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천로역정 / 예수의 생애 ㅣ 동서문화사 월드북 196
존 번연.에르네스트 르낭 지음, 강경애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12년 8월
평점 :
"카이사르의 것은 카이사르에게 주어라. 그리고 하느님의 것은 하느님께 바쳐라"라는 가르침으로 예수는 폭력적인 제국의 한복판에 정치와는 무관한 영혼의 피난처를 만들었다. 확실히 이러한 교리는 위험성을 품고 있었다. 첫째로 권력을 합법으로 인정하는 상징이 화폐 존중임을 원칙적으로 확립했다는 점, 둘째로 완전한 자는 경멸하면서도 저항 없이 세금을 내겠노라고 선언했다는 점 때문이다. 이 두 행위는 고대 공화제를 파괴하는 것이자 폭정에 찬동하는 것이었다. 이런 의미에서, 그리스도교 탓에 시민의 의무감이 약해져 세상이 기성의 절대 권력의 뜻대로 움직이게 되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바꿔 생각하면, 정치색이 빠진 자유 조직이 300년 동안이나 존속할 수 있었던 것은 시민이라는 덕의에 주어진 잘못을 보상하고도 남는 것이다. 그리스도교 덕분에 국가 권력의 영향력이 지상에만 한정된 셈이다. 인간의 마음은 자유를 얻었다. 적어도 로마 절대 권력의 '전능(omnipotence)'은 영원히 파괴되었다. 356
도스토예프스키의 '악령'에 르낭의 '예수의 생애'가 거론된 것을 보고 찾아 읽게되었다. 신화와 역사는 양립되지 않는다는 르낭의 객관적 예수 비평은 참으로 충격적이다.