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중정원
가쿠타 미츠요 지음, 임희선 옮김 / 지식여행 / 2005년 8월
평점 :
절판


 

 

 

#1. '아무것도 숨기지 않는다'를 모토로 각자의 은밀한 비밀을 품은 가족들의 이야기

 

  우선 이책을 무지하게 힘들게 읽었음을 고백합니다. '가쿠타 미쓰요의 작품을 좋아한다'라는 저의 설정을 깨고 싶지 않아 중간에 몇번이고 끊겼던 책읽기를 불굴의 의지로 끝까지 읽었습니다. 왜 이 작품을 읽다가 집어 던졌다고 하는지 이해가 된다는 생각을 하며 읽었습니다. 재미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왠지 읽기 싫게 만드는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고 표현하고 싶습니다.  

 

  이 책 공중정원은 모든 것을 솔직하게 털어놓고 비밀없이 지낸다는 모토를 가진 한 가족을 중심으로 각자의 속내를 통해 가족이라는 제도의 위기를 표현하고 있습니다. 아무것도 숨기지 않는다는 모토를 주창한 엄마 에리코가 애초부터 거짓을 숨긴채 가정을 꾸렸다는 사실 자체가 불완전함의 시작입니다. 코가 끼듯이 결혼한 남편 다카시의 끊임없는 불륜행각과 무책임한 삶의 태도가 불완전함을 가중시킵니다. 에리코의 엄마 기노사키의 태도도 이상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남편 다카시의 불륜 상대인 미나도 불완전한 가정에서 받은 왜곡된 시각으로 가정따위는 이루지 않겠다고 생각하는 인물입니다. 이 가정의 아들과 딸인 고우와 마나도 동상이몽에 부족함없이 각각 한 몫을 담당해줍니다.  

 

  딸로부터 시작해서 아버지, 어머니, 할머니, 아버지의 불륜애인, 아들의 시선으로 총 여섯명의 내면을 통해 숨김이 없는 솔직한 가족의 모습을 연기하는 구성원과 주변인물들의 적나라한 내면은 보는 이로 하여금 극도의 불편함을 느끼게 합니다. 그리고 이런 가족이란 제도의 한계와 불완정함으로 드러내 보여줍니다.

 

 

 

#2. 솔직하게 비밀을 털어내버리는 무책임함

 

  결국 어떤 제도, 모임이 되었건 구성원들의 관계에서 중요한 것은 각자의 역할을 충실히 해나가는 성실한 태도와 관계의 책임감입니다. 이 책에서 가족에 대해 극도의 결벽을 가지게 된 주인공 '에리코'의 불편한 모습은 결국 그녀의 어머니 '기노사키'와 남편 '다카시'의 무책임함에서 기인합니다.  

 

" 제발 그 자리에서 확 죽어버렸으면 좋겠다고 생각할 정도로 어머니에게 혐오감을 느낀 것은 바로 그때였다. 그때 어머니는 자기가 편해지기 위해 울고 있다는 사실을 나는 깨달았던 것이다. 울면서 용서를 구하면, 그 자리에 있는 사람들이 하나같이 '당신 탓이 아니라'라고 말해줄 것이다. 그러면 어머니 자신은 마음이 편해지겠지만, 내 입장에서 보면 어머니가 울었기 때문에 내가 하고 있는 일이 단순한 문제가 아니라 죄가 되어버린다. 해결할 수 있을지도 모르는 문제가 아니라 보상할 길이 없는 죄가 되는 것이다." p144

 

  에리코를 돌보지 않은 어머니 때문에 집에만 틀어박혀 있던 그녀의 문제로 방문한 다른 사람들 앞에서 울며 미안해하는 어머니를 방문자들이 위로하는 상황을 보며 내뱉는 에리코의 독백을 통해 어머니의 무책임이 에리코의 내면을 얼마나 왜곡시켰는지를 보여줍니다.  

 

" 남편은 고통스러운 표정까지 지으면서 털어놓으려고 하고 있었다. 그렇게 하면 속이 편해지니까. 그렇게 털어놓으면 죄도, 괴로움도, 고민도, 부끄러움도, 후회도 전부 나한테 떠넘길 수가 있다. (중략) "이기적인 짓 하지 말란 말이야!" 나는 소리질렀다. "아무 생각 없이 할 말 안 할 말 가리지 않고 마구 쏟아 부어놓고 혼자만 속 편해지면 다인 줄 알아?" (중략) 이 남자가 지키려고 하는 것은 비밀을 만들지 않는다는 우리 집의 가훈이 아니라 바로 자기 자신이다." p161

 

  남편도 엄마도 자신의 숨겨야할 비밀을 토해내어버림으로써 그 비밀로 인한 부담감을 상대방에게 전가시켜버리는 무책임한 태도를 취합니다. 가족을 포함해 사람과 사람사이에서 발생하는 문제의 대부분은 관계의 무책임함에서 오는 것입니다. 가능한 내가 짊어져야할 고통과 짐을 상대방에게 내던지려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란 말입니다. 가정을 지키려는 노력보다 자신을 지키려는 노력이 더 앞서는 것은 어쩌면 에리코도 마찬가지가 아닐까요? 

 

 

 

#3. 불륜과 비이성이 지배하는 세계의 불편함

 

  일본 여류작가들의 책을 읽으면 종종 느끼는 것이지만 일상적으로 우리가 당연히 좋은 것으로 여기는 것들에 대한 부정(否定)에서 출발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대표적으로 에쿠니 가오리를 예를 들면 갈수록 불륜을 일상적인 것으로 그리며 자연스럽게 만드는데 능숙해지고 있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이런 작풍을 불편하게 여기는 경우가 많은 것이 사실입니다. 가쿠타 미쓰요의 이 작품 역시 끈끈한 가족애와 가족간의 신뢰 관계에 대한 부정에서 출발하고 있습니다. 가족이란 것을 내 의지가 아닌 어쩔 수 없는 우연에 의한 산물로 묘사하며 그 불편한 진실을 밝히는 모양새를 취하고 있는 것입니다.  

 

 

"가족이란게 바로 이런 것이라고 나는 항상 생각한다. 마치 전철에 함께 탄 사람들 같은 관계. 내 쪽에는 선택할 권리가 없는 우연으로 함께 살게 되어. 숨막히는 공기 속에서 짜증을 내고, 진절머리를 내며,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전혀 알지 못한 채, 그래도 일정한 기간 동안 그곳에 계속 있어야만 하는 관계. 따라서 믿는다거나 의심한다거나 착하다거나 악하다거나, 그런 개인적인 성품은 전혀 관계가 없다." p219

 

"그러니까 지금 식탁을 둘러싼 이곳에는 다섯 개의 문이 있다. 튼튼한 자물쇠가 달린 똑같이 생긴 방문들. 다섯 개의 문 안쪽에는 각각 징그럽고 보기 싫고, 하지만 남들이 보면 치사하기 짝이 없는 비밀들이 왕창 우글거리고 있을 것이고, 앞으로도 계속 번식하며 살아 있을 것이다." p268

 

 

  이 이야기속의 화자들의 입장에서는 그럴 수도 있겠다고 나름의 설득력은 있다고 여겨집니다. 그러나 과연 우리가 느끼는 우리 가족에 대한 시선과 태도가 이 이야기속의 등장인물들과 어느정도 일치가 되고 공감을 가질 수 있을까요? 이 이야기가 나의 이야기가 되어지기에는 지나친 괴리가 느껴집니다. 혹시나 자신의 가족과 비슷한 모양새가 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어느 누구도 '그래, 바로 우리가족의 이야기야. 내가 찾던 이야기가 여기 있었어!' 하며 공감하고 기뻐할 수 있을까요? 가족관계의 따뜻함에 대한 철저한 부정(否定)을 담은 이야기 '공중정원'. 당신의 가족은 어떠십니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빵가게를 습격하다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김난주 옮김, 카트 멘쉬크 그림 / 문학사상사 / 2013년 7월
평점 :
절판





#1. 참회하는 마음으로 리뷰를 쓴다

 

  카트 멘쉬크의 일러스트레이션에 반해서 "잠"을 사서 나름 즐겁게 읽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 때 "잠"을 읽으면서 즐거웠던 이유는 하루키의 다른 단편집 "TV피플"에 수록되어 있던 "잠"과 비교해보았을 때, 내용이야 대동소이했지만 일러스트레이션과 절묘하게 조화를 이룬 완성된 한권의 책으로써의 "잠"과 그냥 단편집의 다섯개 단편 중 하나로 활자만 들어있는 "잠"은 다가오는 느낌이 너무도 달랐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즌혀 돈이 아깝지 않았습니다. 그 때의 기억으로 이번책 "빵가게를 습격하다"도 부담없이 구매했습니다.

 

  "빵가게를 습격하다"는 기존 단편집에 수록된 "빵가게 습격"과 "빵가게 재습격" 두작품을 엮은 짧은 내용의 책입니다. 30분이면 충분히 읽고도 남을 정도의 분량입니다. "잠"과 달리 솔직히 엄청나게 짧은 전반부의 "빵가게를 습격하다"를 읽고선 솔직히 참회하는 마음이 들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이거야 원, 돈지랄이 아닐까?' 이런 마음이었죠. 물론 멘쉬크 여사의 그림은 여전히, 역시나 훌륭했습니다. 그러나 과연 이 짧은 글을 읽기 위해 굳이 돈을 들여서 이걸 사야했나? 하는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었음을 고백합니다. 아마도 몇몇 블로거들은 늘 한결같이 지적하듯이 '네임벨류를 이용한 지나친 상술'이라고 평가할 것이 자명한 책인데 말입니다.

 

 

#2. 빵이나 사묵으면 좋으려나..

 

  만약에 단순히 이 두 단편의 내용이나 작품성만을 생각한다면, 이 책을 살 돈으로 빵이나 사묵으면 딱 좋을 것 같습니다. 하루키의 작품성을 폄하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여러 단편집에 수록된 이 두개의 단편을 따로 떼고 가져와서 재출간하는 가치에 대해서 말입니다. 책을 읽으면서 이 책이 짧은 것이 얼마나 다행인가 생각했습니다. 그렇지 않았으면 좀더 오랜시간을 굳이 이 책을 사는 것이 옳았을까를 끊임없이 회의하면서 읽었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내용이 뭐 이렇습니다. 주인공이랑 동거인 친구가 심한 공복감에 못이겨 빵집을 털러 들어갔는데 주인이 바그너 음악을 들으면 빵을 준다고 해서 딜을 합니다.... 여기서 내용 끝. 그리고 결혼한 주인공의 아내와 빵가게를 다시 습격하러 갔다가 오밤중이라 뻘짓을 하고 또 끝. 내용이 요모양입니다. 굳이 의미부여를 해서 그럴듯하게 해석해보려고 오버를 할 수도 있겠지만 그저 이런 단순한 내용인 것이 사실입니다. 물론 독특한 하루키 특유의 문체와 상상력은 재미집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미 읽고 소장한 책들에 수록된 내용과 대동소이하다는 점이 저를 오그라들게 합니다. 거뭐... 별다를 거라 기대를 한것도 아니었지만서도..

 

  하루키 자신은 일러북을 내면서 옛날 작품을 대거 손을 보았다고 합니다만 어차피 번역물이라 그런지 예전 "무라카미 하루키 단편 걸작선"에 수록된 번역본과 비교해보면 약간 문장을 현대식으로 바꾼것 외엔 별다른 차이를 모르겠습니다. 제 입장에선 단순히 번역자가 바뀌어서 번역스타일이 다르고 시대적인 차이가 조금 있는 거 같을 뿐 본질적으로 거기서 거기인 내용이었습니다.

 

 

#3. 참회는 할지언정 후회는 없다

 

  어차피 저는 책사는 블로거니 책을 산거에 대해선 후회가 없습니다. 하루키 작품을 속속들이 읽지는 못했지만 하루키 책을 모으는데 의의를 가진다면 이 책도 어차피 컬렉션의 일부이므로 살 수 밖에 없는 책이었습니다. 정말 다행인 것은 멘쉬크의 일러스트레이션을 너무 좋아라한다는 점입니다. 그림마저 마음에 안들었으면 멘붕이 왔겠지요. 하루키의 단편중에는 몽환적이면서도 재미진 작품들이 다수 있는데 왜 "빵가게 습격 시리즈"가 먼저 제작되었는지 의아합니다.

 

  제발 다음번에는 제가 좋아라하는 작품으로 일러스트레이션 집을 만들어 주었으면 좋겠습니다. 다음 일러북은 어떤 책 계열로 만들지도 궁금합니다. "잠"은 짙은 청색계열로 "빵가게를 습격하다"는 진한 녹색계열인데 다음 작품은 어떨까요? 이런 생각으로 다음 일러스트레이션 콜라보 북이 또 나온다면 저는 구매하고 말 것입니다. 벌써부터 다음 책은 도데체 뭐라고 리뷰를 써야하나 걱정이 되고 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야밤산책 - 매혹적인 밤, 홀로 책의 정원을 거닐다
리듬 지음 / 라이온북스 / 2013년 7월
평점 :
절판





#1. 참 조용하면서도 힘이 센 존재, 책

 

"책은 참 조용하면서도 힘이 센 존재다. 우리의 생각과 사고방식을 변화시키며 한 권의 책이 다음 책을 갈구하게 만든다. 자꾸만 서점으로 발걸음을 향하게 하고 그곳에서 마음의 풍요로움과 안정을 찾게 한다. 책에 대한 이야기도 좋지만 내 생활, 삶과 연관된 책 이야기는 더욱 매혹적이다. 사랑하는 이를 위한 책 선물과 그 속의 낭만적인 헌사, 서점 옆 커피 향이 가득한 카페에서의 즐거운 수다, 누군가를 기다리는 시간을 행복하게 바꾸어주는 서점 등에 얽힌 갖가지 이야기 말이다." p.57 

 

  독서에세이라고 분류하는 "야밤산책"은 책분야 파워블로거인 [리듬]님이 쓰신 책입니다. 대부분의 책 블로거가 그러하듯이 저자도 6년 전 어느날 누군가 버리고 간 책 무더기에서 "리듬"이라는 책을 발견하고 그 책에 감명받아 [리듬]이라는 이름으로 책을 사랑하는 사람이 되었다고 합니다. 저자의 이야기처럼 책이란 참 대단한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한 사람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꾸어 버리는 계기는 여러가지가 있지만 책을 통해 인생의 터닝 포인트가 결정되는 경우를 우리는 자주 만나게 됩니다.  

 

  이 책 "야밤산책"이 나오게 된 배경도 책이라는 마력의 존재 때문일 것입니다. 이 책에서 저자는 '일상과 삶', '사랑', '행복', '일의 의미' 등의 네가지 테마로 50권이 넘는 책을 서평 형식으로 풀어냅니다. 저자가 들려주는 책과 자신의 이야기를 읽고 있노라면 마치 달빛이 고요하게 비치는 밤의 숲속 산책길을 저자와 함께 걷고 있는 듯한 상상에 빠져듭니다. 함께 걸으며 저자의 이야기를 듣다가 제가 읽었던 책 이야기가 나오면 "아, 그책 읽으면서 나도 그 생각했는데! 난 이런 생각했거든!" 하고 얘기하고 싶었습니다. 반대로 제가 읽어보지 못했던 책의 이야기를 읽을 때면 "아, 그 책이 그런 내용이었어? 나도 읽어보고 싶어지는걸?"하고 말하고 있었습니다. 책이라는 공통의 주제를 통해 저자와 대화한다는 건 참으로 즐거운 일인 것 같습니다.

 

 

#2. 책을 읽고 리뷰를 남긴다는 것의 의미

 

  저자는 책을 읽고 리뷰를 남기는 행위에 대해 식사와 디저트의 관계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식사를 하고선 디저트를 굳이 안먹어도 상관은 없지만 먹어 버릇하면 늘 디저트를 찾게 된다는 것이죠. 그리고 그것이 일상이 되면 디저트가 없는 식사는 허전한 것이 되는 것입니다. 그런 까닭에 책읽기와 리뷰쓰기는 연속적인 하나의 행위가 되어집니다. 저에게도 책을 읽는다는 것은 곳 리뷰를 남긴다는 의미와 동일합니다. 리뷰를 남기지 않은 책은 읽지 않은 것처럼 느껴집니다. 그러니까 저는 아직까지 읽은 책이 몇권 안되는 거네요. 리뷰를 남기며 그 책에 대해 생각하고 저자를 궁금해하고, 그 책이 나에게 던져주는 화두를 고민하고 정리하다보면 그 책과 더 친밀해집니다. 이런 과정을 얼마나 풍성하게 거치냐에 따라 책이 저에게 남기는 흔적의 깊이는 달라집니다.  

 

  독서량이 턱없이 부족한 저는 책을 읽고 그 책에 대한 리뷰를 쓸 때 여러가지 어려움을 만납니다. 예를 들면 누쿠이 도쿠로의 "미소짓는 사람"을 읽고선 '아, 이런걸 말하려고 하는구나'하는 감상은 있지만 비슷한 형식의 다른 책과 비교를 해본다던지, 누쿠이 도쿠로의 이전 작품과 비교해 본다던지 하는 입체적인 리뷰를 작성하기가 여간 곤란한 것이 아닙니다. 그러다보면 단편적인 '재미있다', '재미없다' 식의 표현외에는 쓸 말이 없어지는 것이지요. 저에 비하면 이 책의 저자는 정말 다양한 책을 읽은 것 같습니다. 이 책에 소개된 책들 외에도 무수히 많은 책들을 읽었겠죠. 그동안 만나왔던 많은 책들과 대화하는 과정을 통해 작가의 마음과 삶을 풍성하게 해 주었으리라 생각합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책에서 소개한 책들을 포함해서 더 많은 흥미롭고 좋은 책들을 꾸준히 읽어야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것이 나 자신을 사랑하는 적극적인 방법이기도 하겠습니다.  

 

 

#3. 야밤산책의 백미는 "에필로그"부터 시작된다.

 

  저에게 있어 이 책의 가장 백미는 작품들 하나 하나의 독서에세이가 끝난 "에필로그"부분 부터였습니다. 덧붙이는 글이라는 형식으로 약 45페이지에 걸쳐 펼쳐놓은 '책읽기 좋은 시간', '좋은 책은 어떻게 고를까?'. '내가 책을 좋아하는 이유', '리듬의 책으로 하는 자기고백' 등이 담겨있는 이부분이 너무 좋았습니다. 읽은 책들에 대한 감상들도 좋았지만, 이 부분은 어찌되었건 오롯이 저자의 이야기였기 때문이었습니다. 책 읽기에 대해서라면 책을 쓴 사람이나, 출판사 직원이나, 학교 선생님 등등 보다는 오히려 일반 독자의 입장에서 책을 계속 읽은 사람의 이야기를 듣는 것이 가장 효과적입니다. 나와 비슷한 입장에 있는 사람의 공감가는 나눔을 읽을 때의 즐거움은 "에필로그" 부터의 짧은 글들 안에서 진가를 발휘했습니다. 이런 반응이 나오는 것이죠 "그래, 내말이 그말이라니깐!!! 에헤이.. 이양반 뭘 좀 아네. 알아!!" 

 

 

 

#4. 독서에세이가 너무나 일상적으로 다가오는 이유.

 

  한편으로는 이 책이 지나치게 일상적이라 설레임이 조금은 떨어진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책을 읽으면서 '정말 좋은 내용이고 훌륭한 독서에세이인데 왜 그럴까?' 하는 고민을 하게 만들었습니다. 곰곰히 생각해보니 아무래도 약 10개월 간의 제 생활 때문이라고 결론지었습니다. 그러니까 저는 매일매일 블로그 이웃들의 책 리뷰를 읽고 있는 것입니다. 저는 성격상 제 이웃들의 글의 대부분을 최선을 다해 정독합니다. 가능하면 덧글까지도 다 읽습니다. 얼마나 훌륭한 글인가를 떠나서 책 리뷰를 하루에 최소 열개이상을 매일 읽고 있는 셈이죠. 그런 형편이다보니 리뷰가 담겨있는 이 책의 구성상 한 챕터씩 읽어나가는 것이 너무나 일상적이었다고나 할까요? 한 챕터를 넘길 때마다 마음으로 '공감'을 누르고 '덧글'로 제 나름의 의견을 달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너무 좋은 감상들이 담겨있고 훌륭한 책이지만 매우 일상적인 행위를 하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던 것입니다. 그렇기에 위에서 언급한 에필로그 이후 작가만의 이야기가 너무 즐거웠던 것이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InSight 일본문화여행 - 일본인의 숨겨진 1인치, 스토리텔링 콘텐츠와 자유여행지 추천
오세종.타카오카 쿠루미 지음 / 지식공감 / 2013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1. 그 나라의 문화를 이해하는 즐거움

 

  유홍준 교수님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1권의 머리말에는 이런 이야기가 나옵니다.

 

술사를 전공으로 삼은 이후 내가 주위 사람들로부터 가장 많이 받은 질문은 어떻게 하면 미술에 대한 안목을 갖출 수 있느냐는 것이었다. 이 막연한 물음에 대하여 내가 대답할 수 있는 최선의 묘책은 "인간은 아는 만큼 느낄 뿐이며, 느낀 만큼 보인다"는 것이었다. 예술을 비롯한 문화미란 아무런 노력 없이 획득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면 그것을 아는 비결은 따로 없을까? 이에 대하여 나는 조선시대 한 문인의 글 속에서 훌륭한 모범답안을 구해 둔 것이 있다. "사랑하면 알게 되고, 알면 보이나니, 그때 보이는 것은 전과 같지 않으리라."

 

  특히 이 말이 정확히 적용되는 예는 역시 여행인 것 같습니다. 물론 저는 아무 준비없이 떠나는 여행을 사랑합니다. 무언가 예측되고 계획된 상황과 마주치는 일은 크게 흥미롭지 않기 마련이니까요. 그러나 똑같이 주어진 시간과 경비로 투자대비 효과를 생각한다면 역시나 여행은 충분히 준비를 하고 가는 편이 더 좋을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여행계획을 짜고, 일정을 고민하는 것이겠지요.

 

  처음 낯선 곳으로 여행을 갈 때는 아무래도 타지의 생경한 풍경들을 보게 됩니다. 하지만 여행의 깊이가 생기려면 아무래도 그 나라와 지역의 특수한 문화를 이해하는 것이 최우선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런 문화적 차이는 특별한 곳에서보다는 현지인의 사소한 실제 생활이나 소소한 물건들에서 느낄 수 있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2. 여행이 즐거워지는 일본의 문화심리

 

  이 책은 일반적인 여행정보지는 전혀 아닙니다. 몇가지 테마를 가지고 일본의 문화심리를 가볍게 정리하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전반적인 평가나 비평이 있는 것은 아니고 그야말로 케이스 바이 케이스로 가볍게 툭툭 던져줍니다. 읽다보면 나도 모르게 '어, 이런건 우리랑 많이 다르구만! 몰랐네...' 이런 반응을 하고 있는걸 느끼게 됩니다. 일본의 역사와 일본인의 세계관, 가치관 등을 갖다 붙이면 굉장히 심오하고 복잡해지는 그들만의 행동양식이겠지만, 이 책에서는 그저 편안하고 따뜻한 시각으로 풀어내고 있습니다. 늘 타인을 배려하는 일본인의 문화심리, 여행 중에 만날 수 있는 그들만의 특징적인 문화, 값비싼 음식이 아니라도 우리와의 차이를 크게 느끼며 즐거워 할만한 식도락 문화, 편안하게 휴식할 수 있는 일본의 문화 등을 테마로 정말 다양한 내용들이 나열되어 있습니다. 제가 나열이라고 표현한 것은 사실상 분류를 해놓기는 했지만 뭐랄까? 잘 짜여진 느낌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야말로 그냥 소소한 사실과 저자의 단상이 나열되어 있습니다.

 

  이 책은 각각 챕터마다 독자가 느끼는 느낌이 천차만별일 거라 생각되었습니다. 이를테면, 저 개인적으로는 늘 줄을 서는데도 화내거나 초조해하지 않는 일본인의 특징을 다룬 "기다림의 즐거움"이라든지, 저의 일과 관련이 있는 "전철 승무원"이야기, 최근 일본에 계시는 이웃으로부터 설명들었던 우리와 다른 "다코야키"이야기, 늘 궁금한 "일본 전통 료칸"이야기 등등을 흥미롭게 읽었습니다. 아마 평소 궁금했던거나 읽으면서 인상적인 부분이 독자마다 많이 달라진다는 점, 다양한 반응을 할 수 있는 독특하고 재미난 이야기꺼리들이 많다는 점이 이 책의 장점일 것입니다.  

 

 

#3. 창업을 위한 Insight 라.. 글쎄....

 

  이 책은 '가볍게 스쳐 지나가는 일상의 모습들을 다시 잘 관찰하면 새로운 콘텐츠와 창업 아이템이 보인다'는 취지를 내걸고 있습니다. 제가 딱히 창업의지가 없어서 그런지 이 부분에 대해서는 전혀 와닿지도 공감이 가지도 않았습니다. 그저 그 취지, 슬로건 자체만 공감이 가는 정도입니다. 이 슬로건을 이 책이랑 연결했을때 과연 저 취지에 적합한 구성이며 컨텐츠인지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일상의 소소한 정경이나 물건들을 바라보는 시각이나 거기에서 무언가를 뽑아내는(짜내는) 저자의 모습을 통해서 독자의 관심에 따라 예상치 못한 통찰을 얻을 수도 있겠구나 하는 정도의 생각을 해봤습니다.

 

  개인적으로는 후반부로 갈수록 각 재료들은 하나하나가 싱싱하고 맛있지만 비벼놓았을때 맛의 조합이 잘 안되는 상황이 더해지는 느낌이었습니다. 이 책의 특징자체를 부정하는 것이 될 수 있어 조심스럽지만 재각각인 이야기들을 억지로 묶어놓은 느낌이 조금은 들었다고나 할까요? 일본을 막연하게 나마 좋아하는 저로써는 아쉬운 부분이었는데 하나의 완성된 책에서 느껴지는 쫀쫀한 완성감이 조금더 있었더라면 더욱 좋았을 거 같습니다. (여행을 주로 한 테마문화책에다가 별걸 다 요구한다는 생각이 동시에 드는군요)

 

 

#4. 일본은 어떻게 될까요?

 

  요즘 일본의 방사능 오염과 관련된 비관적이고 심각한 이야기들이 심심치 않게 들리고 있습니다. 일본여행을 가고 싶은 저로써는 상당히 안타까운 소식들인데 어떤 얘기들은 굉장히 충격적이더군요. 방사능 피폭의 영향은 일정시간이 지나봐야 확인이 되는데다가 내부피폭(음식으로 인한)의 파괴력은 엄청나다고 하니 그저 아쉬울 뿐입니다. 정확한 사실이 어떠하든 이런 상황자체가 일본여행과 문화를 이야기하는 이 책을 읽는 즐거움을 떨어뜨렸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네요. 일본은 어떻게 될까요? 우리가족이 기분좋게 여행갈 수 있도록 잘 회복이 되었으면 하고 바래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어느 아나키스트의 고백
안토니오 알타리바, 킴 지음, 해바라기 프로젝트 옮김 / 길찾기 / 2013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1. 휘몰아치는 격랑속에서 잃지 않은 휴머니즘을 간직한 한 남자의 일생

 

   우리는 필연적으로 역사의 한 장면속에 갇혀 살아갑니다. 내가 살아온 시대의 역사의 흐름과 사회상은 내 삶의 태도와 가치와 지향하는 바에 막대한 영향을 줍니다. 지금 우리시대에 보편적으로 생각되고 있는 개인의 자유와 존엄은 생각해보면 얼마되지 않은 최근에서야 획득하게 된 가치인데도 불구하고 우리는 그것을 이미 너무나 당연시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어쩌면 언제나 인간은 지금의 나처럼 살아왔고 앞으로도 유사하게 살아갈 것이라고 쉽사리 생각해 버리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편이 매우 편리하기 때문입니다. 이런 정형화된 사고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들이 있습니다. 인터넷 검색을 통해서도 가능하고 역사 다큐멘터리등의 시청을 통해서도 가능할 듯 합니다. 그러나 그런 것들을 통해 다양한 사고를 하기에 세상은 더 자극적이고 달콤한 볼꺼리, 즐길꺼리가 너무나 많아진 것이 사실입니다.  

 

  나와 다른 시대, 다른 삶을 살아온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좋은 매개가 있다면 역시나 책일 것입니다. 책 속에서는 복잡다난한 세상을 살아온 사람들의 경험과 지혜가 녹아있습니다. 그러나 시대에 따른 다양한 이데올리기와 사상을 공부하기에 관련 책을 접하는 입장에서는 상당히 피상적이고 막연한 경우가 많습니다. 재미도 드럽게 없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이런 어려움을 배려한 실제적인 책이 있다면 바로 이책이 아닐까 합니다 

 

  1910년부터 2001년까지 스페인의 군사독재, 공화정, 스페인 내전, 제2차 세계대전, 프랑코 독재정권에 이르기까지 험난한 세월을 온몸으로 겪어낸 한 남자의 일대기를 그린 "어느 아나키스트의 고백"은 종교도, 조국도, 돈도 내 삶의 주인이 될 수 없다는 주인공의 신념과 저항을 처절한 삶의 여정으로 표현해내고 있습니다. 어린 시절부터 평탄치 않았던 주인공은 혼란했던 세상속에서 자신만의 사상을 확립하고 자유롭게 날기를 원합니다. 그리고 결국 날아오릅니다.  

 

 

 

#2. 소설? 만화? 형식의 파괴인가? 신선함인가?

 

  이 책은 2010 스페인 최고의 만화라 불려진 모양입니다.  대한민국을 세계에 세계를 대한민국에 소개한다는 [해바라기 프로젝트]를 통해 우리나라에 소개된 이 책은 형식상으로도 상당히 독특합니다. 어려운 내용을 만화로 풀어낸 표현방식 자체는 사실 우리나라에서는 상당히 익숙할 지도 모르겠습니다. 고우영 선생님의 [삼국지]같은 만화나, 이원복 선생님의 [먼나라 이웃나라] 같은 만화를 보면 이 책과 유사하게 텍스트가 빼곡이 들어가 있는 텍스트 비중이 높은 만화입니다.  

 

  그럼에도 이 책을 선듯 만화책이라고 표현하기 어려운 것은 작은 텍스트가 빼곡이 들어찬 형식 때문만은 아닙니다. 통상적인 텍스트 위주의 만화는 설명을 위주로 하는 반면 이 책은 무엇을 설명하고자 하는 데 목적이 있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그저 한 인간의 인생을 담담히 그려냅니다. 순수한 열망으로 체제와 싸우고 자유를 향해 몸부림치는 장면들에서 큰 공감과 유대 의식을 이끌어내고 있습니다. 이런 공감을 바탕으로 먼 한국땅에서도 비슷한 시기와 상황을 살아간 우리 어른들의 삶을 떠올릴 수 있는 것입니다. 텍스트로는 전달하기 어려운 분위기를 이미지를 통해 전달하고자 저자는 킴이라는 만화가와 함께 작업을 합니다. 킴 역시 독재정권에 의해 아버지를 잃은 전력이 있어 더욱 잘 표현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이런 형식에 대해 긍정적으로 표현한다면 "소설과 그림의 상호보완을 통해 최고의 효과를 얻었다"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부정적으로 본다면 만화의 최대 미덕인 가독성이 상당히 떨어진다는 점이 이책을 즐기는 독자층을 제한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입니다. 늘 안타까운 현실은 이런 책을 읽을 필요가 있는 사람은 잘 읽어보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3. 사람이 사람위에 군림하지 않고 가진것을 나누는 인간다운 삶을 꿈꾼 이상주의자

 

  "아나키스트"는 "아나키즘(Anarchism)"을 추종하는 사람을 뜻합니다. 무정부주의라고 표현되지만 이들의 관심은 단순히 정부에 그치지 않습니다. 국가권력은 물론이고 종교나 자본 등 모든 지배적인 것 자체를 부정하는 사람들을 가리킵니다. 개인적으론 어떤 특정 이데올로기에 추종자를 좋아하지는 않습니다. 필연적으로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을 부정하거나 공격적인 태도를 보이기 때문입니다. 작금의 우리나라의 현실도 마찬가지겠습니다. 서로 공격하고 첨예하게 대립해서 남는 건 상처뿐이지요. 우리 앞세대들이 치열한 투쟁속에 지금의 자유과 인권과 권리가 얻어진 것임을 부정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지만 결국 사람이 서로를 존중하고 사는 세상이 온다면 그것이 최상의 가치가 아닐까 합니다.  

 

  이 책에서 주인공은 적극적인 아나키스트로 보이지는 않습니다. 세월이 그러한데 자신이 보기엔 바람직한 방향이 아니라고 느꼈기에 거부했을 뿐이지요. 함께 바람직한 세상를 꿈꾸었던 동지가 자본주의의 세례를 받아 어려운 이들을 착복하는 방식으로 부를 축적하는 것을 보고도 주인공은 그 모습을 답습하지 않습니다. 물질에 양심을 팔지 않았던 것이지요. 그리고 끝까지 자신의 가치를 지킵니다. 그 결과로 그는 마지막까지 생활고에 쪼들립니다. 나의 가치를 숭고하게 지킨다고 해서 누가 알아주거나 적절한 결과물을 얻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되겠습니다. 선택은 각자의 몫이지만 이 책을 통해서 어떻게 사는 것이 옳은 것인지, 나에게 적절한 삶의 태도는 어떤 것인지 한번쯤 고민해 본다면 이 책의 가치는 충분할 것이라 생각됩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