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불전쟁 이후 프랑스에서는 '벨 에포크(Belle Époque, 좋았던 시절)'라는 말이 유행할 만큼 약 40여년 동안 유럽은 평화를 누렸다. 대신에 그 힘을 아시아와 아프리카에 돌렸지만 말이다. 하지만 에드워드 7세가 죽은 뒤 더 이상 유럽에서 평화의 중재자 노릇을 할 사람은 없었다. 프랑스와 러시아가 이국 협상을, 독일과 오스트리아가 이국 동맹을 맺고 서로를 견제하면서 전운이 감돌기 시작한다. 점점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사라예보에서 오스트리아 황태자가 암살당하는 사건이 터지면서 상황은 것잡을 수 없이 전쟁을 향해 내달리고 수차례 전쟁을 피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음에도 결국 독일이 러시아의 동원령을 핑계로 8월 1일 선전포고를 하면서 제1차 세계대전이 시작된다. 8월 4일에는 독일군이 슐리펜 계획에 따라 벨기에를 전면 침공했고 프랑스와 영국 또한 독일에 선전포고했다. 전쟁의 불길은 순식간에 유럽 전역으로 확대된다. 이 책은 사라예보 사건을 시작으로 촉발된 7월 위기와 전면전으로 이어지기까지의 영국, 프랑스, 러시아, 독일 4국의 상황, 그리고 8월 한달 동안 치열하게 벌어지는 전투를 600여 페이지에 걸쳐서 다룬다. 독일군의 벨기에 침공, 제17계획에 따른 프랑스군의 공세와 패배, 국경전투, 탄넨베르크 전투, 마른 전투까지 타크먼 여사는 특유의 뛰어난 필력으로 마치 한편의 다큐멘타리나 대하 드라마처럼 꼼꼼하고 생생하게 묘사한다. 특히, 탄넨베르크 전투에 대해서는 오랫동안 엉뚱하게 알려진 렌넨캄프와 삼소노프의 주먹 대결이 독일군 작전참모였던 막스 호프만의 근거없는 낭설이라는 사실을 지적한다. 어쨌든 두 사람이 제대로 협조하지 못하여 삼소노프가 전멸한 것은 사실. 그 이유는 두 사람의 불화가 아니라 러시아 북서전선군 총사령관 질린스키의 무능함 때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