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의 역사 - 죽음은 어떻게 우리의 세상을 변화시켰는가?
앤드루 도이그 지음, 석혜미 옮김 / 브론스테인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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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헌팅턴병이나 파킨슨병과 마찬가지로 알츠하이며병은 단백질이 응집되는 질병이다. 원래는 정상 작동하던 단백질이 뭉쳐지면서 독성을 나타내는 것이다. 어디에서 단백질이 뭉쳐서 어떤 세포를 훼손하느냐에 따라 증상이 달라진다. 예를 들어 근육을 통제하는 뇌세포가 손상되면 파킨슨병이 된다. 알츠하이머병은 뇌의 단기 기억을 담당하는 부분(해마)에서 시작한다. 


* 인간이 사냥에서 성공할 수 있었던 진짜 이유는 협동이다. 하지만 사냥에 실패하는 일은 매우 잦았고 큰 사냥감을 잡는 데 성공해도 작은 집단이 먹기에는 너무 많았다. 그래서 축제의 형태로 이웃과 전리품을 나누는 풍습은 서로 이득이었다. (...) 협동 행위는 수천 세대 동안 이어져왔고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 정의와 공정의 감각이 생겼다. 실제로 인간은 수치심과 죄의식이라는 감정으로 나쁜 행동에 대해 스스로를 벌한다. 이 감정은 너무나 강력해서 심지어 자살로 이어지기도 한다. 


* 거울을 보면서 '이 사람이 나를 죽일 확률이 가장 높다'고 생각해보라. 지구상의 모든 사람을 합친 것보다 나 한 사람이 나에게 더 위험하다. 인간은 유일하게 스스로 삶을 끝내기 위해 무기를 사용하고 폭력을 쓰는 종으로 알려져 있다.


* 자살 충동은 대부분 순간적이다. 죽고 싶을 정도의 고통을 이겨내고 나면 죽지 않았다는 사실에 안도하게 된다. (...) 하지만 종교가 없는 사람에게는 자살이 왜 나쁜 것인가? 내 몸을 원하는 대로 할 권리가 있지 않은가? 이 문제에 대한 공리주의적 답변이 있다. 스스로 목숨을 끊으면 자신의 고통을 끝낼 수 있지만, 그 사람을 사랑하는 모두에게 장기적인 고통을 초래한다. 자살이 유발하는 고통의 총량으로 보았을 때 자살의 순 영향은 매우 부정적이다. 안타깝게도 자살 충동을 느끼는 사람은 대부분 아무도 본인에게 관심이 없다거나 본인이 다른 사람에게 짐이 된다고 오해하며, 사라지는 편이 모두에게 좋을거라고 느낀다. 상황이 나아질 것이라는 생각도 쉽게 하지 못한다. 이런 잘못된 믿음이 스스로를 해치게 만든다. 


* 전염병은 주요 사망원인이 됐다. 전염병에 승리를 거둔 것은 인류 역사상 가장 눈부시고 중요한 아이디어들 덕분이었다. (...) 중요한 아이디어의 첫 번째는 바로 데이터 수집과 분석이다. (...) 의료계에서 가장 위대한 사고의 혁명은 '맨눈으로 볼 수 없는 작은 유기체가 질병의 주요 원인'이라는 세균유래설이다. 세균유래설은 왜 깨끗한 물을 마시고, 몸을 씻고, 옷을 빨고, 생활공간을 청소하고, 신선한 음식을 먹고, 멸균 상태에서 수술을 해야 하는지 등을 설명했다. (...)  과학은 현대 인간이 역사상 가장 건강하고 풍족하게 사는 중요한 이유다. 


* 가장 중요한 변화는 치매로 인한 사망률이 엄청나게 높아진 것이다. (...) 알츠하이머병은 현재 세계에서 경제 자원을 가장 많이 소모하는 질병이다. (...) 앞으로도 몸은 움직일 수 있으나 정신은 정상이 아닌 노령 인구가 점점 늘어날 것이다. 


* 전염병과 기는 등의 재앙에 대처하려면 국제적 협력이 필요하고, 문제가 발생하면 최대한 빨리 알릴 수 있어야 한다. 농사가 실패하거나 새로운 질병이 나타나면 전 세계가 알아야 한다. 어느 정부나 무능력해 보이기 싫어서 이웃 국가에 경고하는 대신 문제를 부정하고 싶은 유혹을 느끼겠지만, 문제가 엄청난 재앙으로 커지기 전에 빨리 대응하려면 숨겨서는 안 된다. 언론의 책임도 있다. 일부 정치인을 편들어 무슨 일이 있어도 변호하지 말고, 문제를 공정하게 보도해야 한다. 


* 인간은 대단한 파괴자다. 지구상에 땅을 대부분 인간의 목적을 위해 사용하며 다른 종을 위해 공간을 남겨두지 않는다. 몇 종 안 되는 생물(벼, 닭 등)을 퍼뜨리고 나머지를 멸종으로 몰고 간다. 인간이 왜 환경 피해를 초래하는지 생각해보면 결국은 인구가 너무 많아서다. 인구를 줄여 환경 피해를 멈추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재앙이 일어나는 것이다. (...) 나머지 방법은 인간이 지구에 주는 스트레스를 줄이는 것이다. 


* 새로운 의학의 혁신이 일어나 인간이 죽는 방식이 달라질까 하는 질문은 흥미롭다. 현재의 사망 원인이 극복되어 출산 합병증, 홍역, 흑사병처럼 역사 속으로 사라질까? 만약 그렇다면 어떻게 그런 일이 가능할까?


* 사망 원인의 변천사를 다루는 책을 쓰겠다고 생각했을 때만 해도 의학을 주로 논하게 될 줄 알았다. 하지만 놀랍게도 자료를 찾을수록 인류의 가장 심각한 문제를 해결한 방법은 의료가 아니었다. 법률, 정책, 공학, 통계, 경제학이 발전했을 때, 또는 의욕과 재능이 넘치는 사람이 사회의 저항을 이겨내고 매우 훌륭한 아이디어를 실현했을 때 진보가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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