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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하는 말들 - 엑소포니, 모어 바깥으로 떠나는 여행
다와다 요코 지음, 유라주 옮김 / 돌베개 / 2018년 9월
평점 :
소리,리듬
...... 몇 번이고 반복해 발음하고 소리가 쌓여가는 동안, 언어는 정보 전달의 의무에서 해방돼 음악으로 변했다. 이걸 지켜보는 사람은 쏟아지는 소리의 단편들 속에서 천천히 자기만의 형체를 만들어 간다. 그때 '의미'보다 더 입체적인 것이 드러난다. 현대라는 시대는 평평한 묘사와 정의만으로는 이해할 수 없다. 여러 소리가 날아다니는 공간으로 이해해야 한다. 나에게 텍스트는 하나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수단이 아니라 계속 새로운 그림을 생성시키는 건축이기에...158쪽
리듬으로 문법을 익힌다.101
엑소포니 (모어 바깥으로 나간 상태 일반)에 대해 저자와 반대의 느낌.
외국어 하나를 익히게 되면 우리는 모어 바깥으로의 자유를 얻게 되는 것일까? 아니면, 자유로은 세계 하나를 더 잃게 되는 것일까? 외국어를 습득하여 어느날 귀에 뻥하니 들어오는 순간, 환희보다는 또 하나의 감옥을 만들었다는 느낌을 받는다.
번역
한 페이지에 오역 한두 개는 있다, 오역이 없는 번역서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300쪽 되는 책은 오역이 오륙백 개 있는 셈이다. (.....) '오역'은 옳고 그름을 따지는 도덕과 별개로 언어의 경계를 해독할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162
번역가가 있으니 무엇이든 국경을 넘어서 자유롭게 흐른다고 생각하면 큰 착각이다. 이 세계 대부분의 텍스트는 아직 번역이 되지 않았거나 이미 오역이 됐거나 둘 중 하나다. 162
번역 시집들은 다 쓰레기다. 혹자는 내용을 알기 위해 번역이 필요하다고 한다, 그러나 그것은 내용조차도 잃어버리게 된다. 원문을 소리로 들어야 기분이 좋다. 그 박자, 리듬, 머릿속에서 말들이 춤을 추는 듯한 형상들...조카놈들이 삼촌 그걸 다 알아들어, 하고 물으면 늘 '그냥 몸으로 느낄따름이야', 라고 말한다.
* 앞으로, 별 네개는 '여유되면 사도 됨'을 뜻한다. 즉, 빌려보는 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