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스머신
노리즈키 린타로 지음, 박재현 옮김 / 반니 / 2014년 12월
평점 :
품절


 

 

 

 

 

#1. SF를 사랑하는 독자라면 흥분할 만큼 흥미로운 소재와 전개가 가득한 작품

 
   저는 이 작품의 저자 노리즈키 린타로를 잘 모르지만 신본격이라는 표현으로 무언가 범접하기 힘든 분위기를 느끼게 되는 작가입니다. 적절할지 모르지만 [녹스머신]으로 이 작가를 만난 것이 괜찮은 선택이었던 것 같습니다. [녹스머신]이 저자의 일반적인 작풍을 반영한 작품인지 알 길은 없지만 매력적인 것 만은 사실입니다.
 
   조금 찾아보니 무척 진지하게 고민하고 연구하는 스타일인 듯 한데, 딱 그 결과가 작품에 깊이 반영된 듯 합니다. 아무리 따지고 봐도 이 작품은 사이언스 픽션의 범주에 넣는 것이 옳다고 생각됩니다. 미스터리라는 요소는 상당히 애매하기는 하지만 네 개의 단편 중 두번째 [들러리클럽의 음모] 정도에서만 느낄수가 있습니다. 그리고 이 두번째 작품이 표제작인 [녹스머신]은 물론 전반적인 소설집의 분위기와 가장 들러붙지 않는 작품이기도 합니다. 그러므로 저는 이 소설집은 SF로 분류하고 싶습니다.
 
   워낙 이공계 출신이고 SF에도 관심이 많은 저에게 이 작품은 정말 취향에 잘 맞는 내용이었습니다. 블랙홀이라던가 평행이론, 타임머신 이론 등이 익숙하기도 하고 무척 흥미로웠습니다. 양자역학이라던가 양자비트를 활용한 양자컴퓨터니 이런 내용은 자세히는 모르지만 뭔소리인지는 충분히 개념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내용이라 흥미진진했습니다. 게다가 최근에 자주 접하게 되는 타임 슬립, 타임 패러독스 등의 개념에 "우로보로스의 뱀"까지 등장하자 얼마나 반갑던지요. 한편으로는 공학적인 분야에 관심이 없는 독자는 어떻게 하라고 이정도로 심각하게 썼을까? 하는 의문도 들기는 했습니다. 뭐, 모르면 모르는데로 그런가보다 하고 읽는게 또 이 소설의 묘미이기도 하겠다는 생각도 합니다.
  
 
 
#2. 공부하듯 따져보고 고민해 볼 것이 많은 진중한 작품
 
   이 소설집을 이루고 있는 네 개의 단편은 표제작 [녹스머신], [들러리 클럽의 음모], [바벨의 감옥], [논리증발-녹스머신2]입니다. [녹스머신]과 [논리증발]은 사실상 하나의 이야기라고 봐도 무방합니다. 전반적인 배경과 인물, 그리고 설정이 동일합니다. 다만 다루고 있는 핵심 포인트가 서로 상이하다보니 별도록 분리해 놓은 듯 합니다.
 
 
(1) 녹스머신
 
   녹스머신은 기본적으로 타임 패러독스와 평행이론에 관한 내용입니다. 타임 패러독스와 평행이론은 사실상 상호영향을 미치는 이론이라고 보는게 적절한데, 타임 패러독스란 "내가 과거로 돌아가서 어린시절의 나를 죽이거나 나의 부모를 죽이면 그 시점을 기준으로 미래의 나는 존재하지 않고, 그러므로 나는 없으므로 내가 과거로 돌아가는 일 자체가 있을 수 없어서 과거로 가서 나를 죽일 수 없다" 뭐 이런 것이죠. 그런데 이 이론이 성립하려면 시간의 단일성이 성립해야 합니다. 즉, 과거로 부터 현재, 미래까지 세계가 딱 하나만 존재해야 하는 것이죠. 무언가의 영향을 받아서 역사가 바뀌면 바뀌기 전의 역사는 없어지고 새로운 역사가 거기에 덮어쓰기 되는 것입니다.
 
   그런데 여기에 평행이론을 접목시키면 조금 양상이 달라집니다. 아까처럼 내가 과거로 가서 어린 나를 죽인다고 치면 원래의 역사가 변형이 되는 그 시점에 두개의 세계로 갈라집니다. 원래의 세계는 그대로 원형을 유지하고 내가 죽어서 없는 새로운 세계가 하나더 생겨서 기존과 평행하게 별도로 시간이 흘러가는 것이죠. 문제는 그 시점부터 원래 세계의 '나'는 내가 죽어서 없는 새로운 세계에 올라탄 꼴이 되어서 원래 내가 있던 세계로 돌아갈 수가 없는 상황이 발생하는 것입니다. 이것이 이 작품에서 말하는 "양방향 시간여행"이 불가능한 이유입니다.
 
   '이런 평행한 세계가 만날 수 있는 시점이 있다면?' 이라는 착상에서 시작한 흥미로운 이야기가 바로 [녹스머신]입니다. 그리고 그 시점으로 바로 주인공 유안이 날아갑니다. [녹스머신]에는 이런 모험을 한 주인공이 과연 자신의 원래 세계로 되돌아 왔을지 어떨지 의문을 남긴채로 끝이납니다.
 
 
(2) 들러리 클럽의 음모
 
   들러리 클럽은 전형적인 탐정소설에 한결같이 등장하는 탐정의 조수들로 이루어진 가상의 클럽이고 이 클럽과 애거서 크리스티의 대결을 그린 굉장히 독특하고 참신한 미스터리입니다. 요즘 정말 자주 만나는 S.S 반다인의 등장이 무척 반가웠습니다. 고전 탐정소설의 매니아들이라면 정말 재미있게 읽을 만한 신선한 내용입니다.
 
   저로써는 고전 탐정소설을 별로 접해보지 않아서 그다지 흥미를 가지기 어려웠습니다. 그러나 읽다보니 "열개의 인디언 인형(그리고 아무도 없었다)"의 내용을 놓고 클럽내에서 찬반 대립을 하는 진행이 무척 긴장감 넘치고 좋아서 점점 빠져들었습니다. 각각 구성원의 입장에 따라 첨예하게 대립하는 모습이 가상이지만 현실과 다를바 없어보여 좋았습니다.
 
   결국은 크게보면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기 힘들고 위협을 느끼는 기존 세력이 난국을 타파하기 위해 극단적인 방법도 불사하는 모습이 묘사되는데 이거이거 참 자주보는 모습이다 싶었습니다. 한편으로는 이 작품속에 등장하는 많은 등장인물과 언급되는 작품들을 꼭 읽어봐야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러거나 말거나 전체 작품중에는 개인적으로는 가장 별로였고, 전체 흐름에 어색한 작품이라는 생각입니다.
 
 
(3) 바벨의 감옥
 
   이 작품은 뭐 너무 진보적이고 그로테스크하달까... 이런 내용은 논문에서나 쓸만한거 아닌가 싶은 생각이 먼저 들었습니다. 일단 가장 기본적인 형식은 탈출입니다. 그러나 탈출 직전까지에서 내용이 끊어지죠. 주요한 컨셉은 인간의 육체와 사념의 분리, 그 사념이 본 인격과 경상인격이라는 두개의 동일한 쌍을 이루고 이를 통해 2차원적인 사념 스캔으로부터 정보를 보호한다는 것입니다. 키랄성이라는 표현을 쓰기도 했는데 어찌되었건 격자형태의 3차원의 방에 분리된 채 갖힌 비동기화 된 것으로 보여지는 한 개인의 사념이 서로의 존재를 파악하고 관찰자의 눈을 피해 탈출점을 찾고 탈출하는 것이 골자입니다.
 
   굳이 설명을 하자면 평평한 종이 두장이 겹쳐져 있다고 할 때, 본 인격과 경상인격은 각각 종이의 서로 마주보는 면의 서로 반대쪽을 보고있는면의 같은 위치에 찍힌 점과 같습니다. 종이 두장을 겹치면 서로 반대편에 붙어있지만 딱 만나는 위치에 있는 그런 구조인 셈이죠. 이 종이 두장을 각각 반대방향으로 접어올려서 육면체를 만들었다고 가정하면 접는 방법에 따라 두 점의 위치는 틀어지기도 하고 거리상으로 멀어지게 됩니다. 이런 상황이 이 작품에서 말하는 행렬격자 형태, 책의 모양과 같은 형태안에 갖혀있다고 하는 구조와 유사합니다. 이런 조건에서는 원래 거리상 딱 붙어 있던 두 점이 멀어지고 즉 본 인격과 경상인격이 분리가 되는 것이죠. 게다가 본 인격에서 보낸 정보가 경상인격으로 가는 경로와 반대로 경상인격에서 본 인격으로 보내는 정보의 경로가 동일하다면 시간지연이 있을 지언정 동기화된 통신이 가능하겠지만 서로 다른 경로로 주고 받는 경우에는 정보의 교환자체가 뒤죽박죽 될 수 있습니다. 이 작품에서 말하는 사념의 도달과 피드백의 문제는 이런 조건에서 벌어진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거나 말거나 결론적으로 이런 조건을 잘 파악해서 두 인격이 동시에 만나서 탈출할 수 있는 좌표를 찾아서 동시에 빠져나가야 탈출할 수 있는 것이고 결과는 없이 시도하는 장면에서 이야기가 끝납니다.
 
   에 또... 이 이야기에 묘사된 개념은 마지막 작품 [논리증발]의 전개에 도움이 되는 이론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내용상 전체 소설집에서 나름 유의미한 위치를 차지하는 것입니다. 별로 재미는 없었습니다만...
 
 
(4) 논리증발
 
   [논리증발]은 [녹스머신]의 이야기가 확장되는 형태입니다. 쌍방향 시간여행에 대한 국가간 대립의 피해자로 은거중인 후안이 재등장하고 이야기속의 문제를 풀어내는 핵심 키 역할을 합니다.
 
   큰 틀은 종이책이 사라진 전자책 데이터베이스 사회가 일반화된 이후의 세계를 기반으로 합니다. 이러한 전자책으로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이 데이터를 제어하는 기술로 양자비트와 양자역학을 설명합니다. 이 이야기에 언급된 양자역학이란 굉장히 쉬운 개념입니다. 일반적으로 데이터를 표현하는 디지털이라는 것은 결국은 "0"과 "1"로 이루어진 비트 단위의 데이터의 집합입니다. 이를 어떻게 저장하고 가공하고 유지하는가가 관건입니다. 그런데 양자역학을 접목시키면 "0"이나 "1" 하나를 표현하는 비트 하나에 다가 "00", "01", "10", 혹은 "11" 총 4가지의 서로다른 데이터를 담을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비트를 두칸으로 쪼개서 더욱 많은 정보를 담아낸다는 의미입니다. 이것이 양자비트입니다.
 
   양자비트 개념을 굳이 집어 넣은 이유는 이러한 양자가 열에 취약하고 제어하기 힘들다는 점 때문입니다. 만약 어떤 이유에서건 열이 발생하면 저장된 양자비트의 정보가 안정성을 잃고 제멋대로 어긋나버려서 데이터가 모조리 엉망이 되는 것이지요. 이런 상황이 되면 종이책도 없는 판에 고유의 정보가 훼손되어서 쓸모없는 쓰레기 정보가 되어버립니다. 이런 위기 상황을 설정해서 이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을 설명한 것이 이 작품 [논리증발]의 핵심 스토리입니다.
 
   그러면 반드시 이 양자비트로 저장된 데이터를 뒤흔드는 열을 발생시키는 매개가 있어야 위기상황이 조성이 되는데, 이 위기상황을 만드는 열을 발생하는 현상을 이 책에서는 '호킹 방사'라는 개념을 도입해 설명합니다. 블랙홀의 사상에서 아까 바벨의 감옥에서 등장했던 쌍(페어)의 개념을 도입해서 두 개의 쌍이 분리되어 서로 다른 방향으로 즉, 하나는 블랙홀로 다른 하나는 블랙홀의 반대방향으로 탈출하는 상황이 발생할 때, 균형이 깨지면서 블랙홀이 급속히 무너지고 이때 열과 빛이 방출된다는 것이죠. 이 것이 호킹 방사입니다.
 
   저장된 원전 중 엘러리 퀸의 <샴쌍둥이 미스터리>의 독자의 도전에서 시작한 이러한 호킹방사에 따른 열로 인해 저장된 데이터가 줄줄이 훼손되는 현상이 발생하고 이를 막을 방법이 없는 위기가 펼쳐집니다. 물론 녹스장 이론의 개발자인 유안이 등장해 또 한번의 모험을 하게 됩니다. 이 과정을 또 설명하자면 한도 끝도 없어서 블랙홀에 몸을 던지고 허수의 몸을 갖추고 결합하고... 아.. 그냥 그렇다고 칩시다. 여튼 유안은 증발하고 전자책 세계는 다행히 불길이 진화되고 대부분 복구 됩니다.  
 
   사족이지만, 데이터가 불타서 사라지는 부분에서는 에반게리온에서 중앙제어시스템인 "마기"가 해킹 당하던 그 에피소드가 떠오르더군요. 에반게리온 덕후는 아니지만 말입니다.
 
 
 
 
#3. 표지디자인, 공중정원의 고퀄리티가 돋보인다.
 
   사실 이 소설이 눈에 띈 가장 큰 이유는 표지 디자인입니다. 디자인이 일단 예쁘고 무슨 내용일지 궁금해지는 디자인이 무척 좋았습니다. 실물을 보고 표지를 펴보니 안보이는 부분까지 깔끔하게 잘 만들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표지 디자인으로 무척 유명하신 "공중정원"님께서 작업하셨군요. 역시나 명불허전입니다. 개인적으로 아는 바는 없지만 이분 디자인은 항상 신뢰가 갑니다. (​아... 뒤늦게 확인해보니 디자인은 일본어 원본 그림과 동일하네요... 완전 헛다리... 이미지 받아서 레터링 작업 정도만 한게 아닌가 싶습니다.. 쯥...)
 
   한꼭지의 내용은 이정도로 몇 줄만 해야 되는데 이번 리뷰는 이게 뭔가 싶은 희한한 리뷰가 되었습니다. 작가가 워낙 진중하게 성의있게 글을 쓰신 듯 하여 리뷰도 성의를 조금 보여야 하는 것이 아닌가 싶은 생각에 길어졌습니다. 비슷하게 이해했는지도 모르겠지만 어쨌거나 알던 모르던 놀랍도록 신선하고 발상이 독특한 작품이 아니었나 생각됩니다. 이거 또 찾아 읽어야할 작가가 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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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릴리언스
마커스 세이키 지음, 정대단 옮김 / 황금가지 / 2015년 1월
평점 :
절판


 

 

 

 

#1. 대중성과 오락성이라는 장르소설의 미덕을 충실하게 따른 수작.

   S.S. 밴다인으로 더 잘 알려진 월럿 헌팅턴 라이트는 그의 저서 "위대한 탐정소설"에서 순문학과 장르소설의 차이를 전제하고 장르소설을 크게 낭만(연애) 소설, 모험소설, 미스터리소설, 탐정소설로 분류한 바 있습니다(리뷰에 뭔가 이렇게 그럴듯한거 꼭 한번 넣어보고 싶었음). 그의 분류는 지금 시대에 와서는 큰 의미를 부여하기 어려울 만큼 장르의 경계가 모호해지고 있습니다만, 마커스 세이키의 이번 작품 [브릴리언스]는 분류하면 모험소설 쪽에 가깝습니다. 좀더 세부적으로 내용으로 보면 첩보 혹은 스파이스릴러라고도 할 수 있겠고 SF적인 특징도 가미되어 있습니다. 또한 "헐리우드가 주목하는 작가"라는 수식에 걸맞게 그의 작품은 마치 헐리우드 영화제작을 위해 쓰여진 작품같이 느껴질만큼 대중적이고 오락적인 요소가 풍부한 작품입니다

   600페이지에 이르는 방대한 이야기의 흐름은 흡사 "페이지 터너"라는 평가를 받는 로버트 러들럼의 [본 시리즈]를 대하는 듯한 느낌입니다. 본시리즈 세편(원작에서 많이 벗어난데다 맷 데이먼이 출연하지 않은 본 레거시는 논외로 하겠습니다)을 한작품에 축약해놓은 듯 말입니다. 꼼꼼히 따져보면 두 작품사이에는 차이가 많지만 그만큼 잘 만들어졌고 무척이나 대중적이며 장르소설의 최대장점이 흡입력과 가독성이 정말 뛰어나 훌륭한 작품입니다.


#2. 세밀하고 사실적인 내면묘사와 장면마다 철저히 잘 짜여진 미장센

   [브릴리언스]를 더욱 재미있게 만드는 요소는 단연 내면묘사입니다. 주인공의 처지와 상황과는 모순되는 내면의 갈등을 적제적소에 잘 묘사함으로 해서 독자가 주인공 캐릭터에 충분이 몰입하게 도와줍니다. 주인공의 행동을 결정짓는 요소는 크게 두가지 정도가 계속 나오는데 첫번째는 대의명분입니다. 권력을 휘두르고 타인을 위협함에도 불구하고 그 행동이 대의에 부합된다고 믿는 명분입니다. 그러나 그 대의를 위한 행동 자체가 왜곡되고 조작되고 더러운 이권을 위해 조작된 이유임을 깨달으면서 내면의 복잡한 충돌을 겪게 됩니다. 그런 다음 진짜 적이 누구인지, 정말 해야할 행동이 무엇인지 고민하는 과정의 심경변화에 대해 잘 묘사해주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주인공에게 충분히 공감을 가지고 이해하게 되는 것입니다. 두번째는 가족, 특히 아이에 대한 사랑입니다. 가정이 쉽게 깨지면서도 늘 가족을 목숨보다 중시하는 태도를 취하는 미국인들의 대표적 이미지이자 설정이 아닐까 합니다. 게다가 전세계 어느나라에서나 공통으로 통할 만한 정서입니다. 저 역시 딸을 가진 아버지로서 주인공 쿠퍼의 감정에 쉽게 동화되고 공감할 수 있었습니다. 이야기의 결말까지 구구절절 아이에 대한 사랑이 이 모든 사건을 벌이는 동기임을 설득력있게 잘 표현해주고 있습니다.

"쿠퍼가 자신의 아이들을 마지막으로 보고 난 지 6개월이 지났다. 누군가 다른 사람인 척하며 지냈던 6개월, 자신이 사랑하는 삶을 외면하고 오히려 그에 맞서 싸웠던 6개월이었다. 결국 그가 하는 모든 이은 아이들을 위해서였다. 아이들이 태어나기 전에 했던 일조차, 나탈리를 만나기도 전에 했던 일조차도, 그것은 쿠퍼가 부모가 되기 전에는 결코 이해할 수 없었고, 부모가 된 이후로는 결코 잊어버릴 수 없는 진실이었다. "p.338
   또하나의 큰 장점은 허술함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 배경설정과 공간구도, 그리고 미래기술에 해당하는 장치들의 세부적인 묘사까지 빈틈없는 미장센입니다. 적절한 타이밍에 배경의 이동을 통한 분위기 환기도 매우 좋습니다. 이 작품에 배경처럼 등장하는 3D 디스플레이라든가 홀로그램, 무동력 비행기술 등의 SF적 요소가 등장함에도 불구하고 어색함이 없도록 자연스럽게 서술한 점도 눈에 띕니다. 적당히 어렵지도 생소하지도 않은 정도의 수준에서 분위기를 잘 잡아주고 있습니다. 한편 이런 설정은 이 모든이야기의 발단이 되는 브릴리언스, 즉 변종들의 특별한 능력을 더욱 부각시켜줍니다.


#3. 일반인과 변종, 다수와 소수사이의 대립과 공존의 메시지

   브릴리언스에 등장하는 변종이란 뇌기능이 비약적으로 우수한 인간들의 출현이 주류입니다. 상대방의 의도와 거짓말을 금방 알아내는 "리더"라든가, 주인공 처럼 상대방의 행동 패턴을 인식하는 능력이라든가, 엄청난 암기력이나 계산력을 소유한 능력이라든가 말입니다. 유사한 소재로 큰 성공을 거두고 대중들에게 익숙한 엑스맨시리즈 뮤턴트들의 경우는 DNA자체가 변종이 되어 생물학적 외형과 기능이 근본적으로 달라지는 설정이 많았습니다. 그러다보니 인간과 다른 종족과의 대립으로 여겨졌었죠. 그에 비해 브릴리언스들은 상대적으로 훨씬 현실적이고 외모도 완전 일반인과 동일하다보니 받아들이기에 편안합니다. 변종이라고 똑같은 음식을 먹고, 생활도 동일하게 하며, 총을 맞으면 똑같이 죽는다는 것이죠. 그러나 가공할 두뇌회전으로 세계경제를 주무를 수 있으니 일반인들의 세계에 엄청난 위협적인 존재가 아닐 수 없습니다.

   이런 변종들이 늘어나고 그 능력 또한 위협적인 상황을 맞이하는 기존세력, 즉 인간세계의 모든 권력과 부를 독점하는 특권층이 보여주는 태도는 예의 단호하면서도 배타적입니다. 물론 대외적으로는 포용적인 태도를 보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진짜 의도는 기득권을 빼앗을지도 모르는 세력의 존재자체를 부정하는 것입니다. 위협의 상존을 허용하지 않고 단호하고 냉혹하게 잘라내고 싶은 것이고 이를 위해 동족, 정상인들을 의도적으로 살해하기까지 합니다. 이를 통해 위험을 부각시키고 대립으로 상대방을 말살하고 싶은 것이지요. 능력은 뛰어나지만 전체 인구의 1%밖에 안되는 극소수이므로 숫자로 눌러 없애버리겠다는 것입니다.
   이런 설정은 가만 음미해보면 참으로 현실적이고 있을 법하고 이미 충분히 일어나고 있는 일이기도 합니다. ​그러기에 더욱 섬뜩한 생각이 들기도 하고 뭔가 착찹한 마음이 떠나지 않는 상태로 이 이야기를 읽게 되는 것입니다. 소설속 인물들, 권력자들은 한치의 어긋남도 없이 무모할 정도로 이권을 따지고 대다수의 사람들을 선동합니다. 이 소설의 배경이 실제로 최근인 것을 생각하면 작가가 브릴리언스의 세계를 현실세계와 유사하게 지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겪고 있는 다수 대 소수의 관계에서 나타나는 폭력적이고 일방적인 문제들을 그대로 묘사해주고 있습니다. 큰 틀에서 고민꺼리를 앉겨주는 작품이기도 합니다.
#4. 지나치게 헐리우드적인 설정의 한계

   [브릴리언스]는 사실 너무 재미있게 읽어서 뭔가 부족했느니 나빴느니 하는 이야기를 쓰고 싶지 않은게 사실입니다만, 큰 단점은 있었습니다. 이야기의 전개가 너무 너무 너무 전형적입니다. 첩보물을 조금만 접해본 사람이라면 초반 몇장을 읽으면 벌써 다음, 그 다음 상황이 어느정도 그려집니다. 심지어 이 책은 세파트로 나누어 놓았기 때문에 첫파트를 조금 읽다보면 아, 두번째 파트는 이런 설정에 이런 내용일 것이고, 세번째 파트에서는 이런 입장이 되어서 이런저런 문제를 안고 있다가 해소가 되겠구나, 하고 예상하게 만듭니다. 그런데, 그 예상이 대부분 맞아 버립니다. 그야말로 반전도 변수도 없이 안전한 헐리우드 공식을 그대로 적용한 작품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무나 전형적인 공식에 따라 진행되는 스토리임에도 읽는 내내 흥미롭게, 집중해서 읽을 수 있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단점이 단점으로 크게 느껴지지 않았던 점이 되려 훌륭한 점이 아닐까 싶은 생각도 들었습니다. 아주 만족스럽게 끝까지 읽었고 기억에 남을 좋은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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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클로짓 노블 The Closet Novel - 7인의 옷장
은희경 외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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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문학과 패션의 콜라보.... 효과는 글쎄요...


   [THE CLOSET NOVEL - 7인의 옷장]은 일종의 기획 단편소설집입니다. 그러니까 패션잡지 『아레나옴므+』와 『문학과 지성사』가 함께 콜라보레이션으로 진행한 결과물입니다. 책을 펼치면 맨 먼저 아레나옴므+ 사의 편집장님의 여는 글을 만나게 됩니다. 음... 이 여는 글 때문에 사실은 불안불안했습니다. 뭔가 장황하고 지나치게 그럴듯하게 쓰여진 글의 표본으로 쓰면 딱 좋겠다 싶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이런 표현을 하게 되서 죄송합니다만 딱 제 느낌이 그랬습니다.) 제가 이렇게 느낀 것은 이분의 지식이나 경험에 비해 제가 너무 아는게 없어서 그럴지도 모르겠습니다만 파리, 보들레르와 발터 벤야민, 에밀 졸라와 플로베르까지 막 쏟아져나오는 글이 국내 대표작가들의 기획 단편소설집의 여는글이라는 것 자체가 적절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 그러니까 콜라보가 아니냐라고 하면 할 말은 없습니다만... 그러거나 말거나 글은 진솔하게 쉽게 쓰는게 정답이라는게 제 생각이라...


   이 소설집은 어쨌거나 패션이라는 테마를 잡고 쓰여진 소설들의 모음입니다. 패션이 테마인지 소재인지 좀 애매합니다만 여튼 "들다", "쓰다", "신다", "입다"의 네가지로 나눠서 구성되어 있습니다. 예를들어 가방을 너무 좋아하는 것으로 알려진 김중혁 작가님은 여지없이 가방에 관해 글을 쓰고 "들다"의 카테고리로 분류되어 있는 식입니다.


   그런데 막상 읽어보니 이 들다, 쓰다, 신다, 입다의 개념이 작품 전체에 차지하는 비중이 너무 미미하다고나 할까요? 그냥 마지못해 억지로 끼워맞춘 느낌이 꽤나 들었습니다. 읽고나면 '아 그래서 "신다 " 구나!!!'하는 생각이 들어야 하는데 '이거 뭐 그냥 좋은 단편인데 굳이 신발에 대해서 어색할 만큼 저렇게 집어넣을 필요가 있었나?'싶은 생각이 드는거죠. 정말 이 나라를 대표하는 작가님들인데도 불구하고 감히 표현하자면 '참.. 애쓴다...' 이런 생각이 들더란 말입니다.


   제가 늘 언급하는 일본여류작가 4명의 기획 소설집인 "치즈랑 소금이랑 콩이랑"같은 성공적인 기획을 조금 참고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러니까 기획의도가 좀더 직접적이고 명확하게 소설에 담겨져야 콜라보의 의의가 있는 것이 아닌가 말입니다. 좀더 직접적이고 비중있게 패션의 내용이 다뤄졌어야 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2. 역시나 걸출한 이시대의 작가들... 그리고 단편들...


   이렇게 쓰고 보니 마치 작품이 재미가 없었다는 것 같아 조심스럽습니다. 재미있게도 패션과의 콜라보니 뭐니 이런걸 다 걷어내고 그냥 읽으면 정말 한편 한편 잘쓰여진 훌륭하고 재미있는 단편들입니다.



"종이 위의 욕조" - 김중혁


'명사분실증'이라는 독특한 질환?을 겪는 두 주인공의 썸 비슷한 이야기입니다. 남자 주인공은 가정이 있고 큐레이터로 일하는 능력있는 사람인데, 미요라는 화가와 공감을 이루고 그 와중에 남자주인공의 가방이 미요에게로 넘어갔다가 돌아오는 이야기 입니다. 김중혁작가답게 스타일리쉬하게 잘 그려진 이야기입니다. 재미있고 뭔가 여운이 남는 작품이었습니다.



"상자의 미래" - 정이현


정이현 작가님은 팟캐스트 "낭만서점" 때문에 무척 익숙하고 호감 대상승 중인 작가님입니다. 집에 들어앉아 놀고먹는 남편과 아이의 뒷바라지까지 짊어진 여교사 양이 새로운 이사장인 장과 함께 해외교류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일본으로 다녀오면서 겪는 에피소드를 차분하게 그린 이야기입니다. 이 이야기에는 선글라스가 주요 소재로 등장합니다. 



"미드윈터" - 정용준


정용준 작가님은 제가 잘 모르고 작품도 읽어본 적이 없는 분입니다. 잘생기셨더군요. 전체 작품중에 가장 독특하고 이국적인 이야기여서 좋았습니다. 스웨덴의 시인 닐스와 토종 국내 단편영화감독이 함께 작업을 하면서 겪는 에피소드입니다. 짧은 단편이지만 끝까지 궁금하게 만드는 내용에다 결말까지 약간 찡한 내용입니다. 이 작품에는 털모자가 주요 매개체로 등장합니다.



"대용품" - 은희경


은희경 작가님의 작품을 거의 안읽어봤지만 여기 실린 단편만으로도 '아, 은희경 스럽다'라는 생각이 자연히 드는 뭔가 토종적인 이야기입니다. 두명의 천재소년, 그중 진짜 아이큐가 뛰어난 천재와 사실 평범한데 요령으로 아이큐 테스트에서 높은 점수를 얻은 소년이 어린시절 사고를 당하고 평범한 소년만 살아남아 상처를 묻고 자랍니다. 그리고 어른이 된 후 우연히 만난 동창생을 통해 과거와 해후하는 그런 내용입니다. 이 작품에서 주요한 소재는 신발이고 사고당시 천재소년의 신발을 대신신고 살아남은 평범한 소년은 사실 "대용품"같은 삶을 살았다.. 뭐 이런 내용입니다.



"앨리스 옆집에 살았다" - 편혜영


이 작품은 은희경 작가님과 마찬가지로 읽자마자 '편혜영 스러운데?'하는 생각을 자연히 하게 되는 작품입니다. 정서나 분위기는 "몬순"과도 약간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한마디로 서글픈 이야기입니다. 흥미롭기는 하지만 읽다보면 비애가 느껴지는.. 그러나 과하지는 않은 그런 이야기입니다. 옆집에 새로 이사올 사람들의 부모가 부자인듯 새집처럼 깨끗하게 인테리어 공사를 해두고 정작 집주인들이 입주하지 않아 궁금해하고 급기야 옆집에 들락거리는 그런 이야기입니다.



"네 친구" - 백가흠


이분 작품 분위기가 마음에 듭니다. 이 이야기는 어릴때부터 단짝이던 세친구가 중년여성이 되어서도 아이처럼 아웅다웅하는 이야기와 그중 한명 혜진이 남편과 함께 남편의 비지니스를 위한 목적으로 대형교회에 출석해서 최대한 멤버쉽에 들어가려 노력하는 모습, 그리고 그 속에서 만난 이상한 인물 때문에 겪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이 이야기의 매개체는 "구두"입니다. 우리나라 중년들의 세태와 종교의 한계에 대한 비판의식도 녹아있어 좋았습니다.



"언포게터블" - 손보미


손보미 작가의 이 이야기는 의외로 폭력조직에 속해 있는 남성의 이야기입니다. 사실 예상하듯 보스의 여자와 정분나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피튀기는 반전 복수도 있고.. 한마디로 누아르 같은 이야기였습니다. 가장 흡사한 느낌은 프랭크 밀러 감독의 "씬시티-다크히어로의 부활"의 에바 그린과 조슈 브롤린 에피소드 정도라고 하면 딱 맞을 듯 합니다. 아주 스타일리쉬하고 좋았습니다. 이 작품의 매개체는 "정장"입니다.   



#3. 패셔너블하고 스타일리쉬한 결과물...


   콜라보레이션은 의도만큼 잘 되었는지는 의문일지라도 그 결과물인 이 책 자체는 상당히 패셔너블하고 스타일리쉬합니다. 일단 표지부터 옷장처럼 생겼는데 내용은 부제와 같이 7명의 옷장이 차례로 펼쳐지는 듯하고, 마지막 부분의 온통 검은 바탕에 작가들의 짧은 글과 사진이 실린 디자인은 정말 독특하고 좋았습니다. 각 작품들에 등장하는 물건들이 이야기의 핵심이거나 주요한 상징이 되기에는 좀 약하기는 했지만 책이라는 결과물을 놓고 볼때 그래도 의도와 가장 근접하게 도달한 것은 북 디자인이 아닐까 생각했고, 어쩌면 그것이 또 패션의 본질이기도 해서 내용물인 소설을 각각의 고유한 특성을 잃지 않고 잘 유지하는데 그 것을 물리적으로 이루고 있는 책 자체는 패셔너블하니 그런관점에서는 콜라보레이션이 잘 된 것이라고 해야하나 생각되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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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의 시작 오늘의 젊은 작가 6
서유미 지음 / 민음사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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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끝의 시작, 시작의 끝


   사람은 누구나 살아가면서 매듭을 지어야할 시기를 만납니다. 끝을 만날 때면 대부분 상반된 감정이 혼재한 상황을 겪게 됩니다. 끝이나서 홀가분하다거나 시원 섭섭하다거나, 혹은 너무나 아쉽다는 생각에 끝을 맞기 두려워지기도 합니다. 내가 원하는 끝도 있지만 대부분은 개인의 의지와는 상관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럴때 우리는 당혹스럽기도 하고 허탈하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또 다른 시작점에 서게 됩니다.


   서유미 작가님의 [끝의 시작]은 시작과 끝을 반복하는 사람들의 섬세하고 내밀한 감정들을 벚꽃이 짧게 피었다 지는 시기에 빗대어 깊이있게 표현해주고 있습니다. 각자의 처지와 형편 가운데 그들만의 방식으로 맞이하는 끝과 새로운 시작 말입니다. 사실 끝으로 치닫는 복잡다난한 이야기가 대부분이고 그래서 읽는 이의 마음을 착찹하게 만드는 경우가 대부분이기는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끝은 시작과 맞닿아있고 시작은 끝을 향해 달려갑니다.


   이 작품에서 유난히 좋았던 점은 끝을 향해 달려가는 짧은 기간에 이야기를 집중했다는 점, 그리고 이야기의 결말에서 새로운 시작에 대해 작가가 일방적으로 한계를 짓지 않았다는 점이었습니다. 등장인물들이 각자 맞이한 벚꽃 피는 계절의 혼란함을 어떻게든 마무리 지으면서도 각자의 새로운 시작에 대해서는 그저 열려있을 뿐입니다. 각자의 시작은 그저 희망일수도 또 다른 절망일 수도 있는 것이라고, 그리고 어떤 시작이건 또 다시 끝을 만나게 된다고 담담하게 이야기해주고 있습니다. 묘하게 희망을 얘기하고 있지 않는데도 이야기를 대하고 있다보면 자연스럽게 희망을 떠올리게 하는 이야기였습니다.



 


 

#2. 공감과 흡입력을 불러일으키는 서술의 힘


   이 소설에 유난히 몰입해서 읽게 된 이유가 어디에 있는지 곰곰히 생각해 봅니다. 가만히 따지고 보면 말기 암 환자인 어머니를 돌보다가 아내로 부터 이혼을 통보받은 영무, 그 영무와의 결혼 생활이 너무 힘들어서 이혼을 통보하고 도피처인 미용실에서 불장난 같은 사랑을 만나고 다시 떠나보내는 여진, 가정환경이 좋지 못하고 직장도 이렇다할 것이 없어 남자친구에게 결국 이별을 통보받은 갈곳 없는 청춘 소정의 이야기는 그다지 새로울 것도 놀라운 것도 없는 흔하디 한한 설정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설정 인물과 사건의 전개에 몰입할 수 있는 것은 그만큼 작가가 각 인물들의 처한 상황과 행동과 심리를 잘 표현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작가의 글에는 뭔지 모를 슬픔과 서글픈 정서가 짙게 묻어납니다. 읽는 이로 하여금 각각 인물들의 감정에 집중하게 됩니다. 그만큼 감정선을 섬세하게 잡아내고 디테일하게 묘사하고 있습니다. 전체적으로 어색하게 느껴지는 부분이 없습니다. 새로운 이야기도 아니고 별다른 설정도 없는 평범한 이야기에 이정도로 집중해서 이입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개인적인 취향에 맞은 것인지 보편적인 정서를 잘 이해하고 있는 작가의 능력인지 알수는 없지만 아마도 어느정도 경험이 있는 독자라면 무척이나 공감하는 가운데 다양한 감정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3. 뻔함의 미학, 살아있는 것들의 안쓰러움으로 인한 진한 페이소스...


   뻔하고 누구에게나 흔히 일어나고 있을 법한 설정과 예상 가능한 사건의 전개는 이 작품의 이야기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에 대한 애잔함과 쓸쓸함에 한층 집중하게 만드는 효과가 있습니다. 만약 이 작품의 이야기가 전혀 예측 못했던 놀라운 인물관계나 반전으로 짜여졌다면 오히려 인물들에게 깊이 동화되고 빠져드는 일은 없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어쩌면 누구나 자라면서 부모에게, 친구에게, 순정을 바쳤던 이성에게, 그리고 배우자에게 어떤 형태로든 상처를 받는 것은 아닐까 생각합니다. 누구나 보편적으로 가지고 있는 그 상처로 인해 [끝의 시작]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아픔과 몸부림과 좌절에 자연스럽게 반응하게 되는 것이겠지요. 대체로 사람은 경험해보지 못한 상황에 대해서는 둔감하고 비판적으로 바라보기 마련인데, 이 소설에 흘러가는 이야기, 인물들의 심리와 반응은 너무나 잘 이해가 되고 마치 나의 경험과 같은 느낌이 드는 것은 그만큼 정교하고 섬세하게 보편적인 정서를 잘 표현해주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한결같이 아프고 서글프고 답답한 모양새로 살아가는 영무와 여진, 그리고 소정의 삶의 단면을 지그시 들여다보자면 형언할 수 없는 안쓰러움이 밀려옵니다. 이런 깊은 페이소스가 책을 읽고 난 다음에도 진한 여운으로 남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저도 모르는 사이에 무언가 마음 한켠에 깊은 위로를 안겨줍니다. 그리고 "서유미"라는 작가의 이름을 다시 한번 눈여겨 보게 됩니다. 이런 이야기라면 얼마든지 다시 만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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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들의 전쟁 1 얼음과 불의 노래 2
조지 R. R. 마틴 지음, 서계인 외 옮김 / 은행나무 / 2006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아ᆢ 얼음과 불의 노래 2부 왕들의 전쟁1편이 끝났네요

꿀잼, 존잼!!!!

조지 형님.... 부디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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