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답은 내 안에 있다 - 길 잃은 사람들을 위한 인생 인문학
김이섭 지음 / 미디어숲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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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돌이킬 수 없고 무엇보다 소중한 인생


어떻게 사는 것이 잘 사는 것인지에 대해 자신 있게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 같습니다. 내 대답에 모두가 동의하는 일은 없을 것이기 때문이죠. 그만큼 잘 사는 것이 어떤 것인지에 대해 절대적인 것은 없습니다. 하지만 절대적인 것이 없다고 해서 아무렇게나 살아도 좋은 것은 아닙니다. 우리의 인생은 돌이킬 수 없고 스스로에게 그 무엇보다 소중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누구나 한 번쯤은 내가 정말 잘 살고 있는가?라는 고민을 하게 됩니다. 내 인생이 잘 풀린다고 생각하든, 아니라고 생각하든 마찬가지입니다. 정답이 없다는 것은 그런 것이니까요. 그러면 도대체 어떻게 살아야 하는 것일까요?



"인생은 스스로 질문을 던지고 답을 찾아가는 과정입니다. 누구에게나 자신만의 답이 있습니다. 정해진 답이 아니라 내가 찾아내는 답, 그게 바로 내 인생의 답입니다."



저자가 책의 서두에서 정언명령처럼 선언하는 이 문장을 대할 때, 시원한 마음이 든다면 이 책을 읽을 필요가 없는 분입니다. 이 문장을 대하면서 '그래서 그 답을 어떻게 찾지?'라는 생각을 하는 것이 일반적인 반응입니다. 그럴 때 자신만의 정답을 찾기 위해 필요한 자료와 태도, 철학, 스승 등에 대한 정보를 얻기 위해 이 책이 필요합니다.


<인생의 답은 내 안에 있다>는 일종의 자료집이자 묵상집입니다. 책 속에 자기 인생의 답을 찾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는 다양한 자료들로 가득 차 있습니다. 저자가 강조하는 것처럼 정답이 하나만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다 보니 자료들이 다방면으로 폭넓게 포진하고 있습니다. 그 와중에도 내용이 장황하지 않고 이해가 쉽도록 잘 정리된 아포리즘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특히 저자가 강조하는 인생의 태도가 몇 가지 있는데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역시 긍정적인 자세입니다. 아마도 긍정적인 분이라면 이 책의 내용을 늘 들어왔던 뻔한 이야기들이라고 받아들이지 않고 지금 이 시점에서 고려해 볼 인생의 지혜를 모아놓아 정리를 돕는 훌륭한 책으로 받아들일 것입니다. 이 책은 긍정적이고 적극적으로 읽는 분들에게 매우 귀중한 조언이 될 것입니다.




2. 삶의 방향을 정하는 데 도움이 되는 법칙들과 신기한 인생 방정식

저자는 우리가 살면서 알게 모르게 배워왔던 상식, 세계관과 가치관 생성에 필요한 바탕에 대해 압축해서 들려줍니다. 특히 인생관을 이루는 주요한 다섯 가지 틀인 프레임, 확증편향, 콤플렉스, 메커니즘, 패러다임 등에 대해 설명해 줍니다. 반드시 한 번 정리하고 넘어가면 좋을 개념들입니다.


저자께서 공부를 많이 하셔서 그런지 아니면 어디다 풀어놓지 못하고 적어놓으신 것이 많으셔서 그런지 책 속에 각종 효과와 수많은 법칙, 심리 작용 등을 총망라하고 있습니다. 이런 나열 방식 자체가 무척 흥미로웠습니다. 좋은 말이 너무 많으면 주제가 흐려지거나 집중이 흐트러지기 마련이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워낙 크고 중요한 주제를 잡으셔서 그런지 하나하나가 다 생각해 봄직하고 도움이 되는 내용이었습니다.


갈수록 점입가경인 수없이 많은 단어와 약어 등으로 인생을 설명하는 소챕터가 등장합니다. 비슷하지만 다양한 단어로 풀어내는 인생에 대한 이야기가 흥미롭고 위트 넘치는 데다가 의미도 있어 훌륭하다는 생각과 함께 이쯤 되면 집요하다는 생각도 듭니다. 간단하게만 예를 들자면 "버릇, 그릇, 노릇"으로 인생의 다섯 가지 터(놀이, 배움, 일, 쉼, 꿈)를, "가나다(가리다, 나누다, 다르다)"로 삶의 원칙을 설명하는 식입니다.


여기에 자신의 삶의 의미와 방향성을 점검해 볼 수 있는 아홉 가지 질문도 던집니다. 내 인생에 소중한 것은 무엇인지, 쓸모 있는 것은 무엇인지, 어떤 선택이 좋은 건지, 누구 말을 들어야 하는 것인지 등의 질문입니다. 반드시 점검해 봐야 할 질문거리 들로 인해 삶을 돌아보고 내가 놓치고 있는 것은 무엇인지, 내가 중요하게 생각해왔던 것은 어떤 것이었는지 생각해 볼 소중한 기회를 제공합니다.


이뿐 아니라 인생의 MVP(mission, vision passion), VIP(Vocation 소명의식, Inspiration 영감, perspiration 땀과 노력), ABC(Accelerator, Brake Control), 3T(Targeting, Timing, Triggering) 3C, TRIP, 3합 등등 셀 수 없이 많은 것들을 나열하고 있어서 신기할 지경입니다. 결은 다르지만 유병재 씨가 N 행시를 위트 있게 정리해 감탄하면서 읽었던 책 <말장난>이 생각나는 지점이었습니다.



3. 결국 삶은 품격 있는 행복을 추구하는 길


우리의 삶은 스스로 뚜벅뚜벅 걸어가야 할 길이라 할 때, 그 걸음이 바르고 품격이 있는 것이 중요하겠습니다. 또한 목표 지점이 분명하고 스스로 의미가 있어야겠습니다. 걷는 걸음마다 행복이 가득하고 결과적으로 인생의 길이 행복하다고 느낀다면 가장 이상적이라 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이 책에서는 건강한 신체가 건강한 마음과 생각을 가져온다고 보고 걷기를 통한 행복의 가치를 이야기합니다.


눈물과 웃음 즉, 감정에 충실한 삶도 중요합니다. 내 감정을 외면하면 나의 내면이 왜곡되기 쉽습니다. 이는 행복에 이르는 길에서 멀어지는 방식입니다. 돈으로는 살 수 없는 꿈과 추억을 많이 쌓으면서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현재를 열심히 사는 것이 저자가 조언하는 삶의 방향입니다.


그러나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우리의 삶은 나 혼자만 유아독존할 수 없다는 점입니다. 나 한 사람의 행복이 타인의 행복을 침해하거나 방해해서는 안 됩니다. 결국 사회 속에서 얼마나 조화로운 모습으로 행복을 추구할 것인가가 또 하나 고려해야 할 중요한 쟁점입니다.


"하나와 모두의 조화. 개인의 자유의지와 사회의 질서유지가 조화를 이룰 수만 있다면, 이 세상은 안전하고 평화로운 지상낙원으로 변할 수 있지 않을까."


저자는 개인과 사회의 조화를 통해 지상낙원이 될 수 있을 거라는 이상적이고도 긍정적인 관점을 제시합니다. 물론 현실 세계에서 만나보기 어려운 장면일 것입니다. 그러나 분명 노력해야 할 지향점으로 삼을 필요는 있습니다. 이 부분에 이르러 우리나라와 전 세계에서 벌어지고 있는 코로나 시대의 백신 문제가 떠오릅니다.


사회 전체의 안전을 위해 개인의 백신 접종은 의미가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과연 백신의 안전성이 담보 되는가의 문제를 고민할 필요가 있습니다. 백신 접종으로 인한 위험성이 만에 하나라도 존재한다면 접종을 하지 않는 개인의 선택도 존중받아 마땅합니다. 대체로 우리나라는 개인과 사회 전체를 위해 백신 접종을 받는 사람의 비율이 높은 것 같습니다. 유럽 국가들은 개인을 더 존중하는 전통적 가치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 때문인지 백신 접종 비율이 낮습니다. 무엇이 옳은지 딱 잘라 말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이런 이슈가 저자가 말하는 하나와 모두의 조화에 대한 문제를 고민해 볼 좋은 예시가 됩니다.


어떻게 하는 것이 개인이 자유의지와 사회의 질서유지가 조화를 이루는 것일까요? 여기에 대해 통일된 하나의 의견이 도출되기 어려울 것입니다. 이런 이슈들을 하나하나 불러오면 개인과 사회의 조화라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문제인지 알 수 있습니다. 좋은 말이고 중요한 의미를 내포하고 있지만 탁상공론과 같은 안일한 결론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럼에도 우리가 추구해야 할 다양한 가치 중 하나임은 분명합니다.


수많은 미디어와 정보의 홍수 때문에 몸살을 앓으며 도대체 내가 하루하루를 어떻게 살고 있는지 혼란스러운 분이나, 한 번쯤은 어떻게 사는 것이 정답인지 정리하고 싶은 독자분들이 계시다면 꼭 읽어보시기를 권해드립니다. 정답은 아니어도 어떤 것들을 고민해 나가야 할지에 대해 힌트를 얻을 수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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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적인 행복의 시간, 3분 케이 미스터리 k_mystery
조영주 지음 / 몽실북스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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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할로윈과 코스튬플레이, 그리고 살인 사건...


   "할로윈에 계약해서 할로윈에 책을 내겠다."라는 이야기를 1년 전 할로윈 즈음에 만난 조영주 작가로부터 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몽실북스와 장편 소설을 계약했고 할로윈 관련 작품이 될 거라는 이야기였습니다. [절대적인 행복의 시간, 3분]은 그렇게 탄생한 할로윈 책입니다. 그렇기에 소설의 주요 배경이 할로윈인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할로윈은 매년 10월 31일로 영미권 문화의 "모든 성인 대축일 전야제"라고 하는데요, 저는 이 자체가 사실 생소하고 익숙한 날은 아닙니다. (조금 슬픈 이야기지만 저는 이용 선생님의 잊혀진 계절의 첫 소절 "10월의 마지막 밤"이 먼저 떠오르는 사람입니다.) 애초 할로윈의 기원은 중요한 것이 아니고 오늘날 할로윈은 사실 코스튬플레이 파티와 행사가 핵심이죠. 이 소설 역시 할로윈 코스튬이 사건 발생과 진행의 중요한 소재가 됩니다. 


   개인적으로 할로윈 축제 문화가 너무나 생소하고 적극적으로 참여해 본 적도 없어서인지 소설의 초반 전개가 익숙하지 않았습니다. 덕분에 정말 소설을 읽는 듯한 느낌을 제대로 받았습니다. 등장인물들의 행동이나 대화가 대체로 수긍은 되지만 익숙하지 않아 이상하다고 느꼈습니다. 좋은 쪽으로 해석하자면 신선했다고 볼 수 있겠네요.


   여기에 정말 낯선 방식의 죽음이 등장합니다. 이후 살인사건으로 밝혀지면서 스토리가 이어지는데, 홍콩의 사건과 한국에서의 사건이 7년이라는 시간차를 두고 벌어지면서 스토리가 교차로 진행됩니다. 이런 방식은 최근 조영주 작가가 즐겨 사용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가뜩이나 어색한 소재와 익숙지 않은 느낌을 갖고 있는 상태에서 왔다 갔다 해서 더 어지러웠습니다. 재미가 없었던 것이 아니라 전체적인 그림을 그리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7년 전 벌어진 살인사건, 그리고 이와 얽힌 주요 등장인물들의 알 수 없는 행보, 여기에 새로운 사건의 발생, 더 알 수 없는 진실의 행방이 복잡하게 펼쳐지는 미스터리의 진수 같은 이야기입니다. 

 


2. 놀라운 반전, 전통 미스터리 소설의 미덕에 충실한 마무리


   소설의 2/3 이상이 흘렀음에도 혼란스러움은 여전했습니다. 그러나 결말 부분에서 드러나는 이야기의 전말은 매우 충격적이었습니다. 읽으면서 너무 감을 잡지 못해서인지 결말의 대반전은 상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흘러갔습니다. 반전이라는 소설적 장치 자체를 좋아하지 않음에도 감탄할 만한 반전이었습니다. 


   여담이지만 반전을 좋아하지 않는 이유는 반전이 등장하기 전까지 전혀 눈치채지 못할 만큼 둔하기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이 소설 역시 사건의 전말이 드러날 때까지도 전혀 눈치채지 못한 여러 가지 장치들로 인해 무척 충격을 받았습니다. 그리하여 밝혀진 대 결말 앞에 그동안의 혼란과 불편함이 해소되면서 역시나 작가의 역량을 또 한 번 인정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소설 초, 중반에 전체적인 맥락에서 다양한 힌트와 떡밥을 뿌리고 마지막에 전반적으로 잘 회수해 내는 것이 전통 미스터리 추리 소설의 미덕이라고 할 때, 이 소설은 기본적인 미덕에 충실합니다. 그뿐 아니라 애초에 작가가 가지고 있는 장점을 최대한 발휘해  더 깊이 있는 소설이 되었습니다. 역시나 캐릭터 설정과 묘사의 깊이입니다. 다중적이면서도 현실에 있을 법한 인물들의 내면 묘사는 물론 이상해 보이는 행동에 그럴 수밖에 없는 필연적 요소를 납득이 가도록 디테일하게 설정해 놓은 성실함에서 기인되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미 익숙하게 알려진 외부 캐릭터를 차용하는 방식도 좋았습니다. 배트맨은 어둠의 고담 시에서 암암리에 활약하는 히어로입니다. 배트맨이라는 캐릭터를 차용해 소설의 전반적인 분위기를 형성하는데 긍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봅니다. 사건을 풀어나가는 한 축으로 등장하는 이혁이라는 인물이 과거 인기 애니메이션 '시티 헌터'를 차용해 온 것도 좋은 설정이었습니다. 전체적인 배경인 할로윈 축제를 가져다 쓴 것 역시 동일한 맥락에서 전체적인 소설적 분위기를 만드는 데 큰 역할을 했습니다. 

 


3. 깊이 있는 인간 내면에 대한 고찰, 뒤틀린 심리에서 최고의 행복까지...


   이 소설이 단지 배경이나 분위기만 무거운 것이 아니라 주제 의식까지 묵직할 수 있었던 것은 시대를 초월하는 인간 사회의 무거운 현실을 반영했기 때문일 것입니다. 결국 사회적 범죄라는 것은 다양한 인간의 내면적 욕구 중에 사회를 지탱하기 위해 참고 자제해야 할 것을 참아내거나 긍정적 방식으로 해소해 내지 못했을 때 발생하는 것입니다. 소설에는 이런 부분에 대한 묘사가 아주 잘 드러납니다. 


   저에게는 매우 생소한 복장도착증이라던가, 그로 인한 비정상적인 성적 욕구와 성범죄의 문제가 직접적으로 다뤄집니다. 이런 성범죄를 바라보는 사회의 이중잣대의 문제도 빠짐없이 지적하고 있습니다. 이런 이중적인 태도 때문에 벌어지는 피해자의 불행과 정서 왜곡, 2차 범죄와 후유증 등도 세밀하게 묘사되고 있습니다. 이런 이야기를 읽다 보면 무척 심란해지게 됩니다. 


   단순히 범죄 심리 묘사만 있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기본 감정인 사랑에 대한 묘사도 빠지지 않습니다. 사랑이라고 하면 대체로 순수하고 이상적인 사랑만 생각하게 되는데 살다 보면 사랑이라는 것이 참 복잡하고 다양하게 표현된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어쩌면 누구도 '사랑은 이렇게 하는 것이다.'라고 정의하기 어려운 것 같습니다. 이 소설에서도 사랑의 몇 가지 특별한 요소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장면들을 특색 있게 제시하고 있습니다. 


   이 소설이 더 복잡 미묘한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인간의 뒤틀린 심리에서 나타나는 범죄와 불행이 인간의 절대적인 행복과 맞물려 제시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심지어 소설의 제목 자체가 최고의 행복에 대한 문장이기까지 합니다. 실제로 소설 속 사건과 인물 전반에 누구 하나 엄청 행복한 인물이 없는데도 말입니다. 


   그런 관점에서 이 소설의 제목과 주제의식은 매우 의미심장합니다. 소설 속 인물들이 살아가는 현실은 녹록하지도 마냥 행복하지도 않고 의외로 기대와 다른 이상한 사건이 벌어지고 그 때문에 평범하지 못한 삶을 살아가게 됩니다. 누가 봐도 납득하기 힘든 일에 집착하고 일상의 행복과는 꽤나 거리가 있는 인생을 살아갑니다. 그럼에도 이 소설은 절대적인 행복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소설은 "당신의 인생이 힘들고 괴롭더라도 그래도 살면서 절대적인 행복의 시간 3분을 누려본 적이 있는가?"라고 묻고 있습니다. 아마도 "인생이 늘 만족스럽지 않고, 항상 두려움과 걱정으로 행복과 거리가 있는 모습이지만 가장 행복했던 순간이 있었다면, 그렇다면 견뎌볼 만하지 않겠는가?"라고 말하는 것 같습니다. 만약 그런 기억이 없다면 인생에서 찾아올 절대적 행복의 시간을 기대하면서 삶을 어루만지고 달래 보면 어떻겠냐고 말해주는 것 같습니다. 


   인생이 마음먹은 대로 잘 풀려나가지 않는 분이시거나 삶의 무게에 지치신 독자님들이라면 소설의 인물과 이야기에 빗대 절대적인 행복의 시간을 찾아보시면 어떨까 추천해 드립니다. 



덧) 여담이지만 개인적으로 이 소설은 대중적으로 큰 성공을 거두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소설의 좋고 나쁨의 문제가 아니라 다수가 열광할 만한 내용을 다루고 있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최근 트렌드에서 제법 벗어나 있는 무게감도 그렇고 상당히 마니악 한 소설이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오래 보면 더 가치가 있을 그런 소설이 아닐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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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틀린 집 안전가옥 오리지널 11
전건우 지음 / 안전가옥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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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뒤틀린 집에서 겪는 무시무시한 이야기


   무서운 이야기 전문 전건우 작가의 신간 [뒤틀린 집]은 집과 가족과 원혼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그래서 무섭습니다. 매우 무서운데, 호러 호러 하기도 하지만 조마조마 미치게 하는 서스펜스가 대단한 소설입니다. 한 번에 빠르게 읽었지만 읽기 싫은 마음과 앞으로 나올 이야기가 궁금해지는 양가감정을 가지게 만드는 이야기였습니다. 


   집에서 그냥 귀신이 나온다고 하면 스토리의 설득력이 없다 보니 명분을 만들어야 하는데, 집의 방위와 구조 때문이라는 설명은 상당히 그럴 듯했습니다. 특별히 방위라든가 집의 설계 원칙 따위를 공부한 사람이 아니라면 아주 생소한 설명이기 때문에 더 그런 것 같습니다. 


"대충 설명하자면 집의 방위에도 음양의 조화가 중요하다는 거야. 집, 대문, 안방, 주방, 심지어 화장실까지 동사택이면 동사택, 서사택이면 서사택으로 배치가 되어야 길한 집이지. 반대로 동사택과 서사택이 섞이면 그게 바로 뒤틀린 집, 즉 오귀택이 되는 거야."

본문 152~153페이지


   뒤틀린 집이라는 설정이 힘을 받기 때문에 이 집에서 벌어지는 사소한 일도 긴장감 있게 받아들여집니다. 작가 특유의 배경 묘사와 의성어의 활용, 독특한 어법 등이 잘 발휘되어서 인지 등장인물이 어느 위치에 가도 불편하고 불안한 마음이 들게 만듭니다. 그뿐만 아니라 등장인물은 모르는 사실을 독자들이 먼저 알게 되면서 느끼는 서스펜스의 마법이 아주 잘 작동하는 소설입니다. 


   집안도 무섭지만 창고에 무서움의 핵심이 있다는 설정도 좋았습니다. 보통 외국 소설에 등장하는 지하실의 경우 우리 정서에 좀 어색하고 익숙하지 않을뿐더러, 지하실에서 일어나는 일을 핵심으로 하면 독자와는 조금 동떨어진 경험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집 밖 창고라 하면 누구나 그러려니 하고 읽을 수 있습니다. 


   전건우 작가가 대한민국에서 집안에서 벌어지는 호러물을 쓰기 어려운 여러 가지 이유 중 하나가 외국식 독립 건물이나 지하실 등의 구조물이 한국에서 익숙지 않기 때문에 억지스러워진다는 점을 설명한 적이 있는데 이런 문제에 대해 고민 끝에 결정한 설정 같습니다.  적당히 고립된 공간에 한국식 설정에 올린 전통적인 공포 호러소설이 완성되었습니다.




2. 뒤틀린 원혼들에게 당하는 뒤틀린 가족 이야기


   [뒤틀린 집]에 등장하는 가족 이야기를 좀 해보고 싶습니다. 최근 국내 반응 보다 해외에서 호응이 좋은 드라마나 영화의 특징을 보면 어떤 식으로든 "한국형 신파"가 선보인다는 점이 특징적입니다. 국내 팬들은 한국식 신파에 대해 아주 격렬히 싫어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억지 눈물 작전 좀 그만하라거나 식상한 신파 좀 빼라는 식으로 반응하고, 해당 영상물에 대해 신랄한 비판을 쏟아 내기도 합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식상한 신파가 외국에는 아직 통하는 것 같습니다. 그들은 상당히 신선해 하며 감동의 눈물을 쏟아냅니다. 예컨대 한국식 신파가 해외에서는 아직 유효기간이 다하기는커녕 이제 시작인 모양새입니다. 이런 전형적인 신파의 원형 중 하나가 호러소설에도 존재하는데, 이를테면 "뜻하지 않게 악령이 출몰하는 무서운 집으로 이사 오게 되었다. 약하고 힘없는 아이가 셋이나 딸린 약점 많은 가족이지만 그들은 끈끈한 가족애와 사랑, 희생으로 똘똘 뭉쳐 결국은 악령의 공격에서 이겨내고 가족의 사랑과 힘을 확인한다." 


   이런 방식이 전형적이기는 합니다만, 개인적으로 이 소설이 "더 파워 오브 패밀리"의 함정에서 벗어나 있기에 더 무섭고 위태로운 소설이 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적어도 이 뒤틀린 집으로 이사오는 시점에 주인공 가족은 이미 브로큰 패밀리 직전에 몰려 있습니다. 잘나가던 아빠가 사회적으로 완전히 매장된 상태고 엄마는 그 여파로 신경쇠약에 가까운 상태이며 그나마 멀쩡한 첫째는 친구들을 다 잃었고 입양한 셋째는 여전히 부모를 완전히 신뢰하지도 못합니다. 


   만약 이 가족이 너무 서로 화목하고 사랑하며 끈끈한 상황이었다면 스토리 전개 과정 내내 '서로 어떻게든 이겨내겠지 뭐..'라는 생각에 긴장감이 훨씬 덜했을 겁니다. 부모가 아이를 제대로 케어하지 못하고 심지어 공격하는 대상이 되기 때문에 어린아이의 모습이 위태위태 애처롭고 걱정되는 마음으로 읽을 수 있었습니다. 이미 분열된 상태로 문제의 집으로 이사 온다는 설정은 무척 현명했다는 생각입니다. 




3. 뒤틀린 집으로 표현하는 뒤틀린 세상 이야기


   대한민국에서 집에 얽힌 호러소설을 쓰기가 쉽지 않습니다. 한국인에게 집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아파트이기 때문입니다. 똑같은 모양으로 지어지는 아파트가 남다르게 지어져서 "뒤틀렸다"라고 설정하기는 억지스럽습니다. 아파트라는 거주 공간은 대체로 무난하고 문제없는 가정의 상징이 됩니다. 아파트 중에서 얼마나 크고 입지가 좋으냐의 차이만 있을 뿐입니다. 


   그렇기에 주인공 가족은 억울하게 세상에서 내쳐진 케이스입니다. 자연스럽게 아파트에서 나와 시골 마을 중에서도 끝자락에 자리한 외딴 집으로 내몰립니다. 그 집이 뒤틀려 있어 가족들의 삶을 위협해도 아무도 관심도 없고 알지도 못합니다. 단란하던 가족 간의 관계도 유지하지 못할 정도로 어려움에 처합니다. 당사자들이 원한 것은 아무것도 없고, 따지고 보면 잘못한 것도 없지만 세상은 그들을 단죄하고 따돌리고 외면합니다. 


   그 와중에도 아무런 조건 없이 그들을 돕는 이가 있습니다 그런데 재미있는 점은 가족을 돕는 존재 역시 사회 속에서는 인정받거나 번듯한 지위가 있는 존재가 아닙니다. 소외된 채 자기만의 사명으로 살아가는 사람일 뿐입니다. 잘 갖춰진 문명의 안전망으로는 해결되지 않는 어려움에 처하고 실제로 도움을 받지도 못합니다. 


   일차적으로 가족들을 돌보는 아내 명혜가 큰 고통을 받으면서 신경쇠약에 걸려 가장 먼저 악령에게 사로잡힙니다. 사실관계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언론의 뭇매로 나락으로 떨어지는 남편은 그래도 악착같이 문제를 해결하고자 노력하다가 결국 뜻을 이루지 못하고 두 번째 희생양이 됩니다. 마지막까지 정신줄을 잡고 결국 가족들을 구해내는 주인공은 첫째 아들 동우입니다. 전건우 작가 소설의 가장 큰 특징이기도 한 부분이지만 소설 내에서 가장 힘없고 약한 존재가 좌충우돌 고생 끝에 문제를 해결해 냅니다. 이런 구조는 독자들로 하여금 끝까지 등장인물을 응원하게 만들고 소설적 긴장감을 놓지 않게 돕습니다. 


   소설은 세 명의 화자가 등장하는 세 파트로 구분되어 있는데, 첫 번째 화자가 정신줄을 놓으면 다음 화자가 이어받는 재미있는 구조로 되어 있습니다. 이런 설정이 소설을 입체적으로 이해하게 도와주고 일종의 절망감 같은 것도 선사하기 때문에 더 재미있게 읽는 요소로 작용했습니다. 


   전건우 작가의 하우스 호러 [뒤틀린 집]은 공간을 이용한 호러 소설의 정석을 보여줍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긴장감을 이어가는 텐션 유지만으로도 작가의 필력이 만개했다는 느낌이 듭니다. 은근하게 압박하는 긴장감 넘치고 기분 나쁜 호러 소설의 만끽하고 싶다면 꼭 읽어보시기를 권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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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 말하지 않을 것
캐서린 맥켄지 지음, 공민희 옮김 / 미래지향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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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사건 하나로 끝까지 밀고 가는 힘 있는 영미권 미스터리 스릴러

 

캐서린 맥켄지의 "절대 말하지 않을 것"은 영미권 장편 미스터리 스릴러의 특징을 제대로 보여주는 소설입니다. 여기서 함정은 제가 영미권 미스터리 스릴러를 그다지 많이 읽어보지 않았다는 점입니다만 왠지 그런 느낌적인 느낌일 것 같습니다.

 

미스터리 스릴러에서 하나의 사건에서 촉발한 서사로 시작해 이야기를 넓혀가며 감춰진 진실을 풀어나가는 방식은 꽤나 익숙합니다. 그러나 사소한 사건이라 여기며 시작했던 스토리는 포장이 벗겨지면 벗겨질수록 사람이 처절하게 죽어나가는 잔인한 사건이 중심에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 면에서 이 소설도 뭔가 아이들 캠프에서 사건이 촉발되었고, 그 사건이 해결되지 않은 채 20년이 지났기 때문에 여기에는 더 파괴적이고 잔인한 내막이 감춰져 있을 것으로 기대가 되었습니다.

 

결론적으로 이 소설에서 밝혀지는 내막과 결론에 충격의 반전이 있는 것은 사실이고 그 파괴력도 무척 대단했습니다만, 범죄적 사건 사고는 일파만파 퍼져나가는 형식을 취하고 있지 않습니다. 오히려 하나의 사건으로 시작해서 끝까지 그 사건을 풀어해지는 것만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따지고 보면 이렇게 장황하고 긴 서사로 이어갈 일인가 싶은 사건입니다. 그럼에도 끝까지 서사의 텐션을 이어가는 것을 보면 참으로 뚝심이 넘치는 소설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 이야기의 힘이 어디에서 기인하는가 살펴보면 몇 가지 눈에 띄는 지점이 있습니다. 우선 작가의 우직함이 특징적입니다. 한정된 공간과 인물들로 이어가는 스토리의 짜임새가 촘촘하고 고집스러운 기운이 느껴집니다. 게다가 문장에 힘이 있습니다. 문체는 뭔가 냉정한 것이 사건을 객관적으로 관찰하는 뉘앙스입니다.

 

이런 특징은 독자들에게 이야기에 집중하도록 돕는 장치로 작용합니다. 애초에 이 서사에 녹아들지 못한 독자들에게는 진입 장면으로 작용할 위험도 있습니다. 저 역시 집중력이 떨어져서 그런지 초반에 소설에 빠져드는데 애를 먹었습니다. 그러나 도대체 내막이 뭔지 궁금하게 만들며 스토리를 끝까지 밀고 나가는 힘만큼은 인정할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2. 복잡한 심리 묘사가 탁월한 가족 미스터리 스릴러

 

거듭 언급하지만 사건의 개요는 정말 단순합니다. 우리에게는 익숙하지 않은 문화지만 미국 영화 등에서 자주 접하는 여름 캠프 이야기입니다. 아이들을 위한 캠프인 "캠프 마코"에서 한 소녀 아만다가 새벽에 피습을 당해 식물인간이 되는 불미스러운 일이 일어납니다. 이 일에 직간접적으로 관련이 있는 인물들은 각자의 입장 때문에 보고 들은 것들을 선택적으로 숨기거나 말하지 않습니다. 여기에 갖가지 추측이 난무하면서 진실은 미궁으로 빠져들고 그렇게 정리되지 않은 채 사건은 미제로 남겨집니다.

 

당시 책임자였던 아버지의 죽음으로 한자리에 다시 모인 이 가족들은 캠프 마코의 상속과 처분 문제로 혼란에 휩싸입니다. 이 때문에 가족들은 20년 전 그날의 일을 들춰 볼 수밖에 없게 됩니다. 이런 사건의 흐름 속에서 매력적인 미스터리 스릴러가 되려면 결국 등장인물의 캐릭터 자체는 물론 인물 간 관계가 촘촘하고 짜임새가 있어야 합니다.

 

이 소설이 탁월한 가족 미스터리 스릴러라는 평을 하게 되는 이유는 여기에 있습니다. 부모부터 자식까지 하나같이 사연이 있고 특징이 있으며 단순해 보이는 사건이 복잡해질 수밖에 없는 필연을 부여하고 있습니다. 저자는 "애증"으로 대표되는 가족이라는 특수 관계를 매우 탁월하게 사용하고 있습니다. 브로큰 패밀리처럼 보이면서도 복잡한 심리를 보이는 각 캐릭터들이 만들어 나가는 스토리가 독자의 속을 긁습니다.

 

통상 소설 속 주인공은 매력적이어야 합니다. 그리하여 소설을 읽는 독자로 하여금 캐릭터에 빠져들고 스토리에 자연스럽게 녹아들도록 돕습니다. 그러나 이 소설 속 인물들은 그렇지 않습니다. 매력적이라기보다 하나같이 열받고 화나게 만드는 면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런 다양한 정신세계를 가진 인물들이 어울리면서 얽히고설킨 스토리를 만들어냈습니다. 정말 점차 짜증이 점층적으로 쌓이는 경험을 하게 만듭니다.

 

열받지만 궁금해서 계속 보게 만드는 묘한 매력이 있는 소설입니다. 가족 간의 미묘한 관계와 심리게임이 탁월하기 때문에 미스터리한 이야기가 탄생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3. 인간의 깊은 내면과 관계를 다룬 미스터리 스릴러

 

관계의 차원에서 보면 가족이라는 특수 관계에서 오는 벗어날 수 없는 굴레와 같은 서사가 완성되었습니다만, 이 소설이 더 좋게 다가오는 부분은 관계 묘사의 한계를 넘어선다는 점입니다. 어차피 인간관계라는 것은 나로부터 출발하는 것입니다. 이 소설 속 10여 명에 가까운 주요 등장인물들은 각자의 성격유형과 특질을 간직한 채 욕망과 상처를 감추고 살아갑니다.

 

소설의 스토리가 전개되는 가운데 각 인물들이 어떤 성격인지, 무슨 인간형인지에 대해 디테일한 설정으로 하나하나 풀어놓습니다. 너무나 다르고 독특한 이 인물들은 각자 내면의 약점을 간직한 채 채워지지 못한 욕망과 상실감으로 몸부림칩니다. 그렇기에 피해자는 한 명인데 누가 가해자인지, 또는 공범인지, 또 다른 피해자인지 가늠하기가 어렵습니다.

 

소설의 결말이 드러나기까지 수많은 약점을 지닌 인물들이 펄떡거리다 보니 독자 입장에서도 감정의 소용돌이에 휩싸이게 됩니다. 독자의 성향에 따라 이 소설의 특성이 놀랍게도 탁월하게 느껴지기도 하고 반대로 복잡하고 난해가게 느끼기도 할 것 같습니다.

 

제한된 공간과 인물로 그려내는 다양한 인간 군상이 너무 매력적입니다만, 스토리가 정리가 되어도 시원하고 통쾌한 느낌이 들기는커녕 씁쓸하기만 합니다. 그러기에 사회파 소설을 즐기며 좋아하는 저에게는 무척 훌륭하게 다가왔습니다. 대체로 미국적인 가족관계이자 인간관계의 묘사가 드러나기는 하지만 독자 입장에서도 다양한 인간형과 인간관계의 흐름을 맛볼 수 있기에 마지막 페이지를 넘기며 긴 한숨을 쉬게 되는 소설이었습니다.

 

본격적인 이야기로 들어가는 소설의 극 초반이 조금 힘들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야기 속으로 조금만 미끄러져 들어가게 되면 정말 흥미로운 소설로 즐길 수 있습니다. 서서히 사건의 본질이 밝혀지며 놀라게 되는 미스터리 스릴러 소설을 찾으시는 독자님들이라면 읽어보시기를 권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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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상의 책방 골목
김설아 외 지음 / 책담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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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환장의 동네 책방

우리 동네 책방이 모험과 신비가 가득한 환상의 세계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다섯 명의 베테랑 작가가 의기 투합한 앤솔로지 [환상의 책방 골목]은 그런 마음으로 만들어진 책입니다. 마이크로 트렌드의 영향인지 책 장사가 지금처럼 안되는 시대가 없는데도 불구하고 동네 책방, 독립 서점들이 계속 생겨나고 있습니다. 책을 사는 수요는 급격하게 줄었고, 글을 소비하는 트렌드는 완전히 바뀌었지만 아직도 여전히 수많은 사람들이 글을 쓰고, 자비로라도 책을 출간하고 있습니다.


스마트폰이 거의 신체의 일부가 되어있는 이 시대 초, 중, 고등학교 학생들이 책방에 대한 추억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저 같은 경우는 학창 시절에 자주 가던 부산 보수동 책방 골목의 추억이 꽤 있습니다. 교회 지인께서 거기서 중고 책방을 운영하셨고, 그렇다 보니 종종 가서 책 구경을 하곤 했습니다. 거기서 평소에 생각지도 못했던 희귀하고 해괴한(?) 책을 만나면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펼쳐보면서 책에 대한 견문을 넓히곤 했던 것 같습니다.


시간은 흘러 책보다 스마트폰이, 소설보다 유튜브 영상이 사람들에게 중요한 메신저가 되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이런 흐름은 옳고 그름의 담론으로 해결될 문제는 아닙니다. 스마트폰 시대, 영상 시대에 책이 어떻게 자리매김을 할지, 책방이 어떤 공간으로 조화를 이룰지 고민하고 자리를 잡아나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사실 이 시기에 동네 책방을 차리고 운영한다는 것은 매우 위험천만한 행위입니다. 그렇기에 꽤나 낭만적인 것이기도 합니다. 상상해 보면 정말 멋지고 아름다운 로망입니다. 그러나 현실은 모르긴 해도 대 환장의 수렁이 될 가능성이 큽니다. [환상의 책방 골목]은 이런 환장의 동네 책방을 정상 궤도에 올려놓으려는 구원투수의 마음으로 등판한 책이라 할 수 있습니다.





2. 개성 강한 작가들과 그의 책방들.


[환상의 책방 골목]이 청소년 소설을 표방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마냥 진지한 SF나 설정 복잡한 판타지까지 가는 것은 적절하지 않고, 어딘가에서 들어봤을 법한 익숙함과 생각지 못했던 기발함이 6:4 정도의 비율로 적절하게 섞여야 좋습니다. 기발함보다 익숙함이 좀 더 필요한 이유는 이 책이 독자들로 하여금 동네 책방으로 향하도록 가이드 역할을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결과적으로 이 책은 그 애매하지만 중요한 비율을 잘 지켜낸 것 같습니다. 익숙함과 기발함이라는 주 재료에 약간의 발랄함과 유머, 진지함과 교훈까지 조화롭게 담아냈습니다. 아마도 참여한 작가들의 훌륭한 필력과 상상력 때문일 것입니다.


환상적인 글을 쓰는 김설아 작가, 청소년 소설 전문 각종 문학상을 수상한 이진 작가, 장르가 임지형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독특한 청소년 소설 전문 임지형 작가, 책 내는 공장이자 청소년 행사 섭외 1순위 작가 글 쓰는 기계 정명섭 작가, 독특한 사고 세계로 소설가는 뭔가 다르다는 생각을 절로 하게 만드는 천재적 작가 조영주 작가가 함께 한 책입니다.


김설아 작가의 수록작 [사차원 책방과 빙글빙글 괴물]은 제목부터 사차원스럽습니다. 상상 그 이상의 미래를 보여 주는 사차원 책방이 등장하는데 뭐라 설명하기 어려운 사차원스러운 소설로 꼭 직접 읽어보시기를 권합니다. 이진 작가의 [모노크롬 하트를 찾아서]는 선택받지 못하고, 잘 팔리지 못한 책들이 모인 무덤 책방이 등장합니다. 생각지 못했던 참신한 설정으로 소외된 책과 외로운 인간에 대한 매치가 좋았던 작품이었습니다.


임지형 작가의 [핑크래빗백과 심야 책방]은 어른들도 익숙할 만한 사회 현상을 끌어다 관심을 유발합니다. 여기에 인생에서 의미 있는 것을 찾게 돕는 심야 책방이라는 공간을 엮어 좋은 작품을 만들어 냈습니다. 이 소설은 영글지 못한 대인관계로 힘들어하는 청소년들의 성장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정명섭 작가의 [어느 날 갑자기 책방 유령]은 책을 싫어하는 상처를 가진 아이가 주인공으로 등장합니다. 주인공은 책들 속에 갇힌 저주를 풀어야 하는 유령이 됩니다. 이 책방은 고양이와 함께 책을 골라주는 책방으로 유명해집니다. 철들려면 책과 가까이하자는 교훈을 주는 좋은 소설입니다.


조영주 작가의 [크리링을 훔치는 가장 완벽한 방법]은 제목 때문이라도 궁금해서 읽게 만드는 소설입니다. 크리링 피규어와 책방, 그리고 도벽이 있는 아이가 등장하는 흥미로운 이야기입니다. 마음속 깊이 숨은 용기를 끌어올려 주는 덕후 책방이 주 무대가 됩니다. 한 마디로 '도벽이 있는 아이를 고치려면 초대형 몰카 실험이 필요하다.'라는 교훈을 주는 소설입니다.




3. 습관처럼 찾아가는 곳, 동네 서점이 되는 날이 오기를.

백화점 바로 근처에서 오랫동안 살아오신 저의 장인, 장모님은 주말 일과가 백화점을 위층부터 쭉 돌며 구경하기 였다고 합니다. 그래서인지 옷이 정말 많은 멋쟁이들이십니다. 다른 건 정말 아끼고 돈 쓰는 걸 아까워하시는데 옷은 비싼 걸로 사십니다. 장인, 장모님만 봐도 사람은 환경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마찬가지로 주변 가까이에 서점이 있다면, 그리고 누군가가 소개해 주고, 가이드 해준다면 쉽게 접근하고 친근해지게 될 것입니다. 호기심이 생기게 만드는 정도만으로도 충분합니다. 그 호기심으로 인해 직접 찾아가게 되고, 본격적으로 즐길 수 있게 됩니다. 무언가에 빠져드는 행위는 소개와 가이드만으로도 충분합니다.


[환상의 책방 골목]은 참여 작가들이 한마음으로 동네 책방을 응원하는 책입니다. 청소년들로 하여금 책과 책방의 매력을 흠뻑 느끼게 해줄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알아볼 마중물 정도의 역할은 충분히 하고 있는 책입니다. 어른들에게는 옛 추억을 소환하고 어린 시절을 떠올려 볼 좋은 기회를 갖게 도와줍니다.


이 책을 통해 아이들이 집에서 스마트폰만 보고 있기 보다 부모님과 함께 가까운 동네 서점에서 책을 고르며 좋은 시간을 갖는 계기가 될 수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 습관처럼 찾아가는 곳이 쇼핑몰이 아니라, PC방이 아니라 동네 서점이 되는 날이 오기를 고대하면서 이 책을 읽으시고 주변 아이들에게 권해주시기를 권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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