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성 - 죽을 만큼, 죽일 만큼 서로를 사랑했던 엄마와 딸
미나토 가나에 지음, 김진환 옮김 / 리드리드출판(한국능률협회)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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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모성"이란 작품명과 "미나토 가나에"의 결합 때문에 혼란스러웠습니다. 미나코 가나에의 모성은 이미 오래전에 출간되었던 책인데 뭔가 '같은 제목으로 번역이 되었지만 신간인가?' 하는 호기심이 들었습니다. 그때도 모성이란 작품을 알고 있었지만 읽어보지 않았기 때문에 의아함을 가지고 책을 보니 신간이기는 하지만 이미 북폴리오에서 2013년에 출간되었던 동명의 같은 작품이었습니다.



이 작품이 복간된 이유는 작년 말에 이 책을 원작으로 한 영화가 개봉되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토다 에리카"와 "나가노 메이"가 주연한 이 영화는 그러나 안타깝게도 국내에는 개봉되지도 않았고 크게 화제가 되지도 못했던 모양입니다. 그래도 제가 포스터를 본 기억이 나는 걸로 봐서는 아름아름 관심을 받기는 했던 것 같습니다.



이런 연유로 출간 10년 만에 복간된 이 소설을 읽어볼 기회를 갖게 되었으므로 저에게는 의미가 있는 복간이었다 싶습니다. 오랜만에 일본 작가의 소설을 읽어 신선했고 특유의 분위기와 화풍을 느낄 수 있어 만족스러웠습니다. 미나토 가나에의 작품은 거의 읽어보지 않았지만 일본 소설에서 느껴지는 특유의 집요함과 이질감을 즐겁게 즐겼습니다.



"미나코 가나에"가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에 있어서 실체적으로 느껴지는 불편함에 대해 천착하는 작가라고 봤을 때, 그 테마에 가장 빛날 수 있는 주제 중 하나가 바로 "모성"이 아닐까 합니다. 실제로 저자는 이 소설을 쓰면서 '작가를 그만두어도 좋다는 생각으로 썼다'라고 알려졌습니다. 저에게 얼마나 와닿았는가와는 별개로 "모성"이라는 주제에 대해 불편하리만치 노골적인 질문을 하고 있는 것 만은 분명해 보입니다.



이 소설에 나타나는 모녀 관계는 일반적으로 우리 사회에서 보기 쉬운 관계와 역전된 관계를 동시에 보여줍니다. 이로써 이중적이고 모순된 복잡 미묘한 관계의 문제를 조망하고 있습니다. 주인공은 어머니와 깊이 애착되어 인생의 의미를 '어머니에게 인정받고 사랑받는 것'으로 정해놓은 사람처럼 행동하고 사고합니다. 행복의 원천은 어머니의 반응입니다. 지나치게 경도되어 있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극단적인 모습을 보입니다.



결국 관계의 문제가 핵심이므로 캐릭터가 가장 중요한 소설입니다. 이 소설은 저자가 보여주고 싶은 모성에 관한 아이러니한 양상을 극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다소 극단적인 캐릭터의 모습을 창조해두었습니다. 소설을 읽다 보면 여러 캐릭터의 행동과 입장이 어느 정도는 이해가 되면서도 비현실적인 면이 많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렇기에 인간에 대한 이해의 폭이 조금은 넓어지는 기분입니다.



이 소설은 상당히 독특한 전개 방식을 가지고 있습니다. 크게 세 가지 시점이 순차적으로 반복되며 이야기를 쌓아나갑니다. '모성에 관하여 - 어머니의 고백 - 딸의 독백'이라는 세 가지 파트가 총 7번 반복하며 이야기를 완성하는 구조입니다. 소설에서 화자를 어떻게 가지고 가느냐가 굉장히 중요합니다. 독자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바를 어떤 느낌으로 전하는가가 완전히 달라질 수 있어 소설의 질감 자체가 달라집니다.



개인적으로 저자가 다루고 있는 주제와 양상이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소설의 구조와 기술 방식, 독자의 극적인 감정 변화를 유도하는 장치의 효율적인 사용 등은 눈여겨볼 만합니다. 이야기 자체는 재미있고, 생각이 많아지는 소설입니다. 소설을 읽으며 마음이 불편해지는 경험도 오랜만인 거 같아 반갑습니다. 한번은 읽어볼 가치가 충분한 소설이라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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