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상의 책방 골목
김설아 외 지음 / 책담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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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환장의 동네 책방

우리 동네 책방이 모험과 신비가 가득한 환상의 세계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다섯 명의 베테랑 작가가 의기 투합한 앤솔로지 [환상의 책방 골목]은 그런 마음으로 만들어진 책입니다. 마이크로 트렌드의 영향인지 책 장사가 지금처럼 안되는 시대가 없는데도 불구하고 동네 책방, 독립 서점들이 계속 생겨나고 있습니다. 책을 사는 수요는 급격하게 줄었고, 글을 소비하는 트렌드는 완전히 바뀌었지만 아직도 여전히 수많은 사람들이 글을 쓰고, 자비로라도 책을 출간하고 있습니다.


스마트폰이 거의 신체의 일부가 되어있는 이 시대 초, 중, 고등학교 학생들이 책방에 대한 추억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저 같은 경우는 학창 시절에 자주 가던 부산 보수동 책방 골목의 추억이 꽤 있습니다. 교회 지인께서 거기서 중고 책방을 운영하셨고, 그렇다 보니 종종 가서 책 구경을 하곤 했습니다. 거기서 평소에 생각지도 못했던 희귀하고 해괴한(?) 책을 만나면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펼쳐보면서 책에 대한 견문을 넓히곤 했던 것 같습니다.


시간은 흘러 책보다 스마트폰이, 소설보다 유튜브 영상이 사람들에게 중요한 메신저가 되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이런 흐름은 옳고 그름의 담론으로 해결될 문제는 아닙니다. 스마트폰 시대, 영상 시대에 책이 어떻게 자리매김을 할지, 책방이 어떤 공간으로 조화를 이룰지 고민하고 자리를 잡아나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사실 이 시기에 동네 책방을 차리고 운영한다는 것은 매우 위험천만한 행위입니다. 그렇기에 꽤나 낭만적인 것이기도 합니다. 상상해 보면 정말 멋지고 아름다운 로망입니다. 그러나 현실은 모르긴 해도 대 환장의 수렁이 될 가능성이 큽니다. [환상의 책방 골목]은 이런 환장의 동네 책방을 정상 궤도에 올려놓으려는 구원투수의 마음으로 등판한 책이라 할 수 있습니다.





2. 개성 강한 작가들과 그의 책방들.


[환상의 책방 골목]이 청소년 소설을 표방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마냥 진지한 SF나 설정 복잡한 판타지까지 가는 것은 적절하지 않고, 어딘가에서 들어봤을 법한 익숙함과 생각지 못했던 기발함이 6:4 정도의 비율로 적절하게 섞여야 좋습니다. 기발함보다 익숙함이 좀 더 필요한 이유는 이 책이 독자들로 하여금 동네 책방으로 향하도록 가이드 역할을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결과적으로 이 책은 그 애매하지만 중요한 비율을 잘 지켜낸 것 같습니다. 익숙함과 기발함이라는 주 재료에 약간의 발랄함과 유머, 진지함과 교훈까지 조화롭게 담아냈습니다. 아마도 참여한 작가들의 훌륭한 필력과 상상력 때문일 것입니다.


환상적인 글을 쓰는 김설아 작가, 청소년 소설 전문 각종 문학상을 수상한 이진 작가, 장르가 임지형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독특한 청소년 소설 전문 임지형 작가, 책 내는 공장이자 청소년 행사 섭외 1순위 작가 글 쓰는 기계 정명섭 작가, 독특한 사고 세계로 소설가는 뭔가 다르다는 생각을 절로 하게 만드는 천재적 작가 조영주 작가가 함께 한 책입니다.


김설아 작가의 수록작 [사차원 책방과 빙글빙글 괴물]은 제목부터 사차원스럽습니다. 상상 그 이상의 미래를 보여 주는 사차원 책방이 등장하는데 뭐라 설명하기 어려운 사차원스러운 소설로 꼭 직접 읽어보시기를 권합니다. 이진 작가의 [모노크롬 하트를 찾아서]는 선택받지 못하고, 잘 팔리지 못한 책들이 모인 무덤 책방이 등장합니다. 생각지 못했던 참신한 설정으로 소외된 책과 외로운 인간에 대한 매치가 좋았던 작품이었습니다.


임지형 작가의 [핑크래빗백과 심야 책방]은 어른들도 익숙할 만한 사회 현상을 끌어다 관심을 유발합니다. 여기에 인생에서 의미 있는 것을 찾게 돕는 심야 책방이라는 공간을 엮어 좋은 작품을 만들어 냈습니다. 이 소설은 영글지 못한 대인관계로 힘들어하는 청소년들의 성장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정명섭 작가의 [어느 날 갑자기 책방 유령]은 책을 싫어하는 상처를 가진 아이가 주인공으로 등장합니다. 주인공은 책들 속에 갇힌 저주를 풀어야 하는 유령이 됩니다. 이 책방은 고양이와 함께 책을 골라주는 책방으로 유명해집니다. 철들려면 책과 가까이하자는 교훈을 주는 좋은 소설입니다.


조영주 작가의 [크리링을 훔치는 가장 완벽한 방법]은 제목 때문이라도 궁금해서 읽게 만드는 소설입니다. 크리링 피규어와 책방, 그리고 도벽이 있는 아이가 등장하는 흥미로운 이야기입니다. 마음속 깊이 숨은 용기를 끌어올려 주는 덕후 책방이 주 무대가 됩니다. 한 마디로 '도벽이 있는 아이를 고치려면 초대형 몰카 실험이 필요하다.'라는 교훈을 주는 소설입니다.




3. 습관처럼 찾아가는 곳, 동네 서점이 되는 날이 오기를.

백화점 바로 근처에서 오랫동안 살아오신 저의 장인, 장모님은 주말 일과가 백화점을 위층부터 쭉 돌며 구경하기 였다고 합니다. 그래서인지 옷이 정말 많은 멋쟁이들이십니다. 다른 건 정말 아끼고 돈 쓰는 걸 아까워하시는데 옷은 비싼 걸로 사십니다. 장인, 장모님만 봐도 사람은 환경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마찬가지로 주변 가까이에 서점이 있다면, 그리고 누군가가 소개해 주고, 가이드 해준다면 쉽게 접근하고 친근해지게 될 것입니다. 호기심이 생기게 만드는 정도만으로도 충분합니다. 그 호기심으로 인해 직접 찾아가게 되고, 본격적으로 즐길 수 있게 됩니다. 무언가에 빠져드는 행위는 소개와 가이드만으로도 충분합니다.


[환상의 책방 골목]은 참여 작가들이 한마음으로 동네 책방을 응원하는 책입니다. 청소년들로 하여금 책과 책방의 매력을 흠뻑 느끼게 해줄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알아볼 마중물 정도의 역할은 충분히 하고 있는 책입니다. 어른들에게는 옛 추억을 소환하고 어린 시절을 떠올려 볼 좋은 기회를 갖게 도와줍니다.


이 책을 통해 아이들이 집에서 스마트폰만 보고 있기 보다 부모님과 함께 가까운 동네 서점에서 책을 고르며 좋은 시간을 갖는 계기가 될 수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 습관처럼 찾아가는 곳이 쇼핑몰이 아니라, PC방이 아니라 동네 서점이 되는 날이 오기를 고대하면서 이 책을 읽으시고 주변 아이들에게 권해주시기를 권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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