생산해 수입, 수출하고 있는 분입니다. 아무래도 무역 일을 하시면 환율에 민감할 수밖에 없고, 그중 특히 달러화의 중요성에 대한 경험을 충분히 하셨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처럼 무역 일을 하면서 실제로 달러의 영향과 파급력을 피부로 느끼면서 이에 대한 책을 쓰신 것 같습니다. 경험에서 나오는 지식이 가치가 큰 이유는 막연하고 개념적인 이야기가 아닌 현실 세계에서 바로 적용되는 생생한 지식이기 때문입니다.



꼭 무역을 하지 않아도 달러를 알아야 하는 이유는 채권, 주식 등의 투자자는 물론 저자의 예처럼 동네 삼겹살집도 달러 환율에 따라 원가가 오르내리기 때문입니다. 내가 대한민국에서 무슨 일을 하던 직, 간접적으로 달러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것이 확실하고 앞으로도 이 추세는 크게 변할 가능성이 없습니다. 그렇기에 달러는 알고, 환율의 영향을 인지하고 있는 것은 중요합니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달러화가 왜 이렇게 중요하고 알아야 하는지, 환율의 변화에 왜 민감하게 반응해야 하는지 차근차근 설명해 주고 있습니다. 달러의 움직임을 보면 환율 변동에 대해 예측이 가능하고, 이는 글로벌 거시 경제의 변화를 조금이라도 빨리 알 수 있다고 합니다. 이 약간의 차이가 개인은 물론 기업과 국가의 경제적 이해득실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특히 불규칙하고 변동성이 심해진 최근에는 더욱 기본을 알고 예측하려고 힘써야 할 때입니다. 저처럼 달러, 환율, 경제에 둔한 분이 계시다면 반드시 읽어서 조금이라도 감을 잡아야 할 일입니다.



세상 모든 일이 다 그렇지만, 좋을 때는 너도 나도 다 좋지만 상황이 어려줘지면 일부 조건이 좋은 옵션만 살아남게 됩니다. 적어도 돈의 문제에 있어서 현존하는 전 세계 통화 중 가장 조건이 유리하고 나은 화폐가 달러이기 때문에 달러 쏠림 현상이 점점 심해질 것으로 예측합니다. 문제는 미국이 기축통화로서의 이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더 이상 달러를 계속 찍어내기 어려운 상황이고 무역 적자만 계속 늘리기 어려운 상황에 와 있다는 사실입니다. 그리하여 달러 공급을 줄이고 더욱 달러 강세 현상이 심해지게 됩니다.



뭐가 되었건 모두가 원하면 가치가 올라가고 비싸지는데, 그 물건을 가지고 있는데도 생산해 팔 수 없는 처지가 되어 파는 사람도 사는 사람도 모두가 답답한 상황에 처하게 되는 것입니다. 미국이 마냥 달러를 찍어내 공급할 수 없는 것은 자국 내 상황이 녹록하지 않아졌기 때문입니다. 중국의 위안화가 이 자리를 차지하려 무척 노력하고 있으나 사실상 당장은 역부족으로 보입니다. 오히려 중국의 노력 탓에 세계 경제가 더 혼란을 겪는 부분도 있습니다. 지금은 패권을 차지하려는 다툼보다 모두가 생존하려는 노력이 절실한 때로 보입니다.



달러, 환율 읽으러 왔다가 책 읽고 글쓰기로 마무리되는 바람직한 책입니다. 달러와 환율을 중심으로 세계 경제의 흐름에 대해 알고 싶으신 분은 물론 돈에 대한 일반적인 공부도 함께 하고 싶으신 분에게 권해드립니다. 어렵지 않으니 가벼운 마음으로 후루룩 읽으시면 반드시 도움이 되실 것으로 확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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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이 제갈량에게 말하다 2 - 우연한 사건이 운명을 바꾼다 현대 심리학으로 읽는 《삼국지》 인물 열전
천위안 지음, 정주은 옮김 / 리드리드출판(한국능률협회)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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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의 천재 작가라 불리는 천위안은 현대 심리학의 관점에서 삼국지 속 역사를 재해석합니다. 심리학이라는 툴로 역사 속 인물이나 사건을 분석하는 방식으로 흥미로운 책을 써내는 놀라운 작가입니다. 이 천재 작가의 눈으로 역사상 최고의 천재라 불리는 제갈량에 대해 속속들이 파헤칩니다. 1편에서 이미 맛보았지만 그동안 그렇게 삼국지를 즐겨 읽으면서도 한 번도 생각지 못했던 천재 제갈량의 약점과 인간적인 면모를 디테일하게 들여다보는 일은 정말 매력적입니다. 


   2편에서는 와룡과 봉추로 호각지세를 이루었다는 제갈량과 방통의 이야기로 시작합니다. 두 사람의 심리적 대립과 장단점, 의도치 않았지만 서로를 견제하는 와중에 결국 방통의 죽음으로까지 이어지는 대 사건의 원인을 새롭게 바라볼 수 있어 무척 흥미로웠습니다. 두 천재 군사들이 서로 조금만 연합했더라면 삼국지의 지형이 바뀌었을 것이라는 점을 생각할 때 더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촉나라 내부적으로 절대 권력 제갈량과 황제 유선, 그리고 주변 권력자들 간의 수 싸움도 재미집니다. 눈에 드러나지는 않았던 사실이지만 결국 내부의 적이 나라를 좀먹는다는 점을 이 책을 통해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제갈량 일생일대의 숙적 사마의와 얽힌 이야기와 주거니 받거니 하는 대결 구도는 팽팽한 긴장감을 더해 줍니다. 사마의 때문에 제갈량의 인간적이고 나약한 면이 한층 더 부각되기 때문에 심리학적으로 상당히 훌륭한 대립구도를 만들어줍니다. 


   저자가 훌륭한 심리학자인지는 알 길이 없지만 책 속 적재적소에 다양한 심리 법칙을 소개하는 능수능란함을 보아 대중심리학을 설명하는 실력만큼은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즐겁게 읽다 보면 나도 모르는 타이밍에 수많은 심리이론이나 법칙을 만나게 됩니다.  어떤 장면을 설명하고 등장인물들의 입장이나 내면, 갈등 상황 등을 재미있게 풀어놓은 뒤에 슬쩍 '이런 상황에 부합하는 심리 법칙이 바로 요러한 법칙인데 들어는 봤나?' 하는 식입니다. 


   이 책에는 이런 식의 심리효과나 법칙이 수도 없이 등장합니다. 초두효과, 근인 효과, 지각 대비 효과, 인지부조화, 지각의 선택성, 유형화의 편견, 접근성의 법칙, 심드렁한 판매자 전략, 불충분 정당화 효과, 후광효과, 격장법, 사회적 태만 등이 전체 분량 중 전반부 2/5 정도에 등장하는 심리학 법칙들입니다. 


   만약 이 책이 기초 심리학 교제처럼 저 많은 심리 법칙을 제시하고 설명 후 예를 드는 방식으로 전개되었다면 얼마나 지루하고 어렵고 재미가 없었을까 생각하면 저자의 설명 방식이 너무나 탁월하다는 것을 새삼 느낄 수 있습니다. 그리하여 자연스럽게 다양한 심리 법칙을 배우면서도 흥미진진한 스토리를 따라가게 되는 것입니다. 기존 삼국지가 사건 중심이었다면, 천위안의 삼국지는 사람 중심의 이야기입니다. 


   제갈량의 놀라운 승리 비결 중 가장 핵심은 인간의 심리를 꿰뚫고 이를 능수능란하게 활용했다는 데 있습니다. 1편에서 더 도드라지지만 자신에게 불리한 상황 속에서 이런 능력은 더욱 빛을 발합니다. 상식적으로 보면 자기 페이스로 이끌기에 터무니없이 역부족인 상황에서도 심리전을 적절하게 펼치고 현란한 말솜씨와 연기력으로 결국 원하는 것을 이끌어 냅니다. 이런 사람은 사실 뭘 해도 했을 것 같습니다. 


   제갈량은 부족한 자원으로 최대의 퍼포먼스를 뽑아내는 데에도 탁월했는데, 이는 인적 자원을 무리할 정도로 활용했기 때문입니다. 무리할 정도라는 말을 하는 것은 각 장수들의 역량과 성격적 장, 단점과 상호 관계 등을 염두에 두고 용병술을 펼쳤다는 말입니다. 이 책에서도 격장법이라는 단어가 자주 등장하는데, 휘하 장수들을 도발하고 욱하게 만들어서 뛰쳐나가게 한다는 의미입니다. 


   회사에서도 직원들의 이런 성향이나 관계를 잘 파악하고 있다면 최대한 퍼포먼스를 내도록 동기부여를 하고, 경쟁하도록 도울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한편으로는 아무리 성과가 중요한 조직에서라도 지나친 격장법은 삼가는 것도 미덕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당장 그 순간에는 최대의 효율을 올릴지 몰라도 장수들이 다소 소모되고 편치 못하게 만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제갈량을 중심으로 당대의 뛰어난 지략가와 용맹한 장수들, 그리고 상호 관계에 있어 최고의 성과와 이미지메이킹을 하는 것은 지금 시대에도 여전히 파워풀한 능력이 될 수 있습니다. 과거보다 서로의 인격과 권리를 존중하고 상호 신뢰할 수 있는 여지에 대해서만 조심한다면 이 책에 드러나는 다양한 심리적 법칙과 자기관리와 인간관계에 대한 다양한 교훈을 적극 활용해도 좋을 것 같습니다. 기존에 드러나지 않았던 삼국지 인물 간의 내면 심리와 갈등, 대립과 승부를 읽다 보면 굉장한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책입니다. 읽어보시기를 적극 권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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